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진짜 오빠가 한 거 아냐?”
집에 돌아오니 줄곧 이런 의심을 받고 있다. 아니, 이건 비단 윤희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내가 내막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대다수가 저우콴이 탄 비행기 추락을 내가 시켰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어떻게 다들 알고 있는 거지? 금시초문이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난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건데.
[에휴!]내 속마음을 들은 용용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다들 확신을 갖고 있는 걸까. 내 알리바이는 개인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난 눈을 세모꼴로 뜨고 있는 윤희를 향해 발뺌했다.
“내가 신이라도 되냐? 어떻게 날고 있는 비행기에 잠입해서 무사히 빠져나와.”
“나도 그게 의문이란 말이지. 그런데 오빠라면 왠지 그것도 거뜬하게 해낼 거 같아.”
“앞뒤가 안 맞잖냐.”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뭐, 기프트 하나라도 더 개방한 거 아냐?”
이젠 초인도 개방하길 바라 마지않는 기프트를 나라면 아무 때나 개방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렇게 대단한 기프트가 있으면 내가 요트 구매하고 있겠냐?”
“그것도 그러네. 오빠 지능으론 기프트가 있으면 요트도 귀찮다고 사지 않았을 거야.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 응?”
이건 뭐, 앞뒤가 맞지 않는데 내가 했다는 걸 전제로 깔고 상황을 맞추려 한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내가 볼 땐 너 말고 의심할 인간이 없긴 해. 전적이 화려하잖아.]용용이 녀석 태클에 딱히 반박할 수 없어서 열 받는 것도 있다.
난 화제를 돌렸다.
“허튼 생각 말고 실력이나 키워. 연애 사업은 잘되고 있냐?”
내 말에 윤희가 분기탱천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안 그래도 오빠 때문에 깨졌잖아!”
“누가 눈에 띄래?”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이세희를 만나기 위해 신성길드를 방문했다가 윤희가 어떤 녀석과 함께 있는 걸 발견했다.
내 동생이 드디어 연애를? 난 기쁜 마음에 윤희 옆에 있던 녀석에게 윤희의 남자 친구가 될 자격에 대해 알려 줬다. 처음에는 생글생글 웃던 녀석이 사색으로 바뀌더니 윤희 눈치를 살피다가 도주했다. 미래의 매제가 될 녀석에게 조언을 해 줬더니 저런 반응이라니.
줏대 없는 녀석이었다.
“걘 너무 약하더라.”
“무려 레벨 5거든? 초신성이라 불리는 인재란 말이야!”
대한민국에 초신성들이 다 죽었나 싶었다. 딱 봐도 윤희가 더 나아 보이는데.
“오빠 눈에 차려면 나이가 40대는 돼야 하거든? 스무 살 차이 나는 남자 만나라고?”
“그건 아니고.”
“그럼 주변에 아무도 없단 말이야!”
아무래도 천재라 불리는 녀석들은 다 죽었나 보다. 아니, 정다현과 이세희가 돌연변이라 불리는 건가.
내 중얼거림에 윤희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사람들 눈에 제일 돌연변이는 오빠거든?”
“나? 난 정상인데.”
전생의 경험도 있는데 이 정도도 못 하면 어디 나가 칼 맞아 죽기 딱 좋다.
“정상이란 말도 하지 마. 그게 더 비정상으로 보이거든?”
“정상을 정상이라 말도 못 하냐.”
“비정상이 자꾸 정상이라고 하니까 그런 거 아냐! 오빠가 정상이면 난 비정상이냐!”
“그럼 정상인 줄 알았어?”
“아 놔.”
윤희가 복장 터지는 표정을 지었다. 왜 저런대, 정작 답답한 건 난데.
* * *
마침내 중국의 내전소식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첫 충돌에 이어 세 번의 대결이 벌어졌는데, 열세로 평가되던 반란군 측이 승리를 거두면서 동북 3성과 내몽골을 손에 넣고 북경을 위협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난징으로 수도를 임시 이전하고 남부 전력을 대대적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애써 감추려고 하던 소식을 더 이상 제어하지 못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계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이에 위하오는 자신이 소수 민족 출신이란 이유로 정신적인 제어 수단이 머리에 심어졌다고 폭로했다.
이에 중국 정부 측은 재빨리 부인했으나 묵묵히 헌신해 온 위하오의 행동이 납득 가는 면이 있어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여론일 뿐, 여전히 정통성은 정부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상황은 반란군 측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즈음 위하오에게서 연락이 왔다.
-문제는 일본에서 군수 물자 수출을 추진하려고 한다.
“그래서?”
-물자 수출을 막아 줄 수 있나?
“글쎄.”
중국의 내전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건 한국이지만 일본 또한 이웃 국가로서 이득을 취하고자 나섰다.
내가 나서면 반란군을 옹호하는 모양새가 될 텐데 이게 나한테 어떤 이익일지 모르겠다. 위하오야 뭐 저쪽이 더 강해지지 않길 원하니 당연한 행동이긴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원래 쉽지 않은 법이다.
