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내가 볼 땐 독성이 보통이 아닌데?]내가 만득이한테 주문하는 걸 보던 용용이가 말했다. 천마갑귀의 독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것으로, 포스와 마물의 독에 천마갑귀가 잡아먹은 마물들의 다른 독들이 섞인 복합 독이라고 말했다.
굉장히 복잡하고 엉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만독불침이 10초만에 해독한 게 대단하다고 말할 정도.
“만독불침이 열심히 한 건 알아.”
[근데 주문을 그렇게 한 거야?]“자만하게 되니까. 더 채찍질해야지.”
[대체 무슨 논리야?]“하다 보면 다 돼.”
[그게 끝?]“어.”
내 말에 용용이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만독불침이 잘하긴 한다. 사람조차 부식시켜버리는 독을 10초만에 해독해냈으니까. 하지만 아낌없이 지원하는 입장에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해독하려면 포스를 엄청나게 잡아먹을 걸.]“내가 언제부터 포스량에 얽매였다고. 그러냐. 네가 준 마물의 심장도 있는데.”
[아, 맞다.]용용이의 지적은 오히려 내 강점을 짚어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미 내게는 투뿔 마물의 심장이 보조 배터리로 있고, 내가 보유한 포스량으로 볼 때 만독불침이 마음껏 포스를 써도 상관이 없었다. 그저 시간만 단축하면 된다.
아낌 없이 투자를 하면 그만한 성과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단, 현실에서는 결과물을 들고 도망칠 수 있지만 만독불침은 도망칠 수 없다.
난 남은 독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남은 건 쓸 일이 있다.
“멍멍아.”
멍!
멍멍이가 날 보고 다가왔다.
“이거 먹어.”
멍?
내가 내민 독병을 본 멍멍이가 멈칫하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눈치 빠른 녀석답게 안에 든 독이 심상치 않은 걸 감지한 것이다.
그동안 맛있는 거만 골라 먹더니 배가 불렀나, 어딜 주인이 주는 걸 거부하려고 들지?
나와 시선이 마주친 멍멍이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먹어라.”
멍멍이도 독에 익숙해지려면 맛을 봐야한다. 마물 특유의 독 저항 능력과 독 자체 저항력이 생기면 천마갑귀를 사냥할 때 보탬이 될 수 있겠지.
“안 먹냐?”
내 재촉에 주춤거리던 멍멍이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는 병을 깨뜨리고 독을 흡입했다.
[이런 게 울며 겨자먹기라는 거구나.]애완동물을 미리 훈련시키는 착한 주인이라고 해줄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걸.]용용이 녀석, 여론을 호도하기는.
멍멍이는 처음은 독에 저항하는 듯하더니 이내 파랗게 질리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투뿔 마물의 독 전파력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던 것이다.
끼잉! 끼잉!
“…….”
난 그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독 저항력이 좋아서인지 나보다 더 잘 버텨내는 거 같다.
아마 인간이었다면 저항하기도 전에 죽었을 것이다. 만독불침을 갖고 있는 버서커도 쉽지 않을 테지.
만독불침이 있다고 무적은 아니다. 독이 퍼지는 속도를 늦추고 성분을 분석하여 해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프트 보유자의 수준에 따라 기프트의 능력이 갈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이 독이 있으면 버서커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상념에 빠진 날 깨운 건 용용이 외침이었다.
[저러다 죽는 거 아냐?]“마물은 쉽게 안 죽어.”
[넌 쉽게 죽이잖아.]“그건 내가 억지로 끊어놓는 거고.”
가만히 지켜보는 날 보고 멍멍이가 경악했다.
[그래도 부하잖아. 살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말이 그렇다는 거고, 어차피 이 정도로 멍멍이는 죽지 않을 거다.
[그걸 어떻게 알아?]딱 죽지 않을 만큼 준비해놓은 거라서. 여기에서 더 많은 양을 투여했으면 멍멍이도 위험했을 거다.
[넌 진짜 인간 맞아?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마물이지?]좋을 대로 생각하던가.
바닥에 쓰러져서 꿈틀거리던 멍멍이의 안색이 조금씩 본래대로 돌아왔다. 독에 적응하고 독성을 억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 내가 직접 공들여 키운 마물답게 독에 대한 적응 능력도 탁월했다.
특식으로 먹은 마물 중 독에 탁월한 저항력을 가진 녀석이 있을지도.
