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멍멍이는 뛰쳐나갔다. 예민한 후각에 여러 마물의 체취가 감지되었다. 예전이라면 함부로 상대하기 힘든 마물도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정도 수준이 끝. 주인을 따라 강한 마물을 상대해온 멍멍이의 안중에는 없었다.
그중에서 가장 강한 마물을 데려와야 한다.
멍!
주인은 단순히 마물 하나를 주문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안 그러면 맞는다. 진짜 죽음이 생각날 정도로 맞는다.
그때마다 멍멍이는 살기 위해 발버둥 쳤고, 마침내 주인의 의중을 일부나마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인의 속을 파악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멍멍이는 주인에게 덜 맞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터득한 방법이 선을 넘는 것이다.
주인은 무조건 차고 넘치는 것을 좋아한다.
일단 주문해놓은 것보다 과도하게 선을 넘어놓으면 그다음 지시가 따라오는 것. 멍멍이는 후각에 감지되는 마물 중 가장 강한 녀석을 찾아갔다.
인간 기준으로 하면 유해 6단계 정도로 분류되는 녀석이다.
커겅! 컹! 컹!
녀석은 갑자기 등장한 멍멍이를 보고 경계하면서 강자의 등장에 최대한 충돌을 빚지 않으려고 했다. 지나가려면 지나가라고, 멀리서 온 포식자를 향한 예우를 했다.
하지만 멍멍이 눈에 녀석은 주인에게 잡아갈 재료에 불과했다.
여기에서 또 주인의 요구사항 중 까다로운 것이, 부상을 크게 입혀서는 안 된다. 적당한 수준에서 만져주고 잡아가야 주인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멍멍이는 유해 6단 마물을 적당히 두들기고 잡아서 주인에게 데려갈 수 있었다.
한 눈에 마물의 수준을 가늠한 주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잘했어!”
멍!
살았다.
주인의 흡족한 표정에 멍멍이는 안도했다.
* * *
사이비 교단은 갑작스러운 마물의 침공에 난리가 났다. 멍멍이로 인해 상처를 입긴 했으나 상처 입은 야수가 무섭듯이 마물도 더 사납게 날뛰었다.
그 점에서 멍멍이가 센스가 있다. 적당히 부상을 입혀 마물이 뿔나게 만들었다.
역시 지속적인 갈굼은 마물도 임무 수행능력을 향상시켜준다.
앞으로 계속 갈궈줘야지.
“멍멍이 넌 여기 대기하고 있어.”
멍!
“초, 초인님 저는…….”
진용호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눈으로 날 보았다. 이 녀석을 어쩐다? 이 자리에서 버려야 되나.
그래도 조사를 해온 녀석이라니 헌신짝처럼 버릴 수는 없겠지.
“너도 적당한 곳에 숨어있고. 멍멍이 근처에 있으면 무사할 거다.”
“아, 알겠습니다.”
“괜히 도망치려고 하지 말고. 그럼 진짜 잡아먹힐 수도 있을 걸.”
“힉! 가만히 있겠습니다!”
이 정도면 가만히 있겠군.
난 안심하고 홀로 사이비 교단 본단에 잠입했다. 장인성의 예를 들 듯 사이비 교단은 다 비슷한 느낌이었다. 안에서 튀어나온 녀석들은 마물을 막기 위해 입구로 나아갔고, 그 틈을 타 내부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괜히 마물을 던졌나.”
[그러게.]애초에 복장으로 계급을 나눠놓은 곳이었다. 교단 소속은 하얀색 사제복을 입고 있었고, 일반 신도는 평상복을 입은 상태였다.
처음부터 죽일 놈을 잘 분류해놓았는데 괜한 힘만 뺐군.
난 여러 건물 중 가장 큰 곳으로 들어갔다. 보나마나 이곳에 사이비 교주와 핵심 인원들이 있을 것이다. 보통 이런 녀석들은 자기 권위를 위해 가장 크고 화려한 건물에 기거한다.
“누구…….”
난 얼굴을 알아본 사제의 목을 꺾어놓고 안으로 진입했다. 전투 가능한 녀석들이 대부분 나가서인지 전투력이 뛰어난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난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큰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50대 초반의 청수한 인상을 지닌 남자가 날 맞이했다.
