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이세희와 중국의 접촉 소식은 이미 청와대에서도 알고 있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청와대 분위기는 무거웠다.
특히 대통령의 표정은 심각함과 허탈함이 공존했다.
“우리가 협조하지 않아도 미사일을 구할 판이더군.”
“…….”
“이세희가 중국과 접촉했어. 무기 상당량이 흘러 들어갔고.”
청와대 자체 역량으로 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지만 이 부분은 이세희가 먼저 전해 오기도 했다.
통보에 가까운 내용이었지만 대통령은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듣고 나서 얼마나 황당했던가.
중국 내부에서 내분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세희는 이미 그들과 접촉해서 양쪽에 무기를 팔았다.
자신들보다 몇 발 더 앞선 발 빠른 행보였다.
“더 놀라운 건 불량품마저도 싹 털어 냈다는 거지.”
수출 효자품인 빅뱅 시리즈는 지금도 꾸준히 불량률이 발생한다. 마물의 심장이 가진 불확실함 때문이었는데, 이 불량률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라이센스를 구매한 기업의 영업 이익률을 좌지우지했다.
불량률이 가장 적은 신성그룹에서도 불량품 숫자가 상당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생산해 내기 때문이었다. 이건 따로 해결하기 어려워서 쌓아 두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놀라운 수완을 발휘하여 그 재고마저 털어 냈다.
그것도 돈을 받고.
“그 과정에서 중국 미사일을 구매해 와도 되는지 물어보더군. 허허.”
위안화가 아닌 현물로 모조리 대금을 받아 온 이세희의 수완은 더 의심해 봤자 의미가 없다.
중국도 돈이 없다면 미사일을 팔 것이다.
듣고 있던 천명국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허락하신 겁니까?”
“당연히 안 된다고 했지. 하지만 오래 버틸 수 없을 거야.”
최준호가 원하는 건 명확하다. 그렇다면 내어 줘야 한다. 이걸로 밀당해 봤자 손해 보는 건 정부 측이다.
“예.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도 타이틀이지만 홀로 중국 내부에 내전을 일으키게 만든 능력이었다.
한때 세계 최강을 노리던 대국이 한 사람의 존재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모습은 잠깐이지만 공포를 느끼게 했다.
“천 실장이 보기에는 어떤가?”
“저는 파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그것밖에 없겠지.”
“만약 팔지 않는다면 더 끔찍한… 으!”
“괜찮나?”
천명국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대통령이 놀라 의사를 호출했다.
“괘, 괜찮습니다.”
하지만 말과 달리 계속해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뒤늦게 달려온 의사에게 괜찮다며 와 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의사도 간단한 문진을 한 뒤 두통약을 건네줬다.
약을 꺼내 먹은 천명국은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괜찮은 거 맞나?”
“예. 기프트 개방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최근 천명국의 두통이 잦아진 이유다.
시뮬레이션은 주어진 정보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기프트다.
정보가 주입되면 동시에 여러 상황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기 시작했는데, 잦은 두통에 시달리던 천명국은 이것이 기프트 개방 전조임을 알게 되었다.
방금 전 두통도 미사일을 판매하지 않았을 때 그림이 그려졌던 것이리라.
“팔지 않았을 때 미래가 보였나?”
“최준호 초인은 포기하지 않고 여러 곳에서 미사일을 구매해 마치 간식처럼 꺼내 들 것입니다.”
“…….”
상상만 해도 끔찍한 전개에 대통령이 할 말을 잃었다.
천명국이 위로하듯 말했다.
“제 망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아니, 나도 그 미래가 그려졌으니 망상이라고 할 수가 없겠지. 그럼 판매할 경우는?”
“대통령님은 최선을 다해 통제를 하려고 하시지만 그래도 뻥뻥 쏴 댈 것입니다.”
“…….”
대통령과 천명국은 서로를 보고 입을 닫았다.
