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최준호가 떠난 뒤 제임스 리드는 난장판이 된 장소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타고 온 배를 잃고 바다에 빠진 리그의 빌런들을 구조했고, 일본 각성자들이 이 작업에 합류했다.
빌런들을 모조리 포박해서 가둬둔 제임스 리드는 이대로 돌아가기 아쉬워서 탐색 작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인공 신수의 정수로 추정되는 몇 가지 반응을 찾는데 성공했지만 전부 해양 마물의 반응이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해양 마물과 불필요한 전투를 거쳐야 했고, 더 이상 반응이 감지되지 않을 때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졸라 뼈 아프네.”
믿을 수 있는 존재에게 얻은 정보였다. 단 한 번도 그 존재의 예지가 틀린 적이 없었기에 인공 신수의 정수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결국 제임스 리드는 아무런 수확조차 거두지 못한 채 울릉도를 거쳐 포항에 도착하고 서울로 올라가야만 했다.
그 사이 국제 정세는 급속도로 들끓고 있었다.
한일 공동 조사 구역으로 발표되었던 것에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합류하고, 그 장소를 리그가 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야당에서는 타국과 야합을 벌였다며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제임스 리드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반응이었다.
나라를 위한 결정에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협력하는 것이 정상 아니던가? 지금 하는 행동은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지나지 않았다. 자칫 내부에 이루어진 협상 내용이 밖으로 나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벌어질 수 있고.
그 나라의 문화겠거니 싶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트집을 잡겠다면 별 수 없는 일이었으니.
이런 혼란 속에서 청와대에 도착한 제임스 리드는 독도에서 있었던 일을 알렸다.
일본 초인 군지의 사망, 최준호가 애로우를 뒤쫓다가 공간 이동으로 자취를 감춘 것까지.
청와대 인원은 물론, 최준호 팀에 소속된 정주호도 이 사실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자신의 탓도 있는 거 같아 제임스 리드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먼 타지에서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저 때문에 준호가 위기에 처하지 않았습니까.”
리그에서 그런 비장의 수단까지 마련했을 줄은 제임스 리드도 모르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서 건넨 솔직한 말이었지만 대통령의 말은 예상 밖이었다.
“허허, 글쎄요. 솔직히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왓?”
“개인적으로 최준호 초인에 대한 걱정만큼 불필요한 건 없어 보여서 말입니다.”
“…….”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대통령의 말 또한 틀린 것은 아니었다.
최준호의 강함은 그만큼 비정상적인 것이었으니까. 그 강함을 보고 맹신하게 되는 건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문득 주변을 둘러본 제임스 리드는 자신 빼고 누구도 최준호 안위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용히 지켜보던 천명국이 끼어들었다.
“최준호 초인이 적의 본거지로 갔다고 한들 위험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거지 중심에 떨어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보시길.”
최준호가 리그 지부 한복판에 공간 이동을 했다?
과연 죽는 건 최준호일까 리그의 빌런들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최준호가 당하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과연.”
리그는 괜히 보물을 탐냈다가 맹수를 집안에 들여놓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의 믿음은 근거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사흘 뒤.
최준호가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
* *
확실히 리그 녀석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칠 정도로 팽배했다.
오지에 홀로 떨어지고 이리저리 탐색한 끝에 알게 된 것은 내가 괴멸시킨 리그 거점이 캄차카 반도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해안가였다.
참 멀리도 왔다는 생각과 함께 내 실수를 자각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위성전화를 갖고 오는 거였는데 말이다.
나도 내가 독도에 온 녀석들만 처리할 줄 알았지 그렇게 멀리 가게 될 줄 몰랐다.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으면 된다.
아무튼 도망쳤던 빌런들을 처리하다가 정박되어 있던 배를 하나 발견했다. 조종 방법이 상이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감을 잡아 돌아올 수 있었다.
중간에 해양 마물 몇 마리를 만나면서 시간이 제법 지체되어 서울로 돌아오는데 사흘이 걸렸다.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지. 모두가 자네를 믿고 있었네.”
청와대에 도착하니 대통령에게 들은 말이다.
그래도 걱정은 좀 해주지.
“인공 신수의 정수는 다른 마물이 삼킨 걸로 결론이 났네.”
“가만 뒀으면 그 가능성이 가장 높았을 겁니다.”
물론 그걸 소화시키는 여부는 모를 일이지만.
이렇게 보니 멍멍이가 아무 탈 없이 먹은 게 꽤 대단한 성과였군.
“다만 일각에서는 자네가 그걸 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네.”
“그런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쉬우니까.”