“그냥 당 수뇌를 쓸어버리면 되는 거 아니냐?”
-저쪽도 필사적이라 쉽지 않다. 세상 모든 일을 너처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법이지.
누가 보면 내가 세상 편하게 사는 줄 알겠다.
하지만 내가 나서 줄 이유는 없지. 그렇다고 그냥 지켜보고 있기에도 뭐해서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런 건 어떠냐. 일본 군수 물자를 너희도 구매하는 거야.”
-…….
“같은 양을 구매한다면 어디가 더 줄줄 샐지 말해 봤자 무의미하겠지? 어떠냐?”
내가 거절하라고 말해 봤자 일본 정부는 콧방귀를 뀌겠지만 양쪽에 팔아서 이득을 취하라면 환영할 것이다.
안 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100%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납득할 수 있는 제안이로군. 받아들이지.
“그래, 빨리 이기라고.”
그렇게 훈훈한 덕담이 끝났다. 생각보다 지지부진한 진도 때문일까, 위하오에게 지친 기색이 묻어나왔다.
뭐, 그래도 중국 정부쪽보다는 응원하니까 잘했으면 좋겠다.
난 이번 건을 이세희에게 넘겨 일본 측과 협상하도록 주문한 뒤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은 아버지와 함께 골프장을 가는 날이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골프장 특성상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는데, 어머니도 일찍 일어나셔서 흐뭇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우리 준호 다 컸다 싶어서.”
어머니의 시선이 낯간지러웠다. 음, 부모님의 자식이긴 하지만 아들 취급받고 이런 건 익숙한 일이 아니어서. 내가 어리광을 부리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저번 생의 미안함이 남아 있어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난 화제를 돌릴 겸해서 어머니에게도 말했다.
“다음에 백화점이나 같이 한번 가요. 신성 백화점 VVVIP 자격이 있거든요.”
“그러니? 그럼 아들이랑 한번 가 봐야겠다.”
지금도 이세희가 제법 신경 써 줘서 신성그룹과 연관된 각종 회원권이 어머니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오죽하면 윤희가 자기 건 없냐고 할 정도.
하지만 내가 볼 때 윤희는 바짝 굴러야 할 때지 풍요를 즐길 때가 아니다.
헝그리 정신을 강조할 생각은 없지만 사람은 어딘가 결핍되고 필요성을 느낄 때 발전을 하는 법이다. 그 점에서 윤희는 자신이 부족한 것을 좀 더 느끼고 발전을 이뤄 나가야 한다.
결론은 더 굴러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얘는 신성길드 소속이라 기본적인 지원이 나온다. 그걸 받아먹고도 내게 요구하다니, 언제 한번 날 잡아서 굴려 줘야겠다.
“그럼 갈까요.”
“그러자.”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골프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버지 고향 선배라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최우배라고 합니다.”
“최준호입니다.”
최우배는 청주 출신으로 서울시 부의장을 한 인물이었다. 다음 총선에서는 국회 의원 출마를 노린다던가? 적당히 욕심은 있어 보였지만 눈치는 빨라 보였다.
오히려 이런 사람이 낫다. 눈치를 보느라고 자기 욕심을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할 테니까. 아버지와 함께 다니는 것으로 나와의 인연을 발전시켜 더 많은 이득을 취하려 들겠지만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다.
적당히 경고는 해 줘야겠지.
“전 아버지가 제 일로 근심 걱정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예,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고향 선후배 사이이니 그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
“부탁드리죠. 그럼 저도 나중에 차차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걸로 최우배와의 대화가 끝나고 본격적인 골프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골프 결과는 매우 싱겁게 나왔다.
음, 나도 몰랐는데 내가 골프에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었나 보다.
결국 내게 골프를 가르쳐 주겠다던 아버지가 뻘쭘해진 모습을 보고 머쓱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무언갈 치고, 던지고, 맞추는 건 잘하더라. 나도 내가 이렇게 잘할 줄 몰랐어서.
[잘났네, 정말.]“나도 황당하니까.”
이걸 처음에 눈치 챘으면 상관없는데 막상 필드에 나와 치다 보니 꽤 재밌어서 막 치다가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와 다시 골프 칠 일은 먼 미래가 될지도.
“그건 그렇고, 현아한테 연락은 없냐?”
[가, 갑자기 그건 왜?]흠칫하는 용용이. 자기는 아무리 아니라고 떠들어도 지금 보여 준 모습만 보면 용용이의 천적은 현아가 맞다.
“신수의 정수를 찾아 달라더니 연락이 없어서.”
[힘이 발현될 때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 거야. 좀 걸려.]“그러냐.”
[응.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그렇다면야.”
한시라도 빨리 찾으러 가고 싶은데 아직 찾질 못했다니 좀 기다려야겠다.
“눈치가 없군.”
아버지와의 첫 골프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온 나는 버서커에게 얘기했다가 타박만 들었다.
“넌 잘하냐?”
