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난 안성시에 위치한 빌런 조직 ‘지존’의 본거지 앞에 도착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외곽에 위치한 공장처럼 보일 외형이었다.
번듯하고 깔끔했다. 빌런들이 대부분 아지트 외형에 신경을 쓰지 않는 걸 생각하면 의외의 모습이었다.
“기업형 빌런이었나.”
이제껏 보아온 잔챙이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이곳의 위치를 알게 된 것도 사이비교주 녀석을 브레인워싱을 걸어 정보를 털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잡아 온 사람들 숫자보다 더 많은 것처럼 보였거든. 그래서 조사해보니 인신매매하는 조직이 튀어나왔다.
교묘하게 자기들을 가릴 줄 아는 녀석인 걸 보면 가만 놔둘 때 얼마나 큰 피해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쥐새끼들답게 퇴로를 여러 군데 파놨네.”
밖에서 지켜보고 혀를 찼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답게 침입해오는 적을 상대하기보다 자기들이 도망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멍멍이가 있다고 해도 도망치는 녀석들을 전부 죽일 수 없겠지. 그렇다면 잠입해서 수뇌부 목을 따고 반항하는 녀석들을 쓸어버려야겠다.
도망치는 잔챙이는 나중에 추적하면 되겠지.
난 멍멍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넌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도망치는 녀석 있으면 제거해.”
멍!
“배고프다고 먹지 말고.”
멍멍!
아무리 말을 잘 듣는다고 해도 사람맛을 알게 하면 안 좋을 테니까.
당부를 마친 뒤 나는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겉으로 볼 때 공장 느낌이 나는 만큼 경비 상태도 철저하다기보다 일반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빌런 조직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를 띠기 시작했다.
난 곧장 수뇌부가 있을 가장 큰 가건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사람이 갇힌 감옥을 발견했다.
“인신매매 조직이 맞군.”
가장 깊숙이 위치한 곳에 도착하니 밖에서 볼 때와 다른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붕 쪽 창문 안으로 들어간 나는 경비를 서던 빌런과 마주쳤다. 방탄복에 총까지 무장한 상태였다.
퍽!
머리를 감싸자 그대로 터져버리며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 난 곧장 감각을 확장해서 가장 인원이 많이 모여있는 곳을 찾아냈다.
십중팔구 저 곳에 빌런 조직 보스가 있다.
더 이상 정체를 감출 필요도 없어 당당하게 다가오니 처음에 의하게 여기던 빌런 셋이 경계태세를 갖추며 내게 총을 겨눴다.
“누구냐!”
“암살자.”
아, 이 경우는 암살이 아니겠군.
다 죽여서 증인을 없애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다.
탕! 타다당!
두두두두!
권총과 기관단총이 불을 뿜었지만 포스막을 뚫지 못했다. 단박에 가까이 접근한 나는 목을 비틀고 머리를 부숴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도 호위로 보이는 녀석들이 서 있고 나이 지긋한 녀석들이 앉아있다가 날 보고 일어났다.
그중 야비한 인상을 가진 호리호리한 남자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멍청한 녀석들! 모두 물러나라!”
그러더니 날 보면서 호감형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입 꼬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반갑습니다. 이곳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정연후라고 합니다, 최준호 초인님.”
“날 아나 보네.”
“그럼요. 거친 곳에 있다 보니 유명인의 얼굴은 반드시 외우고 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오해가 있다면 해명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
난 대답 대신 정연후라 밝힌 빌런을 빤히 바라보았다. 녀석은 어색해진 자리를 권하던 손을 거두면서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네 생각을 읽어보려고 하네.]섣불리 입을 열다가는 자기 머리가 터질 수 있는 걸 아는 녀석이다. 빌런치고 상황 판단이 빠르고 임기응변이 좋군.
그것이 녀석이 살아남은 비결일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확신만 들 뿐이다.
“사이비종교에서 일은 유감입니다.”
“거기에 사람을 공급했던데.”
“저희는 속았습니다. 본래 저희는 난민들을 다시 사회에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자리 알선 업체입니다. 그 사이비들은 자기들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를 저희에게 소개시켜줬고, 저희는 그들의 재무구조나 사회공헌 등을 보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저희들의 실수라면 그들을 믿었던 게 잘못입니다.”
정연후는 사이비종교를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자기들은 죄가 없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 번 믿어주고 싶을 열정이었다. 무표정일 때 야비하던 모습도 미소를 짓고 있으니 나름 호감형으로 보였고.
이래서 얼굴만 보고 믿으면 곤란하다. 냉정하게 행동과 언변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역시 인간은 간악해!]착한 인간보다 악한 인간이 많으니까. 용용이 말에 딱히 대꾸할 부분이 없었다.