하지만 이건 다들 마음속으로 생각할 뿐,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단다.
오히려 인공 신수의 정수를 만들어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가 마물이 먹게 해서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 등장 가능성을 높였다고 일본이 질타 받는 분위기였다.
그렇지, 위험한 물건을 만들고 분실한 쪽이 욕을 먹어야지.
“투뿔 마물이라.”
“조짐이 심상치 않지.”
대통령은 세계 곳곳에서 마물이 강해지는 속도가 30년 전보다 최근 몇 년새 더 빨라졌다며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의 등장이 더이상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다른 곳은 속이 타는 중이지. 우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자꾸 부려먹으시면 재계약 안 할 겁니다.”
“상관없네. 그때쯤이면 난 은퇴한 후일 테니까.”
좋다고 허허 웃는 모습에 난 고개를 저었다.
[네가 말린 거 같은데?]*
* *
청와대를 나와 사무실로 돌아가니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제임스 리드였다.
“준호! 졸라 걱정했잖아!”
“안 돌아갔냐?”
“준호가 사라졌는데 내가 어떻게 가! 나 졸라 의리 있어!”
“그렇다고 치자.”
“와! 졸라 억울해!”
억울하기는, 목적이 있어서 남은 거면서.
제임스 리드가 나에 대해 아는 것처럼 나도 녀석에 대해 알고 있다. 이 녀석은 뭔가 확인하고 싶은 거나 다른 목적이 있어서 날 기다린 거다.
그걸 밉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녀석의 재주이긴 하다.
물론 난 그런 거 따지지 않아서 나중에 굴려버리지만.
“그 성가시던 녀석은 제거했다.”
“진짜로?”
“어, 거점에 다른 빌런들도 있어서 다 쓸어버렸고.”
캄차카 반도에서 다시 한 번 술래잡기 한 건 이야기 할 필요가 없겠지.
“진짜로 제거했어?”
“어.”
“졸라 지독해.”
“보통 그럴 땐 감탄해야 하지 않냐?”
“하지만 졸라 지독한 걸 졸라 지독하다고 말하지 뭐라고 말해?”
“…….”
[얘 매를 버는 거 아닌가?]용용이 생각과 내 생각이 용케도 일치했다.
나중에 손을 봐주기로 하고 주제를 바꿨다.
“근데 녀석이 국제 용병단하고 관계가 있는 거 같던데.”
“애로우가?”
“어. 죽기 전에 국제 용병단을 언급하던데.”
“그럼 애로우는 국제 용병단에서 전향한 게 맞을 수 있겠어.”
“아는 거 있냐?”
“있어.”
제임스 리드가 말한 내용은 간단하게 말해 국제 용병단과 리그의 모호한 관계였다. 국제 용병단 소속 용병들은 작전을 수행하다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도망쳐서 리그에 투신한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신뢰 하락을 입은 국제 용병단은 리그에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모래알 조직 특성으로 인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이가 안 좋은 걸 이용하진 않고?”
“어려워. 용병들 모두 여차하면 리그로 갈 수 있어서 도피처로 생각하고 있거든.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뭐?”
“국제 용병단은 이미 리그의 손아귀에 놓여있을 수 있어.”
애로우가 국제 용병단 출신인 걸 보면서 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단다.
파티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가능성을 놓고 조사 중에 있고.
그렇다면 리그에 가지 않기 위해 국제 용병단으로 간 나카야마 상황이 이상해지는데?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고 하니 그러려니 해야겠지.
“준호! 나 졸라 궁금한 게 있는데.”
“뭐?”
“독도에 인공 신수의 정수가 없는 거 같아! 누가 먼저 챙겨간 거 아닐까?”
그러면서 은근히 날 바라본다.
졸라맨 녀석, 날 떠보고 있다. 증거는 없지만 심증은 굳히고 내게 물어보는 거 같다.
내가 과거로 돌아와 가장 좋은 점은, 나쁜 놈을 쳐 죽일 때 증거를 신경 쓰지 않지만 내가 무관하다는 걸 주장할 때 증거를 운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만이면 힘으로 내 입을 틀어막으면 된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나로 의심하는 거냐?”
“그, 그냥 가능성 중 하나야.”
“증거는 있고?”
“당연히 증거는 없지…….”
“근데 왜 의심하냐?”
“하하!”
제임스 리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한 채 웃음만 지었다.
난 화제를 바꿨다.
“근데 리그는 왜 독도로 온 거냐?”
“왓?”