요즘 사이비 종교도 경쟁이 치열해서 교주도 외모 관리를 열심히 한다. 그쪽도 나름 레드오션이라는 건가.
교주는 날 알아본 눈치임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뭐 믿고 있는 거라도 있나.
“어서 오시오, 최준호 초인.”
“내가 누군지 알고 있네.”
“마물이 습격해온 것치곤 자연스럽지 않았지. 그와 동시에 내부에서 소란이 벌어졌고.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요. 대표적으로 최준호 초인이 있지.”
“내가 온 걸 알고도 이러고 있단 말이지.”
단지 아는 척만으로 여유가 넘치는 건 아니고, 뭔가 믿고 있는 게 있나보다.
근데 교주가 믿고 있는 거랑 내가 아는 거랑 다를 확률이 많아보인다.
“죽기 전 할 말은?”
“우리는 같은 편이오.”
“너랑 내가?”
요즘 사이비 녀석들은 나날이 간덩이가 커지는 기분이다. 난 사이비랑 편 먹은 적이 없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교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최준호 초인은 청와대와 밀접한 사이 아니요? 난 여당과 밀접한 사이지.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에 엄청난 영광을 가져다 줄 수 있소.”
내가 대통령이랑 한편이라 생각하는 건 그렇다 쳐도 왜 대통령 편 = 여당 편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유중호 게이트로 내가 여당을 쑥대밭으로 만든 걸 모르고 있나.
아니, 그렇게 물갈이를 시키고 난 뒤 자리를 차지한 놈들이 대통령 딸랑이들이니 나와 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비밀로 했기에 오해가 생길 수 있지. 하지만 이것은 최준호 초인에게도 손해가 되지 않을 거요.”
“글쎄다. 난 사이비에 관심이 없는데.”
“최준호 초인에게 복종하는 수만의 병력이 생긴다 해도 말이오?”
교주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게 복종? 이거 수상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건 대부분.
“세뇌랑 관련된 거냐?”
“역시 최준호 초인이로군. 맞소. 이건 중국이나 일본, 심지어 미국보다 앞서 나가는 통제 시스템이자 각성자 육성 시스템이지.”
교주가 말하는 것은 중국에서 입수한 ‘동화 육성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정신계 기프트를 인위적으로 개발하여 각성자들의 정신 채널을 하나로 묶는 걸 말한다.
자기들은 이걸 칼라 프로젝트라고 한다나. 어디 외계인이 떠오르는 이름이로군.
중국에서 각성자들을 강제로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 북진을 통해 입수되면서 연구에 착수했다고 한다.
교주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난 이걸 알고 있다.
이게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니.
당연하게도 혈종이던 시절 본 거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저건 성공하긴 했다. 대신 각성자는 조종하는 사람의 철저한 꼭두각시가 되어 살육기계로 전락해버렸지만.
그게 왜 한국에 들어온 건지는 금시초문이다.
“이게 왜 나한테 이득이 된다는 거냐?”
“그야 최준호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운신 폭이 늘어나기 때문이지.”
녀석의 궤변은 이러했다.
마물이 등장한 세상에서 계급의 양극화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기존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사상을 부인하고 철저한 계급 사회로 돌아가 자신의 능력만큼 세상에 공헌하자는 게 그의 이야기였다.
귀족 계층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 노예 계층에서 재능있는 자들이 올라올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통제한다.
자기들끼리 아주 거창한 그림 만들고 앉았군.
내가 모든 사람은 특별하다는 식의 사상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제멋대로 궤변을 늘어놓는 건 파악이 가능하다.
“우리가 눈에 띄어서는 곤란하지. 오늘의 실수를 인정하고 자리를 이동하겠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궁리까지.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무슨 의미요?”
“내가 손맛 볼 기회를 왜 남한테 양보해야 하는데?”
“뭐……!”
난 교주 녀석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평소대로라면 목을 비틀었을 테지만 알고 있는 게 많은 것 같아서, 아무래도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봐야겠다.
망설일 것 없이 브레인워싱을 사용했다.
“……!”
허우적거리던 교주의 동공이 탁 풀리고, 나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게 뭐야!”
“왜,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거지?”
