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사연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로 이루어진 상태입니까?”
“사실 확인을 위해 대외협력관리국에 의뢰를 넣어둔 상황이에요.”
평소에 이런 정보는 국가수호국의 협력을 얻었는데? 왜 대외협력관리국인지 몰라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내 의문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진세정이 첨언했다.
“한상민 국장님의 부탁이 있으셨어요. 앞으로 초인님의 일에 적극 협력하고 싶다고. 삼국 중에 정보력이 가장 앞서는 곳이 대외협력관리국이었던 만큼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야…….”
크게 잘못된 일도 아니라서 순순히 납득하니, 진세정은 조금 이따 한상민이 방문할 것을 알리며 알고 있는 사실을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우선 편지를 쓴 아이의 엄마가 나간 건 사실로 확인됐어요. 주변을 탐문하니 평소에 불안장애 증세를 보였다고 하는데, 종교를 믿게 되면서 나아졌다고 하네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주 권했다고 하는데 깊은 관계까지 발전한 사람은 없다고 하고요.”
그렇다면 꼬마의 말이 거짓일 확률은 낮을 것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매우 흔했다. 마물이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대에서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간절히 갈망했다.
그 틈을 독버섯처럼 파고든 사이비 종교는 수도 없이 많고.
장인성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버서커가 물었다.
“내가 갈까?”
“아니. 나한테 온 일이니 내가 처리하는 게 맞겠지. 넌 저거나 잘 챙겨줘. 기다리고 있을 텐데.”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버서커는 날 방해하지 않겠다며 짐을 챙기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상민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특색이 보이지 않던 한상민은 대외협력관리국장으로 취임한 이후 중후한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군. 내가 초인이 되고 사회에 완전히 녹아든 것처럼.
“바쁘지 않냐?”
“바쁘지. 하지만 은인의 일인데 그냥 넘어가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마운데?”
“앞으로 자주 이용해달라고. 나도 너와 협력하는 건 도움이 되니 이렇게 나서는 거니까.”
솔직하게 말하는 태도가 꽤 마음에 들었다. 나와 접촉이 잦은 것만 해도 한상민에게 도움이 되고, 난 대외협력관리국의 정보력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 있으니까.
이런 걸 상부상조라고 하는 거겠지. 봐라, 용용이. 내가 미쳤다면 이런 상부상조가 가능하겠냐.
[갑자기 난 왜 걸고 넘어지는데?]여태까지 당한 것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해라.
난 한상민에게 사연 이야기를 했다.
“이거 아주 고약한 상황이야.”
말을 그렇게 시작한 한상민은 편지 주인공의 어머니가 사라진 것에 얘기했다.
“사이비 종교 문제긴 한데 정치인이 얽혀 있어. 그래서 귀찮은 거지.”
“비호를 해주고 있나?”
“그것도 있고, 대외적으로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 이력을 내세우고 있어.”
뿐만 아니라 후원하는 기업도 있고, 중견 길드도 뒤에 있단다.
그 말은 모든 분야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어머니가 몸 담고 있는 종교는 종말 시기에 흔히 모습을 드러내는 곳으로, 현세보다 내세에 충실하는 교리를 지닌 곳이다.
당장 생활이 팍팍하고 마음 둘 곳 없는 사람들이 많이 귀의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불안함을 자극하여 빠르게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한 번 경고를 해서 음지로 숨어들었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오히려 자기들 방패를 만들기 위해 정계에 은밀히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지.”
“결국 사람 등쳐먹는 곳이란 거네.”
종교에 귀의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가진 것 없이 몸만 있는 사람들이라면 뻔하다. 각종 노동력 착취부터 시작해서 인신매매 등이 얽혀 있을 것이다.
장인성을 상대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다.
“아니, 그게 끝이 아닐 거야.”
“뭐가 더 있나보군.”
“이 이상은 나도 정보를 얻기 힘들더라. 그런데 종교에 귀의한 각성자와 연구원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각성자, 연구원.”
“구린 냄새가 나는 곳이지. 내가 블랙요원일 때 이곳에 침투하는 것도 논의했지만 결국 실패했거든.”
그만큼 철저하게 사람을 가려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 말은 그만큼 감추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의미로 읽히는데.
