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멍!
인공 신수의 정수를 먹은 멍멍이 녀석이 상당히 불손해 보인다 싶었는데 행동을 보면 또 그렇지 않았다.
음, 보통 힘이 생기면 반항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던데?
멍멍이는 예외였던가? 역시 평소에 교육을 폭력과 강압을 바탕으로 하니 개김성의 싹을 짓밟아놓는 효과가 있었다.
앞으로 애용해볼 필요가 있군.
아니면 멍멍이가 눈치가 빠른 건가, 아니면 내 기우였던 건가.
아무래도 좋았다. 내가 준 특식을 먹고 멍멍이 녀석이 강해진 게 보였으니까. 보아하니 인공 신수의 정수가 파편화 되어 있었고, 순차적으로 녹여내어 자신의 힘으로 만들 듯 싶었다.
자기 능력껏 소화를 시킨다는 의미지.
난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용용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넌 왜 아쉬워하냐?”
[그걸 그렇게 갑자기…….]“생각하는 시간 줬어도 넌 반대했을 거잖아.”
[그렇지만! 결정이 너무 빨라!]“어차피 네 눈에 차지도 않고 쓸모도 많지 않은 녀석인데 멍멍이한테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해라. 멍멍아, 너도 좋지?”
멍!
“이것 봐라. 좋다잖냐.”
[하아!]용용이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보였지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미 멍멍이 뱃속에 들어간 걸 어떻게 꺼내겠냐. 아니, 배를 가르면 파편 몇 개는 건질 수도?
부르르!
내 눈길을 받은 멍멍이가 몸을 떨었다. 배 안 가를 거니 겁은 먹지 마라.
그제야 멍멍이가 안도한다.
이렇게 보니 내 행동에 일희일비가 너무 심한 거 같기도 하고?
[저기 배가 또 오는데?]용용이 말에 고개를 돌린 나는 일본 순시선 한 척이 다가오는 걸 보았다. 조금 전에 침몰했는데 그 사이 한 척을 더 보낸다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접근이었다.
이번에도 불운한 마물의 습격을 가정해볼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용건 다 끝났잖아.]“하긴.”
여기에서 얼쩡거리게 만드는 게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는 걸 테지.
그러고 보니 좋은 생각이 하나 났다. 이거 먹힐지도?
난 다가오는 순시선을 보다가 요트 난간을 박치고 일본 순시선으로 향했다.
다가가는 날 보며 녀석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해수면을 박차고 갑판 위로 올라가니 총을 겨눈 채 날 경계하고 있었다.
“히익! 최준호!”
“헤, 헤드 브레이커!”
날 알아보고 헛바람을 집어삼키는 게 보였다. 수십 개의 총구가 날 겨눴지만 개의치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거, 일본어도 배워야 되나. 기프트 중 외국어 꽁으로 배우게 해주는 건 어디 없나? 마물 언어는 왜 외국어와 호환되지 않는 건지 아쉽군. 세계 각지에 개소리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말이지.
[뭔 소리래?]나도 그냥 해본 말이다.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
“…….”
“없으면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야 하나.”
“내, 내가 할 줄 압니다.”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꽤 유창한 한국어로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지그시 바라보니 그의 두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일본 총리와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
“…….”
“난 지금 남의 영해를 침입한 적을 상대로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바, 바로 연결해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부리나케 달려간 그가 스마트폰을 들고 와서 몇 차례 통화가 넘어가는 듯하더니, 잠시 후 조심스럽게 다가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총리님. 몸은 괜찮습니까.”
중상을 입었다고 하면 전화를 못할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한 국가의 수장이고, 일본의 의료 체계는 믿음직하니까. 어떻게든 목숨을 붙여놓았겠지.
-…내 몸은 괜찮네. 무엇보다 최준호 군이 그곳에 있을 줄 몰랐네.
“잘났다고 여기저기 다녀도 나라에서 시키면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하는 처지 아니겠습니까.”
-나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제가 여기 온 사람들을 살펴보니 불법으로 침입한 사람들이더군요?”
-…….
“여긴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아까 전에는 마물도 출몰했고요. 그로 인해 일본 측 배 하나가 부서져 침몰했습니다. 아, 마침 근처에 있어서 해경 측과 협조해서 구조 작업을 했습니다.”
-고맙네.
“어떤 목적이 있는 거 같은데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곳에 양해는 구하셔야지요. 안 그러면 타국 영해를 무단침공한 자들을 곱게 돌려보낼 수가 없습니다.”
“힉!”
내 말을 알아들은 몇몇 일본인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군.
난 조용히 총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잠시 숨을 몰아쉬던 그는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조급한 마음에 행동이 앞섰군. 어떤 말인지 알겠네. 조치를 취하도록 하지.
“양국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이자 든든한 동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리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습니다. 쾌차하시고요.”
-고맙군.
