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회수해야 돼.]나카야마가 돌아간 뒤, 용용이는 내게 강하게 주장했다.
“…….”
그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용용이가 그렇게 말하는 건 이해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거든.
나는 머릿속으로 나카야마가 했던 말과 정다현이 전달해줬던 내용을 정리해나갔다.
일본의 시도는 그동안 국가들이 비밀리에 실험하던 것의 연장선상이었다. 인간은 마물에게 멸망의 위협을 당하면서도 그들의 경이로운 생명력과 질긴 가죽, 막대한 포스 운용을 빼닮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왔다.
신수의 잔해를 발견했다면 그걸 복원하기 위한 연구 시도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곳에서 한국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지 몰랐다. 그것이 인류가 살아남은 방식이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용용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수의 존재가 인간 세상에 간섭하도록 두면 안 돼. 우리가 머뭇거리는 동안 정보를 접한 천둥새가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인위적으로 만든 건 너희도 감지 못했는데 천둥새가 어떻게 감지한다고 그러냐?”
[…….]“인간이 신수에 범접하는 게 싫어서 그렇지?”
[…맞아.]마지못해 대답하는 용용이를 보면서 나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신수는 여러 성격을 가졌지만 기본적으로 오만하다. 자신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고고함은 조금 아니, 매우 많이 거슬렸다.
언제고 콧대를 한 번 꺾어주고 싶었다. 뭐, 그 기회가 지금은 아닌 듯하고.
이번 건은 천둥새가 어설프게 간섭해오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인공적으로 신수의 정수를 만드는데 성공했으나 그것은 기존 신수의 정수와 많은 부분이 다를 테니.
그래도 한 번 보고 싶어졌다. 일본 정부에서는 저걸 만들기 위해 엄청난 양의 지원을 퍼부었을 텐데, 지금은 줍는 사람이 임자 아니던가.
모름지기 뭘 먹을 때 가장 맛있는 건 아무런 책임도 없이 홀라당 날로 먹는 것이다.
“가지러 가지.”
[진짜?]“어차피 놔두면 저걸 먹고 소화하는 녀석이 나타날지도 몰라.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가만 두고 보고 있을 수 없지.”
[맞아! 모처럼 말이 잘 통하네!]과연 그럴까?
용용이 녀석이 생각하는 것과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상당한 차이가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걸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지. 녀석이 귀여운 용 형태를 하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굉장히 귀찮아질 수 있는 녀석이다.
그리고 이번 건수가 건수다보니 정다현과 같이 가기 뭐해졌군.
“독도는 같이 못 가겠군.”
꽤 기대하고 있던데 양해는 구해야겠지.
*
* *
“아쉬워요.”
정다현은 내가 독도에 함께 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나도 아쉬워.”
바다에서 어떻게 사냥하는지 지켜보고 더 굴려줄 부분을 찾아볼 수 있었을 텐데.
정다현의 재능은 실로 눈부시다. 이세희보다 재능 면에서는 정다현이 더 낫다고 할 만큼. 이세희는 부족한 부분을 독기로 채우는 느낌이었고.
아무튼 재능이 뛰어나기에 굴릴 맛도 있다. 이번에 새로운 포인트를 찾나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
하지만 신수의 잔해와 관련이 있는 일인 만큼 정다현의 존재는 방해만 된다. 초인 정도는 되어야 도움이 될까 말까 할 수준이니.
“금방 다녀올 테니 회포나 풀고 있어. 이세희는 만나 봤어?”
“네. 레벨 7이 됐다고 으스대서 대련으로 가뿐히 제압해줬어요.”
“이세희 표정이 궁금한데.”
“굉장히 분해 보였어요. 이번에는 제가 이겼지만 다음에는 몰라요. 세희는 언제나 반전을 만들 수 있는 친구니까.”
라이벌 의식과 함께 하는 동료 의식이 느껴졌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 신기하면서 살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런 감정을 느껴볼 수는 없을까? 근데 내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 보이지 않아서. 아무래도 라이벌이 되려면 실력이 비슷해야 할 테니까.
