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중국으로 가는 건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중국에 가는 길은 멍멍이만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앞으로 나와 계속 다녀야 하는데 자기보다 강한 마물을 상대하면서 겁 먹지 않는 법을 익혀두면 좋겠지.
그 사이 베이징을 떠난 천마갑귀는 중국 북부 도시 두 곳을 파괴했다.
북군 측에서 시민들을 대피시킨 탓에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기존 정권을 뒤집고 새로운 정부로 자리매김하려는 북군의 수권 능력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북군은 날 부르기 위해 요구사항을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내가 요구했던 정보를 보내온 것이다.
“북군에서 정보를 보내왔습니다.”
“어떻던가요?”
“미국 측에서 제공한 정보와 거의 일치했습니다.”
천명국은 중국 측에서 연구하던 자강굴기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당의 느슨해진 통제력을 강화하고 지금은 추락해버린 G2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계획이었다.
중국 정부는 오래 전부터 초인을 비롯한 각성자의 강력한 통제 방법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걸 위해 고독을 제조하고, 가족을 인질로 삼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당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받들고 희생하게끔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다 눈을 돌리게 된 것이 마물이었다. 마물을 조련하여 복종하게 만들어 전력화 한다면 잃어버린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여긴 것.
천명국이 건넨 서류를 나도 살펴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빠진 내용이 있네요.”
북군의 정보는 미완성 자료였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혈종이던 시절 두 귀로 들은 정보가 있어서다.
내 지적에 천명국은 다시 서류를 살피더니 빈 부분을 발견하고는 침음을 흘렸다.
“…미국에서 마지막까지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북군 측도 이 부분을 파악한 건지 누락한 건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누락했을 겁니다.”
“예. 이 부분이 민감한 내용인 거 같습니다.”
정답이다.
나도 이 부분 때문에 정보를 요청한 거였는데 잔머리를 굴렸군.
“제가 중국으로 가서 파악해보겠습니다.”
“예. 그럼 언제쯤 중국으로 가실지…….”
“오늘 바로 가겠습니다.”
*
* *
중국 선양시.
북군의 분위기는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베이징에서 선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지난 반년 넘게 이어진 내전의 결과를 고스란히 토해내게 된 것을 의미했다.
어디 그뿐인가. 베이징에서 극도로 무능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기존 영역의 지지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더 이상 기존 정부보다 낫다고 어필해도 먹혀들지 않았다.
여기에 두 도시가 천마갑귀에 의해 소멸하면서 쐐기가 박혔다.
북군의 수권 능력은 천마갑귀로 인해 완전히 상실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나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이웃나라 한국에서 최준호를 불러와 마물을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
그것 또한 자체적인 해결이 아닌 소국 초인의 힘을 빌린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그들로서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던 중 최준호가 올 거란 소식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최준호가 올 거랍니다!”
“드디어 한시름 놓는군.”
“소국의 초인이지만 실력만큼은 진짜라고 불리니!”
“기세를 몰아 다시 베이징까지 수복할 수만 있으면 기회는 있어!”
북군 수뇌부는 탄성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 벌어질 최고의 상황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옆나라에 강한 초인의 존재는 언제나 그렇듯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기왕이면 녀석과 마물 둘이 양패구상하면.”
“다른 마물도 아닌 9A이니 사냥이 쉽지 않겠지.”
“둘 다 사라지면 남군을 막고 대한민국을 먹어치우는 것도 가능할지도.”
“…….”
위하오는 이 모든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요즘 생각한다.
자신이 기존 정권을 뒤엎기 위해 나섰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체 무슨 차이가 존재하나 싶었다.
눈살을 찌푸린 채 제멋대로 튀어나가는 말들을 듣기만 했다.
그를 향해 리전후오가 다가왔다.
“이해하시지요. 그동안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저러는 것입니다.”
“그래도 퇴물 취급은 하지 않는군.”
“누구도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물을 사냥하지 못하는 초인을 말인가?”
베이징에서 후퇴 이후, 위하오의 입지에 균열이 일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물의 위협으로부터 북군을 지켜내지 못해서다.
한때 십대초인의 일원이었으며 최준호에게 레벨 9로 공인받은 초인이지만 9A 마물의 강함은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것이다.
독보적이던 위하오의 위상에 금이 가면서 리전후오에게 힘이 몰리는 중이었으나 그는 자신의 주제를 망각하지 않고 중심을 지켰다.
리전후오가 위하오의 경계심을 희석시키기 위해 미소지어보였다.
“당에서 만든 통제되지 않는 재앙이 잠시 우리를 덮쳤을 뿐입니다. 최준호를 이용해서 천마갑귀를 치워버리면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위하오도 말하는 리전후오도 잘 알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자연재해인 천마갑귀의 존재는 북군의 수권 능력 상실이라는 결정타를 선사했다.