그걸로 총리와 통화를 마쳤다. 전화를 건네받은 병사는 선장에게 건네주러 가더니 잠시 후, 내게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본국에서 돌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조심히 돌아가길. 마물이 제법 많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미련 없이 순시선을 내렸고, 순시선은 선체를 돌려 왔던 길을 돌아갔다.
[넌 나날이 협박 솜씨가 좋아지는 거 알아?]“협박이라니.”
격식을 차린 정중한 권유를 그렇게 생각하는 건 용용이밖에 없을 것이다.
[너 빼고 다 그렇게 생각할 걸.]끝까지 우겨대기는.
아직 이곳에 인공 신수의 정수가 있다고 믿는 일본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계속 미련을 보인다면 이곳이 거대한 그물 역할을 할 수 있을 테지.
요트 위로 올라온 나는 곧장 울릉도로 돌아갔다.
*
* *
청와대는 일본에서 갑작스럽게 온 요청을 듣고 혼란에 휩싸였다.
비서관들을 모아 회의를 마친 대통령은 천명국을 남겨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논의를 이어나갓다.
“일본 측 요청을 어떻게 보나?”
“최준호 초인 효과일 것입니다.”
“그럴 테지.”
일본 측 요청이 오기 몇 시간 전, 청와대에 최준호가 울릉도에 있다는 정보가 전해졌다. 최준호의 일거수일투족은 초유의 관심 대상이었기에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에 일본에서 이런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최준호와 연관있는 사안이다 보니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본래 우리에게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 없었겠지. 중간에 생각이 바뀐 건 최준호의 개입이 있었던 걸 테고. 뭔가를 찾는다고 하던데 아는 바가 있나?”
천명국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이 부분은 현지 휴민트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말은 좀 더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짐작이 가는 바가 있나?”
“일본에서 흘린 게 저희 예상보다 값비싼 보물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 정체를 최준호는 알고 있고?”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물이 뭔지 궁금하군.”
냄새가 났다. 최준호의 협박이 있었다고 해도 일본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이런 요청은 의외였다.
대통령과 천명국은 자신들이 모르는 부분에서 큰일이 벌어졌고, 독도에 그 해답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최준호 초인을 불러 물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직 울릉도에 있나?”
“울릉도를 떠났다고 합니다. 곧 포항에 도착해서 서울로 올라올 테니 오늘은 무리겠지만 내일 보는 건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우선.”
대통령은 일본의 협조 요청이 최준호에 의한 것이니 그것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천명국은 그 결정에 께름칙한 기색이었다.
“야당에서 이를 비난할 겁니다.”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조금 신중하신 건 어떨지?”
“최준호 말을 들어보고 말인가?”
“예.”
천명국의 말은 정론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최준호에게 생색을 낼 수 없지 않나?”
“…….”
“그렇게 생각하건 안하건 생색을 내는 게 중요해. 그래야 우리가 자기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걸 어필할 수 있지.”
“그렇게까지.”
“최준호가 판을 벌여놓았다는 건 수습할 생각이 있다는 거야. 일단 만들어놓은 판에 발을 들여놓고 의도를 파악해도 늦지 않아.”
천명국은 그것이 도박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싶었지만 틀린 말이 없었다.
“…솔직히 저였다면 보류했을 것입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부정확한 정보로 섣불리 결정을 내리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으니까. 자네 기프트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고.”
“예.”
“하지만 모든 상황을 정확한 정보로 판단할 수 없을 테지. 그럼 선택의 순간이 올 거고.”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천명국은 대통령이 뭔가 비법을 가르쳐주는가 싶어서 한껏 집중했지만 흘러나온 대답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땐 잘 찍으면 돼.”
“…예?”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근데 이게 느낌이 가는대로 찍자는 건 사실이야. 왜냐하면 내 감각이 말하는 건 수십 년 간 쌓인 경험을 토대로 가리키고 있는 거거든.”
“전 아직 정치에 제대로 입문하지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50% 확률이지 않나. 최준호가 개입되어 있으면 무력으로 뒤엎는 것도 가능하고.”
“…….”
한 가지는 확실했다.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면 은퇴할 사람이라고 막말하고 있다.
싱글벙글 웃는 대통령을 보며 천명국의 한숨이 깊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국정 운영을 어떻게 찍기로 하겠습니까.”
“그러지 않으려면 많이 공부해야겠지. 하지만 내가 원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선택의 때가 온다는 건 알고 있어야해.”
“예.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후, 천명국은 서울로 올라오고 있는 최준호를 향해 연락을 취했다.
*
* *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천명국에게 연락을 받았다. 다음 날 청와대를 찾아가기로 한 뒤, 집으로 향하니 날 맞이한 것은 두 눈에 핏발이 선 채 날 노려보는 윤희의 눈이었다.
“내가 왜 이러는 거 같아?”