음, 버서커를 갈궈서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내 성에 차지 않지만 죽어라 굴리다 보면 원하는 만큼 나오겠지.
[차라리 죽여달라고 할 걸?]용용이가 버서커 캐릭터를 잘 파악해뒀군. 하지만 놓친 부분도 존재한다. 버서커는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윤희 말인데.”
“네.”
“만나봤어?”
“내일 만나기로 했어요.”
“네가 온다니까 잔뜩 기대하고 있더라고.”
“저도 윤희 만나는 건 기대 중이에요.”
“그 말이 아니라.”
“그럼?”
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윤희가 네게 지도받고 싶다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거든.”
“정말요? 윤희가 많이 성장했네요. 전에는 그렇게 싫다고 하더니.”
“북진에 참여하면서 걔도 많은 걸 깨달은 거겠지. 만나면 많이 지도해줘.”
“네, 그럴게요.”
이걸로 윤희는 정다현과 알찬 시간을 보내게 되겠군.
내가 정다현과 대화를 마무리할 무렵, 용용이가 의아함을 담아 말했다.
[근데 네 동생이 진짜 같이 훈련하고 싶다고 말 했어? 왜 난 들은 적 없는 거 같지?]“당연히 없겠지.”
[응?]“말한 적이 없으니까.”
마음 편히 하하호호 수다 떨 생각을 하는 여동생에게 내가 주는 작은 선물이었다.
*
* *
곧장 서울을 떠난 나는 멍멍이를 데리고 포항으로 가서 정박해놓은 내 요트를 타고 울릉도로 향했다.
사실 독도로 향하는 걸 결정하면서 이 사실을 대통령에게 알릴까 말까 고민을 했다.
요 근래 일본과 자잘한 마찰이 일어나면서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대책을 세우는데 더 용이할 것이다.
하지만 내 선택은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대통령을 믿을 수 있는지를 떠나서 신수의 정수나 잔해, 인공적으로 만든 것 등을 굳이 공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일전에 한라산에서 있던 신수의 정수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남과 공유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무언가 결실이 생길 때 내가 독식하고 그 후에 나눠줄까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괜히 기대하게 만드는 등의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요트를 몰고 울릉도로 향하면 소식이 전해지겠지만. 내가 먼저 알리는 것과 나중에 알게 되는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내 행동이 여러 가지 여파를 일으킨다는 걸 안다. 아마 청와대에서 내가 왜 울릉도로 향했는지, 이후 독도로 향하면 거기에 뭐가 있는지 분석하려고 하겠지.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모발을 잃고, 누군가는 혈변을 볼 수도 있다.
그게 나라는 존재가 갖는 리스크다.
내가 이 나라에 있는 한 이 나라 사람들은 그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그래도 다짜고짜 미쳐서 사람들을 죽이는 혈종 짓은 안하니까, 그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하는 거다.
“최, 최준호 초인님!”
내가 요트를 끌고 울릉도에 나타나자 해양경찰들이 깜짝 놀라 날 맞이했다.
저들이 날 찾아온 게 아니고 내가 찾아간 것이다. 인공 신수의 정수가 독도 근처에 가라앉았다고 해도 내가 바다 전체를 샅샅이 뒤질 수 없거든. 그러니 해양경찰에게 문의해서 범위를 특정해놓을 생각이었다.
난 잔뜩 얼어붙은 해경들에게 물었다.
“요즘 일본 순시선이 자주 나타난다고 들었습니다.”
“예, 예! 안 그래도 방금 전에도 독도 근처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어와서 저기 출항하고 있습니다.”
“출항?”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경비정 한 척이 나가고 있는 게 보였다.
“저겁니까?”
“예, 근데… 어, 어어? 초, 초인님!”
나는 더 들을 것도 없이 몸을 돌려 달려나갔다. 그리고 바다로 뛰어들어 해수면을 몇 차례 박찬 뒤 그대로 경비정 위로 점프했다.
느슨하게 풀려있던 해경들은 갑자기 등장한 날 보고 깜짝 놀라며 빠르게 포위하고 소리쳤다.
