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요트를 정박하고 나니 날 맞이한 건 브루나이 왕실 근위대장이자 유일한 초인인 압둘 아르케였다.
“브루나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형제여.”
“이렇게 일찍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것이 이웃 국가에서 벌어질 줄 몰랐지만.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브루나이의 조력에 감사 인사드립니다.”
날 다시 보게 되는 게 좋은 의미일 수 없다는 걸 압둘 아르케도 알고 있었나 보다.
이번 빅토르 카르발류의 정보도 브루나이의 이야기가 상당한 도움이 되었지.
기이할 정도로 내게 호의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하긴 했다.
다른 생각이 있어 보이진 않는데 말이지. 이야기를 들어 보면 속내가 밝혀질 것이다.
우선 일부터 처리하고.
“바로 동티모르로 가려고 합니다.”
“약속대로 비행기는 준비해 두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 하루 쉬고 내일 출발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음.”
“형제에게 드릴 정보도 있으니 호의를 받으시지요.”
압둘 아르케는 동티모르에 대한 추가 정보와 내게 줄 선물이 있다고 말했다.
옆에서 양주혁이 간절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하긴, 일을 빨리 처리하려는 나와 다르게 녀석은 적잖이 지친 상태니까.
준다는 선물을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나와 양주혁은 압둘 아르케의 안내에 따라 근처에 준비된 저택으로 이동했다.
제법 긴 항해로 지친 양주혁은 쉬러 가고, 나는 압둘 아르케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우선 이번 동티모르 상황에 대해 우려를 드러낸 건 본국의 상황과 연관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말씀하십시오.”
압둘 아르케가 말하길, 브루나이와 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의 소국으로 대국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긴밀한 협력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브루나이는 말레이시아에,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에 얽혀 있었다.
그나마 말레이시아는 초인 라시드가 사리에 밝은 인물이라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이 가능한데 반해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는 그렇지 않단다.
특히 빅토르 카르발류는 과거 인도네시아 각성자를 여럿 죽인 전적이 있었기에 긴장도가 높았다.
그것을 인도네시아의 욕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동티모르 측이 명분을 쥘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카르발류는 욕심이 굉장히 많은 자입니다.”
“초인에게 욕심은 긍정적인 것입니다.”
“문제는 자기 주제를 뛰어넘는 욕심에 대한 것입니다.”
최근 들어 자기 한계를 느낀 빅토르 카르발류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욕심을 휘두르기 시작했단다.
압둘 아르케는 그 원인으로 나와의 만남을 거론했다.
먼저 날 만난 빅토르 카르발류는 단기간 성과를 맛보게 되면서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권력을 강화시켜 나갔다고 한다.
“카르발류는 초인님이 이곳까지 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처음부터 갈 생각이었는데요.”
“보통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이상하단 말이지. 난 갈 의향이 있는데 왜 자기들 멋대로 생각하는 거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압둘 아르케는 빅토르 카르발류가 이렇게 행동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한다.
“저는 그것이 리그 아니면 파티와 관련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리그는 그렇다 치고 파티가?”
“그들은 폐쇄적이었던 오랜 정책을 깨고 현지에서 파트너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게도 그 제안이 왔으니 빅토르에게도 제안이 갔을 겁니다.”
“그걸 받았다는 거로군요.”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입니다.”
그래 봤자 결국 현지 파트너 수준이다. 하지만 변두리 초인이라면 끌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대가가 자기 목숨인 줄도 모르고.
동티모르에 가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다.
빅토르 카르발류에 대한 정보는 거기까지.
난 다음 내용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이번에 브루나이가 얻는 이익은 뭡니까?”
“저희는 동티모르가 건강한 국가가 되길 바랍니다. 빅토르가 정신을 차린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다른 방향으로 관계를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동티모르 대통령은 오랫동안 국가 체질 개선을 위해 힘써 왔으며, 빅토르 카르발류가 아닌 그를 위해서라도 이번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상당히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이로군. 빅토르 카르발류와 대척점에 서 있으니 나와 만날 일이 종종 있을 거다.
어쩌다 보니 브루나이에서 의뢰하는 느낌처럼 되었지만, 상관없겠지.
“알겠습니다.”
저마다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법이니까.
