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쯧쯧.”
놀란 빅토르 카르발류의 얼굴을 보며 난 혀를 찼다. 전형적인 ‘네가 직접 올 줄 몰랐는데?’ 하는 표정이었다.
주제를 모르고 나대는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하는 착각이 존재한다.
바로 자기 멋대로 재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 정도면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납득한다. 당연히 움직이는 내가 볼 땐 죽어 마땅한 짓이다.
그나저나.
녀석이 지껄이는 혼잣말에서 제법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파티에서 했다는 제안도 들어보면 별거 없던데.
딱 봐도 전형적인 혼자 과대망상 해서 행동에 옮긴 것처럼 보였다.
일단 더 들어 보자.
“계속 얘기해 봐, 재밌는 말 많이 하던데.”
“…….”
“말 안 하려고? 그럼 방금 말한 게 유언의 끝인가.”
“자, 잠깐.”
빅토르 카르발류는 손을 들었다.
“대체 왜 이곳에 찾아온 거요? 난 계약서에 쓴 내용 중 어떤 것도 위반한 적 없는데.”
“위반한 적이 없어?”
“그렇소.”
“총리랑 이 나라 털어먹으려고 한 게 위반한 적 없다고?”
“최근 총리와 식사 자리를 가진 적 있지만 으레 있는 일이오. 대통령과도 식사 자리를 가졌었고.”
얘는 방금 자기가 중얼거린 건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총리도 꼭두각시로 삼고 강해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지껄여 놓고서는.
“대통령 사임 압박한 건?”
“난 그런 적 없소. 대통령이 스스로 압박을 느낀 거라면 모를까, 나와 무관하오.”
빅토르 카르발류가 결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래, 직감이 없었으면 한 번쯤 혹할 수도 있었을 거다.
그것은 녀석이 스스로에게 몰입하고 있다는 의미겠지.
놈에게 불행이라면 저번 생에 녀석과 같은 초인들을 꽤 많이 봐 왔다는 것이다. 증거가 없고, 직접 말하지 않은 걸로 자신이 결백할 거라 믿는 얼간이들 말이다.
무엇보다 난 녀석이 중얼거린 걸 다 들었고 말이다.
자기는 빌런보다 더한 짓을 저질러 놓고 왜 법과 규칙의 보호를 받으려는 건지 모르겠다.
“착각하나 본데, 여긴 법정이 아니야. 난 네 진술을 들어 줄 생각 없어. 내가 내민 계약서에 사인하고 어긴 이상 넌 끝났어.”
“…….”
“더 할 말은?”
“죽어!”
그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빅토르 카르발류가 내게 기습을 해 왔다. 손에는 어느새 단검이 들려 있었는데, 내 눈을 피해서 꾸물거리더니 저걸 손에 쥐기 위한 행동이었나 보다.
아메리쿠도 그렇고 여기 있는 녀석들은 단검을 좋아하는군.
궁지에 몰린 녀석이 하는 발악은 어차피 뻔해서, 난 바로 손을 낚아채고 기뢰를 퍼부어 주었다.
“크아악!”
녀석이 포스를 밀어 넣어 기뢰가 날뛰는 걸 막았지만 거기에 신경이 쏠려 반대 팔인 왼쪽이 내 손에 부러지고, 기뢰가 파고든 오른팔도 산산조각 났다.
실력이 는 거 맞나? 오히려 별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데. 실망이군.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는 녀석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주고 양어깨를 으스러뜨린 뒤 발목, 종아리, 정강이, 허벅지 뼈를 차근차근 부숴 버렸다.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 다니는 모습이 딱 녀석에게 어울렸다.
굳이 브레인 워싱을 사용할 생각도 없었다. 워낙 자기가 한 짓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 있어서.
진짜 내가 이곳까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나 보다.
“평소에 저지른 일들이 있으니 억울하진 않을 거야. 네 죽음으로 다른 녀석들이 활개 치더라도 눈치를 보게 된다고 생각해라. 마지막 가는 길에 좋은 일 하는 거지.”
“사, 살려 주…….”
“싫어.”
콰드득!
빅토르 카르발류의 목을 밟아 부러뜨린 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런 음험한 녀석들은 대개 자기 방에 뭔가를 숨겨 두던데.
직감을 활성화해서 살피자 방구석에 마련된 작은 공간 안에 금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져가서 안에 뭐가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그대로 금고를 들고 안가로 돌아온 나는 양주혁과 이우민을 불렀다.
아메리쿠 만나고 빅토르 카르발류까지 처리했다고 밝히자 이우민이 질린 표정을 지었고, 양주혁은 눈을 반짝였다.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별거 아냐.”
“아닙니다. 초인님이 아니고서 누가 이렇게 완벽히 일 처리를 하겠습니까!”
“그런가?”
“예.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 걸로 하고, 이거나 보자.”
지나친 찬양 분위기가 신경 쓰였는지 이우민이 끼어들었다.
