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버서커는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자신의 터전. 빌런이던 시절에는 캠핑카가 자신의 집이자 벗이었다.
항상 공허하고 쓸쓸하던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이제는 기다리는 가족이 생겼다. 한 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기에 더욱 애틋하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서커는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거 같다.
지킬 게 있는 사람은 강해진다. 버서커는 그것이 목표가 생겨서 강해진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반대로 자신의 내면에 단단한 것이 말랑말랑하게 풀어지는 걸 느꼈다.
강해지면서 약해진다.
“지킬 존재가 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건가.”
왜 최준호가 지킬 것이 생긴 사람은 약해진다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왔어?”
먼저 도착해있던 부인이 버서커를 맞아주었다.
오랜만에 만나 다시 합친 아내와는 약간의 어색함이 존재했다.
그걸 지워주던 것이 딸이었는데 오늘 없으니 어색함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소희는?”
“친구들이랑 놀고 온대요. 알잖아요. 오늘 최준호 초인 관련 굿즈 나오는 거.”
“또 그걸…….”
대중적이진 않지만 공고한 매니아층을 형성한 최준호 굿즈는 진세정의 진두지휘 아래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었다.
특히 그를 선망하면서 각성자의 꿈을 꾸게 된 청소년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를 놓고 정부 관계자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모든 국가에서의 최우선 과제가 출산률을 유지하는 것, 태어난 아이들이 각성자를 선망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최준호의 존재로 최근 몇 년 사이 각성자를 꿈꾸는 아이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근데 당신은 알고 있어요? 최준호 초인의 생사가 불분명하다고 하던데.”
“뉴스에서 떠드나.”
“이번에는 심각해보여서요.”
최준호는 이미 멀쩡하다. 돌아오자마자 자신에게 기프트를 갈취해간 걸로 모자라 추가 기프트 권유까지 하고 있었다.
자신을 위한 척 했지만 그것이 최준호 본인을 위한 것임을 버서커는 잘 알았다. 아마 무사히 귀환한 걸 숨기는 것도 검은 속내가 있겠지.
“언론에서 떠드는 건 전부 무시해. 그 괴물은 활화산에 던져 넣어도 멀쩡하게 살아 돌아올 인간이니까.”
“그렇겠죠?”
최준호에 대한 이야기는 거기까지.
딸을 기다리던 버서커는 8시가 넘도록 오지 않자 눈에 띄게 초조해했다.
“그나저나 소희 이것 나쁜 녀석들하고 어울리는 거 아니겠지? 아니면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본때를…….”
“누구 딸인데 걱정하고 있어요.”
버서커의 딸 이서희는 학교에서 손에 꼽히는 각성자 유망주였다.
고등학교 입학 당시 선배 다섯을 제압한 건 학교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버서커는 안절부절 못했다. 설마 무슨 문제가 벌어진 게 아닐까. 최준호 그 미친놈을 좋아한다면 정상적이지 않은 녀석도 있을 게 분명한데. 만약 시비라도 붙었다면 미친 놈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그렇게 9시가 막 넘겨서 버서커가 뛰쳐나가려고 할 때, 초인종 소리와 함께 이서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빠!”
“…어서 와라.”
하이톤 딸의 목소리에 버서커는 멈칫하면서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서희는 오늘 사온 수확물을 버서커에게 자랑했다.
“오늘 완전 겟했어! 아빠 덕분이야.”
“그래?”
집에 돌아와서도 저 녀석의 얼굴을 봐야 하는 고역이 있었지만,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있으니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최준호에게 두들겨 맞고 딸에게 최준호 굿즈를 구매할 수 있도록 아빠 찬스를 동원해주다니. 자신의 처지가 참 기구했다.
“근데 나 언제 초인님 볼 수 있어?”
딸과 그 미친 인간을 마주하게 된다?
오래 전부터 그걸 막아온 버서커였으나 이제 그게 쉽지 않아짐을 느꼈다.
“…조만간 한 번 날을 잡아보자.”
“그렇게 말해놓고 계속 미루고 있잖아. 지금 초인님 위험한 상태라면서! 아빠는 아는 거 없어? 초인님 최측근으로 불리고 있잖아!”