난 빅토르 카르발류를 치워서 브루나이가 얻게 될 이익을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저 계약 위반한 녀석만 치워 버릴 뿐.
“가만히 앉아 이익을 취할 생각이 없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닙니다. 이익을 보는 입장에서 뭐든 확실한 게 좋습니다.”
“그 말은?”
“본국은 앞으로 구축될 형제의 질서에 관심이 많습니다.”
압둘 아르케는 확신을 담아 날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가 개편될 거라 얘기했다.
내가 새로운 질서라고?
“형제의 존재는 이미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할지는 형제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긍정적인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 * *
“그럼 일을 마치면 다시 뵙겠습니다.”
용건을 마친 압둘 아르케가 자리를 벗어났다. 브루나이의 의도는 명백했다. 새로 구축될 질서에 일찌감치 자리를 선점해서 최대한 이익을 누리는 것. 재빠른 판단이고 행동력이다.
그것보다.
난 압둘 아르케가 얘기했던 내용 중 스치듯 나왔던 ‘말라카의 전설’이 거슬렸다.
절대 의중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이 전설의 존재는 동남아시아 모든 국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하는데 여기 오기까지 용용이가 보여 준 태도와 ‘친구’의 애완동물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점에서 떠오르는 게 있었다.
난 옆에서 얼쩡거리던 용용이한테 물었다.
“이 근처에 네가 말했던 친구가 살고 있냐?”
[어? 어떻게.]“쟤들이 말하는 전설이면 둘 중 하나잖아. 마물 아니면 신수. 둘 중 하나면 신수가 더 유력해 보이는데.”
[…맞아.]용용이는 눈알을 굴리다가 인정했다. 받아들이기 힘든 기색이 역력해 보였는데, 그동안 봐 온 걸로 판단해 보자면 나와 ‘친구’가 만나는 걸 반기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만나 볼까?”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 우선 일 처리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왜 말을 돌리려고 하냐?”
[그런 게 아니고, 그거야! 걔 성격이 굉장히 고약하거든. 오히려 분쟁에 휘말릴 거야. 너만 피곤해지고.]계속 내세우던 말이 저거긴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만나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동안 본 신수가 용용이 하나다 보니 신수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 특정하는 것도 좋아 보였다.
“그래도 한번 보고 싶다면?”
[진짜 싸우려는 거야?]“대화할 거야.”
[그 말을 믿으라고?]안 믿으면 어쩔 건데?
용용이가 수상하게 내빼는 모습을 보일수록 내 마음에 확신이 생겼다.
“근처에 가서 만나고 싶다고 전해 봐.”
[…….]“어차피 그 녀석은 본거지니 괜찮지 않겠어?”
[알았어.]용용이는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수긍했다. 드디어 마물을 애완동물로 부리던 신수를 보게 되겠군.
친구를 부르러 용용이는 떠났고, 나는 양주혁과 다음 날 아침 일찍 동티모르로 향했다.
요트도 좋지만 역시 이동에는 비행기가 최고였다.
비행 마물의 영역을 피해 빙빙 돌아 동티모르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현지에 거주중인 주민이자 휴민트 역할을 한 40대 초반의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이우민이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을 대한민국 국정원 해외 파트에 소속된 차장이라고 밝혔다.
동티모르에도 정보원이 있고, 신기하다 싶었다.
“현재 빅토르 카르발류는 총리와 협력하여 대통령을 압박하는 중입니다.”
“총리가 허수아비가 아니었나 봅니다.”
“예. 총리가 강권에 못 이겨 움직이는 걸로 나오지만 내부적으로는 빅토르 카르발류와 결탁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우민이 내민 것은 빅토르 카르발류와 동티모르 총리의 관계도였다.
피로 맺어진 사이가 아니지만 빅토르 카르발류의 오랜 친구의 부인의 큰아버지가 현 총리라고 한다.
그거 남 아닌가?
양주혁도 같은 생각인지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정도면 남 아닙니까?”
“빅토르 카르발류도 그걸 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총리는 전략적으로 끌려가는 모양새를 취하여 국회 권력을 차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 대통령을 사임시키고 입맛에 맞는 인물을 올려 국가 권력 전체를 손에 넣겠다는 것이 빅토르 카르발류의 목표라고 했다.
