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청와대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자리에는 평소와 달리 대통령과 천명국, 양주혁이 자리했다.
양주혁은 왜 저기 있는 거지?
새파란 신입인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입지가 높나 보다.
내가 의아함을 드러낼 시간도 없이 대통령이 먼저 자리를 권했다.
“동티모르에 일이 터진 소식, 들었나?”
“예, 들었습니다.”
“그럼…….”
“동티모르로 갈 생각입니다.”
“역시, 그럴 테지.”
대통령도 그렇고 천명국도 포기한 표정이었다. 누가 보면 내가 사고 치러 가는 줄 알겠다.
“어떻게 보면 이번 일은 초인님의 사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
“다만 사안에 타국이 얽혀 있는 만큼 저희 측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괜찮으신지?”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나 혼자 수습하면 되는데 굳이 도움을 줄 것까지야.
나야 감사한 일이다.
흔쾌히 수락하니 대통령도 한시름 놓은 표정을 지었다.
“주혁 군.”
“예, 대통령님.”
“현재 조사한 내용을 말해 주겠나?”
“예.”
양주혁의 역할이 발표용이었나 보다.
미리 준비해 놓은 자료를 가지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내게 고개를 숙인 뒤 동티모르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지 휴민트를 동원하여 조사한 결과 그동안 견제 체제가 이루어지던 대통령, 총리, 초인 이 세력 구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총리, 초인과 힘을 합쳐 대통령이 사임하도록 압박하고 있으며…….”
“…….”
내용이야 어떻든 결국 빅토르 카르발류가 죽일 놈이란 거고.
난 브리핑하는 양주혁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너클로운이라 불리던 빌런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기 재능에 취해서 호월길드 마스터인 아버지를 믿고 제멋대로 날뛰던 녀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고 지금은 청와대 핵심 자리에 들어와 있다.
이걸 보면 사람의 운명이란 것이 알다가도 모를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본래 계속 빌런 활동을 하고 있어야 할 버서커가 명예 회복을 하고 빌런이 되었어야 할 양주혁이 번듯한 공무원이 되어 있고.
내가 사람을 만든 거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좀 흐뭇하군.
하긴, 가장 강하게 적용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겠지.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양주혁의 설명이 끝나 갔다.
“…따라서 빅토르 카르발류가 자기 힘을 동원하여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의도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딴생각을 했지만 들을 건 다 들었다.
동티모르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정계 깊숙이 파고들어 조사할 수 없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빅토르 카르발류는 기프트 개방의 가능성을 엿보고 훈련 성과가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아무래도 자의식 과잉에 빠졌나 보다.
그 결과 정치에 본격적인 간섭을 하게 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되었다고.
현재 대통령과 총리가 저항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국회를 해산하고 자신이 주도하여 선거를 다시 열 계획이라고 한다.
완전히 자기가 장악할 생각이로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제거할 생각입니다.”
“그럼 동티모르에 초인 전력이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엄연히 말해 자기 멋대로 군 빅토르 카르발류의 탓이지 내 잘못이 아니다.
무엇보다 힘을 악용하는 초인의 존재는 유해 8단계 마물보다 더 해롭다.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 놓아야 계약서에 사인한 초인들이 조심하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군.”
일벌백계의 상황인 셈이다.
이런다고 해도 부패할 녀석들은 더 부패하겠지만 보는 눈을 조심하는 효과라도 충분하다.
내가 동티모르까지 간다는 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어서.
머리가 좀 돌아가는 녀석은 열 개를 갖고 목숨의 위협을 느끼느니 서너 개 갖고 마음 편한 걸 선택할 것이다.
대통령도 수긍하는 기색이다.
“그럼 믿고 맡기겠네.”
“예.”
“그리고 주혁 군의 보고가 어땠나?”
“쓸 만하네요.”
“그렇지?”
양주혁을 키워 줄 생각인가? 아카데미에서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긴 했지만 원래 빌런이었던 녀석이라 주의를 해야 할 텐데. 내가 눈여겨 봐 둬야겠다.
“앞으로 중요한 일을 종종 맡길 생각이라. 그럼 우리는 식사나 하지.”
