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제주도에 도착하니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은 심각하지 않았다.
한라산에 일어난 소란으로 마물들이 튀어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그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용용이 말대로군.
[그럼 내가 거짓말을 했겠어? 넌 신수에 대한 믿음이 너무 부족해.]그래, 너 잘났다.
용용이 말이 사실인 게 드러났으니 계획대로 진행해도 되겠다.
하긴, 개나 소나 신수의 정수를 취할 수 있었다면 굳이 강한 초인보다 발 빠른 각성자를 고용하는 게 나았을 거다.
시내로 나오니 마물과 치열한 전투 중에 있었다. 나는 한라산으로 향하기 전, 제주시를 습격한 마물을 먼저 상대하러 나섰다.
자잘한 것은 제주도 각성자들에게 맡기고 난 위험군 마물 위주로 사냥했다. 그중 가장 수준 높은 건 유해 6단계 수준으로, 나한테는 한주먹거리에 불과했다.
와아아아!
직접 손을 써서 마물의 목을 꺾어 버리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초인님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접 무장을 갖추고 마물을 상대하던 제주도 지사는 내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40대 중반에 왜소한 몸을 하고 있지만 두 눈은 형형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소속으로 당선되어 여당에 입당한 그는 특별한 정치색을 띠지 않은 인물이었다.
각성자 출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역 못지않은 무위를 뽐내고 있어 상당히 의외였다.
“제 할 일을 한 건데요.”
“그래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음, 상당히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뒷짐만 지고 있는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직접 앞장서는 것도 신선했고. 이런 정치인이 있으면 내가 현장을 알라며 불운한 사고를 운운하지도 않았을 거다.
“이곳은 괜찮지만 다른 곳은 힘들지 않을까요?”
“서귀포는 괜찮을 겁니다. 그쪽에 더 많은 전력이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다만 다른 곳은 고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전력을 나눠 파견할 생각입니다.”
제주도 지사는 소수 정예와 이곳에 남아 지원군이 넘어올 때까지 버티고 있을 거라 말했다.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다. 판단력도 좋고 자기 자신이 가장 어려운 곳에 직접 몸을 던지는 것도 그렇고.
대통령한테 잘 이야기해 줘야겠다.
“초인님이 이곳에 오신 것은 혹시.”
“저는 한라산으로 갈 겁니다.”
“역시. 그곳에 이번 이변의 원인이 도사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 말한 제주도 지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내게 말했다.
“초인님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나 이미 몇몇 곳에서 은밀히 이곳에 상륙한 정황이 있습니다. 마물들이 몰려온 탓에 그들을 제지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이었다. 이쪽이 상황을 파악하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 앞뒤 가리지 않고 곧장 파견했다는 이야기로군.
“잘하셨습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하지만 제주를 지킴에 있어 제주인이 뒤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들을 발견하는 즉시 초인님께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힘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제주도 지사가 건넨 무전기를 받아 들고는 한라산으로 향했다.
*
* *
위레이는 중앙당 소속 특수전단을 이끄는 단장이다. 중앙당 직속으로 비밀 작전을 수행하던 그는 막중한 임무를 받아 제주도로 밀입국했다.
한국 정부에서 타국의 접근을 강력하게 경고했음에도 중앙당에서는 작전을 강행했다.
배를 타고 몰래 제주도에 상륙한 위레이는 한국 정부가 보였던 오만방자한 태도에 이를 갈았다.
“소국의 녀석들이 감히…….”
예전이라면 대국의 강경한 태도에 깨갱했을 자들이다. 그런데 이런 오만방자한 태도라니. 마음 같아서는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 소국에게마저 잘 보여야 할 정도로 좋지 못했다. 북쪽에서 반란을 일으킨 위하오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고, 그의 선동에 소수 민족이 흔들리면서 중앙당의 통제력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자칫하다간 위대한 대국이 정말로 사분오열 찢어질 수도 있다.
당에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제주도에 떨어진 ‘보물’을 확보하란 밀명이 떨어졌다.
위레이는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제주도에 상륙하는 즉시 한라산을 향해 전속력으로 움직였다.
“증인은 죽이고 최대한 빠르게 물건을 탈취한다.”
서른 명의 특수전단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한라산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마주친 주민을 모조리 죽여 버렸고, 마물도 재빨리 사냥했다.
“단장님.”
그때 앞에 정찰을 나갔던 부하가 다가왔다.
“뭐지?”
“앞에 마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곳을 지나야 목적지에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습니다.”
앞에 위치한 곳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백 명이 조금 안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회하는 것과 직접 돌파하는 것, 잠시 시간을 가늠해 보던 위레이가 결정을 내렸다.