“…….”
버서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곧 알려주마.”
“진짜 약속한 거야?”
표정이 환해진 딸이 방으로 돌아가자 버서커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자신이 반드시 곤죽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녀석을 우상처럼 떠받드는 딸이라니.
이렇게 된 이상 최준호에게 우위에 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골프나 치러 가자고 해야겠군.”
*
* *
최준호를 둘러싼 혼란은 점점 더 파문을 일으켰다.
천마갑귀가 사냥되었는데 그걸 사냥한 최준호는 실종된 상태다. 누구는 중국에서 부상 입은 최준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말하고 누구는 부상이 심각해서 숨어있다고 말하고, 누구는 사냥 도중 사망했다고 말했다.
가설의 모든 내용이 최준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의미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청와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최준호답지 않은 행동이 일으키는 파장은 실로 강렬했다.
“이번 최준호의 계책이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나?”
“매우 큰 효과를 거둘 거라 생각합니다.”
“역시, 비슷한 생각인가.”
“최준호 초인이 보여준 적 없는 행동입니다. 그리고 최준호 초인이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행복회로를 돌리며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최준호의 존재는 대한민국에 큰 영광을 가져다 주었지만 정계와 재계에 있어 막을 수 없는 재난 그 자체였다.
과정을 생략하고 거침없이 나가는 손속에 기득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막강한 권력은 최준호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불과 2년이었지만 그동안 그들이 받은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건 마물로부터 안전하고 세계가 감탄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자기들이 기득권을 휘두를 수 있는 대한민국이었을 테니까.
“다 튀어나온다는 이야기겠어.”
“예, 준비해야 합니다.”
“해야지. 아마 상당히 시끄러워질 거야.”
이 기회에 완전히 솎아내려는 의도인 만큼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정확히 말해서 충격받는 쪽은 최준호가 죽길 바라는 측이겠지.
“완전히 휘어 잡히겠어.”
“사실상 최준호 초인을 적대할 세력이 사라지는 걸 의미합니다.”
일전에 블랙리스트 예가 있었듯이 최준호는 자신에게 반대한다고 해서 일일이 찾아가 죽이지 않는다. 대신 어떤 상황에서 충돌이 벌어졌을 때 리스트에 올라와 있으면 가차 없이 손을 쓴다.
최준호에게 반대했던 자들은 그 오점 하나로 평생을 조심하면서 지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예상한 것보다 강렬할 것이다.
“그 부담이 고스란히 자네에게 옮겨갈 테고.”
“…….”
“잘할 수 있나?”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말할 리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웃긴 일이긴 하군.”
“전부 대통령님께서 만든 상황입니다.”
대통령을 향한 천명국의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대통령은 속으로 놀라면서도 겉으로 웃었다.
“허허. 난 좀 봐주게.”
“그럼요. 대통령님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고 있습니다.”
“…허허허!”
천명국의 눈이, 어린 시절 봤던 동네 미친개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는 대통령이었다.
*
* *
어쩌다 보니 판이 커진 느낌이다.
처음에 의도한 건 내가 죽었다고 알려지면 좋아할 놈이 누군가 살펴보는 거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죽길 바란 인간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아주 많을 정도?
내가 혈종처럼 무지막지한 빌런도 아니고, 나라를 위해 나쁜 놈들을 죽이고 다녔는데 이런 취급이라니. 살짝 섭섭해지려고 하는군.
조금 쎄하다 싶은 녀석들도 죄다 처리하고 다닐 걸 그랬나?
그건 혈종하고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거 같고.
대충 견적은 나오니 슬슬 등장할 시기를 가늠할 때,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터졌다.
중국 홍콩을 중심으로 한 광둥성이 남군에 반기를 들어 독립을 선포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남군 토벌군을 남부 연합이 물리치기까지 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내 의아함은 이세희를 만나면서 말끔하게 풀렸다.
“우수한 무기를 대량으로 팔아치웠거든요.”
“신성 그룹이?”
“네. 마침 남군에 수출길이 막히면서 비축을 좀 쌓아두게 됐거든요.”