다행인 점은 남군이 베이징을 포기한 이유가 마물로부터 전력을 보전하기 위함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내부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가 중요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 그리고.”
담담하게 말하던 위하오는 리전후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최준호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다.”
“제 역할에 충실해달라고 해도 말입니까.”
“그래. 그렇게 생각한 녀석들은 어김없이 곤죽이 되었지.”
최준호의 손은 상대의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
무수히 죽어 나간 중국의 초인도, 상무위원도 전부 최준호의 손에 죽었다.
의혹에 불과했지만 위하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특히.”
위하오는 자기 좋을 대로 떠들던 북군 수뇌부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소국의 초인이라며 뻗대는 순간 마물보다 우리가 먼저 전멸할 수 있겠지.”
“그런…….”
“상식으로 녀석을 생각하려고 하지 마라. 최준호에게 우리는 반드시 필요한 협력 대상이 아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을 품 안에 들여놓았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그 폭탄을 잘못 자극해서 터뜨리는 순간.
죽는 것은 자신들이 될 것이다.
“…….”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한 리전후오의 표정이 굳었다.
*
* *
난 멍멍이를 데리고 신의주를 지나 압록강을 건너 선양에 도착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경을 드나든 적이 있어 낯설지 않고 익숙하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면 국경을 넘을 때 좋은 일로 온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좋은 일을 하러 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 리가. 내가 초인으로서 얼마나 좋은 일들을 많이 했는데.
[그러셔?]어째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군.
북군의 수도로 삼았다는 선양 시는 제법 규모가 컸지만 시설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어 시골 풍경을 보는 듯했다.
특히 기세가 꺾여서 도시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아주 개판이군.
도시 안으로 진입하니 사방에서 시선이 쏟아졌다. 그 속에 미미한 적의가 담겨 있었는데 도와주러 와서 받는 취급이 썩 좋지 않군.
특히 멍멍이를 향한 시선이 사나웠다. 도시 한복판에 마물을 들여놓은 거니 이해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주제 파악 못 하는 건데 주제 파악이 잘 안 되고 있군.
“귀찮게 굴면 다 물어버려. 위협을 가하면 죽여도 된다.”
멍!
난 멍멍이를 앞에 두고 북군 수뇌부가 모인 곳으로 향했다.
중화연방합중국을 선언한 북군은 처음 세력을 규합한 위하오를 주석으로, 리전후오를 부주석으로 하여 사실상 투톱 체제를 구축하였다.
위하오가 북군의 군사력을 손에 거머쥐고 리전후오가 사방에서 모여든 세력을 다스리는 역할을 했다.
지금이야 의기투합해서 하하호호하지만 권력을 잡는 시점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원래 힘들 땐 같이 으쌰으쌰하지만 권력은 독점하려고 들거든.
오랜만에 본 위하오는 10년 이상 늙어 있었다. 통통했던 몸은 홀쭉해졌고, 얼굴에 주름이 뒤덮였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잘 보였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 부주석도 최준호 초인의 도움이 있어서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군.”
“고생이 많았나봐?”
“보다시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나와 위하오, 리전후오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북군의 입장은 명백했다. 계속해서 북상하고 있는 천마갑귀를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것이다.
“마물을 당에서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저 괴물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마물을 조련했는데 당에서 못할 건 없다고 생각되는데.”
“…네 방식이 당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해.”
멍멍이가 내게 복종하는 것은 압도적인 힘과 그 차이를 수시로 각인시켜줘서다. 처음 등장한 투뿔 마물에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아니, 그랬으면 오히려 재밌을지도. 얼굴 한 번 구경하러 갈 텐데 말이다.
“언제쯤 나서줄 수 있지?”
“그 괴물을 상대로 아무 준비도 없이 상대하라는 미친 소리는 안 하겠지?”
“…내가 성급했군.”
그래도 위하오는 말이 통하는 녀석이다. 헛소리를 해댔으면 의도적으로 밍기적거릴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옆에 있던 리전후오 또한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라는 식이다.
둘이 잘 어울리는 콤비로군. 아니, 한시라도 빨리 마물을 치워버리고 싶은 건가.
“쉴 곳을 안내하지.”
우선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마물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기로 했다.
직접 안내해주겠다는 말에 함께 밖으로 나올 무렵이었다.
밖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져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멍멍이 앞에 각성자들이 몰려 가로막은 상태였다. 그 뒤로 직위가 높아 보이는 남자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는 중이었다.
“사태를 파악하겠다.”
하지만 위하오가 나서기도 전에 각성자들이 무기를 뽑아 들었다. 자세를 낮추고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던 멍멍이도 살기를 발산했다.
