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다. 전부를 다 가지려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거고.”
버서커 녀석은 답지 않게 뭐라도 된 것 마냥 근엄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방금 전 대련을 해놓고 엉망이 된 주제에 말이지.
확실히 직감을 얻은 이후로 강해졌다. 그 전까지 뼈가 부러지고 어디가 으깨졌다면 지금은 뼈에 금이 가고 타박상 정도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좀 더 강도 높게 몰아붙일까 싶다가도 그건 의미 없는 폭력행사였다.
“무슨 얘기하는 거냐.”
“멍멍이 얘기다.”
“누가 멍멍이에 대해 얘기 해달라고 했냐?”
“욕심이 과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네가 모든 욕심을 충족시키는 마물을 갖고 싶은 건 알고 있지만 그게 쉽지는 않지.”
“갑자기 멍멍이 편을 드네. 너 원래 멍멍이 싫어하지 않았냐.”
“네 성격상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분할까 싶어 말하는 거다.”
[정확하게 봤네. 아주 날카로워!]용용이의 외침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버서커의 말이 정확하긴 했다.
여차하면 처분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까. 주인에게 절대 충성하면서 마물의 흉성까지 동시에 갖추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었나.
[바라는 게 많긴 해.]“그 외에 마음에 드는 건 많으니까, 고쳐보도록 해야지.”
“힘 조절은 적당히 하고. 네 힘 조절은 모든 걸 망가뜨리니까.”
말에 뼈가 있는 느낌인데.
“어째 기분이 나쁘다?”
“그 예가 여기 있지 않나? 몇 번이고 망가졌다가 살아서 돌아왔지. 나머지는 버텨내지 못해서 폐기처분 된 거고.”
그걸 자랑스럽게 말하니까 헷갈리는군.
좋으니까 하는 얘기지?
멍멍이에 대한 처리는 나도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그래도 가볍게 운동할 수 있겠군.”
“운동하냐?”
“골프 약속이 있지.”
그러면서 씩 웃는데, 마치 날 약 올리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무래도 오늘 맞고 싶어서 날 잡았나보다.
“내가 주류 사회에 편입되겠다고 한 순간부터, 적응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이미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을 많이 만들었다. 앞으로 더 많이 만들어야겠지.”
“나름의 노력이란 건가.”
“그래서 요즘 나에 대해 나쁜 기사가 안 올라오는 거다.”
난 그냥 진세정이 일을 잘해서 그런 건 줄 알았다.
“유능한 여자긴 하지. 하지만 이런 게 다 기반이 깔려있어야 한다.”
“난 그런 거 없는데.”
“너처럼 강하지 않다면 이게 일반적이다.”
“…….”
“왜 그러지?”
내가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버서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음, 내가 이상한지 몰라도 이런 버서커의 변화가 썩 달갑지 않았다.
내가 알던 미친 녀석이 더이상 미친 녀석이 아니게 된 느낌이랄까.
버서커라고 하면 별의 순간을 엿보겠다면서 시도 때도 없이 난리를 피워야 하는데 사회에 훌륭하게 적응하니 더 이상 버서커가 아닌 느낌이다.
다시 제정신(?)으로 되돌려놔야 하나.
예전에 만독불침을 얻으러 갈 때, 기겁하던 버서커의 표정이 그리웠다.
“…날 보는 눈이 상당히 불길한데.”
“가끔은 그립지 않냐?”
“뭘 말하는 거지?”
“사회에 속박되기 전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때가.”
“전혀. 내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 캠핑카를 처분할 때였다.”
오직 캠핑카를 가진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환희가 있단다.
물 좋고 산세 좋은 곳 잘 찾아다니더니.
심심하면 빌런도 때려잡고 마물도 잡으면서 좋아하지 않았나?
정작 버서커는 어림도 없다는 표정이다.
“언제 어디에서 네가 나올지 모르는 그 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르나보군. 차라리 예고 된 대련으로 두들겨 맞는 게 더 낫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저렇게 말하는 거야?]용용이가 측은한 눈으로 버서커를 본다.
난 잘 모르겠는데.
이거, 내가 완전 악역이 된 기분이로군.
*
* *
멍멍이 처분에 대한 생각은 잠시 보류하기로 한 뒤, 나는 멍멍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마물치고 흉성이 모자란 녀석의 것을 보충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새로 얻은 기프트를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중요했다.