소국의 주민 몇 명을 살리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분풀이를 위해서라도 모조리 죽여 버려야 한다.
“모두 죽이고 지나간다. 한 명이라도 살려 두면 골치 아파질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제거한다.”
“예.”
특수전단은 그대로 마을을 습격했다. 갑자기 등장한 검은 복면인들의 등장에 주민들이 기겁했지만 살육 속도가 훨씬 빨랐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위레이는 이번 임무에서 확보해야 하는 보물의 정체를 떠올렸다.
“여의주.”
용이 지닌 구슬인 이것은 어떠한 일도 해낼 수 있는 권능이 담겨 있다고 한다. 중앙당에서는 이 보물을 확보하면 레벨 7 각성자를 초인으로 만들 수 있고, 초인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니, 판단이 아니라 비밀리에 이루어진 실험의 결과물이었다. 고질적으로 고레벨 각성자 부족에 시달린 중국은 오래 전부터 죄수들을 상대로 각성자의 힘을 증폭시키는 실험을 해 왔다.
리그의 ‘부스트’가 눈길을 잡아끌었고, 이를 비슷하게 모방한 영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부작용이 컸다.
중앙당에서는 부족한 면을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 여의주를 꼽았다. 이것만 확보되면 부작용을 모두 극복한 완전무결한 영약이 완성된다.
위레이의 시선은 완성될 영약에 닿아 있었다.
이번 작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자신도 여의주 편린의 은혜를 입을 수 있다면!
“나도 초인이 될 수 있다.”
위레이의 눈이 번뜩였다. 오랫동안 초인의 벽에 가로막혀 있었던 만큼 벽만 돌파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질 자신이 있었다.
그때는 대국을 얕본 모든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첫 대상은 대국의 은혜를 뿌리치고 반기를 든 위하오다. 그를 죽여 레벨 9의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종래에는 최준호, 그 녀석도…….
지금 대국을 힘들게 만든 녀석을 생각하며 전의를 다지던 위레이는 가까이 다가오는 인기척에 눈살을 찌푸렸다. 백 명도 안 되는 마을을 쓸어버리는 데 너무 오래 걸린 것이다.
“왜 이리 늦는 거냐!”
털썩!
“…….”
바로 앞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위레이는 입을 닫았다. 목이 비틀린 채 죽은 시체는 자신의 수족인 부단장이었던 것이다.
대체 누가?
범인을 찾던 위레이는 양손을 피로 물들인 남자를 보는 순간 굳어 버리고 말았다.
절대 마주해서는 안 될 얼굴이 보였다.
“너 중국에서 왔지?”
최준호가 눈앞에 있었다.
어떻게 이곳에?
“아니, 어디에서 온 건지는 중요하지 않구나.”
최준호가 하얗게 웃었다.
“어차피 죽을 건데.”
*
* *
대통령에게 요청할 때부터 제주도에 밀입국한 녀석들의 목숨은 내 손 아래 놓여 있었다.
대통령과 정부의 경고는 일종의 ‘명분 쌓기’였다. 수가 틀리면 바로 죽여 버리고 쓸모가 있다면 살려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걸 거절하면 죽여 버리면 그만이고.
어차피 정부에서 경고한 이상 제주도에 잠입한 게 드러나 죽더라도 항의하기 어려운 면이 존재한다. 공식적으로 파견한 거라면 한국 정부를 무시한 꼴이 되고 비공식적이라면 각성자 개인의 일탈이며 타국 영토를 무단으로 침입한 격이니까.
그걸 책임질 수 있는 건 오직 실력뿐이다.
하지만 실력으로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냥 실력 믿고 대놓고 깽판 치는 거 아냐?]용용이 녀석, 태클 걸기는. 그런다고 내 생각이 바뀌지 않을 거다.
중국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각성자들을 발견한 건 그때였다.
최단 경로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주민들을 살육하는 것만 봐도 지독한 살인귀들이었다.
한눈에 녀석들이 중국에서 넘어왔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지독한 녀석들답게 내게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죽는 그 순간까지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얘들 바보네. 이 살인마가 너희 정체를 궁금해할 리 없잖아. 손맛만 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앤데.]용용이 녀석, 천잰데?
어차피 중국과 숱하게 충돌한 만큼 더 이상 통성명은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거슬린다는 게 확정된 만큼 도망치지 못하게 보이는 족족 죽여 버리면 되는 것이다.
콰득!
사실 내가 선호하는 방식은 기뢰로 팔다리를 으스러뜨려 자기가 잘난 줄 알던 녀석이 바닥에 기어 다니게 만드는 걸 감상하다가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 지사의 말로는 이 녀석들 말고도 다른 녀석들이 섬에 더 들어와 있으니 속전속결이 필요했다.