“이게 그 답정너라는 건가.”
“예. 좋은 대답을 들려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 입에 발린 말을 들어 봤자 닥쳐 올 현실에 대응하지 못했겠지.”
“죄송합니다.”
대통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북한이 사라졌는데 왜 북한이 있을 때 느껴야 할 근심 걱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북한이 있었을 때 선대 대통령들께서 이런 심정이었을까? 많이 괴로우셨겠어, 허허.”
“그분들이 최준호 초인을 만났다면 중도 사퇴를 고려하셨을지도 모릅니다.”
“…….”
“대통령님이시니 최준호 초인을 이 정도로 제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맙네. 내 고생을 알아주는 건 자네밖에 없군.”
대통령과 천명국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 * *
일이 술술 풀린다. 이세희에게서 중국의 미사일을 구매해야 하나 싶었는데 대통령이 판매 의사를 밝혔다.
판매 물량은 한 발에 불과했지만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도 되는 법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관리하는 건 무료로 해 준다고 했고.”
어차피 지금 있는 인력이 조금 더 수고하는 건데 그 정도는 서비스로 해 줄 수 있단다.
요즘 들어 느끼지만 참 말을 예쁘게 잘하는 것 같다.
나라면 저렇게 못할 거 같은데.
하지만 공은 공, 사는 사였다.
그 과정에서 가장 멀리 나가는 미사일을 구매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가 거절당했다.
음, 리그 거점이 미국 근처에 있거나 유럽에 있을 수도 있어서 그런 건데 그 부분은 좀 아쉽군.
이것도 미사일을 사용하다 보면 바뀔 수 있는 내용이니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 놓고 묵혀 두는 취미는 없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즉시 사용할 것이다.
일단 오늘 만남에서 난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를 거뒀다.
군함은 구매를 못 했다.
“결국 요트로 해야 하는 건데.”
군함을 구매한다면 작전 반경이 획기적으로 넓어지고 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지만 그걸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가 될 거란다.
그렇다고 내가 민간 군사 기업을 차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여러 사람이 얽히면 작전 보안에 구멍이 생긴다.
결국 군함 구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꿩 대신 닭인 법이니까.
“좋은 걸로 구매해야겠지.”
이런 의사를 밝히니 가장 좋아한 게 윤희였다. 벌써 세계 일주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왜 네가 좋아하냐?
“요트 사면 어디부터 가는 게 좋으려나?”
“바로 그 생각부터 드냐?”
“당연하지! 오빠 잘 둬서 여기저기 즐기러 다니면 얼마나 좋아?”
“난 안 좋은데?”
“에이, 동생 즐거우면 오빠도 좋은 거지. 안 그래?”
“그렇긴 한데.”
“그럼 된 거지.”
“…….”
난 떨떠름한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희는 싱글벙글이었다.
말릴 수 없겠군.
뭐, 나중에 한번 태워 주면 되겠지. 아니면 아예 무인도에 지옥의 훈련 캠프를 차리는 것도 좋겠다. 들어가면 무조건 강해져야 나올 수 있는 그런 곳.
괜찮은데?
즉흥적인 발상이지만 괜찮게 느껴졌다.
교관으로 졸라맨을 두면 윤희가 더 좋아하겠지.
여동생을 괴롭힐 생각… 아니, 훈련시킬 생각을 하니 여러 아이디어가 펑펑 솟아났다.
“근데.”
좋아하던 윤희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응?”
“오빠가 호화 요트 사면 말 나오는 거 아냐?”
“일단 숨길 수 없으니 알려지겠지?”
“그럼 괜히 다른 사람들이 사치 부린다고 오빠 비난할 수도 있겠는데?”
열기가 빠져나가니 거기에 생각이 미쳤나 보다. 우리나라는 잘 사는 사람이 부리는 사치에 대해서 결코 호의적이지 않으니까.