내가 대통령을 따라 자리를 이동할 때, 천명국이 양주혁을 데리고 가는 게 보였다.
* * *
천명국은 최준호가 저지르는 사건 사고에 이골이 나 있었다.
그래서 말로는 그만두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이건 사실 진심이 200% 담겨 있었다.
엊그제, 정주호가 국가전선방위청장 자리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공직에 미련을 두지 않고 있었고, 적당한 시기가 오면 그만둘 거라 했다.
평양을 훌륭하게 안정시키고 정부 영향력 하에 둔 지금, 정주호의 가치는 절정에 달해 있었다. 동시에 박수 받으면서 떠날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정주호는 권력에 더 발을 들이는 것보다 떠나는 걸 선택했다.
천명국은 정주호가 미치도록 부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따라서 그만두고 싶기도 했고, 왜 자기만 두고 혼자 떠나냐고 소리도 치고 싶었다.
하지만 말릴 수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휑하게 빈 그의 머리 때문이었다. 그걸 보면서 행운을 빌어 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문제는 자신이다.
그만두더라도 일을 맡아 줄 사람이 없다.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고 자신도 사라지면 최준호를 제어할 최소한의 수단마저 사라진다.
그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래서 천명국은 뒤를 맡길 인재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양주혁이었다.
최준호를 추종하며 최준호를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젊은 재능.
그를 향한 천명국의 눈에 기대감이 서렸다.
“양 사무관.”
“예! 실장님.”
“최준호 초인을 대하는 건 어땠나?”
“전 좋았습니다. 평소에 가장 본받고 싶었던 초인이십니다.”
“최준호 초인, 훌륭하지. 독보적으로 강한 무위를 보유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앞으로 최준호 초인을 전담해 보는 건 어떤가?”
“제가 말입니까?”
양주혁의 눈이 커졌다. 좋아하는 그를 보며 천명국은 양심이 찔리는 걸 느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사지로 밀어 넣는 걸 좋아하다니. 하지만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를 때 낚아 놔야 한다.
“되고말고.”
“그럼 하겠습니다. 시켜 주십시오.”
“좋아, 잘해 보자고, 슈퍼에이스.”
“예? 그건 좀 과합니다.”
“반드시 해낼 거라 생각하니 부르는 거야. 해낼 수 있지?”
“예!”
패기 넘치는 대답에 천명국은 양주혁의 양어깨를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럭무럭 자라서 최준호를 감당할 수 있기를.
자신의 은퇴를 위해 천명국은 간절히 염원했다.
* * *
“이번 원정에 양주혁 사무관을 동행시키는 게 어떻습니까?”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에 난 의아함을 느꼈다.
“굳이 말입니까?”
“양 사무관이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할 것입니다. 초인님 입장에서 양 사무관이 대하기 편할 테니 동행시키시지요.”
“흠.”
난 양주혁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얼굴에 어떤 종류의 기대감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는데 저걸 데리고 가는 게 맞나 싶었다.
정부가 도와주기로 했으니 심부름꾼으로 데려가는 게 낫겠지?
“알겠습니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왠지 감시꾼을 옆에 붙여 두고 있는 거 같은데.
뭐, 아직 빌런물이 덜 빠졌을 수도 있으니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럼 이동 수단은 비행기로…….”
“아, 중간에 들를 곳이 있어서. 브루나이까지 요트를 타고 갈까 합니다.”
“요트를 말입니까?”
“예.”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가는 길에 한번 확인을 해 보고 싶었다.
“중요한 일인가?”
가만히 듣고 있던 대통령이 물었다.
“확인이 필요한 일입니다.”
“알겠네, 그렇게만 알고 있지.”
대통령의 수락에 일을 진행하기 한결 편해졌다.
오랜만에 확인해 볼 수 있겠군.
* * *
브루나이로 향하는 과정에서 나는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예전에 방문한 적 있던 장우위안의 태평문이다.
당시에 해적의 배를 빼앗아서 향했던 터라 이곳의 위치가 정확하게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남궁기가 탄 배를 탈취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위치를 알게 되었고, 이곳이 대만과 필리핀 루손 섬 사이에 위치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곳을 다시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태평문도들을 처리하면서 그 과정에서 본거지를 그대로 놔둬서다.
