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멍멍이가 생각보다 용맹하다. 자신의 힘으로 역부족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들다니. 내가 펫 하나는 제대로 고른 거 같다. 주인의 명령 하나면 죽자 살자 달려들잖아?
[내가 보기에는 마물보다 네가 더 무서워서 그런 거 같은데.]하여간에 용용이 녀석은 멍멍이의 용맹함을 이런 식으로 폄하하고 있다. 그러니까 네가 현아한테 그렇게 갈굼을 당하는 거다.
[갑자기 그 얘기는 왜 나와?]아니면 말이 안 나오게 잘하든가. 설마, 내 관심이 멍멍이한테 향하는 것 같으니 질투라도 하는 건가.
[하, 됐어. 말을 말자, 말을 말아. 진실을 알려 줘도 난리야.]툴툴대는 용용이를 외면하고 나는 낑낑대는 멍멍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한바탕 격전을 치렀다 보니 배가 고픈가 보다.
난 쓰러진 달보드레 사체로 다가가 다리를 잡고 잘라 내서 기뢰를 시전했다.
파지직!
세밀한 컨트롤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웠다. 고기 익는 냄새를 맡았는지 멍멍이가 풀린 눈동자로 달보드레 다리를 보고 있었다. 혈종 시절 도주 경력을 살린 겉바속촉 마물 다리구이다. 이건 널 위한 특식이다.
“자, 이거 먹자.”
멍!
멍멍이가 반색하며 건네주는 다리 고기를 베어 물었다. 정신없이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잘했으면 응당 상을 줘야지. 특식은 얼마든지 줄 수 있으니 잘 먹고 잘 싸우자꾸나.
움찔!
[애 체하겠다.]체하기는. 저렇게 잘 먹고 있는데.
“더 필요하면 말해.”
내 말에 멍멍이는 대답조차 못 한 채 고개를 처박고 식사에 집중했다. 마치 내 얘기를 더 듣지 않겠다는 것처럼. 내 착각이겠지?
많이 먹고 쑥쑥 크렴.
* * *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니 뉴스에서 화제가 된 것은 나와 멍멍이의 사냥이 아니라 이탈리아에 등장한 새로운 초인에 관한 내용이었다.
성녀(聖女)라 불리는 초인의 등장이었다.
나이는 불과 28세였으며, 자체적인 전투력은 물론 버프 기프트까지 갖춘 듀얼 기프트 소유자의 초인이었다.
신의 기적을 직접 보여 줘 플러스 단계 마물 사냥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하는데, 여기에 프란츠 영감도 포함되어 있었다.
노인네는 기량이 떨어졌다면서 십대초인도 은퇴하더니 여전히 팔팔하다.
확실히 유럽은 아웅다웅해도 서로가 서로를 돕는 체제가 잘 갖춰져 있다.
여기는 어떻게 하면 뒤통수를 칠지 눈치 보기 바쁜데 말이지.
뭐, 중국에 입힌 피해를 생각하면 내가 그 말을 할 처지가 아니긴 했다.
그런데.
성녀의 존재는 내가 알던 세계와 완전히 뒤틀렸다는 걸 알려 주고 있었다.
왜냐하면 성녀란 초인은 내가 저번 생에서 들어 본 적 없는 초인이었다.
20대에 초인이 된 것, 바티칸에서 탄생한 성녀라는 상징성은 내가 못 들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과거로 돌아와 일으킨 변화가 새로운 초인을 등장케 한 것인가.
그럼 신의 개입이라도 있는 걸까. 그래, 내가 과거로 돌아왔으니 신이 존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난 용용이한테 신이 존재하는지 물어봤다.
[모르겠는데?]참 싱거운 대답이고 성의 없는 대답이다. 그냥 대답해 주기 싫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멍멍이를 질투해서 아직 삐져 있기라도 한가?