“그걸 저쪽으로 보냈다?”
“네. 마침 준호 씨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던 곳인데 기회가 왔을 때 붙잡았죠.”
이세희가 말하길, 홍콩을 비롯한 광둥성은 남군의 핵심 자금줄로, 마물로 인해 교역이 줄어드는 가운데 중국 정부 재정의 커다란 축을 맡았다고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위하오가 반란을 일으키고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광둥성에서 어마어마한 착취가 이루어졌단다.
“얼마 전에는 상상도 못할 자금을 긁어갔다고 해요.”
그로 인해 남군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당장 해양 마물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식량 부족, 자원 부족으로 제대로 된 생활을 이어나가지도 못했다.
이세희가 파고든 것이 그 시점이었다.
“이거 잘하면 갈라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천마갑귀라는 마물이 나타난 것도 왠지 인위적인 거 같아서 한 번 자극하면 뒤를 위협해주지 않을까 생각한 게 적중한 거죠.”
“돈을 다 긁어갔으면 무일푼인 거 아냐?”
내 물음에 이세희가 미소지었다.
“담보란 훌륭한 게 존재해요. 그들이 가진 물건을 담보로 잡고 빌려줬어요. 당장 돈이 없어도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니까요. 마음만 먹으면 원금과 이자는 빼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그렇게 선금을 끌어다 쓴 남부 연합은 동남아시아 화교의 도움까지 받아 남군의 토벌군을 무찔렀단다.
이세희의 행동으로 졸지에 중국이 세 개로 갈라진 것이다.
“어쩌면 하나 더 늘어날 수도 있어요.”
“뭐가?”
“중국이요.”
“어떻게?”
“남부 연합 말고 서부 지역 민심도 심상치 않거든요. 전통적으로 소외된 곳이라 불만도 상당해요. 그래서 남부 연합에 선을 대고 있어요.”
“허.”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하군. 이세희 한 사람으로 인해 얼마나 큰 타격을 받는 건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내 감탄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정도는 해놓아야 이쪽에 신경 쓰지 못할 거 같아서요.”
“확실히.”
북군은 천마갑귀로 인해 인적 물적 타격을 입은 것도 모자라 수권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고, 남군은 천마갑귀를 만들어냈다는 의심을 받음과 동시에 광둥성과 쓰촨성을 중심으로 한 남부, 서부에 반란이 일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로 시선을 돌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 전부 이세희가 조장한 상황이다. 이세희는 적으로 돌리기에 참 무서운 상대였다.
“자, 그럼 준호 씨 문제로 넘어가볼까요? 준호 씨 한 수로 아주 재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내가 죽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준호 씨의 존재로 자기 이익을 침해당한 사람이 많거든요. 그 사람들은 당연히 준호 씨의 존재가 거슬리겠죠.”
“내가 그 사람들 바람을 들어주지 못해서 유감이야.”
아니, 어쩌면 바람은 들어준 걸지도?
천마갑귀 자폭으로 완전회복을 사용했으니까.
만약 완전회복이 없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소원을 이뤄주기는 했군.
“네. 그래서 발생하고 있는 게 현재 특검 문제거든요. 특히 청문회요.”
이세희가 말하길, 내가 죽고 살고의 문제가 아니란다. 당장 내가 한국에 없다고 생각되니 동화 육성 체계로 문제가 되는 걸 은근슬쩍 덮고 넘어가려고 한단다.
여당의 유력자들이 관련된 문제고, 정계뿐만 아니라 재계까지 얽혀 있다 보니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려고 하는 중이라고.
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면죄부를 발급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잔머리 하나는 잘들 굴리는군.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하지만 현 대통령님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고 국회 권력은 계속 이어나갈 수 있으며, 재계 권력은 오랫동안 이어나갈 수 있어요. 준호 씨가 없는 파워 싸움에서 저쪽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거죠.”
확실히. 그래서 정부가 길드와 기업을 억누르려고 하는 것이다. 임기가 있는 자신들과 달리 저들은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이대로 두고 보면 안 되겠군.
