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의 등장이었다. 천둥새라면 미국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 신수인데.
“자세히 말해 봐.”
“걔는 신수보다 마물에 더 잘 어울리는 녀석이야.”
무표정한 얼굴로 격한 표현이 쏟아졌다.
현아의 말에 의하면 천둥새는 인간 세상에 많은 간섭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거기에 협력해서 콩고물을 받아먹고 있는 형태였고.
그로 인해 세상의 흐름이 많이 뒤틀렸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천둥새가 일반적인 신수와 다르다는 건 알겠다.
아니, 용용이나 현아를 보면 그냥 신수의 개성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이번에도 개입해서 정수를 회수하려고 할 거야.”
“천둥새나 너나 아무나 회수하면 되는 거 아냐?”
“걔가 회수하게 되면 그걸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거야.”
현아는 신수의 정수를 치우는 게 목표지만 천둥새는 그걸 다르게 활용할 게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설마 아르고스가 그런 형태 중 하나였나?
슬쩍 용용이를 바라봤지만 녀석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아르고스 말고도 다른 케이스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다지 반가운 이야기는 아니로군.
근데 말을 듣다 보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가장 간단하게 해결할 방법이 있어 보이는데.
“직접 찾아가서 얘기하면 되지 않나?”
“내가 걔랑?”
현아가 코웃음 쳤다. 아무래도 상극인가 보다. 용용이가 내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 줬다.
[둘이 만나면 하나는 죽을 때까지 싸울걸?]“그런데 어떻게 둘 다 살아 있었냐?”
[서로 기력이 다할 때까지 다퉜거든. 마지막 힘이 모자랐던 거지!]용용이는 자기가 직접 봤다면서 신나게 얘기하는데 녀석을 향한 현아의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 매를 자기가 버는 타입이다.
“그럼 용용이를 보내면 되지 않나?”
“용이를? 지금 말하는 거 봐 봐, 매만 벌어올걸.”
[내가 무슨 매를 벌어!]“하긴, 가서 두들겨 맞기만 하고 소득 없이 돌아올지도.”
“같은 생각이야.”
[너희는 왜 저번부터 만나기만 하면 죽이 잘 맞는 건데!]그건 나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용용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자기 매를 자기가 버는 줄 모르는 용용이 행동은 공통분모 삼기 딱 좋지.
“그럼 내가 천둥새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건가.”
신수라, 얼마나 강할지 궁금하긴 했다. 여기서 하찮게 취급당하는 용용이도 본체로 현신했을 때의 그 강함은 전율이 일어날 정도였는데.
“그건 아니야.”
“아니라고?”
“응. 아마 그쪽도 대리인을 보낼 거야.”
천둥새가 보낼 대리인이라, 그럼 그쪽과 충돌할 수도 있겠다. 염두에 두면 되겠군.
“언제 출발하면 되지?”
“아직 찾는 중이야. 곧 위치가 특정될 거고.”
신수의 정수는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고 한다. 반쯤 자아를 갖고 있는 정수는 불완전한 상태로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다가 힘이 완전히 안정되었을 때 자리를 잡는단다.
“겨우 그 말 하러 여기까지 온 거라고?”
“응. 용이가 너 성질이 급해서 안정시켜 줘야 한다고 하던데? 언제 발작할지 모른다고.”
나 없는 자리에서 갈라진 혀를 현란하게 놀리고 오셨군.
[나, 나 저렇게 말 안 했어!]“발작한다고 했잖아.”
[나 믿지?]용용이와 현아를 놓고 보면 당연히 신뢰도는 현아가 압도적이다.
[왜애! 내가 너 엄청 많이 도와줬잖아!]허튼 소리로 동정심을 유발하려 해 봤자다. 용용이 넌 현아가 돌아간 뒤 진득하게 얘기하자.
[씨이, 발작하는 걸 발작한다고 한 건데 뭐가 문제라고…….]이젠 대놓고 불량스럽게 툴툴거린다. 아무래도 저 버르장머리는 내가 잡을 수 없나 보다.
그렇다면 신수를 신수로 잡아야지.
난 현아를 보고 말했다.
“며칠 머물면서 용용이 기강 좀 잡아 줄 수 있어?”
[에엑?]“그럴게. 안 그래도 인간 세상 구경 좀 하고 싶었거든. 구경시켜 줄 수 있지?”
“그걸로 거래하지. 어때?”
“난 좋아. 용이 버릇 확실하게 고쳐 줄게.”
“콜.”
우리 모두 이익이 되는 거래가 그렇게 성립이 되었다.
* * *
일주일 동안 이곳저곳 구경하던 현아가 돌아가고, 일주일 내내 풀이 죽어 있던 용용이가 내게 하소연했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내가 그동안 너한테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력했는데!]“교육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나?”