천둥새, 이 신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나 또한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지금 내 수준에서 강해진다는 것은 동원할 수 있는 수법의 다양화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유자재로 힘을 활용할 수 있어야 강적도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
퍽!
까마득한 하늘 위에서 날던 마물이 저격에 적중되어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추락했다.
저격의 위력은 포스를 응축하는 것과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추진력에 비례했다. 무지막지하게 포스를 퍼부을수록 묵직해지는 대신 쏘아내기 위한 힘의 소모가 심했다.
대포알처럼 쏠 수도, 작은 총알처럼 쏠 수 있으니 포스 소모만 감수하면 내 마음대로 활용이 가능했다.
기왕이면 총이나 대포 구조 같은 걸 공부해봐야겠다.
“문제는 명중률인데.”
방금 비행 마물을 사냥한 것도 다섯 번의 실패 후에 가능했다.
이걸 정확하게 명중시키는 훈련을 해야겠다.
최대한 실전을 많이 겪다보면 자연스럽게 개선되겠지.
내 목표는 대결할 때 도망치려고 몸을 돌리는 녀석의 뒤통수에 구멍을 뚫어줄 정도다.
적을 죽일 때 손맛을 간과할 수 없지.
난 멍멍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멍멍아.”
멍!
“그래, 하면 되잖아. 잘하자.”
멍!
확실히 멍멍이 녀석이 눈치가 빨랐다.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걸 눈치 챘는지 오늘은 몸을 아끼지 않고 날리다시피 하여 사냥에 임했다.
내가 또 이렇게 몸을 날리는 녀석에게 약하지. 언짢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지는 기분이다.
내가 멍멍이 산책과 저격 기프트 활용을 위해 북한 지역을 휩쓸면서 개성에서 평양을 잇는 구간의 마물은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내가 사냥터에 자리 잡으면서 그 지역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들었다나?
특히 개성과 평양이 구간은 북한의 3대 평야가 모두 모인 곳이기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불러일으켜 식량 가격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만들어졌다.
식량의 안정화는 물가의 안정화를 의미.
이 요소들이 길드와 기업들의 투자심리에 붙을 붙였다고 한다.
사냥을 마치고 청와대로 가니 대통령의 얼굴에 함박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나? 나야 좋지만 말일세. 허허.”
“이것저것 실험해볼게 있어서요.”
“그 실험이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구만.”
“당분간 사냥에 집중할 계획이긴 합니다.”
“호재로군.”
흐뭇하게 웃은 대통령은 천명국에게 눈짓했다. 살짝 고개를 숙인 그는 내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이번에 북군이 남군을 밀어낸 결과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들었습니다.”
“내전이 금방 끝나진 않겠지만 북군이 주도권을 잡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북군에서 정식으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남군에 군수물자 수출을 멈추라는 내용입니다.”
위하오 이 녀석이 권력을 잡더니 돌아버렸나? 지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지?
권력을 잡으면 원래 사람이 다 바뀌나.
“이에 대해 답은 하지 않았지만 초인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는 게 먼저라서 답을 보류해놓은 상태입니다.”
“청와대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새로 들어설 정부와 친분을 다지기 위해 수출을 끊어도 좋고, 내전이 오랫동안 이어지도록 수출을 유지해도 난 상관이 없다.
“위하오와 전략적인 목표가 일치해서 손을 잡았던 것뿐,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그렇군요.”
천명국은 안도한 표정이었다. 근데 내가 아는 표정과 살짝 다른데?
대통령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안 그래도 천 실장이 먼저 질러버렸지.”
“질렀다는 건?”
“아직 정권을 장악하지도 못한 곳에서 고압적이라면서 쏘아붙였지. 덕분에 북군 전권대사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사과했다네. 자기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가였지.”
천명국에게 그런 면이? 이런 건 옆에서 지켜봤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제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
내 말에 대통령과 천명국의 입이 닫혔다.
[딱 봐도 네가 있는 거 안 좋아하는 얼굴들인데?]왜 그러지, 내가 있었으면 더 따끔하게 말했을 텐데.
[어디서 봤는데 탄산이 과하면 그건 염산이래!]내가 염산 같은 존재라는 거냐.
[글쎄? 난 몰라.]용용이 녀석,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아주 예술이다.
“근데 천 실장님이 그런 캐릭터인 줄 몰랐네요.”