여기에 리그 혹은 파티가 관련되어 있단 말이지?
아무래도 국정원 파트에서는 거기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거 같다.
아니면 압둘 아르케의 가정이 과했던 걸 수도.
우선 생각을 접어 두고 현지에서 파악해 둔 정보부터 듣기로 했다.
“동티모르 대통령은 어떤 인물입니까?”
“상당히 괜찮은 인물입니다. 굳이 비교하면 현 대통령님을 많이 닮으셨습니다.”
“그럼 괜찮은 사람이겠네요.”
“…….”
이우민이 잠시 황당한 시선으로 날 보다가 동티모르 대통령인 아메리쿠에 대해 설명했다.
빌런과 각성자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던 시기, 스스로 무장하여 빌런 체포 운동을 일으킨 각성자 출신이라고 한다.
훌륭한 마음가짐을 가진 양반이로군.
인구가 적은 동티모르로서는 교육이 최고라고 선언하면서 전 국민을 각성자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육성 시스템을 갖췄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 가장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벤치마킹하여 여러 정책을 따라하고 있다고 하는데, 소기의 성과가 나오고 있어 지지율도 높단다.
이야기만 들어 보면 괜찮은 인물 같기는 한데.
“국정원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습니까?”
“아메리쿠 대통령이 자국에 우호적인 만큼 현재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어떤 생각이신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이우민이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그에 시선을 두자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명국 실장님께서 초인님이 행동에 옮기기 전 체크부터 하라고 하셔서,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지시 사항이라면 어쩔 수 없죠.”
하여간에 천명국의 호들갑은 알아줘야 한다.
누가 보면 내가 다짜고짜 사고나 치는 사람인 줄 알지 않겠는가.
난 생각 정리를 마친 것에 대해 털어놓았다.
“총리와 빅토르의 목을 꺾어 놓으면 상황을 쉽게 끝낼 거 같은데, 대통령도 무관할까 싶어서 말입니다.”
“아메리쿠 대통령도 말입니까? 아닐 겁니다.”
이우민은 부인했지만 난 한번 확인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빌런이란 녀석들이 워낙 상상을 뛰어넘는 짓을 많이 해서 말이지.
“어차피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일 테니 얘기해 보고 결정하죠.”
“…알겠습니다.”
* * *
동티모르 대통령궁의 경계는 제법 삼엄했지만 일국의 대통령을 지키는 곳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허술했다.
오히려 신성그룹 이영문 회장 저택을 잠입하는 게 더 까다롭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근데 경비를 선 녀석들은 대통령을 지키기보다 감시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사이가 안 좋다더니 사실인 듯하군.
방 안에 들어가니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잠들어 있었다. 그가 바로 동티모르 대통령 아메리쿠였다.
대화를 나눌 요량으로 깨우려 가까이 다가갈 때였다.
잠이 들어 있는 줄 알았던 아메리쿠는 눈을 뜨더니 반사적으로 박차고 접근하여 단검을 찔러 왔다.
대통령이라더니 기습 하나는 일품이었다.
콰드득!
“윽!”
반사적으로 손목을 낚아채 부러뜨렸다. 일어났으면 가만히 얘기나 나눌 것이지 왜 달려들어서는 부상을 자초하는 건지, 쯧쯧.
대통령 손에서 뺏어 든 단검은 헌터 킬러로 만들어진 거였다.
위험한 물건까지 갖고 있군.
내가 더 손을 쓰지 않자 아메리쿠는 뒤로 물러나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날 죽이러 온 사람인가?”
“영어로 말해.”
“날 죽이러 온 건가. 카르발류가 보냈나?”
“아니.”
난 고개를 젓고 손님맞이용 의자에 앉았다. 맞은편 자리를 권하자 손목을 감싸 쥔 아메리쿠가 엉거주춤 다가왔다. 그러다 어둠에 적응됐는지 내 얼굴을 알아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헤드 브레이커?”
“맞습니다.”
“어떻게 이곳에…….”
“그 전에 손이나 주시죠.”
난 아메리쿠의 부러진 손목을 낚아채다시피 하여 회복제를 부어 주었다.
“으음.”
