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걸리면 간다, 아주 멋진 말이야.”
“…….”
대통령의 감탄에 양주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천명국이 최준호를 상대하기 위해 국회로 가면서 갑자기 불려온 그는 자신이 왜 불려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양주혁 사무관.”
“예, 대통령님.”
“최준호 초인의 모습, 멋지지 않나?”
“…….”
자신을 시험하는 건가? 자신의 사상이 과격하다고 하여 천명국에게 경고 받고 최준호에게 교육받았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대통령에게 보고가 올라갔을 테니 그 부분 때문에 캐물어볼 수도 있다.
최준호에게 참교육을 당한 뒤 양주혁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인정했다. 힘이 없는 자는 그런 사상조차 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은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는 약자 중에 약자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사라지고 싶지 않아 양주혁은 잠잘 시간조차 아껴가며 수련에 매진 중이다.
그런데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난 개인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하네.”
“…예?”
“최준호 초인은 남이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지. 강함에 기반된 자신감과 거침없는 행동은 존중과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없는 행동들이기도 하고. 그래서 매력적이지.”
세상에서는 그걸 빌런이라고 말한다.
그리 말한 대통령은 양주혁에게 시선을 옮겼다.
“최준호를 동경한다고 들었네.”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니, 될 수 있어.”
“예?”
“강해지면 되지 않나? 최준호 초인처럼 강해지면 양 사무관이 거침없이 행동한다고 한들 누가 제지하겠나.”
“…….”
양주혁은 멍하니 바라봤다.
“걸리면 간다는 것, 아주 멋진 이야기지. 양 사무관도 강해져서 이런 사회가 되도록 만들어주게.”
“예,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그리 말한 대통령은 다시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양주혁은 방금 들은 말을 곱씹어보았다. 결국 모든 게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
간단하면서 확실한 방법이다.
“강해지자.”
홀로 의지를 다지는 양주혁을 보고 미소 지은 대통령은 죽상을 쓰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보며 유쾌하게 웃었다.
“미꾸라지들이 어망에 갇혀서 몸부림 치는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놓고 손을 쓰겠다고 천명했는데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만 살아남는 시대야.”
*
* *
최준호의 청문회 등장은 엄청난 여파를 일으켰다.
당장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던 것이 최준호의 실종에 관련된 것이다.
최연소 초인,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실력자.
범죄를 저지른 자의 머리를 가차 없이 날려버려 헤드 브레이커라 불리는 각성자는 극심한 호불호를 일으켰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최준호의 존재로 대한민국은 마물과 빌런으로부터 안전해진 국가가 되었다는 점.
당장 세계에서 마물로부터 가장 안전한 국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북진에 지대한 공헌을 하여 국력 상승에 큰 역할을 해냈다.
말 그대로 세계에 우뚝 서게 만든 것이다.
그런 최준호가 최초로 등장한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 천마갑귀를 상대하다가 실종된 것은 당연히 큰 여파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기다렸다는 듯 마물이 출몰하면서 최준호의 존재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최준호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물론, 그가 빌런과 다를 바가 없다며 비판하던 사람들조차 생사를 궁금하게 여길 정도였으니 말 그대로 국민적 관심사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불분명한 채 온갖 음모론을 양산하던 사람이 멀쩡하게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평소 바닥을 빌빌 기던 국회 TV 시청률이 무시무시하게 치솟기 시작했다.
반응은 어마어마했다.
-미친 거 아니냐곸ㅋㅋ 저렇게 대놓고 서 있으면 누가 평소처럼 할 수 있냨ㅋㅋㅋ
-이거 증언하다가 수 틀리면 머리 날라가는 거 아님?
-???:최준호는 반드시 머리를 날립니다.
-???:아, 이거 위협 아니라고. 아니라니까? 진짜로 ㅋㅋ
-근데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 포스가 화면을 뚫고 나오네. 주변 사람들 전부 얼어버렸음.
-이놈들, 최준호 실종됐다고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가 딱 걸렸네.
-이제야 제대로 된 청문회 되겠네, 되겠어.