특히 마물이 등장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이러한 시선은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누그러들지 않았다.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
“부러워서 악악대는 게 싫어서 그렇지. 누가 꽁으로 돈 버는 줄 아나.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데. 마물 사냥할 때마다 목숨을 걸고 있고.”
윤희의 말이 옳다. 그래도 장하다. 오빠가 욕먹을까 봐 이런 걱정도 하고.
오히려 진세정은 다른 방향으로 예상하던데.
누구 말이 맞을지는 모르겠다.
기특한 여동생의 모습에 치킨이라도 시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의왼데?”
“뭐가?”
“지금 내가 욕먹는 거 안쓰러워서 그런 거잖아.”
“응? 뭔 소리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윤희.
“나 걱정한 거 아니었냐?”
“전혀 아닌데.”
부끄러워하기는. 네가 오빠 걱정하는 게 다 느껴지는데…….
“착각도 자유셔.”
갑자기 날 보고 코웃음을 친다.
“난 내가 욕먹을까 봐 그런 거거든? 요트 사면 쥐 죽은 듯 기다릴 거야. 그사이 욕은 오빠가 다 먹겠지. 난 여론이 잠잠해지면 그때 탈 거고.”
“…….”
에라이, 그럼 그렇지.
* * *
사실 난 욕을 먹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내 앞에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게 아니면 무신경한 편이라서.
대신 눈앞에서 거슬리면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손을 쓰기는 한다.
내 욕을 했으면 내 앞에 섰을 때도 생각해야지. 그게 무서우면 욕을 안 하면 되는 거다.
하지만 윤희가 신경 쓰니 괜히 가족이 욕먹을까 고민이 됐다.
사실 상관없지만.
“오해하지 않을 걸요?”
이런 내 생각에 진세정이 우려를 불식시키듯 말했다.
“선동당할 수도 있지만 대중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집합체거든요. 그중에는 초인님의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진세정은 내가 사치와 거리가 먼 이미지도 한 몫 한다고 말했다.
“아마 초인님이 원정을 다니기 위해 구매하는 걸 제대로 알아볼 걸요?”
“에이, 설마.”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해도 그렇지 유람이나 다닐 법한 호화 요트를 구매하는데 그런 생각을 할까.
난 내 의도가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진짠데.”
이번만큼은 진세정의 말이 틀릴 거라 생각했다.
“한번 확인해 보시면 되겠죠.”
그렇게 나는 몇 대의 요트를 보러 다니고 마침내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걸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내 요트 구매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안 좋은 말이 나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반응이 흘러나왔다.
-최준호 초호화 요트 구매! 떼돈을 벌고 다른 초인들처럼 사치를 부리는 걸까?
-세계 최강이면 그럴 자격이 있지. 성공한 모습을 봐야 더 많은 사람들이 각성자의 꿈을 꿀 테니까.
-초인의 성공은 각성자들에게 큰 자극이 된다. ㅇㅈ
-ㅋㅋㅋ 여기에서 최준호가 사치 부린다고 말하는 순진한 사람 누구냐?
-천억이 넘는 요트가 호화 요트가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잖아. ㅋㅋ 최준호가 최근에 어딜 다녀온 건지 잊은 거냐?
-무슨 소리임?
-캄차카 반도를 어떻게 다녀왔겠어? 정부에서 제공한 배를 타고 갔을 거 아냐. 아직 괴담이지만 최준호가 태평문의 본거지가 있던 섬에 가서 쓸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래서 최준호는 배의 중요성을 깨달았겠지. 배만 있으면 원정을 다닐 수 있다고.
-미친, 그럼 밖으로 돌아다니려고 요트를 구매한 거라고?
-와, 나 방금 소름 돋았어. 최준호가 왜 갑자기 요트를 샀나 싶었는데 바로 이해가 됨.
-ㄹㅇ;; 즐기는 용도라고 해서 물음표 그리다가 이거 보고 무릎을 탁 침.