“모두 진정해!”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 곳은 정확하게 두 분류로 나뉘어 있었다. 세뇌가 풀려 기억의 공백이 생겨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과 원래부터 세뇌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
딱 죽이기 좋게 잘 분리되어 있다.
* * *
내부를 장악한 나는 용도가 다한 마물을 죽인 뒤 멍멍이와 진용호를 안으로 불러들였다.
“이게 무슨…….”
“생각이 달라졌다.”
“예?”
“기다려.”
어리둥절한 진용호의 반응에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번 일은 나 혼자 독단적으로 처리하기에는 사이즈가 좀 컸다.
설마하니 동화 육성 체계가 이쪽에 올 줄이야.
천명국의 번호를 누르면서 세상일이라는 게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번 생에서는 나로 인해 중국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 대한민국은 혈종이라는 최흉의 빌런이 등장하지 않게 되었고, 내 손에 중국 초인이 여럿 죽으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대한민국 내부에서 여러 욕망을 키우도록 만들었나보다.
동화 육성 체계도 그중 하나겠지. 중국이 약해지니까 그쪽으로 욕심을 부리는 녀석들이 등장한 것이다.
딱 봐도 정재계 관련자들이 연관되어 있을 게 분명해서 전문가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천 실장님.”
-혹시 무슨 일 터졌습니까?
이것이 대선 출마자의 눈치라는 건가.
귀신같이 알아 차린다.
“예. 좀 큰 건이라서.”
-자, 잠깐. 으으으!
“왜 그러세요?”
-…아, 아닙니다. 복통이 도져서.
“저런, 잘 관리하셔야지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이를 악 물고 말하는 느낌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건강이 나쁜 건 아니겠지? 정치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보약을 하나 지어 보내줘야겠다. 앞으로 5년을 더 책임지려면 체력도 관리해야지.
“여기가 그러니까…….”
난 한결 나아진 천명국에게 사이비 교단을 추적하다 발견하게 된 칼라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처음에는 사이비 교단을 취재하기 위해 나섰던 진용호는 실시간으로 커져가는 스케일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비밀을 품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자기 혼자 소화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나 다를까, 최준호가 청와대와 통화를 마치자 일단의 무리가 본단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진용호 앞으로 작은 체구의 기자가 나타났다.
“미디어 포스의 고예진이에요.”
“바, 반갑습니다. 굿모닝 동탄의 진용호입니다.”
진용호는 고예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어그로 대마왕이라 불리며 클릭을 유도하는데 도가 튼 실력자.
네티즌에게 원망이 자자하지만 기자들에게 있어 악마의 재능을 가진 인물이 바로 고예진이었다.
“굿모닝 동탄이면 규모가 크지 않은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먼 곳까지 취재를 나오신 거예요?”
“특종을 찾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하하!”
“우선 특종 얻으신 거 축하드려요. 초인님은 진 기자님의 단독 보도를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대신 저는 후속 보도로 어뷰징 기사를 내고 싶은데 괜찮겠죠?”
“무, 물론입니다.”
“그럼 자세한 내막을 알려주시겠어요?”
진용호는 고예진에게 사이비 교단에서 벌어진 일을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무고한 일반 시민들을 현혹시키는 곳인 줄 알았던 이곳은 인신매매와 더불어 각성자 세뇌를 연구하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기사 쓴 걸 볼 수 있을까요?”
“여기 있습니다.”
“…….”
기사 내용을 살핀 고예진의 미간이 좁아졌다. 마음에 안 드는 눈치다.
“이상합니까?”
“내용은 훌륭하지만 제목이 너무 밋밋한데요.”
고예진은 진용호가 작성한 [단독! 사이비 교단의 충격적인 실체는?]이라는 제목을 지적했다.
“우선 어그로를 끌어야 되거든요. 그래야 화제가 되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장 화제성 좋은 제목을 앞에 붙여야죠. 당연히 여기에서 제일 좋은 소재는 최준호 초인님이고요.”
고예진은 고민할 것 없이 기사 타이틀을 뽑아냈다.
“이러면 어때요?”
[최준호 초인을 격노케 한 생체실험은? 전세계가 천인공노하고 대한민국이 뒤집어질 충격적인 실험 현장 단독 보도!]“…….”
자기도 모르게 클릭하도록 만들 기사에 진용호가 입을 떡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