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온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망가졌던 우 아예 쪼였지만 시기적절하게 회복제를 사용한 덕분에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었다.
본인 자체의 회복력도 뛰어났고 신성그룹 회복제의 성능도 뛰어났다. 역시 믿고 쓰는 신성그룹 제품이란 말이지. 이래서 내가 이세희에게 믿고 일을 맡기는 것이다.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회복하고 정신을 차린 우 아예 쪼는 레벨 9가 되지 못한 걸 아쉬워했지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감사의 합장을 표했다.
난 그에게 식사할 것을 권했고, 직접 실력을 발휘하여 아울보어 머리 된장전골을 만들어 줬다.
“…….”
선뜻 수저를 들지 못한 버서커와 제임스 리드가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 자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주문한 가운데 나와 우 아예 쪼는 신나게 된장전골을 퍼먹었다.
이 맛있는 걸 왜 못 먹는 거지?
아울보어 된장전골의 맛을 모르는 자,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본 거다.
그에 반해 우 아예 쪼는 된장찌개를 맛있게 잘 먹었다.
보통 먹지 못하는 사람도 많던데 마음에 든다.
흔치 않은 아울보어 된장전골 매니아로군. 이거 귀한 입맛의 소유자다.
저번 생에서 내가 우 아예 쪼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미얀마의 별, 미얀마의 희망이라 불렸지만 내가 동남아시아 상황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었고.
하지만 소문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 우 아예 쪼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웃으면서 짊어질 줄 아는 인물이었다.
여전히 이해가 되진 않지만 존중하는 마음은 있다.
“제게는 차별을 극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 아예 쪼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시선이 부담되는 건 맞으나 그들의 희망이 자신에게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것이 당신의 움직임에 제약을 가할 텐데요.”
“많이 가해집니다. 먹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굳이 그걸 자초할 필요가 있을지?”
“제가 그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희생입니다.”
“…….”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로군.
내 반응에 우 아예 쪼가 웃어 보였다.
“최준호 초인님은 이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해해 보려고 물어본 건데.”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최준호 초인님에게 실력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 아예 쪼는 쓰게 웃었다.
“저는 초인이지만 초인 중에 말석이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국의 국민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주고 싶지만 실력이 따라 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준호 초인님은 실력으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행동으로 보여 주니 입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러니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게 더 대단해 보이는데.
난 이 대단한 힘을 가지고도 미쳐 버렸던 전적이 있다.
혈종, 이 녀석은 내가 가진 힘이 만들어 낸 괴물이다. 이번 생에서는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하지만 내가 우 아예 쪼처럼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 결국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이라는 것만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레벨 9를 노린 겁니까?”
“제 부족함만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초인이 워낙 희귀한 곳이다 보니 실력이 정체되어 있긴 했다.
하지만 우 아예 쪼는 자신이 가는 길에 확신이 있었고, 조국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불사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저번 생의 내가 혈종에게 잡아먹히지 않았으면 저리 될 수 있었을까?
고민한 지 3초도 지나지 않아 포기했다. 세상 물정 모르던 내가 그런 거창한 대의를 품을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김영환처럼 부와 명예를 탐하는 것이 더 맞겠지.
멍!
나는 옆에 찰싹 달라붙은 멍멍이한테 푹 익힌 아울보어 머리를 줬다. 킁킁거리며 몇 입 먹던 멍멍이가 질린 표정으로 멀어졌다.
맛을 모르는 녀석이군.
넌 감점이다.
그건 그렇고.
생각해 보면 이런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성공해야 하는데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 올바른 예를 내가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소문을 퍼뜨려 그럴 듯한 낚시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자기만의 성과를 거둔 각성자를 강하게 만들어 줄 방법은 많다.
그 과정이 고되고 힘들어서 문제지.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철저하게 개조가 가능하다.
우 아예 쪼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제가 드리는 선물이라 생각하시길.”
위 아예 쪼가 레벨 9 테스트를 보고 부쩍 강해져서 돌아간다면? 아마 다른 초인들도 테스트를 보겠다고 접근하지 않을까?
그 중에는 빌런보다 더 악랄한 초인도 있겠지.
그럼 나는 제자리에서 그대로 빌런을 맞이하면 되는 것이다.
이거 괜찮은데?
“그런데 어떤 방식인지…….”
“조금 강한 심장 마사지입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우 아예 쪼가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우 아예 쪼에게 기프트를 개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줬다. 그는 내가 베푼 호의에 감사를 표하면서 서울에 며칠 더 머물며 버서커, 제임스 리드와 대련을 하고 미얀마로 돌아갔다.
음, 영웅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은 여러 자극을 가져다주었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동시에 난 절대 저렇게 될 수 없겠다는 그런 생각?
결론은 나는 나대로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나한테 영웅이 되라고 하는 녀석은 빌런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천명국은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며 안도했다.
뭐, 팔이 잘리긴 했지만 금방 가져다 붙였으니까.
그 외에 중국에서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이세희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군수 물자를 팔아먹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통령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물자 판매를 고려하고 있다는데, 이웃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난 옆에서 뚱한 표정을 짓는 제임스 리드가 내내 눈에 거슬렸다.