그때부터 네티즌의 의견은 일방적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인접국은 전부 최준호 사정권인 거 아니냐?
-가뜩이나 해양 마물 무서워서 돌아다니지도 못하는데 최준호는 진짜 겁도 없네 ㄷㄷㄷ
-아마 해양 마물이 최준호 보고 도망치지 않을까?
-ㅓㅜㅑ 중국이 전전긍긍하고 일본이 벌벌 떨겠네.
-남들은 호화 요트 산다고 욕을 먹는데 최준호는 전혀 안 믿는 게 코미디 ㄷㄷㄷ
-해적질하는 빌런들 잘못 걸리면 전부 골로 가겠다.
-해적 청정국 갓한민국!
-크크, 이걸로 중국과 일본, 러시아는 최준호 맛을 보게 될 것…!
여론은 진세정의 말대로 흘러갔다.
요트를 구매한 즉시 의도가 드러나게 되자 난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니, 보통 사치 부린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닌가?”
“사람들은 현명하죠. 초인님이 무슨 의도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동안 해 왔던 걸로 판단하거든요.”
“…….”
이거, 진세정의 말이 전부 맞아서 뭐라고 할 수도 없군.
“들켰어도 그대로 가야겠습니다.”
애초에 요트 산 게 주변을 다니기 편해서기도 하니까.
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진세정도 그게 편할 거라며 응원을 보내 줬다.
마음이 편해지는군.
근데 요트에는 미사일 장착 못 하겠지?
* * *
미사일 구매 이야기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나는 천명국에게 얼마 전 레벨 9에 도전하기로 했던 미얀마 초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저번에 이야기 됐던 우 아예 쪼가 조만간 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미얀마 초인 말이죠?”
“그렇습니다.”
“언제 옵니까?”
“사흘 뒤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우 아예 쪼는 미얀마 소수 민족 출신으로, 내전으로 얼룩져 있던 미얀마의 대통합을 이뤄 낸 영웅이라고 한다. 약소국인 미얀마의 위상을 높여 동남아시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뛰어난 사냥 성과로 세계 초능력자 연합에서도 주목하는 초인으로 선정될 정도였다.
일단 들리는 소문으로는 훌륭한 사람이로군. 아니, 완전 만화 주인공 같은데?
그 소문과 실제 인품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지 않던데. 우 아예 쪼는 어떨지 모르겠다.
“초인님?”
“예.”
내가 생각에 잠겨 있으니 천명국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걸리는 부분이라도 있으신지?”
“아뇨, 없습니다. 멀리서 온다 싶어서요. 그만큼 레벨 9라는 자리가 탐난다는 거겠죠?”
“모든 초인들의 목표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초인님과 인연을 맺으려는 의도도 있을 거구요.”
나랑 아는 사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하지만 천명국은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게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거 은근히 돌려 까는 거 아닌가.
표정에 변화가 없어서 그런 건가 싶어 그냥 넘어갔다.
“명예욕이 유별난 건 아니겠죠?”
“아무래도 동남아시아 초인은 무시당하는 일이 잦다 보니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러네요.”
차별을 하지 말자고 말하면서도 차별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세상이니까.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해야겠다.
“그나저나 용감하네요. 목숨을 걸고 레벨 9 테스트를 보겠다고 하는 걸 보면.”
“하하! …예에?”
웃으며 대답하던 천명국이 기겁한 표정으로 외쳤다. 목청 좋네.
“왜요?”
“그, 목숨을 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실력 테스트를 하는 건데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죠.”
“그런 말은 들은 적 없습니다!”
“한 적 없나요?”
“예! 없습니다!”
“당연히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나 봐요.”
레벨 9라는 게 아무나 될 수 있나. 그만한 자격이 있는 실력자가 되는 거지.
아니, 근데 대련하는데 당연히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우 아예 쪼도 목숨을 걸 각오로 오는 거겠지.
난 그럴 거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