“믿기 힘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대외협력관리국에서 지정된 협력업체입니다. 저희가 빌런이라면 대외협력관리국과 협력하겠습니까? 이걸 봐주십시오.”
대외협력관리국과 연관이라? 이건 확실히 예상 밖 내용이었다.
의외라는 내 표정을 본 정연후가 목소리에 힘을 실어 더 열심히 말하기 시작했다.
보통 이 정도면 납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상대가 나일 뿐.
“그래?”
“예……!”
내가 대답하는 틈을 타 손을 쓰자 정연후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황급히 허리를 뒤로 꺾은 그의 안면 위로 기뢰가 스쳐지나갔다. 그 사이 나는 사무실 안에서 경비를 서던 녀석들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후두둑!
피와 뇌수가 터져 나가는 가운데, 정연후 옆에 있던 빌런의 목을 틀어쥐어 그대로 꺾어버렸다.
방안에는 나와 정연후만 남았다. 내 살기를 정면으로 받은 놈이 파리해진 얼굴로 외쳤다.
“왜, 왜 우릴 공격하는 겁니까!”
“죽일 놈들 죽이는 게 무슨 이유가 필요해?”
“대외협력관리국과 연계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런데 왜!”
어디 안전장치 마련한다고 끈 몇 개 잡았나본데 그래봤자 빌런이다. 놈들이 인신매매와 온갖 불법을 저질러놓고 법타령을 하는 게 웃기지. 불법을 저지른 녀석의 최후는 절차 따위는 무시한 무법 처리가 최고다.
“네가 친한 게 대외협력관리국이지 나냐?”
불만이면 대외협력관리국을 찾아가서 살려달라고 하던가.
어차피 못하겠지만.
퍽!
놈의 머리에 기뢰를 퍼붓자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포스막으로 피와 뇌수가 튀는 걸 막아낸 뒤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이제 남은 녀석들을 처리해야겠군.
*
* *
공장에 있던 녀석들은 자기 보스를 닮아서인지 무모하지 않았다. 몇몇 녀석이 반항하다가 맥없이 죽어나가자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그중 몇 명은 감옥에서 사람을 끌고 나와 인질로 삼아 날 협박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왜 인질을 내세우면 내가 머뭇거릴 거라 생각하지?
“그 사람이 죽는 거랑 내가 물러나는 게 무슨 차이가 있는데?”
“어?”
“죽여봤자 아무 의미 없어. 대신 넌 무조건 죽는다.”
“미, 미친.”
기겁하는 빌런의 시선을 흘리고 인질에게 말했다.
“죽게 되면 저 놈은 반드시 찢어죽일 테니 그리 아쇼.”
내 말에 인질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빌런이 더 당황하다가 틈을 보여줘서 기뢰로 가슴뼈를 부러뜨린 뒤 발로 배를 걷어차서 복부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주었다.
인질을 잡은 녀석이 피와 내장을 쏟아내며 죽자, 더 이상 저항을 포기하고 모조리 도망쳤다.
저항하는 녀석은 모두 죽고 남은 녀석들은 모조리 도망치자 홀로 남게 된 나는 한상민에게 연락해서 뒤처리를 맡긴 뒤 자리를 벗어났다.
기업형 빌런 조직으로 발돋움한 녀석의 본거지는 여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평택에 양지로 나온 진짜 본사가 존재했다.
빌런 주제에 도시에 자리 잡을 생각을 하다니.
“이래서 머리 좋은 빌런들이 유해하다니까.”
멍!
공장 밖으로 나오니 대기하고 있던 멍멍이가 다가왔다. 녀석이 날 보면서 뭐라 멍멍대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혜광심어에 서린 마물언어 덕인지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스물일곱 명을 잡고 다른 방향으로 도망친 열셋은 놓쳤다고?”
멍!
그러면서 멍멍이가 내 눈치를 살폈다. 음, 마음 같아서는 다 잡지 못한 걸 추궁하며 벌을 주고 싶었지만 그건 억지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놓친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지. 다음에는 다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멍멍!
눈에 띄게 밝아진 멍멍이가 짖었다. 열셋이라. 많이도 도망쳤군.
난 멍멍이한테 도망친 척 하던 녀석이 돌아와 재물을 챙기려 할 수 있으니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부른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면 서울로 복귀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난 곧장 지존의 평택 법인 본사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꼬마빌딩 가장 윗층에 입주해있는 곳으로 향하니 데스크 직원이 친절하게 물어왔다. 딱 봐도 빌런 조직과 관련 없는 사람이었다. 아래층 사무직원들도 모르는 눈치던데 중간에 이런 사람들을 끼워 사업을 하나보다.