다른 잡음이 나오지 못하게 목부터 비틀어 버려서 처리했다. 이번에는 살아남은 주민이 전투를 지켜볼 테니 암살은 실패인가. 그럼 암살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구조 활동이라고 하자.
마지막 남은 놈들의 수괴는 수괴답게 제법 날랜 몸놀림을 보여 줬다.
그래 봤자 다리를 공략해서 정신 사나운 움직임을 제약하고 팔을 하나씩 붙잡아 으스러뜨린 뒤 다리를 부러뜨려서 자리에 엎어지게 만들었다.
음, 역시 자기가 강한 줄 아는 녀석은 이렇게 바닥을 기어 다니게 만드는 것이 보기 좋다.
“자, 잠깐……!”
완전히 무력화된 녀석이 다급하게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내 손이 목을 으스러뜨리는 속도가 더 빨랐다. 경직되어 몸을 부르르 떨던 녀석이 그대로 축 늘어졌다.
어차피 중국어라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살고 싶으면 한국어로 말하지 그랬냐.
[가차 없네, 가차 없어.]그래서 불만 있냐?
[아니, 없어! 얘넨 너보다 더 저급한 쓰레기들이야! 쓰레기는 치워야지.]모처럼 용용이랑 의견이 일치하는군.
“청소는 끝냈고.”
뒤처리를 제주도 지사에게 맡겨 두기로 하고 나는 자리를 이동했다.
보아하니 정수를 차지하기 위해 한 세력만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 듯했다.
“다른 녀석들은 어디 있냐?”
[잠깐만, 어, 정반대에 있는데?]“가자.”
내게는 살아 있는 내비게이션 용용이가 함께하고 있었다.
*
* *
내 손에 목이 부러진 각성자의 눈에 빛이 사라졌다. 맥없이 쓰러지는 시체를 보며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제주도에 온 지 3시간도 되지 않아 이렇게 죽인 숫자가 벌써 백을 넘었다. 한라산 중턱에서 범위를 좁히고 용용 내비게이션의 힘을 빌려 정수에 접근하는 각성자들을 사냥하니 굉장한 효율이 나왔다.
방금 전까지 내가 죽인 각성자들을 보다 더 이상 분류를 포기했다. 처음에 잡은 녀석들은 중국 소속이 분명했는데 그다음부터는 전부 다국적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그중에는 리그로 보이는 녀석들도 있었고, 해적인지 용병인지 모를 녀석들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은 자도 있는가 하면 임자 없는 보물이라 생각하고 달려든 녀석들도 있었다.
세세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서 모조리 다 죽였다.
내가 이렇게 빠르게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은 원래 내가 인간 사냥에 특화되어 있기도 하고, 용용이의 조력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원래 구경꾼이던 녀석은 정수를 찾는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누구긴, 신수 중 최하위 서열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그럼 현아는 이길 수 있고?
[…….]천둥새는?
[…….]그럼 그렇지.
[으으! 싸우자! 너라도 잡고 최하위 탈출할래!]진짜로 한판 붙을까? 슬슬 피하던 걸 이렇게 받아들여 주니 나야 환영하긴 한데.
[아, 아니. 됐어. 넌 왜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여?]뒤늦게 정신을 차린 용용이가 회피했다. 아쉽군.
나는 분통을 터뜨리는 용용이 녀석을 실컷 놀려 주면서 정수를 찾아 한라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 처리하니 쫓길 필요가 없어서 좋군.
*
* *
어스 드래곤은 무수히 많은 경쟁자를 먹어 치우고 그들의 힘을 취해도 부족함을 느꼈다.
이대로는 부인과 자식을 죽인 원수에게 복수할 수 없다.
360도로 목이 돌아가 죽은 자식, 온전한 곳 없이 전신에 피를 흘리며 죽어 버린 부인.
한시도 잊어 본 적 없다. 죽어서도 인간에게 갈가리 찢겨 나가던 가족의 시체를 보면서 어스 드래곤은 복수를 위해 모든 걸 불사르겠다고 맹세했다.
캬아아아!
포식자가 터뜨리는 포효에 마물들이 쥐 죽은 듯 숨을 죽였다.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손에 넣었지만 어스 드래곤은 부족함을 느꼈다.
더 강력한 마물의 심장! 더 강한 마물의 피륙이 필요했다.
그때 하늘이 돕기라도 한 듯 강렬한 힘의 파장이 느껴졌다. 저 멀리 바다 건너 자리한 섬에서 느껴지는 ‘위대한 존재’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 힘에 주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은 자신이 힘을 취할 수도 있다는 것.
복수를 위해 하늘이 내려 준 기회였다.
어스 드래곤은 그 길로 위대한 존재의 힘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