“어떻게 하려고?”
“몰랐으면 뒀겠지만 내 눈에 띈 이상 가만 둘 수 없지.”
“그 말은…….”
“녀석들에 대한 정보 좀 더 조사해봐.”
“그러지.”
한상민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내가 찾아간 이서준은 수원의 허름한 집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과거 마물의 습격에 다쳐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상태였고, 어머니의 변변치 않은 벌이와 지원금으로 근근이 먹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종교에 빠져 사라진 뒤, 혼자서 아버지를 보살피고 있었다.
문 앞에 선 것만으로 절망의 무게가 전해졌다. 이것이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칠 수 있는 삶이다. 한두 가지가 어긋나는 순간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정부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는 중에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게 실감이 된다. 아무리 많은 돈을 풀어도 경유하는 과정에서 감쪽같이 사라지고는 하니까.
하나하나 다 찾아서 없애버리면 나아질까? 한 번 논의해봐야겠다.
“어?”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꾀죄죄하지만 똘똘하게 생긴 10살 남자 아이가 서 있었다.
“네가 이서준?”
“어, 어어? 최준호다! 진짜 맞죠?”
“그럼 내가 최준호지, 가짜겠냐.”
“와아.”
넋을 놓고 봐서 내 모습이 뭔가 이상한가 싶었다.
난 곧장 본론에 들어갔다.
“네가 보낸 편지 읽고 왔다.”
“지, 진짜요?”
“아버지가 편찮으신 거 같으니 이거 집에 두고 저 앞에서 얘기 좀 할까?”
그냥 오기 뭐해서 먹을 것들을 잔뜩 사 왔다. 나와 얘기하면서 이서준의 눈이 내가 든 물건에 고정되어 있던 이유다.
집안에 먹을 것을 두고 나는 이서준과 집 앞 공터로 향했다.
“몇 개 물어볼 거다.”
“전부 대답하면 엄마가 돌아오나요?”
“그래. 대신 비밀로 해야 돼.”
“왜요?”
“네 엄마를 데려간 사람들이 들으면 도망갈 수 있으니까.”
“꼭 비밀로 하고 있을게요.”
결의에 찬 모습이 마음에 드는군. 어린 나이임에도 성숙함이 느껴진다. 원래 힘든 만큼 철이 빨리 드는 법이지. 그걸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믿을 사람이 많지 않은 이 세상에서 세상물정을 빨리 파악하는 건 좋은 일이거든.
나는 이서준에게 어머니를 데려간 사람들의 겉모습과, 평소 어머니의 행동, 주변 상황을 물어보았다.
아이 관점에서 본 세상은 아주 적나라하게 처절했다. 빈약한 지원과 힘든 형편 속에서 이서준 가족은 매우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나아질 면이 없는 현실에 이서준의 어머니는 종교에 빠져들었다.
그것이 가정에 파멸을 가져왔다. 10살에 불과한 이서준은 가정의 붕괴를 눈치채고 있었다.
“저, 저 무서워요.”
[딱해. 가여워.]어린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 용용이는 연민을 느끼지만 난 글쎄?
이서준 같은 처지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당장 대한민국에 이서준과 비슷한 상황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세계를 둘러보면 이것보다 불쌍한 녀석은 넘치고 넘쳐났다.
[그냥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안 돼?]딱히.
불쌍하다고 하나씩 봐주다가 나중에 전부를 봐줘야 할 거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사실 내가 찾아온 건 한 가족의 불행을 막기보다 사이비 교단이라는 말이 더 크게 작용했다.
장인성을 겪어 봤지만 독버섯처럼 번져가는 사이비 교단의 폐해는 상상을 초월하거든.
그리고 직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번 일은 서류에 적힌 것보다 훨씬 구린 게 많았다.
“믿고 기다려라.”
“흐, 흡! 넵!”
“울지 말고. 가족에게 듬직한 모습을 보여야지.”
“네.”
소매로 눈가를 비벼 눈물을 닦아낸 이서준의 눈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
필요한 정보도 얻었으니 이제 그 교단이 있는 곳으로 가봐야겠다.