확실히 잔머리를 잘 굴렸다. 자기들이 안전하기 위해 무고한 민간인을 내세우는 것은 물론 상관없는 사람들을 방패막이로 삼는 발상이다.
“어? 최준호 초인?”
그중 한 사람은 내 얼굴을 알아봤다. 공식행사 때 메이크업을 받다 보니 맨얼굴로 다니면 알아보는 속도가 늦고는 했다.
음, 그래도 빌런하고 결탁한 사람들이니 제거해야 하나? 아니, 곧 있으면 대외협력관리국에서 올 테니 조사를 받겠지. 만약 빌런이 사무직으로 위장해서 놓치면 나중에 과감하게 손을 쓰면 된다.
그때였다.
“시장님 보러 오셨어요? 초인님이 오신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응?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상대가 착각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눈치껏 대꾸했다.
“갑작스럽게 합류하게 돼서.”
“아, 그러시구나. 안내해드릴게요.”
난 데스크 직원의 안내를 받아 편하게 대표실 앞에 도착했다. 직원을 보낸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한창 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응?”
날 보고 먼저 반응한 것이 법인대표이자 지전의 부두목인 양경철이었다. 보스인 정연후가 계획을 세우면 실행에 옮기는 실행파다.
난 뭐라 말할 것도 없이 놈의 목을 잡아 비틀어버렸다.
뿌드득!
혀를 빼문 양경철은 변명조차 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맞은편에 있던 남자는 갑작스러운 참극에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난 평택시장의 얼굴 같은 건 모르지만 데스크 직원의 말대로 평택시장이겠지.
“평택시장이 왜 여기에 있지?”
“이, 이 사람을 왜 죽인 거요?”
“빌런이니까.”
“난 몰랐소. 빌런이 아니라 평범한 법인 대표인 줄, 알았소.”
“그래?”
“오늘 이 자리도 지역 사회 사업을 위한 거였소. 정말이오.”
평택시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열변을 토했으나.
[거짓말이네.]내 옆에 신수가 거짓말 탐지기라서.
그리고 내가 느끼기로도 거짓말이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평택시장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며 팔을 허우적거렸다.
“아,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난 지방자치단체장…….”
퍽!
뭐라 지껄이거나 말거나 머리를 부숴버렸다. 딱 봐도 빌런하고 결탁한 녀석의 변명 따위 들어줄 이유가 없다.
[너 오늘 백 명 넘게 죽였어!]그걸 굳이 말하는 이유가 뭐냐, 용용이.
[그냥?]몇 명을 죽이건 난 별로 신경 안 쓴다. 죽일 놈을 죽인 건데 숫자를 세봤자 의미가 있나. 그만큼 세상에 유해한 녀석이 사라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대단한 신념이네.]현아가 어설픈 신수는 탄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거랑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신수로 비유하니 용용이 입이 바로 닫힌다. 하여간에 신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녀석이다.
내 입장에서 그게 그거지만 녀석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겠지.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혈종과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무고하게 죽은 사람 숫자는 줄이고 나쁜 놈들을 훨씬 많이 죽였으니.
하지만 더 교활한 빌런이 등장하면 그때는 무고한 피해가 있더라도 빌런을 잡을 것이다. 그런 녀석을 살려두면 수십 수백 배의 무고한 피해자가 더 등장할 테니.
[난 네가 빌런이란 인간들보다 더한 거 같은데.]누군가는 그렇게 느낄지도.
대표와 시장을 죽였지만 방음이 잘 되어 있어서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 잠시 후, 바깥이 요란해지더니 일단의 무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대외협력관리국에서 보낸 각성자들이었다.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내가 죽인 평택시장과 양경철을 보더니 표정을 굳히고 시체를 수거해갔다.
“초인님, 이곳 수색은…….”
“내가 먼저 둘러보고 잠시 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대외협력관리국 각성자가 밖으로 나가고, 나는 피범벅이 된 대표실에 홀로 남았다.
아니, 홀로 남은 것처럼 보이는 거겠지.
“아무래도 좀 더 큰 곳하고 연결되어 있는 거 같은데.”
난 그리 중얼거리다가 빈 허공에 말했다.
“일본까지 연관되어 있는 걸 보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찰나의 순간 호흡이 흐트러진 게 느껴졌다.
“나와라.”
[현실부정 하는 중이네. 들켰다는 걸 인정하기 싫나봐.]“마지막이다. 나와.”
내 말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허공 위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는 얼굴이다.
내가 일본에서 구해줬던 일본 측 초인, 환월 나카야마였다. 그땐 사지가 잘려있었는데 잘 붙어 있었다.
그나저나.
“일본에서 뭐 먹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