회복되어 가는 통증에 낮은 신음을 흘리는 가운데, 시선은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확실히, 아메리쿠의 반응을 보면 빅토르 카르발류도 내가 여기까지 올 줄 몰랐겠다 싶었다.
그러니 죽을 짓을 하고 있는 거겠지.
“빅토르 카르발류가 쓸데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통령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힘을 남용하면 저승사자가 올 거라더니 그게 사실이었나.”
탄식하듯 중얼거린 아메리쿠는 현재 동티모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모든 것은 빅토르 카르발류의 변심에서 시작되었다. 주범이 그인 것처럼 표현되어 있으나 총리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다 듣고 난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빅토르 카르발류와 총리만 사라지면 되는 문제네요.”
“…그렇지만.”
“그럼 둘을 처리하죠.”
“자, 잠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아메리쿠가 날 붙잡았다.
“총리는 제 손에 맡겨 줄 수 있겠습니까?”
“귀찮지 않습니까?”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결말을 내야 합니다. 제게 맡겨 주시길.”
“알겠습니다. 그리고 빅토르 카르발류가 죽으면 동티모르에 초인이 없게 됩니다.”
“그런 녀석은 차라리 사라지는 게 낫습니다. 오히려 녀석이 사라지면 더 단단하게 뭉쳐 더 높은 수준에 올라설 수 있을 겁니다.”
이 정도 각오라면 알아서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나도 녀석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사라지고.
“알겠습니다. 처리하고 다시 찾아오죠.”
난 빅토르 카르발류의 거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빅토르 카르발류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동남아시아, 그곳에서 소국인 동티모르는 세계의 변방 중 변방으로 불렸다.
동티모르에서 왕처럼 군림하고 있지만 외국으로 나갈 때마다 자신을 향한 시선을 잊지 않고 있었다.
언제고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실력을 기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을 때, 기회가 생겼다.
헤드 브레이커로 유명한 최준호가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고 초인들의 실력을 ‘봐 주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힘을 갈망하던 빅토르 카르발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늘 밖 하늘의 존재를 보게 되었다.
압도적인 실력이었다. 동시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실력으로 왜 남 좋은 일을 하는 거지?
사전에 계약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빅토르 카르발류는 걱정하지 않았다.
아무 이익이 없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먼 이곳까지 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종이 쪼가리에 겁먹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나? 흐흐!”
아직 경험 부족한 애송이의 참혹한 실패로 기억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으로 하여금 행동에 옮기게 한 ‘파티’의 제안이 매력적이었다.
“놈들은 날 허수아비로 생각하겠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힘만 있으면 모든 걸 얻을 수 있어.”
실력이 모든 걸 결정하는 시대였다.
최준호도 그 실력 하나만으로 파티가 이뤄 놓은 세상의 질서에 반기를 들어도 찬사를 받고 있지 않은가.
힘을 갖게 되면 자신이 그걸 못 할 일이 없다.
우선 그럴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 최선이다.
빅토르 카르발류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각성자에게 필요한 모든 걸 수중에 넣을 생각이었다. 그중에는 불법적인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메리쿠, 그 독한 양반만 아니었으면 더 빨라졌을 것을.”
그런 와중에 정도를 걷겠다며 사사건건 방해하는 아메리쿠는 훼방꾼이었다.
어느새 눈에 거슬리는 아메리쿠를 치워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을 정도다.
이를 함께 처리할 파트너로 총리를 선택했다. 정계에서 굴러먹던 그라면 대통령을 상대할 수 있겠지. 총리 녀석은 자신을 휘두르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빅토르 카르발류는 다르다.
수가 틀리면 최준호처럼 행동하면 된다. 힘을 가진 자가 위정자의 비리를 포착하면 목을 비틀어도 용서받는 시대가 되었다.
최준호가 만든 선례였고, 질서였다. 자신에게 필요한 거라면 기꺼이 취할 생각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동티모르를 완전히 수중에 넣고 기프트 개방을 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한다.
빅토르 카르발류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 거라 의심하지 않았다.
“그게 끝이냐?”
“뭐?”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던 빅토르 카르발류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충격을 느꼈다.
그곳에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최준호가 앉아 있었다.
“자세히 말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