“초인님, 그건?”
“빅토르 방 안에 있던 물건입니다.”
금고를 여는 기술은 없어서 난 그대로 문을 뜯어냈다. 안에는 작은 귀금속류와 서류가 나왔다. 귀금속은 대통령에게 돌려주고, 서류를 살펴야 하는데… 포르투갈어로 되어 있었다.
난 읽을 수 없었지만 이우민은 가능했다. 빠르게 서류 내용을 읽던 그의 몸이 흥분으로 떨렸다.
“이거 대박입니다.”
“뭔데 그럽니까?”
“인명록입니다! 빅토르 카르발류가 자기와 뜻을 같이하기로 한 사람의 이름을 여기에 적어 두었습니다!”
“그래요?”
연루자가 누구인지 찾을 수고를 덜긴 했군.
사실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처리는 아메리쿠가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해서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걸 주면 더 처리하기 쉽겠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머지는 대통령에게 맡길 겁니다.”
내가 굳이 다른 나라 일에 깊이 간섭해 봤자 좋을 일이 없을 테지.
그래도 제대로 처리되는지 며칠은 제대로 지켜봐야겠다.
* * *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아메리쿠의 행동력은 상당히 빨랐다.
빅토르 카르발류의 죽음이 알려진 다음 날, 표정이 까맣게 죽은 총리가 전면에 나서더니 정계은퇴 발표를 선언했다. 거기에 끝나지 않고 수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며, 동티모르의 유력자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을 거라고 뉴스가 떴다.
여기에는 빅토르 카르발류와 얽힌 어마어마한 크기의 비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도 자기 나름대로 한 수를 준비하고 있었던 거였다.
일이 잘 처리되고 있는 것을 본 나는 동티모르를 벗어났다.
떠나기 전, 내가 본 뉴스는 에 대한 내용이었다.
음, 내가 대놓고 나서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내 이름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금지어 취급인가? 아무튼 뒷일은 아메리쿠가 알아서 수습하겠지.
“초인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브루나이로 향하던 중, 양주혁이 내게 물어왔다.
“뭔데?”
“보통 타국의 초인을 죽이면 심각한 외교 문제를 야기할 걸 우려해서 개입을 주저하게 됩니다. 전 초인님이 어떻게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게 과감한 거로 보여?”
“예.”
“나 지금 상당히 자제하고 있는 중인데.”
“예에?”
양주혁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뭘 그리 놀라나, 사실인데.
실제로 처음 과거로 돌아왔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생각하면 많은 부분이 바뀌어 있었다.
당장 예전의 나였다면 동티모르에 도착하는 즉시 빅토르 카르발류를 찾아가서 목을 비틀어 버리고 방해하는 자를 모조리 죽였을 거다.
하지만 나도 이젠 성장해서 아메리쿠를 만나 진상을 파악하고 조용히 잠입해서 빅토르 카르발류의 목을 꺾어 버렸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세련되게 바뀐 것이다.
아무튼, 양주혁의 말은 좀 더 과감하게 행동하고 싶다는 건데.
“네가 급식일 때처럼 행동하면 돼.”
“예?”
“너 급식일 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날뛰었잖아.”
“아니, 왜 갑자기 옛날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양주혁이 허둥지둥거렸다.
누구나 중2 시절을 부끄러워하기 마련이지.
그걸 일찍 깨달아서 개과천선한 건가.
나처럼 혈종한테 몸을 뺏긴 다음 후회한 것도 아니니 얘가 더 낫군.
“대신 기준이 명확해야겠지.”
“기준.”
“옳고 그름. 책임과 방종.”
말로 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나쁜 짓을 저지른 놈을 손봐 주고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내가 수습하는 것이다.
“내가 지키지 않는 건 절차일 뿐이야.”
악한 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와 명예를 갖췄기에 자기를 지킬 수단을 마련해 놓는다.
그걸 깨부수는 건 망설이지 않는 폭력뿐이다. 내가 그걸 지키지 않아서 화제가 되었지만.
그러니 발작을 일으키는 것뿐이고. 몇몇은 날 빌런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지만 그건…….”
“내가 너같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너도 내가 될 수 없어.”
“하지만 초인님을 최대한 닮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실력을 길러야지. 지금은 너무 약해.”
“…….”
“명심해 둬. 강자는 사회 테두리 안에 있는 한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해받을 수 있지만 어정쩡한 녀석은 토벌 대상이 될 뿐이야. 나처럼 되고 싶다면 강해져.”
양주혁의 눈이 형형해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로 강해져야 할까요.”
“초인 정도는 되어야겠지?”
“…….”
표정이 왜 저래. 그럼 그것도 안 되고 마음대로 활개 치려고 했냐?