“몰랐나? 한때 골프 하면 이광진이라는 이름이 빠진 적이 없었다.”
금시초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버서커 녀석은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대놓고 꼴 보기 싫은 모습이로군.
“원한다면 나중에 한 수 가르쳐 주지.”
“분위기가 싸해진 건 내가 잘해서 그런 거거든?”
“기술적으로 부족하단 증거겠지.”
“아오.”
버서커 녀석, 언제 한번 골프로 박살 내 줘야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버서커는 끝까지 자기가 잘났단다.
조만간 자리 한번 마련해야겠군.
집으로 돌아갈까 싶던 나는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연락에 청와대로 향했다. 무슨 용건인가 싶어 의아함을 느끼고 있는데 오늘 이 자리에는 천명국 없이 대통령만 있었다.
평소에 천명국에게 다 맡기고 지켜보더니 의아한 구성이다.
“첫 골프는 어땠나?”
대통령도 내가 골프 치러 간 걸 알고 있다.
“저한테는 좀 쉬워서요. 눈치 없이 압도해 버렸네요.”
“아버님이 아들에게 한 수 가르쳐 주고 싶었을 텐데 아쉽게 됐어.”
“다음에는 못치는 척을 할까요?”
“그걸 보고 믿을까?”
“그것도 그러네요.”
“좀 못하는 척도 하고 해야 아버님의 면이 설 텐데 말이지.”
“그러게요.”
내 대답이 뭐가 그리 웃긴지 대통령이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아버지의 황당한 표정이 떠올라서 내가 생각해도 참 눈치 없이 나댔다 싶었다.
“아 그리고. 저우콴 건은 잘 수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지. 감사 인사는 됐네. 오히려 이번 일로 우리가 싱가포르에 큰 은혜를 입히게 되어 여러 이익을 얻게 되었으니까.”
그러면서 대통령은 싱가포르의 저우콴 정권이 무너지고 정적이자 민주화의 상징인 알렉스 왕이 정권을 잡았다고 했다.
저우콴의 독재에 반기를 들면서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런 사람이 정권을 잡고 비슷한 길을 걷는 경우가 많아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다.
자신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막상 정권을 잡으면 그만한 실력을 보여 주는 경우가 드물어서 말이지.
“틀린 말은 아니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는 법이니까. 야당이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 아니겠나?”
“어차피 대선은 여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거 아닙니까?”
북진을 이뤄 내고 마물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 전한철 대통령의 업적은 마물 등장 이후 최고치를 달성하고 있었다. 여당 대선 후보 누구를 넣든 여론 조사를 돌리면 압도적인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내일 당장 대선을 치르면 우리가 이기겠지. 하지만 2년이란 시간은 길어. 정치란 생물은 방심하는 순간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지.”
“…….”
“난 내가 이뤄 놓은 것들의 연속성이 깨지는 걸 원하지 않아. 그러니 다음 정권도 우리 당이 잡길 바라고 있지. 하지만 대선 후보로 나온 녀석들을 섣불리 믿기 힘들어. 내가 퇴임하고 나면 그 녀석들이 내 흔적을 지우려 들 수 있거든.”
같은 당 정권이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고민이 많으시겠네요.”
“많았지. 그러다 가장 좋은 정답을 찾아냈고. 자네와 무관하지도 않네.”
“저랑?”
“새 대통령은 자네와 잘 어울려야 하지 않겠나?”
“…….”
“그래서 나는 천 실장을 여당 차기 대선 후보로 내세울 생각이네.”
“천 실장님을요?”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천명국이 대선 후보라고? 대통령이 밀어준다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그리고.
뉴스에 올라오는 대선 후보들을 생각하다 천명국을 떠올리니 놀라울 정도의 안도감이 부여되었다.
내 입장에서 상당히 괜찮은 선택지긴 한데 이거 제대로 소화는 할 수 있나?
대통령이라는 게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건데.
“안 그래도 교육 중에 있지. 본인은 그것도 모르고 싱글벙글이지만.”
“근데 당사자가 하려고 할까요?”
지금도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하는 게 천명국인데 말이다.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지.”
대통령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저 정도 의지면 다 끝났다.
천명국의 명복을 빌어 줘야겠군. 대통령의 마수에 걸려들었다면 벗어날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불쌍해.]신수조차 불쌍하게 생각하다니.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해 보니 대통령으로 한 국가의 원수가 된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 아닌가?
근데 왜 내가 명복을 빌어 줘야 하지? 오히려 축하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나와 일하는 게 힘들다는 걸 기정사실화 시키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동조하고 있었다.
나랑 일하면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데. 나도 이제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아야겠다.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저야 좋습니다.”
“그럼 다음 대통령은 천 실장으로 밀어 보도록 하지.”
“가능할까요?”
“어느 정도 품은 들여야겠지. 정치권과 인연이 없던 사람이니까.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거야.”
“대통령님만 믿겠습니다.”
“믿게.”
그렇게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다음 대통령 유력 후보가 탄생했다.
근데.
이렇게 보니 정주호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