“넌 뭐가 불만이냐?”
“준호! 졸라 너무한 거 아냐?”
“뭐가?”
“난 보자마자 인정사정없이 갈궈 놓고. 우한테는 왜 저렇게 잘해 주는 건데?”
오히려 내가 황당했다. 지금 이 녀석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너랑 그 사람이랑 같냐?”
“다를 건 뭔데? 나도 완전 정의로운 초인이거든!”
“대신 잔머리를 굴리잖아.”
“…….”
“됐고, 할 말 있으면 해 봐.”
“진짜 졸라 야박해.”
어째 나보다 한국어를 더 잘 구사하는 거 같은데.
본론에 들어가니 혀를 찬 제임스 리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알려 줬다.
리그와 파티에 관련된 내용이다.
“리그와 파티가 충돌할 거야. 여기에 미국이 힘을 보태고 있고.”
그러고 보니 미국의 작전 전개 방식이 궁금해졌다.
무기에 대해 알아보니 미국이 넘사벽이던데.
졸라맨을 살살 꼬드기면 미국 무기도 살 수 있으려나?
아, 이건 안나 크리스틴한테 물어보는 게 나을지도.
“미국도 거점 발견하면 미사일 날리고 그러냐?”
“보통 군사 작전을 졸라 신속하게 진행하겠지만 리그는 달라.”
“왜?”
“12궁 일원 중 전자 기기를 해킹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어. 해킹당하면 오히려 우리 측을 공격할 수 있어서 자제하고 있어.”
그거 참 신기한 기프트로군. 기회가 되면 기프트를 복사해 봐야겠다.
“네가 볼 때 어떠냐? 성공할 거 같냐?”
머리 좋은 양반이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분명 파티가 기회를 잡았지만…….”
“잡았지만?”
“리그를 상대하는 건 졸라 어려워.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 거야.”
막심 게데스의 자신감과는 다른 이야기로군. 의외인데?
내 표정을 본 제임스 리드는 쓰게 웃었다.
“파티는 리그가 자기 휘하에 있을 때와 바뀐 게 없다 생각해. 하지만 리그는 더 이상 파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졸라 성장했어. 어려울 거야.”
“그렇단 말이지?”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응. 난 차라리 교착 상태에서 피해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어. 리그를 제압한다는 건 졸라 큰 피해를 강요받게 되었으니까.”
왜 날 빤히 바라보는 거냐? 마치 나더러 다 처리해 달라는 것처럼 보였다.
“안 해. 저리 가.”
“아까비.”
간교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로부터 며칠 뒤, 리그와 파티가 본격적으로 충돌했다.
* * *
“실패인가.”
막심 게데스는 점점 멀어지는 리그의 초인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호기롭게 시작한 전투였으나 그의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기선을 잡기 위해 동원한 자폭 드론은 12궁의 해커(Hacker)에게 모조리 격추되었다. 뒤이어 동원할 미사일 폭격과 전투기 폭격은 봉인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에 군사 지원에 큰 피해를 입은 적 있던 리그는 해커의 영입 이후, 군사 지원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결국 동원된 전력으로 부딪쳐야 하는 상황이 조성되자 막심 게데스가 앞장섰다.
이에 대응하여 블랙하운드가 나왔고 둘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누구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컬렉터 로베르토가 지원에 나서자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파티의 전력과 미국의 지원까지 더해졌지만 리그 또한 전력의 절반 이상을 소집한 상태였다.
사전에 얻은 정보와 다른 흐름이었다.
막심 게데스가 추가 전력을 요청하려고 할 때, 보좌하던 각성자가 외쳤다.
“라이언, 헬 마스터가 나타났습니다. 물러나야 합니다.”
“어디지?”
“지금 나서는 건 성급합니다. 이 순간에도 동료들이 죽고 있습니다.”
“하필…….”
같은 십대초인의 일원이지만 헬 마스터는 베일에 싸인 존재이며 그와 적대한 자는 모조리 죽음을 맞이했다고 알려졌다.
그런 만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막심 게데스는 불길이 이는 눈으로 물러나는 리그를 바라보았다.
저들이 달려들지 않는 건 전력을 보전하기 위해서지만 절호의 기회를 놓친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들었다.
한때 파티의 휘하에 있던 리그는 어느새 파티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대 세력으로 발돋움해 있었다.
무의미한 희생을 더는 만들 수 없었던 막심 게데스가 후퇴를 주문했다.
“…물러난다.”
“예!”
막심 게데스의 명령과 동시에 파티와 미국 각성자 전력이 물러났다.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현실이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력을 보전할 때였다.
막심 게데스는 이번 기습이 가능하도록 정보를 제공한 리그 내부 조력자를 언급했다.
“하인리히에게 전하도록. 더는 정체를 감출 수 없으니 우리 측으로 합류하라고.”
“알겠습니다.”
“쥐구멍 하나 잃고 12궁을 잃은 걸로 너희는 연이어 패배한 자들로 기록될 것이다.”
살기가 들끓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막심 게데스가 몸을 돌렸다.
* * *
“역부족이었나.”