“괜찮냐?”
멍!
멍멍이가 씩씩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투뿔 마물의 독을 극복해서인가, 기세가 한층 더 강해진 거 같다.
강한 독을 극복하면 더 강해지기도 하는 건가? 이거 더 센 걸 한 번 찾아봐야 하나?
[쟤 몸 떠는데?]독 여파가 남아있는 거겠지.
난 멍멍이에게 말했다.
“우리가 상대할 마물이 그 독을 내뿜을 거다.”
멍!
“며칠 동안 양을 늘려나갈 거니까 익숙해지도록 해.”
…멍!
[불쌍해.]신수가 마물도 불쌍하게 여길 수 있는 거지.
[절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거든?]아니면 말던가.
용용이가 멍멍이 주변을 맴돌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
* *
“항의가 거셉니다.”
리전후오의 말에 위하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최준호 손에 죽은 위원은 허베이성의 고위 당 간부 출신으로, 그 세력이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북군 정부에서 최고위직에 오를 거라 전망되던 인물이 허망하게 삶을 마감했다. 이를 본 북군 수뇌부는 최준호의 만행에 거세게 반발했다.
“자기들이 불러놓고 이제와서 저러는 걸 보면 우습지 않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과격하더군요.”
“판이 만들어지면 상상을 초월할 거야.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하지만 저들이 있어야 이길 수 있습니다.”
“호랑이를 집에 끌어들였으면 감수해야 할 일이지.”
“이대로 지켜봐야 합니까?”
“지켜보지 않으면? 최준호를 제거하기라도 할까?”
“…….”
리전후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또한 현실적으로 최준호를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상적인 방법은 최대한 빨리 마물 사냥에 나서도록 보내는 거겠습니다.”
“그것마저도 쉽지 않아 보이지.”
“예.”
현재 최준호는 천마갑귀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착수해 있었다.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그를 재촉하기에는 염치도, 명분도 없었다.
하지만 내부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보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외에 여러 국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전부 거절해야 돼.”
“저도 같은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대안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 세력이 들어와서 영향력을 확대할 걸 지켜보자고? 마물을 사냥하는데 도움은 되지 않고 간섭은 간섭대로 이루어지겠지.”
“그 부분이 걱정되긴 합니다.”
“최준호에게 매몰되지 마. 자극하지 않으면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으니. 차라리 마주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좋겠지. 시간은 흐르는 법이고, 최준호는 잔머리 굴리기보다 자기가 온 목적을 이루려 할 테니까.”
기존 정치인의 셈법을 완전히 벗어난 존재가 바로 최준호였다.
가장 위험하지만 동시에 가장 확실하며 믿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위하오의 말에 리전후오는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실수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알겠습니다.”
“최준호를 이용해서 다시 한 번 높은 곳으로 가보지.”
“예.”
*
* *
며칠 동안 북군 정부 측에서 제공하는 독에 대한 적응 작업을 마쳤다. 점점 양을 늘려 만득이가 해독하는 시간을 줄이고, 멍멍이가 적응하는 것도 성공했다.
항상 요구하는 이상의 양을 가져다줘서 적응이 수월했다.
[독에 중독돼서 죽어도 좋다는 의미 아니었을까?]그럴 수도 있겠지. 단지 내가 죽지 않고 수월하게 마무리했다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인간은 너밖에 없던데.]내가 평범한 사람들에 녹아들고 싶긴 하지만 그 생각을 강요받고 싶진 않았으니까.
위하오와 만난 자리에서 독에 익숙해진 걸 알렸다.
“그 지독한 독을?”
“하니까 되더라.”
“허어.”
위하오는 자기도 그 독에 적응하려다가 몇 번이나 사경을 헤맸다면서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의지로 극복이 가능한데 의지가 나약하군.
“그보다 슬슬 어떻게 할지 일정을 알고 싶은데.”
독에 익숙해졌으니 사냥에 나서길 바라는 건가.
[너무 급해 보이는데?]나도 같은 생각이다. 딱히 시간을 끌 생각은 없지만 급하게 움직일 생각도 없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생각이다.”
“뭐가 더 있나?”
“마물이 어떻게 날뛰는지 지켜봐야지. 녀석이 다음 목표로 삼는 도시로 가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가늠해야지.”
“…….”
[그러니까 지금 도시 하나를 제물로 삼아서 지켜보겠다는 거야?]경악한 용용이의 외침.