[질투 같은 거 안 하거든!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야.]자칭 신수면서 신의 존재도 모르면 스스로 무능하다는 걸 자인하는 거 아니냐.
[무능은 무슨, 신수가 있으면 신도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럼 마물 등장하는 건 어디 말이나 돼?]그래서 신이 있냐고.
[나도 몰라. 어차피 내가 말한다고 믿지도 않잖아?]내가 두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긴 하지.
[그 성녀를 직접 만나 보면 되겠네. 신의 존재에 대해 난 잘 몰라.]영양가 없는 대답이었지만 흥미가 생기긴 했다.
초인 성녀는 과연 신의 존재를 알고 있을까. 언제고 한번 만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성녀의 기프트는 어떤 걸까. 성녀라면 착할 테니 심장 한번 만져 보겠다고 하면 순순히 내어 주지 않을까.
“성녀라니, 홍보할 거리가 넘쳐나는 소재의 등장이네요.”
진세정은 나와 보는 관점이 다르다. 성녀의 소식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성녀가 갖는 상징성, 세일즈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단 전제가 미모의 여성인 걸 깔고 들어가는군.
“특히 20대 초인이라는 점이 초인님과 어필 포인트가 같아서 엮기 좋겠어요.”
“그게 포인트가 됩니까?”
“그럼요. 초인은 강함의 상징이자 권력을 의미하거든요. 젊은 초인의 경우 전성기를 계산해서 그 나라의 권력 구도를 가늠하기도 하고요. 초인님과 성녀는 20대 초인이란 점에서 현재이자 미래로 홍보가 가능하죠.”
특히 유럽에서 성녀를 내세워 호들갑을 떨수록 내 가치가 동반 상승할 거란다.
어쩌면 날이 갈수록 급등하는 내 주가 때문에 내세운 초인일 수도 있고.
그럴 듯한 말이지만 그건 아닐 거다. 프란츠 영감이 가만있을 리 없을 테니.
내 대답에 진세정은 흥미가 식은 표정이 되었다. 대체 뭘 기대하고 있던 건지.
난 화제를 돌렸다. 최근 합류한 사람이 회사 케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했다.
“정 이사 합류는 어떻습니까?”
“좋아요. 제가 그동안 상대하기 힘들었던 분들을 아주 효과적으로 상대하시더라고요.”
정주호의 합류는 최준호 팀에 날개를 단 격이란다. 차관급 이사를 영입함으로써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하는 게 손쉬워졌단다.
하긴, 정주호가 공무원 헌터로 활동하면서 모난 구석 없이 관계를 쌓아 왔으니 무슨 일을 처리하든 만사형통일 것이다.
잘 데려왔군.
“현재 이곳으로 많은 이목이 집중되어 있어요. 특히 정계 관계자들은 초인님이 다가올 대선에 어떻게 개입할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거든요.”
“대선 말입니까?”
“네. 초인님이 누구 손을 들어 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해서요.”
실제로 대통령의 압도적인 업적으로 인해 여당의 압승을 예견하고 있는 중이란다. 하지만 대선 후보 인물론에서 여당이 압도하지 못하는 점, 아버지가 야당 정치인과 어울린다는 점에서 뒤집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대선 후보는 현영미 의원이 유력하지만 여당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음, 여당은 아무래도 천명국이 대선 후보가 될 것 같은데. 아직 본인의 의사는 모르니 언급을 아껴야겠다.
당사자는 고사할 텐데 대통령이 어떻게 엮을지 지켜볼 포인트겠지.
“정 이사님은요?”
“천명국 실장님 만나러 청와대로 가셨어요.”
그러고 보니 정주호도 눈치가 보통이 아닌데, 청와대에 가서 눈치채는 건 아니겠지?
* * *
그 시각, 청와대를 방문한 정주호는 천명국과 차 한 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신수가 훤해졌어. 생각보다 괜찮은가봐?”