건물들을 놔뒀으니 당연히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시설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테고, 이걸 이용하려는 이들은 얼마든지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것이 내가 발전한 증거겠지.
예전이라면 싹 다 죽인 걸로 더 신경 쓰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미사일 맛을 본 뒤 기반 시설까지 염두에 둘 수 있게 되었다.
뒤처리를 보다 확실하게 하게 된 셈이다.
“흠, 역시.”
요트를 몰고 목적지 근처에 도착한 나는 섬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배를 잠시 멈춰 두고 다녀오니 해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남궁기가 죽으면서 중국 정부가 이 섬을 점령한 줄 알았더니 섬이고, 관리하기 어려운 이유로 다시 버려두었나 보다.
“해적들이 활개 치면 엄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니까.”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면 그건 바로잡아야겠지.
내가 선택한 건 저 기지를 날려 버리는 것이다.
나로 인해 텅 빈 곳이 되었는데 해적들이 자리를 잡고 주변에 피해를 끼친다면 그것대로 몹쓸 일이지. 내 선에서 확실하게 처리하는 게 낫다.
음, 그러고 보니 대통령이 미사일을 쏠 때 세 번은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세 번 생각해 봤다. 그리고 결정을 했다.
저 섬을 날려 버려야겠다.
요트로 다시 돌아온 나는 양주혁을 보며 말했다.
“청와대에 연락해.”
“예! 뭐라고 전달할까요?”
씩씩한 대답에 난 저 앞에 있는 섬을 가리켰다.
“저 섬, 미사일로 날려 버려.”
“네! 네……?”
무심코 대답하던 양주혁이 놀란 표정으로 날 본다.
“뭘 그리 놀라냐?”
“저, 저기는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로 나오는데요.”
“해적섬이다. 해적들이 저길 본거지로 삼아서 여기저기 무고한 사람들 피해를 입히고 있는 거지.”
“그, 그렇군요. 근데 왜 갑자기 미사일을…….”
“해적을 봤으면 없애 버리는 게 맞지 않냐?”
“아! 해적을 보고 정의감을 불태우고 계신 거로군요!”
얘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하지만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데 아니라고 말하기도 그랬다.
뭐, 그런 걸로 하자.
“지나칠 수 없지. 청와대에 내 미사일을 발사해 달라고 하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망설임이 없어서 좋군.
양주혁이 전화를 걸고 큰 목소리로 이것저것 소리치더니 잠시 후,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게 전화를 건네 왔다.
“천 실장님이십니다.”
건너편에서 다 죽어 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준호 초인님, 양 사무관의 말이 사실입니까?
“예.”
-왜 하필 저곳에…….
“태평문이 있던 곳입니다. 증거를 완전히 지우고 싶네요.”
-신중을 기할 수 없습니까?
“이럴 때를 위해 구매한 건데요.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시원하게 발사해 주시길 바랍니다.”
-초인님을 걱정한 것이… 후우! 알겠습니다.
난 다시 양주혁에게 위성 전화를 건네준 뒤, 미사일이 발사될 때를 기다렸다.
위하오가 날린 미사일도 괜찮았지만 내가 구매한 게 더 강력하다던데 어떨지 궁금했다.
“초인님, 미사일이 발사되었다고 합니다.”
“그래.”
아주 비싸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지겠군.
잠시 후, 찢어지는 파공음과 함께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섬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미사일의 위력은 강렬했다. 성능 하나는 확실하군.
한때 태평문의 본거지였던 섬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초토화된 저기를 다시 기지로 삼으려면 잔해를 치우고 처음부터 새롭게 기지를 지어야겠지.
모조리 불타게 불은 안 끌 거다.
난 누리를 뽑아 들고 멍하니 지켜보는 양주혁에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살아남은 놈들 처리하고 올 테니까.”
* * *
양주혁에게 최준호는 영웅이었다.
알량한 재능을 믿고 나대던 자신을 정신 차리게 도와주었으며, 손수 지도를 해 주어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세상은 넓고 강자는 무수히 많은 걸 알게 된 양주혁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곳으로 향하는 것은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것을 향한 설렘이었다.