* * *
브루나이에 도착한 뒤, 압둘 아르케와 대화를 나누다가 국왕의 존재에 대해 언급했다. 날 한번 보고 싶다고 하는데 현재 순방을 떠난 상태라서 내가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틀 뒤 돌아가기로 한 나는 용용이를 기다렸다. 친구 찾으러 갔다가 길이라도 잃어버린 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앞에 용용이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나 왔어.]“빨리도 온다.”
[진짜 빨리 온 거야. 내가 얼마나 잔소리 들은 줄 알아?]“무슨 잔소리?”
[그건 됐고… 일단 얘기가 됐어.]용용이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도 용용이랑 가까우니 얘기가 잘됐나 보다.
그런 것치고 용용이 표정이 밝지 않아 보였지만.
“네 친구는 뭐라냐?”
[보겠대. 이 근처까지 오기로 했어.]용용이가 말하길, 브루나이 근처 섬에서 보기로 했단다. 몇 명 살지 않는 섬이라서 조용히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데.
그럼 일단 만남은 성사된 거로군.
“무슨 얘기 나눴냐.”
[당사자들끼리 나눠. 내가 얘기해 봤자 오해만 생길 게 뻔해. 그리고.]날 보는 용용이의 눈이 흉흉했다. 저 크기로 그래 봤자 귀여운 수준이지만.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혼났는지 알아?]“친구한테 혼나기도 하냐?”
[아, 몰라.]용용이 녀석이 말하기도 싫어하는 모습에 그러려니 했다. 딱 봐도 그 친구라는 신수에게 잡혀 있는 거 같은데 이래저래 혼났을 수 있겠지.
평소 하는 짓을 보면 충분히 잘못을 적립할 수 있어 보이고.
아니면 내가 한판 하자는 걸 들키기라도 했나?
근데 그걸로 용용이가 혼날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뭐, 얘기를 나눠 보면 알 수 있겠지.
“언제 가면 되냐?”
[아무 때나 상관없어. 내가 연락하면 되거든.]“그럼 지금 바로 가자.”
[바로?]“시간 끌 필요 없지.”
난 용용이와 함께 곧장 약속되어 있는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섬이라서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장소 하나는 잘 골랐군.
[경고하는데 내 친구가 육지에서 약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육지에서도 강하냐?”
[육지 바다를 가리지 않아. 네가 이상한 선택할까 봐 경고하는 거야.]딱히 이상한 선택을 할 생각이 없는데.
그나저나 육지에서도 강하다고? 용용이가 그렇게 말하니 어느 정도로 강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한번 시험해 봐?
[이상한 생각 하지 마.]“안 했는데?”
[내가 너랑 다닌 게 얼만데? 다 알거든!]눈치 빠른 녀석 같으니라고.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니, 용용이 녀석은 여전히 못미덥다는 눈으로 날 보다가 간신히 납득한 기색을 보였다.
[곧 올 거야.]하긴, 신수의 신통방통한 능력이면 알아서 등장하겠지.
용용이가 예고하고 5분여가 지났을까, 잔잔한 바다 위로 격렬한 파도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영화를 틀어 놓고 음 소거를 해 놓은 것 같았다. 점점 더 크기를 키워 나가던 파도 위로 바닷물이 모여 하나의 인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신수는 용용이랑 달랐다.
용용이처럼 미니 용으로 등장할 줄 알았는데 형태를 갖추니 사람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달빛에 반사되어 비치는 모습은 인간답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고요하면서 서늘하다. 또 감각을 자극하는 촉촉함이 존재했는데 이게 피부에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게 아니어서 기묘함을 일으켰다.
아, 어차피 인간이 아니었지.
검은색 원피스를 갖춰 입은 신수가 내 앞으로 터벅터벅 다가왔다. 달빛에 반사된 푸른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가 밤바다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네가 용이를 데리고 다니는 인간?”
목소리가 감정을 녹이는 것처럼 달콤했다. 겉모습이나 목소리만 들어 보면 영락없이 홀릴 거 같았다.
그런다고 내가 넘어갈 리 없지만.
그나저나 용용이 친구도 용이라고 부르는군. 이쯤 되면 제2의 이름이 아닐까.
[아니거든! 그런 이름 싫어!]난 계속 그렇게 부를 테니 넌 싫어하고 있든가.
용용이의 반항을 가볍게 잠재운 뒤 신수에게 물었다.
“요즘 신수는 인간으로 둔갑하고 다니냐?”
“본체로 등장하기에는 여기가 너무 좁아. 그리고.”
하긴, 용용이의 무지막지한 크기를 생각하면 그렇겠다.
[누가 무지막지하다는 거야!]옆에서 빼액 소리를 지르지만 가볍게 흘려버리고 신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 모습이 협상에 더 유리할 거 같아서.”
하긴, 수백 미터가 넘는 신수의 모습보다 인간 형상이 더 유리할 것이다.
다만 녀석이 하나 착각한 게 있다. 아까부터 코를 자극하고 있는 것.
그게 뭐냐면.
“비린내나 없애고 말해라.”
“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