[…….]현아의 존재만으로 입을 닫는군. 아주 좋은 수단을 얻었다 싶었다.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고, 난 용용이한테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근데 천둥새 이야기는 왜 나한테 제대로 안 했던 거냐?”
[굳이 얘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도 있고, 네가 신수한테 안 좋은 인식을 가질 것 같아서 그랬어.]나름대로 생각하고 말했던 건가.
하긴, 당시에 신수에 대한 내 인식은 말할 줄 아는 마물이란 게 컸으니까.
“그럼 현아랑 천둥새 대립에서 현아 편이고?”
[웬만하면 중립이고 싶지만 이건 현아 편을 들어야 돼. 천둥새는 욕심이 많거든. 난 그 욕심이 접촉하는 인간들 때문에 더 심해졌다고 생각해.]“인간의 악영향이라는 건가.”
[원래 천둥새의 성향도 그런 게 있어.]“그럼 신수의 정수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어.”
과연 어느 정도의 힘이기에 두 신수가 대립 구도를 만드는 건지 한번 살펴보고 싶었다.
할 일 하면서 기다리면 찾아오겠지.
그사이 진세정의 물타기 작전으로 저우콴을 제거한 게 나라는 의견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몇 가지 증거를 통해 내가 비행기로 잠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에 싱가포르의 새로운 정권에서도 저우콴의 사망을 비행기 추락 사고로 발표했다.
용용이 능력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긴 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유해 8단계 마물이 등장했다.
입찰 규칙에 따라 내가 마물을 사냥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유해 8단계 마물이 나타나면 당장 나라가 멸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는데 이제는 일상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고 있었다.
이 또한 내가 만들어 낸 변화겠지.
나로 인해 보다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겠지?
사냥에 나서기 전, 나는 대통령에게 부탁 하나를 했다.
“이번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냥해 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방식? 내가 모르는 사냥 방식이 있던가?”
대통령이 호기심을 드러내서 난 멍멍이를 언급했다.
“이번에 길들인 펫을 활용해 보려고요. 마물들끼리 난전이니 사체가 온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음, 아직 이른 거 아닌가?”
대통령은 멍멍이를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유해 8단계 마물과 싸움을 붙이는 게 걱정이 되었나 보다.
하지만 마물이나 인간이나 강하게 키워야 강하게 자라는 법이다. 멍멍이 녀석은 내가 가져다주는 마물의 심장과 피륙으로 호의호식했으니 이제 자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때다.
대통령의 시선이 옆에 선 천명국에게 향했다. 요즘 일에 치인다더니 그만둘 시기를 정해 놔서인지 얼굴이 완전히 폈다.
이걸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천명국은 지금보다 더 과로하더라도 마음만 긍정적으로 먹는다면 건강하게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천 실장이 보기엔 어떤가?”
“부산물에 손해가 있겠지만 최준호 초인의 결정인 만큼 전폭적으로 밀어주셔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음. 천 실장의 판단이라면 믿을 수 있지.”
저것 봐라, 아예 천명국을 밀어주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그걸 모르고 있다는 게 코미디였다.
“그럼 믿고 맡기도록 하겠네.”
“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멍멍이를 데리고 유해 8단계 마물을 사냥하기 위해 나섰다.
* * *
플러스 단계 마물이 등장하면서 위엄이 많이 사라졌지만 유해 8단계 마물은 여전히 한 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는 강력한 마물이다.
낙후되거나 발전이 더딘 초인의 경우 유해 8단계 마물의 사냥을 애먹는 것이 현실.
당장 우 아예 쪼만 해도 비슷한 케이스였고, 내게 지도받은 이후 훨씬 수월하게 사냥할 수 있게 개선되었다.
뭐, 이런저런 수식어를 보태 봤자 플러스 단계보다 약한 건 분명하니 말이다.
나와 멍멍이는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경계에 도착했다. 이번 사냥에 멍멍이를 써 보려고 하는 것도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곳에 마물이 등장해서다. 멍멍이가 실패하고 어그로가 튀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이번에 등장한 마물의 이름은 달보드레.
북쪽 거점 하나를 날려 먹은 흉폭한 녀석이다.
족제비과 형태를 한 달보드레의 크기는 15m에 달해 그 앞에 선 나나 멍멍이는 작기 그지없었다.
멍멍!
크기에서 압도되고 있음에도 멍멍이는 물러나지 않고 기세를 북돋웠다.
그동안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더니 유해 8단계 마물 앞에서도 기죽지 않게 제 위용을 뽐낼 수 있었다.
하긴, 신수 앞에서도 버텨 냈으니 마물 상대로 가능하겠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멍멍아.”