어차피 명단은 작성할 만큼 작성했으니 잠수를 끝내야겠다.
“청문회 언제 열리지?”
*
* *
현재 대한민국은 최준호에 대한 소식으로 시끄러운 상태였다.
대한민국 소속이며 세계 최강의 각성자라 불리는 존재. 20대의 나이로 레벨 9에 도달한 초인이 처음으로 등장한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 천마갑귀에 혈전을 벌인 뒤 소식이 끊겼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모든 언론의 관심이 최준호의 행방에 집중되었고, 그가 사망했을시 대한민국에 미칠 영향력을 분석하느라 바빴다.
그로 인해 특검으로 진행되던 각성자 세뇌 사태는 여론의 관심에서 한발 빗겨나게 되었다.
지금 생방송으로 청문회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것이 기회라 여긴 여당 유력자들과 기업, 길드 관계자들은 유야무야 덮기 위한 행동을 개시했다.
“각성자 세뇌 계획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각성자 세뇌 사태에 연루된 여당 소속 3선 강우태 의원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준호가 있었다면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큰 처벌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여당 내에서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음에도 고작 한 사람으로 인해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최준호에 대한 공포심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대통령이 용을 써도 이건 아니지.”
자신의 입맛대로 여당 지도부를 구성했음에도 대통령은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여당에 칼을 대려고 했다.
이를 우려하는 여당 내 의원은 무척 많았다. 이쯤이면 대통령도 한 발 물러설 법도 했지만 각성자 세뇌 사태가 벌어지면서 주도권은 청와대가 쥐게 되었다.
하지만 최준호가 중국에 가서 실종됨에 따라 여당 내에서 대통령을 향한 성토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각성자 실종 사태와 연루된 강우태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꼼짝없이 처벌받고 의원직을 잃을 거라 생각했던 상황에서 약한 처벌만 받고 의원직을 유지할 길이 보였던 것이다.
만약 최준호가 살아 돌아오면 후환이 우려되긴 했지만 그건 그때 생각할 일이고 우선 살아남아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나라를 위해서 꼭두각시가 될 수도 있는 것 가지고 유난들은.”
비록 중국에서 유입되었지만 동화 육성 체계는 재물과 인기만 탐하는 각성자를 국가에 충성하는 충실한 일꾼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로 인해 정신적인 부작용을 갖게 되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한 희생이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필 이걸 파헤친 게 최준호였다.
“이번 청문회만 조용히 넘어가면 돼.”
정해진 과정을 소화한 뒤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까지 발급되면 최준호가 살아 돌아온다고 한들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또한, 최준호가 없는 청와대는 더 이상 국회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청와대에 반감이 많은 걸 확인한 이상 강우태는 불만 있는 의원들을 규합하여 대통령과 맞설 생각이었다.
그에 따른 결실도 있었다.
“어쩌면 내게 기회가 생길지도.”
오히려 대통령과 맞서는 모습으로 체급이 급속도로 상승할 수도 있다.
반 대통령 포지셔닝으로 체급이 커지면 어쩌면 대선후보급으로 올라설지도.
그걸 위해서라도 이번 청문회는 중요했다. 이곳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의원님, 예정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러게.”
국회 직원의 말에 강우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절차에 맞춰 청문회가 시작할 무렵이었다.
돌연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강우태는 그 광경을 짜증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오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건 자신인데 갑자기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소란은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퍼져 나가더니, 국회 전체를 장악해나갔다.
“대체 무슨 일…….”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곳으로 시선을 옮기던 강우태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반드시 죽길 원했는데. 마물의 한 끼 식사로 사라지길 바랐던 사람이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최, 최준호.”
그 이름에 담긴 충격과 공포가 장내를 휩쓸었다. 강우태 또한 그를 보는 것만으로 오금이 저려 오는 걸 느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당사자는 태연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한쪽에 섰다.
“아, 난 신경 쓰지 말고 진행하면 됩니다. 관계자니 구경해도 되죠?”
누가 감히 최준호더러 나가라고 하겠는가.
말을 마친 그는 청문회를 진행해보라는 듯 팔짱을 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