“하하, 예상하지 못한 일도 있지만 나름 여유 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갈 때만 해도 붙잡혀서 갈려 나갈 줄 알았는데 말이지.”
“어차피 다 아는 얼굴들인데 이전보다 힘들 이유가 없죠. 보십쇼, 지금도 일하러 와서 후딱 끝내고 이렇게 여유를 즐기고 있지 않습니까.”
확실히, 공직에 있을 때보다 정주호의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천명국은 부러움을 감추지 않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건 부럽단 말이지.”
“실장님도 어서 마무리하고 여유를 즐기시면 됩니다. 양주혁인가 그 녀석 싹수가 좋다면서요?”
“최준호와 잘 맞아도 신입이야. 중책을 떠넘기고 도망치듯 벗어날 수는 없지.”
“하여간에 그 책임감이 문젭니다.”
“별수 있나, 내 성격이 그러한 것을.”
“하긴, 그래서 내가 실장님을 좋아하지요.”
“나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어서 좋지.”
죽이 잘 맞는 둘은 서로를 보며 흐흐 웃었다. 최준호라는 공통된 주제로 물꼬를 트면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절친한 사이로 발전한 상태였다.
만약 서로의 존재가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쪽은 혈변으로, 한쪽은 탈모로 속앓이를 하면서 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다.
당연히 증상은 더 악화되었겠지.
그 점에서 둘은 서로가 각별한 존재였다.
“그래서 언제쯤 나올 예정입니까?”
“1년 정도 보고 있어.”
“뭐가 그리 오래 걸립니까?”
“인수인계할 것도 있고 배워야 할 것도 넘쳐나서 말이지.”
찻잔을 내려놓은 정주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인수인계는 그렇다 치고 배워야 할 건 뭡니까?”
“아무래도 담당해야 할 상대가 보통이 아니다 보니.”
“그래도 이해가 안 됩니다만.”
“그런가?”
“예.”
“하지만 최준호를 상대하면 알지 않나? 벌이는 일도 일이지만 그에 따른 여파도 생각해야 되고 각 부처 간에 일어나는 충돌도 조율할 줄 알아야 하지.”
그러니까, 보통 그 업무를 후임에게 인수인계를 해야지, 왜 더 깊이 파고든단 말인가.
당장 자신만 해도 염기철에게 청장으로서 했던 일을 인수인계하고 바로 그만뒀다.
천명국의 치밀함이야 유별나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쳤다.
“대통령님께 업무를 배우는 중이란 겁니까?”
“그렇지.”
“…….”
정주호는 불안감을 느꼈다. 천명국이 그만둔다면 분명 그 빈자리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완전히 채워지지 않을 수도. 하지만 내로라하는 능력자들이 모인 곳이니 어떻게든 굴러갈 것이다.
그런데 천명국을 순순히 놓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일을 가르치고 있다?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이건 마치 대통령이 인수인계하는 것 같…….’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정주호가 흠칫했다. 지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란 말인가.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가 장난도 아니고.
그런데.
왜 그게 사실이라면 모든 게 명쾌하게 설명되는 걸까.
“정 이사.”
“아, 예.”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자신의 기우겠지. 천명국은 제대로 정치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인데.
하지만 왜인지 자꾸 그쪽으로 생각이 향하고 있었다.
* * *
미국으로 돌아온 제임스 리드는 리그와 파티의 충돌 여파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막심 게데스는 실패 이유로 헬 마스터의 등장을 꼽았다.
“헬 마스터, 그 자식만 아니었다면.”
“아르고스도 헬 마스터를 믿고 움직인 거겠지.”
“맞다, 그 사실을 숨기고 우리를 끌어들였어. 전력도 상당 부분 집중시키고.”
“리그의 전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걸로도 큰 성과야.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그래도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아. 좀 더 과감하게 전력을 동원했다면 하인리히가 죽지도 않았을 거야. 그 영감들이 신중론을 고집한 덕분에 이런 일이 벌어졌어!”