“대한민국은 더이상 누구의 눈치를 보고 전전긍긍할 곳이 아니라 생각해서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것입니다.”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대통령도 잘하실 것 같아요.”
“…….”
의기양양하던 천명국의 얼굴이 흙빛으로 바뀌었다. 그 모습을 보는 대통령이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
* *
남군이 베이징에서 철수한 이후 북군이 곧장 베이징에 진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발 부대를 보내 철저하게 수색을 한 뒤 며칠에 걸쳐 준비를 하고 차례대로 진입했다. 그 사이 남군은 전력을 온전히 수습하여 난징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
위하오와 리전후오는 함께 베이징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중난하이에 마련된 주석 집무실에 자리했다. 이곳이 중국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주석만의 공간이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오래 걸렸습니다.”
“방해가 있던 것들을 생각하면 빨랐지.”
“모든 곳을 손에 넣으면 그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위하오와 리전후오는 감개가 무량함을 느꼈다. 소수민족 피를 이었다는 이유로 고독에 중독되어 꼭두각시처럼 살아왔던 위하오와 당내 권력 다툼에서 밀려 한직을 전전하던 리전후오는 각자 다른 방법으로 칼을 갈아왔다. 그리고 손을 잡아 수도를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아직 적의 세력이 건재했지만 예전만큼 압도적인 물량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다.
이것마저 이겨내면 거대한 대륙이 그들의 손에 들어온다.
“적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할 것이고, 동력을 상실시키기 위해 이웃국가들이 움직일 것입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남군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군수물자였다. 그들은 북군에도 지원을 하고 있으나 남군에도 지원하여 내전이 길어지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아군이 피를 흘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동화 육성 체계를 흘렸나?”
“예.”
리전후오도 가만두고 보고 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이웃국가가 사사건건 방해하지 못하도록 공작을 벌였다. 그중 하나가 동화 육성 체계였다.
각성자를 통제하기 위한 연구였던 이것으로 이웃 국가 권력자들의 구미가 당기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야당 측에 정보를 흘리는 등, 내부 다툼이 일어나도록 유도했다.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 사실상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일본 총리는 중상을 입었고, 환월 나카야마는 일본 정부에서 이탈했다. 한국 또한 내부에서 특검이 진행되는 등, 정국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문제는 하나가 더 있지.”
“예, 당에서 베이징을 너무 순순히 포기했습니다.”
“이유를 아나?”
“…….”
“최악의 경우를 말해도 좋네.”
“베이징을 온전하게 내어준 것은 주도권을 넘겨준 것입니다. 그게 유리한 상황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의 수권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만약 베이징을 점령한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대처를 못 한다면? 북군은 그저 권력을 잡기 위해 일어선 반란군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청렴하고 무능한 것보다 부패하더라도 유능한 걸 더 선호한다. 대중은 자신을 굶주리지 않게 하고 부자로 만들어줄 정권을 지지한다. 이를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중앙 정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마물로 마물을 상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동화 육성 체계와 고독으로 각성자들을 제어하고 마물을 통제하여 마물을 사냥한다.
외곽으로 밀려나기 전, 리전후오는 그 연구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마물을 상대할 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벌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물 문제라면 내가 나서야겠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기세는 단번에 넘어올 것입니다.”
위하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경에서 오랫동안 마물로부터 중국을 수호해온 자신이다. 당에서 어떤 생각으로 베이징을 내줬는지 알지만 결코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북군이 베이징을 점령한 뒤, 대대적으로 물자를 베풂으로써 베이징 시민들을 지지자로 삼는 데 주력했다.
내전으로 인해 물자를 징발당하고 함부로 외출도 못하던 시민들은 북군의 이러한 조치에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기색을 보이며 높은 지지율을 보여줬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그동안 간헐적인 마물의 습격이 있었으나 위하오가 이끄는 사냥팀이 완벽하게 마물을 사냥했다.
그 모습이 대대적으로 방송을 탔고, 새로운 정부 지지율은 끝도 없이 치솟았다.
“이게 끝인가?”
생각보다 별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이제껏 등장한 적 없던 거대한 파장이 베이징 전역을 휩쓸었다.
“외, 외곽에 마물이 등장했습니다! 추정 등급 9A!”
9A는 세계 표준으로 환산할 때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이다.
“…….”
위하오와 리전후오의 표정이 창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