내가 신호를 보내자 외곽에서 대기하고 있던 멍멍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코와 눈이 빨개져 있던 이서준이 멍멍이를 보고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멍멍이다. 머, 멋져요!”
역시, 어린 아이의 눈은 순수했다. 멍멍이라 부르는 걸 보면 내 네이밍 센스가 맞다는 걸 증명하고 있고.
안 그래도 요즘 멍멍이 덩치가 더 커지면서 윤희가 슬슬 예삐라는 이름을 손절하고 싶어 하더라.
예삐라기엔 너무 크다던가.
“초인님! 엄마 꼭 찾아주세요!”
“노력해볼게.”
난 이서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자리를 벗어났다.
*
* *
한상민이 건네준 사이비 교단의 위치는 동탄을 지나 오산시와 안성시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이 위치가 좋은 점은 마물 세력권과 경계에 있어 정부 입장에서 손을 대기 껄끄러우면서 동시에 정부의 힘이 닿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이다.
딱 자기들이 필요한 것만 쏙쏙 빼먹기 좋은 위치를 점유한 셈이지. 인적이 드문 곳이라 주변의 눈을 피하기에도 용이했을 것이다. 하여간에 머리들이 잘 굴러간다.
악은 부지런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하긴, 그러니 내 귀에 들리지 않고 조용히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겠지.
그 사이 사이비 교단 본단에 도착했다.
[저건 요샌데?]용용이가 내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줬다.
약 300m 정도 높이로 보이는 산에 위치한 본단은 얼핏 보면 숲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앞에는 저수지를, 뒤로는 확 트인 시야를 확보하고 있었다.
천혜의 요새까진 아니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딱 좋아보였다.
[직접 가서 처리하려고?]“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
내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번 건은 무고한 민간인이 엮여있는 일이다. 솔직히 그들의 신변이 걱정되는 건 아니지만 내 이미지를 위해서 어느 정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교단 내부에 있을 자료도 확보해야 하고.
그러려면 교단 인원과 그들에게 홀려 들어온 사람들을 분리해야 한다.
근데 직접 찾아가면 100%의 확률로 구분하지 못할 게 뻔해서.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저 안에 있는 교단 인원들을 끌어내면 되겠지.”
본단을 요새화하고 마물의 접근을 파악하기 위해 준비를 갖춰 놨다는 건.
마물을 상대할 전력을 갖춰놨다는 이야기다.
그 인원을 끌어내면 내가 잠입하는 건 한결 쉬워질 것이다.
난 멍멍이를 부르려고 할 때였다.
멍!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멍멍이가 대답했다.
아직 부르지도 않았는데?
고개를 돌리니 멍멍이 입에 사람이 들려 있었다. 내가 사람을 먹으라고 허락한 적은 없는데?
멍멍이도 그럴 생각은 아닌 듯 입에 문 사람을 내 앞에 내려놨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가 기겁했다.
“으아아아!”
“넌 뭐야?”
“서, 설마 최준호 초인? 히익!”
난 대답하지 않는 녀석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이름부터.”
“저, 전 굿모닝동탄의 진용호입니다! 기자입니다!”
“기자?”
“예, 예! 사, 사이비 종교에서 사람들이 잡아가고 있다는 말에 취재를 나왔습니다.”
“그래?”
냄새를 맡은 기자가 있을 줄 몰랐군.
“취재해놓은 내용 내놔.”
“…….”
“싫냐?”
꾸욱.
“으아악! 여, 여기 있습니다!”
머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자 바로 자료를 내놨다.
음. 녀석이 내놓은 정보는 특별할 것은 없었다. 얻은 수확이라면 각성자 숫자로 보이는 것과 정재계 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드나들었다는 것 정도?
저 안에 뭐가 있는지 유의미한 건 없었다.
역시 내가 움직여야겠군.
난 멀거니 앉아있는 멍멍이를 불렀다.
“네가 할 일이 있다.”
멍!
용맹하게 대답하는 멍멍이. 기프트 마물언어 때문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뉘앙스가 전해진다. 아마 녀석도 비슷할 것이다.
멍멍이는 투지를 일으키며 명령만 내리면 요새 정문을 부숴버리겠다고 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고.
난 좀 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다.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멍멍이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마물 하나 물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