천칭의 하인리히는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황을 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캄차카 반도 거점을 버린 뒤, 전열이 흐트러진 리그를 잡을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지만 여러 곳에서 전력을 끌어모은 아르고스의 판단력이 빛이 발했다.
이래서 좀 더 빠른 시기에 공격하길 원했던 것인데.
파티의 고리타분한 늙은이들이 문제였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나쁘지 않은 전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내 입지는 다져 놓았으니까.”
그동안 리그에 잠입하여 제공한 정보만 해도 충분히 대우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하인리히는 파티에 협력하게 된 순간을 떠올렸다.
리그나 파티 모두 폐쇄적이지만 신념으로 뭉친 리그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모인 파티는 성격이 달랐다.
자신의 실력만큼 부와 명예를 누리길 바라던 하인리히는 리그의 정책에 불만을 가졌다. 그래서 파티가 내민 손길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번 일로 정체가 드러나게 되었지만 파티 내에서 자리를 잡고 기득권을 누릴 수 있다면 리그의 위협쯤은 감수할 만하다.
“내 판단이 최선이라는 건 나중에 알려지겠지.”
“내가 볼 땐 최악의 선택인데?”
“……!”
“어딜 가시나.”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은 상태에서 들려온 목소리라 하인리히가 놀라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붉은 머리 청년이 장난스럽게 히죽 웃고 있었다.
저 얼굴, 알고 있다.
“우리 구면이지?”
“헬 마스터.”
리그의 삼악이자 십대초인 중 하나인 헬 마스터 션 베일리였다.
“션이라 불러. 뭘 그리 거창한 칭호로 불러 주시나.”
“분명 행방불명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래야 비밀 병기로 이렇게 등장할 수 있잖아. 함정을 파거나 배신자를 처리할 때 유용하거든. 봐 봐, 전혀 예상하지 못했잖아.”
헬 마스터의 등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그는 아르고스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존재이며, 리그의 세력 확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 자신이 있는 곳에 딱 맞춰 등장한 건지 알아야 했다.
“아르고스가 알고 있었나.”
“의심 단계였지, 아마? 누군가가 배신한다면 우리가 가장 약해진 틈을 노릴 거라 생각했거든. 넌 거기에 걸려들었고.”
싱글벙글 웃는 헬 마스터의 모습은 리그 삼악이자 십대초인의 일원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얕잡아 볼 수 있는 모습마저도 기만의 일환일 수 있다.
“마침 잘됐군.”
“뭐가?”
“내 실력을 시험해 볼 기회가 되겠어.”
평소 스스로 십대초인에 버금간다고 생각했기에 하인리히는 실력으로 이 자리를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네 목을 들고 귀환한다.”
“오! 그거 멋진데? 놀라울 정도로 나랑 생각이 똑같아.”
요란하게 몸을 푼 헬 마스터가 제 붉은 앞머리를 매만지더니 말했다.
“어디 천칭의 실력을 견식해 볼까? 덤벼.”
“…….”
하인리히는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움직이고 있었다. 천칭(Balance)이라는 이명답게 그는 완력과 포스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기프트의 소유자였다.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완급 조절로 상대를 교란하고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오! 오오! 대단한데?”
‘…이상하군.’
일방적으로 공세를 퍼붓던 하인리히는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헬 마스터라면 리그의 삼악이자 십대초인의 일원이다. 그런데 그에게서 아르고스의 완전무결함도, 블랙하운드의 존재 자체의 강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이한 위화감이 자꾸 감각을 건드리고 있었다.
하인리히는 이걸 떨쳐 내고자 서둘러 결말을 내려고 했지만 헬 마스터는 모든 공격을 유유히 피했다.
“뭐가 그리 다급해? 여긴 나밖에 없다니까? 나만 죽이면 벗어날 수 있어.”
으드득!
이를 꽉 문 하인리히의 검이 공간을 수십 갈래로 갈라 버렸다.
쩌엉!
헬 마스터의 신형이 교묘하게 안전한 공간을 찾아 점유하며 검으로 여파를 튕겨 냈다.
그 움직임이 우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실용적이지 않다. 하인리히는 자신의 검이 헬 마스터에게 닿을 듯 말 듯 한 것을 보면서 힘을 쥐어 짜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가면 헬 마스터에게 닿을 수 있다.
‘닿았다……!’
마침내 헬 마스터 앞에 검이 도달했을 때였다.
쩔그렁!
손에 쥐고 있던 검이 허망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왜……?”
의아함을 드러내던 하인리히는 자신이 무릎을 꿇고 있는 걸 깨달았다.
“내 기프트야.”
그러고 보니 헬 마스터의 기프트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대체 무엇이기에 자신이 이런 꼴이 된단 말인가?
“영업 비밀을 알려 줄 수 있나. 그냥 엄청 센 거야. 누구든 죽일 수 있는 기프트거든. 발동 조건이 좀 까다롭긴 하지만.”
장난스럽게 웃은 헬 마스터가 하인리히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동안 아르고스 눈에 들기 위해 수고 많았어. 이제 쉬어.”
“……!”
그 말과 함께 하인리히의 의식이 단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