자신도 최준호처럼 되고 싶었다. 그처럼 완전무결한 초인이 되어 종횡무진 세상을 누비고 싶었다.
그래서 최준호를 옆에서 보좌하고자 했다. 그걸 알아본 천명국의 배려로 동티모르 원정에 따라오게 되었다.
그 와중에 해적 기지로 보이는 곳에 미사일을 쏘는 건 충격이었다.
‘미사일로 본거지를 날려 버리다니.’
최준호다운 과감한 판단이고 실행력이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아니, 못 했을 거다. 이제 사회에 막 나온 양주혁은 세상 물정 모르고 배울 것 많은 애송이였다.
그래서 최준호가 행동하는 걸 눈에 새겨 넣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자신도 최준호 같은 위대한 초인이 된다면 그 발자취를 좇고 싶었다.
“초인님, 차라리 불을 지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앞으로 작전 수행을 하려면 군사 지원도 필요하지. 미사일 위력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어.”
“그, 그런가요.”
고작 ‘확인’을 위해 그 비싼 미사일을 발포하다니.
저런 배포는 자신이 따를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 양주혁은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자신도 언제고 초인이 되고 돈에 구애받지 않게 된다면 최준호만큼, 최준호보다 더 확실한 방법으로 빌런을 제거하고 싶었다.
“기다리고 있어.”
“어디로 가십니까?”
“남은 놈들 다 치워야지.”
“저, 저도 돕겠습니다.”
그 말에 최준호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서늘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마음은 높이 사지만 여기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저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불만이면 실력을 더 길러.”
“…예.”
그 대답을 들은 최준호가 허공을 밟고 올라가며 사라졌다. 그리고 섬을 벗어나려는 배를 향해 칼을 휘두르자 푸른 포스 블레이드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산산조각이 났다.
저렇게 처리하는데 자신이 도울 수 있을 리 없다. 그저 자리를 지키고만 있을 뿐.
“…….”
스스로에게 무력감을 느꼈다. 조금은 쓸모가 있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최준호를 보고 있으면 자신은 한낱 미물에 불과한 거 같았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비명이 자신이 지르는 것처럼 무력하게 느껴졌다.
자신에게는 한낱 감상이지만 저들에게는 지옥이겠지.
바다를 해적의 피로 붉게 물들인 최준호가 요트에 돌아왔을 때는 산책을 다녀온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 처리했다. 가자.”
“예.”
둘은 요트를 몰고 브루나이로 향했다. 희끗하게 사라지는 저 섬에 미사일을 날리고 조금 전만 해도 가득했던 해적들을 모조리 쓸어 버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브루나이로 향하는 항해에서 양주혁이 부여받은 임무가 하나 있다.
바로 브루나이와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석유를 수입할 수 있을지 여부를 탐색하는 것이다.
마물의 코어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건 세계 물류가 끊겨서 그럴 뿐, 석유는 여전히 가장 선호받는 에너지원이다.
최준호가 브루나이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는 거라면 정부 입장에서 큰 기회라 생각했지만…….
“…이건 못 해.”
브루나이에 도착했을 무렵, 양주혁은 자포자기에 이르러 있었다.
말 그대로 무조건 직진이었다.
그렇게 되면 해양 마물이 습격해 오는 건 당연한 수순.
그때마다 최준호는 바다로 뛰어들어 마물의 머리를 잘라 왔다.
이 항로로 유조선을 보내라고?
절대 무리였다.
* * *
브루나이에 도착할 때까지 적잖은 마물의 습격을 받았다.
[너, 이러다 큰일 날걸.]“왜?”
[어, 그게 그러니까…….]난 문득 태평문을 지워 버리고 돌아올 때 마물을 사냥했던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면 그때와 지금이 비슷했다.
“이 근처에 네 친구가 있냐?”
[아, 아니?]어설프게 연기를 해 봤자 용용이 수준이다.
이 근처에 있었군.
바닷속에 사는 신수는 어떤 존재일까.
“시간 나면 한번 찾아오라고 해.”
[미쳤어?]“싫음 말든가.”
그래도 근처까지 왔으니 한번 보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난 용용이가 깊은 고민에 빠진 걸 보면서 브루나이에서 마중 나온 압둘 아르케와 조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