내가 미끼를 던졌지만 리그 녀석들은 멍청할 정도로 우직하게 전력을 투입했다. 인공 신수의 정수가 그렇게 탐나는 건가? 결과물만 봤을 때 굉장히 실망스러웠기에 녀석들이 그 정도로 투자할 물건인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제임스 리드는 펄쩍 뛰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었지만 신수의 정수잖아! 신수의 정수!”
“그게 왜?”
“준호! 신수의 정수에 대해 졸라 잘 알잖아! 그러면서 묻는 거야?”
“리그가 그 정도로 탐낼 물건인가 싶어서 묻는 건데.”
“하.”
제임스 리드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굉장히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인데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서 너그러이 봐줬다.
“신수의 정수는 초인을 몇 단계 위로 올려 졸라 세게 만들어줄 수 있는 보물로 불려. 아르고스가 이걸 얻어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다고 알려졌고, 헬 마스터도 신수의 정수를 찾아다닌다는 이야기는 유명하고. 당연히 초인들에게 신수의 정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보물 중 보물이야.”
그래서 우르르 몰려왔던 건가. 고작 기물에 의지해서 강해질 생각이나 하기는.
“지금 소문이 퍼지길, 준호도 신수의 정수를 얻었다고 해. 그래서 졸라 센 거라고.”
“아닌데.”
“그 정도로 신수의 정수가 졸라 대단하단 거야.”
“그래.”
아르고스가 신수의 정수를 얻었고, 헬 마스터와 다른 녀석들도 쫓는단 말이지. 나중에 하나 얻으면 함정을 파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용용아, 신수의 정수 나한테 잠깐 빌려줄 수 있냐?
[미쳤어?]안 되면 말고. 앙칼지기는.
용용이의 견고한 방어에 가로막힌 나는 신수의 정수에 대해 몇 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제임스 리드는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상세하게 설명했는데, 별 게 없다 싶었다.
[당연하지. 신수인 내가 직접 설명해줬는데!]그런가?
그래도 저쪽은 다른 곳과 연결되어 있으니 캐본 거다.
“너희는 어떻게 확신을 갖고 한국에 왔냐?”
“그건…….”
“대답하기 힘들면 말고.”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집요하게 따라붙는 내 시선에 제임스 리드는 머리를 긁으면서 “졸라 난감해.”라고 중얼거리다가 내게 정보 출처를 알려줬다.
독도에 인공 신수의 정수가 있다는 걸 미국 정부에 알려준 건 천둥새였다.
*
* *
“하아!”
최준호가 돌아가는 걸 보고 제임스 리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최준호에게 정보를 캐내려고 했다가 오히려 정보를 털린 건 자신이었다.
천둥새에 대해 언급한 것은 독단적인 판단이었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를 함구할 것을 요구했지만 비밀로 한다고 해서 최준호가 모를 리 없었다.
오히려 공작을 펼치는 걸 들키면 그동안 쌓아온 관계가 뒤틀릴 수 있다.
제임스 리드는 그것만은 막고 싶었다.
“졸라 치사하단 말이지.”
세상이 참 불공평했다.
자신에게 답을 얻어갈 거면 자신에게도 진실을 말해줄 것이지.
증거는 없지만 제임스 리드는 최준호가 인공 신수의 정수를 손에 넣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답을 거부하면 그걸 알 수 없다.
마음 속 확신을 얻은 제임스 리드는 이번 한국행이 득보다 실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고개를 돌린 제임스 리드는 미국으로 갈 때보다 몇 배는 커진 멍멍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마물의 성장세는 확실히 놀라웠다.
처음 봤을 때는 아주 작디 작았는데.
제임스 리드는 멍멍이의 목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넌 어떻게 생각해?”
멍!
멍멍이가 짖는 건 마치 ‘뭘 말하는 거냐?’로 들렸다.
“인공 신수의 정수를 준호가 손에 넣은 것 같단 말이야. 그거 졸라 좋은 보물인데. 나한테 알려주기만 해도 효용에 대해 사흘밤낮을 얘기할 수 있는데. 졸라 아쉬워.”
멍멍!
인공 신수의 정수가 어디에 갔는지 모르는 제임스 리드는 멍멍이 목을 쓰다듬으며 거듭 한숨을 내쉬었다.
*
* *
제임스 리드에게서 들은 정보 출처는 이미 짐작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걔는 어째서 인간 세상에 이렇게 깊게 개입하는 거야!]전혀 모르고 있던 용용이는 열을 내면서 펄펄 날뛰었다. 예상하고 있던 나와 달리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있을 거라 생각했나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천둥새는 신수의 탈을 쓴 인간이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꾸준히 인간 세상에 개입하려 들 것이다.
그것이 내 눈에 거슬렸다.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