멍!
“오늘 저 녀석을 상대해 봐.”
멍?
멍멍이 녀석의 표정이 아연해진다. 지금 멍멍이 상대로는 많이 벅차긴 하지. 하지만 자기에게 벅찬 상대를 맞서 싸우며 모든 힘을 끌어내 봐야 더 발전할 수 있는 법이다. 난 귀여운 펫이 아니라 내가 상대하기 귀찮은 자잘한 적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펫을 원했다.
그리고 멍멍이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이고.
[잠재력이라는 말을 아무데나 가져다 붙이는 거 아냐?]그럼 불가능하다는 거냐?
[이기기는 어렵지 않을까?]어차피 이기길 바라는 게 아니다. 자신의 전력을 전부 쥐어짜서 상대하길 바랄 뿐이지.
[에휴, 쟤도 고생이 많네.]용용이 녀석이 순둥순둥한 멍멍이한테 나쁜 물을 들이고 있었다.
난 멍멍이한테 시선을 옮겨 명령을 내렸다.
“가서 붙어. 물어!”
멍!
멍멍이의 표정이 결연해지더니 달보드레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멍멍이에게 주인의 존재는 하늘이자 신이었다. 주인은 잔인한 손속과 가차 없는 성격을 소유하고 있지만 자신의 테두리 안에 들어온 존재에게는 따뜻했다.
주인의 은혜를 입어 순조롭게 성장한 멍멍이는 주인의 명령에 뭐든 따랐다.
주인의 존재는 멍멍이에게 그런 의미였다.
이번에 상대할 마물은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존재였다.
과거 자신이 살던 숲의 포식자들조차 개미처럼 밟아 죽일 수 있는 강대한 존재.
하지만 주인의 명령이 떨어진 이상 싸워야 한다. 당장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아무리 강한 마물이라도 목덜미에 이가 들어가는 법이고, 피 흘리고 상처 입으면 죽는 게 당연했다.
멍멍이는 전의를 불태웠다.
크르르!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마물을 상대로 이렇게 덤벼들 수 있는 원동력은.
…주인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대련을 빌미로 할 구타가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멍멍이는 눈앞의 마물이 이를 드러내는 것보다 주인이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게 더 무서웠다.
그렇다고 무작정 달려들지 않았다. 자기보다 강한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는 실낱같은 틈이라도 찾아내야 한다. 끈기를 갖고 마물을 살피던 멍멍이 눈에 작은 틈이 보였다.
캬아아아!
멍멍이는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한 줄기 섬광처럼 거리를 좁혔다. 마물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고 날카로운 발톱을 할퀴듯 쓸어 왔다.
번쩍!
마물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한 멍멍이는 목덜미를 물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허용하자 마물이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던 멍멍이는 기어이 살점 한 움큼을 뜯어내고 뒤로 물러났다.
목에 피가 줄줄 흐르는 채로 마물이 사나운 기세를 발산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멍멍이는 자세를 낮추고 빈틈을 포착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첫 공격은 운 좋게 성공했지만 그다음은 실력대로였다. 마물의 손톱에 살가죽이 갈라지고 피가 흘러내렸지만 멍멍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죽더라도 놈에게 치명상만 입히면 된다.
캬아악!
전신이 피로 물들어서 버티고 서는 것조차 힘들어졌지만 마물의 상태도 좋지 못했다. 살벌하게 노려보는 마물의 시선을 보며 멍멍이는 기세에서 밀리지 않고자 포효를 터뜨렸다.
멍멍!
그때, 뒤에서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했어, 물러나.”
그 지시에 멍멍이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 그때,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마물에게 접근한 주인이 그대로 마물의 목을 잘라 버렸다.
제대로 반응조차 못 한 채 쓰러지는 마물을 보면서 새삼 주인의 강함을 실감했다. 자신이 극복하지 못한 상대를 주인은 벌레 밟아 죽이듯 손쉽게 처리한다. 주인에게 맞서는 것은 미친 짓이다.
가까이 다가온 주인이 병을 열어 상처투성이인 몸에 부어 주었다.
치이익!
통증이 동반되었지만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 잘했다. 앞으로 이렇게만 해.”
멍멍!
멍멍이는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꼈다. 별 볼 일 없던 자신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의 은혜 덕분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주인의 기준은 하늘처럼 높고도 높았다.
“다음에는 가죽이 최대한 덜 상하는 방향으로 잡아 보자. 할 수 있지?”
방금 상대를 이기지도 못하고 죽다 살아났는데? 그런 상대를 가죽이 상하지 않게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망연해진 기분에 멍멍이가 멍하니 주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주인은 가차 없다.
“대답이 늦다?”
…멍!
멍멍이는 살기 위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