“누구냐!”
그래도 기세가 사뭇 날카로웠다.
“최준호입니다. 여기 책임자가 누구입니까?”
“최준호? 헉! 최준호 초인?”
“맞습니다.”
“여, 여길 어떻게?”
“그보다 책임자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책임자인 이성규 경위입니다.”
난 그제야 내 앞에 있는 사람이 해경들 중 가장 직위가 높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책임자가 이렇게 앞장 서는 경우를 많이 못봐서 헷갈린 부분이 있었다.
이걸 보고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불가능한 일이겠지?
“반갑습니다.”
“그런데 초인님이 여길 어떻게 오셨는지?”
“독도에 볼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가, 갑자기 독도는 왜…….”
“일본 순시선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해경들은 수군거렸고, 이성규의 눈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난 그들을 안심시키듯 말했다.
“여러분들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조용히 해결하고 싶은 일이라서. 지금 일본 순시선이 있는 곳으로 가는 중입니까?”
“예.”
“저도 그쪽에 볼 일이 있으니 함께 가시죠.”
“아, 알겠습니다. 대신 상부에 보고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그렇게 나는 경비정을 타고 독도로 향하기 시작했다. 해경들은 날 힐끗거리면서 각자 자기 일을 하러 흩어졌고, 이성규만 날 보좌하듯 내 옆에 따라붙었다.
“일본 순시선이 자주 나타납니까?”
“이번까지 해서 총 21번입니다. 점점 그 주기가 잦아지는 걸 보고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말입니까?”
“저희 측 경고를 전혀 듣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측정을 하고 있는데, 그 의도가 뭔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상대 의도를 알 수 없으니 막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렇군요.”
아마 인공 신수의 정수를 찾기 위해 탐색하는 걸 해경은 모르고 있는 듯했다.
하긴, 그걸 알면 그게 더 대단한 거겠지.
“일본 순시선입니다.”
그 사이, 독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일본 순시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비정에서는 순시선에게 당장 떠날 곳을 요구했다. 하지만 순시선은 요지부동이었다.
“전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경고하러 지휘실로 향했던 이성규가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 순시선은 해경이 등장하거나 말거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측정하고 있었다.
겉으로 볼 때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공 신수의 정수를 찾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일본은 저렇게 노가다를 해야 하지만 나한테는 신수 탐지기가 존재했다.
용용아, 찾았냐.
[잠깐만. 기존 거랑 이질적이고 희미해서 찾기가 쉽지 않아. 좀 더 이동할 수 있어?]“배를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습니까?”
“…알겠습니다.”
경비정이 가까이 다가가자 순시선이 경비정의 존재를 의식했다. 양쪽 모두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용용이의 탐색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찾았다!]오랜만에 열일했군.
난 용용이한테 인공 신수의 정수 위치가 담긴 정보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는 눈이 많으니 이 자리에서 곧장 찾으러 갈 생각은 없다.
증인이 될 만 한 건 일찌감치 치워야겠지.
그 사이, 측정을 마친 순시선이 배를 돌렸고, 경비정도 배를 돌렸다.
더 이상 충돌이 벌어지지 않아 해경들은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 영해를 침범한 배를 어쩌지 못하다니.”
이성규는 멀어지는 순시선을 보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
“침몰시키면 큰 문제가 발생하겠죠?”
“…예. 외교적 문제부터 시작해서 온갖 귀찮은 일이 발생할 것입니다.”
주어지는 보상은 적고 귀찮은 일은 잔뜩 발생하니 공무원으로서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현상유지만을 위한 방침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예?”
“앞으로 측정하러 오지 못할 거거든요.”
“그게 무슨…….”
이성규가 반문하려던 순간, 요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그가 고개를 돌리니 일본 순시선의 선체에서 연기가 피어나더니 급속도로 기울어져서 뒤집히고 말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들이다.
원래 세상에 납득이 가는 일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일도 그렇게 생각되지 않을까.
난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해경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일본 순시선은 마물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
“그렇게 알고 계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