“뭐 좋은 일 있었냐?”
“좋은 일? 좋은 일이긴 하지, 흐흐.”
음산한 웃음에서 귀기가 느껴졌다. 딱 봐도 잘못 건드린 느낌이 풀풀 풍겼다.
“내가 다현 언니한테 내가 한 수 배우고 싶다고, 막 간절하게 매달렸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재밌었냐?”
그게 윤희한테 효과를 발휘했나보다. 다현이가 살살하는 성격이 아니니 제대로 굴려줬나 보군.
“뭐? 재미? 진짜 죽고 싶냐! 이 웬수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냥 하하호호하는 건 재미없잖냐.”
“그걸 왜 네가 다 정하냐고!”
“다음부터는 네가 정하던가.”
“이익!”
방방 날뛰며 덤벼봤자 한 손 거리였다. 한 방 먹이려고 어떻게든 날뛰던 윤희는 모든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내가 언젠가 더 강해져서 한방 먹이고 만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수십 번 회귀해도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는데.
“내가 선물 가져왔는데 이거나 먹자.”
“그게 뭔데?”
“기대해도 좋아.”
난 윤희에게 독도에서 가져온 랍스터 마물 집게를 요리해주었다. 단순하게 쪄서 내놓은 것에 불과했지만 탄력적인 식감과 폭발하듯 휘몰아치는 감칠맛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바로 풀렸군.
역시 맛있는 음식이 기분 풀어주는데 만능 특효약이다.
“이, 이거 뭐야?”
“맛있지?”
“응! 나 이런 거 처음 먹어봐!”
그럴 수밖에. 독도에 단 한 마리밖에 없는 랍스터 마물이니.
그렇게 먹을 걸로 윤희의 입을 봉인했다. 남은 건 정다현에게 보답으로 주기로 하고.
다음 날 나는 곧장 청와대로 향했다.
아무래도 일본에서는 인공 신수의 정수를 회수하려는 마음이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한 듯했다. 나와 연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에 협조 요청을 구한 걸 보면.
그걸 다른 생각하지 않고 수락한 대통령도 대단하다 싶었다.
타국의 사람을 자국 영토 안에 활개치게 만드는 거라서 보통 거절하지 않나?
“뭔가 생각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 아닌가?”
“믿음이 지나치셔서 부담스러운데요.”
“부담스럽다니. 평소대로 하게, 허허.”
아닌 척 웃지만 난 다 봤다. 대통령은 내가 막무가내로 저지른 줄 알고 순간 당황했다. 천명국은 대놓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고.
음, 임기 말로 접어드는 대통령을 놀리는 취미는 나도 없으니까 숨겨두었던 속내를 꺼내들었다.
“며칠 전에 일본의 초인이던 나카야마가 절 찾아왔습니다.”
“그래? 그 초인은 여러 가지로 위험하다고 하던데.”
“듣기로 리그가 아니라 국제용병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본 측에서 배가 좀 아프겠어.”
“예. 나카야마는 제게 몇 가지 정보를 알려줬는데, 그중 하나가 독도에 가라앉은 보물의 존재였습니다.”
난 대통령에게 인공 신수의 정수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리고 이것을 찾기 위해 일본 정부가 그렇게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말을 했다.
“…….”
생각보다 사안이 크다고 생각했는지 대통령의 표정이 굳었다. 천명국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으니 아무 방비없이 들은 대통령은 더더욱 그렇게 느낄 수밖에.
아무튼,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다.
“저는 이걸 듣고 더 크게 판을 키우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판을 키워?”
“친하니 뭐니 해도 결국 자기들이 저질러놓고 제멋대로 영해에 침입한 자들 아닙니까? 올 땐 자기들 마음이어도 나갈 때는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우선 일본에서 수색을 하게 두고, 이 정보를 리그까지 흘리는 것입니다.”
“…허!”
아마 구체적인 정보를 흘리지 않아도 반응할 확률이 높다.
이 정도면 대략적인 내막은 알고 있을 확률이 높거든.
내 계획은 독도에서 일본과 리그가 대환장 파티를 벌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기는 편은 우리 편 모드로 지켜보다가 누가 이기는지 보고 처리를 결정하면 되고.
“인공 신수의 정수에 대해 듣는다면 그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걸 갖기 위해 한판 벌이게 되겠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그들이 마음껏 서로 죽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단, 이 작전의 최대 단점은 외부로 밝히기 어렵고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선뜻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생각의 정리를 마쳤는지 내게 묻는다.
“하나 묻지.”
“예.”
“결국 그 인공 신수의 정수라는 가치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인데.”
“그렇죠.”
그래서 일본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거니.
“그 인공 신수의 정수는 그럼 어디에 있는가?”
“아, 그거요.”
난 인공 신수의 정수를 떠올리곤 솔직하게 대답했다.
“개밥으로 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