“넌 저게 수습될 거 같냐?”
“…….”
위하오의 입이 닫혔다. 그의 눈짓을 받은 남자가 다가와 귓속말로 뭐라 속삭였다. 말하는 건 다 들렸지만 중국어라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한 각성자가 기합을 지르며 멍멍이한테 달려들었다. 그 뒤를 이어 다른 각성자들이 공격을 가해왔다. 멍멍이를 죽일 기세였다.
자기들 나라를 구하러 온 사람의 애완동물을 죽이려 들다니, 선을 넘는군.
“지금 말리겠…….”
“그럴 필요 없어.”
위하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거기에 멈출 이유가 어디에도 없었다. 난 저격을 활성화하여 수십개의 탄환을 일거에 쏘아냈다.
방어태세를 취했던 멍멍이는 내 기세를 감지하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훤히 열린 틈으로 내 탄환이 각성자들에게 쏟아졌다.
퍽! 퍼벅! 퍼버벅!
포스로 이루어진 탄환은 각성자들의 머리, 팔다리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부숴버렸다.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지위 높아 보이던 놈도 포스 탄환에 머리가 적중당해 몸만 남은 채 피를 뿜어내며 자리에 쓰러졌다.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하던 공간이 침묵에 휩싸였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사실 다 죽어서 조용해진 거지만.
피로 질퍽하게 적셔진 곳으로 향하자 멀리서 지켜보던 각성자들이 분분이 비켜섰다.
어느새 멍멍이는 내 옆에 다가와 다소곳하게 자리했다. 녀석의 거대한 꼬리가 선풍기처럼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네가 시비 걸었냐?”
멍멍!
마물 언어가 100% 해석해주지 않지만 방금 전 울음소리로 상대가 먼저 시비를 걸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멍멍이가 시비 걸고 싶게 생기긴 했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면 곤란하지.
시비도 강자나 걸 수 있는 강자의 특권이다.
난 위하오를 보며 말했다.
“제멋대로 나대다 죽은 녀석들이 불만 있다고 하면 나한테 데려와.”
“…….”
위하오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거처로 안내할 사람을 붙였다.
*
* *
천마갑귀는 도시 세 개, 무려 천오백만 명이 넘는 사람을 죽인 마물이지만 알려진 정보가 적어도 너무 적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은 치명적인 독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공간 자체를 비틀어 이 독을 널리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 알려진 것은 전무했다.
가죽은 얼마나 질긴지, 맷집은 어느 정도고 체력은 어느 정도인지도 정보가 전무했다.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은 천마갑귀의 독이다.
살아있는 사람조차 한순간에 녹여버리는 독은 여태까지 등장한 마물의 독 중 가장 강력한 독으로 알려졌다.
사실 독은 내게 큰 타격을 주기 힘들다.
내게는 만독불침이 있기 때문.
하지만 독의 성분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달랐기에 우선 천마갑귀의 독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선양에 도착한 다음 날, 나는 북군 측에게서 천마갑귀의 독을 건네받을 수 있었다.
[지독해.]용용이 중얼거림대로다.
최초의 투뿔 마물이라더니 독성이 상상을 초월했다. 독이 담긴 용기도 특수한 처리가 되어 있어서 버텨내는 것이지, 평범한 용기였다면 녹아버렸을 거다.
“이러니까 오히려 궁금한데?”
대체 어느 정도로 독할까. 그리고 만독불침은 이 독에 어떻게 반응할까.
[어? 바로 하게?]“망설여서 뭐하냐.”
난 곧장 봉인을 해제하고 안에 든 독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치이이!
공기조차 부식시켜버릴 것 같은 강렬한 독성이 내 안을 파고들었다.
속을 뻥 뚫어버릴 것 같은 염산같은 강렬함이 느껴졌다.
독 기운이 빠르게 퍼졌다. 내가 생각해도 얼굴색이 바뀌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만독불침이 발동했다. 독이 다 퍼지자 녀석은 내 신체에 퍼진 독성을 빠르게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독이 완전히 퍼졌다가 만독불침이 발동하고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약 10여초.
[엄청 빠른 거 아냐?]빠르다고 볼 수 있지만 전투 중에 10초는 수백 번 죽고도 남을 시간이다.
“만득아.”
내 부름에 만득이가 반응했다.
“얼마나 줄일 수 있겠냐.”
만득이가 말해왔다. 이 독이 치명적이지만 자신이 노력하면 5초 이내로 줄일 수 있단다.
절반을 단축시키는군.
만득이가 의기양양한 기색을 보였지만 내 성에 차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만득이 능력은 더 좋다.
난 만득이에게 목표치를 하달했다.
“1초로 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