그로 인해 리그에서 정보를 제공하던 천칭 하인리히마저 잃고 말았다. 훌륭한 초인이자 정보원인 그는 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막심 게데스는 파티 내부의 고지식한 사람들을 탓했다. 그들의 제동으로 파티는 전력을 동원하지 못했고, 그것이 리그를 없앨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제임스 리드의 생각은 달랐다. 설령 파티가 전력을 동원했어도 리그는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파티에서 파생된 리그는 이미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규모로 커져 있었다.
하지만 큰 타격을 입힐 기회였다는 건 부정하지 않았다.
“다음 기회를 잘 만들어 보자고.”
“하, 그래. 그리고.”
막심 게데스는 제임스 리드를 찾아온 용건을 밝혔다.
“너도 알겠지만 미국에는 천둥새가 존재한다.”
“…….”
제임스 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는 인간 세상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 신수께서는 세상에 관심이 많단 말이지. 우리에게 몇 가지 의뢰를 한 적도 있고.”
“신수가?”
“그래, 그리고 이번 의뢰는 제법 큰 건이지.”
“뭐지?”
“세계 곳곳에 신수의 힘이 숨겨져 있다고 하더군. 그걸 정수라고 부르는데 곧 하나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라고 했다.”
신수의 정수라,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잠재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수의 정수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부여하지. 다중 기프트도 가능하고 강력한 기프트로 인한 반동도 견뎌 낼 수 있는 육체로 만들어 주지.”
“굉장한데?”
“그걸 손에 넣는다면 능히 레벨 9에 준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 어쩌면 최준호 그 녀석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최준호라고 하니 피부에 확 와닿았다. 이렇게 말하니 최준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신수의 정수를 취하고 나서야 그 힘에 도달할 수 있을 거란 말이 나올 정도니까.
만약 최준호가 신수의 정수를 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잠깐 상상했을 뿐인데도 소름이 전신을 뒤덮었다.
“그걸 회수하는 의뢰인가?”
“자기 통제에 들어오면 회수를 맡기겠다더군.”
“통제?”
“신수마다 각자 영역이 존재하는데 주도권을 발휘하면 자기 영역 근처로 끌고 올 수 있다고 해서.”
현재 다른 신수와 주도권을 겨루는 중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리드는 의아함을 느꼈다.
“근데 천둥새는 왜 직접 나서지 않지?”
그렇게 대단한 보물이라면 직접 나서는 게 맞지 않나?
“자세히 말은 해 주지 않지만 신수가 신수의 정수를 직접 취할 수 없나 보던데.”
“그럼 네가 그걸 취하는 게 낫지 않나? 신수의 정수라면 분명…….”
막심 게데스가 잃은 것을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린 그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사소한 걸로 정수를 쓸 수 없지.”
그리고 제임스 리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정수를 얻으면 난 그걸 네게 줄 생각이다.”
“나? 왜 나지?”
“새로운 것, 가치를 측정하기 힘든 보물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사람이 너라고 생각해서다.”
“…….”
“그리고 정수를 받으면 파티에 들어와라, 제임스.”
파티 가입 제안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받아 왔던 제임스 리드였다. 그때마다 거절했었는데 막심 게데스가 뿌리치기 힘든 미끼를 던진 것이다.
그제야 막심 게데스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게 목적이었나.”
“이 정도가 아니면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까.”
“딱히 대가를 바란 건 아닌데.”
“그래도 받아라. 이 보물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
진지한 모습에 제임스 리드는 피식 웃었다.
“우선 확보하고 나서 얘기하도록 하지.”
“하긴, 천둥새가 말하길, 자기 말고도 다른 신수 역시 정수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쪽도 대리인을 선정할 거라고 했지.”
다른 신수의 대리인이라.
누가 될지 궁금하긴 했다.
막심 게데스가 그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누가 되더라도 상관없다. 때려눕히고 가져오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