내 말의 의미를 알아차린 위하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린 움직임이로군. 예전의 너는 마물을 상대할 때 좀 더 과감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날 살짝 긁어서 뛰쳐나가게 하려는 건가?
수법 한 번 하찮다.
“투뿔 마물이란 게 그런 녀석이다. 내가 상대하기 쉽지 않지. 불만이면 돌아갈까?”
“아니, 내가 실언했군.”
위하오는 고개를 저었다.
“마물이 움직이면 알려. 어떤 문제인지 지켜본 다음에 처리에 나설 테니.”
“알았다.”
“그리고 내 주변에 이상한 녀석들 얼쩡거리지 않게 한 건 잘했어.”
“괜히 부딪쳐봤자 손해 보는 건 우리니까.”
“잘 아네. 이렇게 눈치 빠르게 행동하면 너희도 손해될 게 없다니까?”
살이 빠져서 둥글둥글한 맛은 많이 사라졌지만 처신도 모나지 않게 잘하는 녀석이었다. 내가 원하는 미사일 선물해줬을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내 칭찬에 위하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얘네들은 왜 칭찬해줘도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마물 건은 이걸로 됐고. 왜 그랬냐?”
“뭘 말하는 거지?”
“저기 투뿔 마물에 관해 중국 정부에서 만든 정보 중에 왜 일부분 누락시켰냐고.”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받은 원본 그대로 네게 보낸 거다.”
“진짜?”
“진짜다.”
위하오는 표정, 감정, 포스 전부 관리하며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으나.
[거짓말하고 있어.]신수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용용이가 얼마나 성능 확실한 거짓말 탐지기인지 녀석은 모르고 있다.
[이젠 거짓말 탐지기 취급이냐.]그만큼 능력이 대단하다는 거다.
칭찬을 해줬음에도 용용이는 궁시렁거렸다.
“거짓말 하지 말고.”
“…….”
표정을 굳힌 위하오는 내 시선을 피했다. 이거 참, 장난질을 칠 거면 제대로 칠 것이지.
“누락되었다는 내용이 뭐지?”
“어떤 방향으로 연구가 되었고, 목표가 어떤 건지 나왔지만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단이 생략되어 있잖아. 왜 그걸 공유하지 않는 건데?”
투뿔 마물은 자연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 어마어마한 힘을 갖게 만들 섭취 영양분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그 부분까지 파악하지 못했고, 북군에서 건네 온 정보에도 그게 누락되어 있다.
베이징 앞에 떡하니 등장했던 녀석이 어디 신수의 정수라도 주워 먹었을 가능성은 말 그대로 제로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나도 알고 위하오도 알고 있다.
“뭘 말하는지 모르겠군.”
마지막까지 부인해서 난 대놓고 언급했다.
“생체 내단, 이래도 모른 척 할 거냐?”
“…….”
“중국에서는 이걸 활용해서 초인 육성을 했다고 하던데.”
난 위하오를 보며 물었다.
“너도 이걸로 만들어진 초인이냐?”
“…….”
위하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
* *
위하오에게 화두를 던진 것은 확신을 갖는 단계였다.
내가 혈종일 때 타임라인대로 빠듯하게 모든 사건사고를 꿰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당시 있었던 굵직한 일들은 기억하고 있는데, 날 잡기 위해 포망을 구축했던 천명국이나 리그의 첩자 유중호, 그리고 중국에서 만들어낸 투뿔 마물이 대표적인 예였다.
생체 내단, 인간의 생명력을 끌어내어 코어로 만든 것은 내가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로, 당시 중국 정부에서 내게 사람을 보내 보급받길 바라던 걸 기억하고 있어서다.
[어떻게 동족끼리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할 수 있어?]신수 너희도 정수를 놓고 아웅다웅하면서 이걸 인간 비난할 일이냐.
[…….]내 지적에 용용이의 입이 닫혔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중국 정부에서 벌인 일이 보통이 아니란 건 분명했다.
당시 혈종조차 질색하면서 제안을 했던 녀석의 머리를 부숴버릴 정도니까 말을 다 했지.
“궁금증도 풀었으니 어떻게 생겼나 가볼까.”
손맛 한 번 보기 위해 잔뜩 공들이고 있으니 날 실망시키지 않겠지.
난 천마갑귀가 향하고 있는 도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