-과연 최준호 앞에서도 뭉개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청문회는 사이다의 연속이었다.
증인이 증언을 이상하게 하자 바로 잡고, 빌런인 걸 확인하고 죽여 버리자 반응은 다시 한 번 폭발했다.
-빌런한테 진짜 가차없네;;;
-국회TV 졸지에 19금 방송행
-다 죽여! 다 죽여 버리라고!
-최준호가 기득권과 타협한다는 말 쑥 들어갔쥬?
-진짜 살벌하다. 나였으면 오줌 지렸을 듯.
-지켜보던 국회의원들 움찔하는 거 봐라. 저놈들도 다 쓸어버려야 하는데.
-쓰레기들.
급기야 최준호가 증인석에 앉자, 채팅창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빨라졌다.
-미쳤다, 미쳤어 ㄷㄷㄷ
-대놓고 판결 불복 선언 ㄷㄷ 근데 아무도 뭐라 말하지 못하네.
-와, 사적으로 제재하겠다는데 찍소리도 못하는 상황! 이게 나라냐!
-최준호 포스가 지리긴 지린다. 걸리면 간다는 말에 국회의원들 찍소리 못하네.
-여당, 기업, 길드 가리지 않고 쓸려가겠네.
-이건 건수가 확실하게 쳐낼 듯.
-근데 여당 쪽이면 청와대랑 한편 아닌가? 왜 최준호가 거길 치려고 하는 거지?
-아직 최준호에 대해 모르네. 최준호는 진짜 말 그대로임. 걸리면 간다는 거.
-실제로 청와대나 여당 쪽 사람들 엄청나게 당했지. ㅋㅋ
-그걸 받아먹지 못한 야당도 역대급 ㅋㅋㅋ
-무능 그 자체.
-마지막 미소 뭐냐? 겉만 보면 싱그러움 그 자체인데 안에 실린 살기가 ㄷㄷㄷ
-이것이 원조 살인미소다!
-진짜 살인이라 더 무섭네 ㄷㄷㄷ
청문회가 끝남과 동시에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들썩이기 시작했다.
*
* *
청문회장을 나오면서 입맛이 썼다.
죽일 놈들을 앞에 두고도 손을 쓰지 못하다니. 이미 혐의도 확실한 상황에서 저지른 일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가늠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걸리면 그냥 가는 것이지. 새삼 법이란 게 있는 놈들을 보호해주려는 수단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뭐, 마음에 들진 않지만 잠깐 숨을 붙들어놓는 거니까.
사무실로 복귀한 나는 자리를 잡고 있던 제임스 리드와 마주했다.
“준호! 무사해서 다행이야!”
언제나 그렇듯 녀석은 호들갑을 떨면서 반겨주었다.
“진심이냐?”
“당연하지! 날 어떻게 보는 거야? 난 준호랑 졸라 오래 가고 싶다고!”
하긴, 졸라맨은 항상 이런 포지션이긴 했다. 요즘 내가 죽길 바라는 사람이 많아서 착각했군.
“중국 갔다 온 건 괜찮은 거지?”
“괜찮은지 아닌지 훈련실에서 확인할까?”
녀석이 바로 뒤로 튕겨 나갔다.
“노! 걱정해서 물어본 건데 반응이 졸라 무섭잖아!”
“아니면 말고.”
친분을 쌓은 관계긴 하지만 녀석이 미국 측 초인이라는 점을 지나칠 수 없다. 안부를 물어보면서 내 상태를 체크한 거겠지.
겉모습은 우락부락한 근육질에 이명이 마초맨이지만 저 녀석은 초인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 계산적인 걸 약간 멍청해 보이는 컨셉으로 지우려하고 있고.
아무튼 잔머리 잘 굴러가는 녀석이다.
“이번엔 꽤 위험했어.”
“어느 정도로?”
“인간에 준하는 지능을 가지고 있더군. 자신이 보유한 능력을 응용하기도 하고.”
“…….”
응용이란 말에 제임스 리드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하긴, 이후에 투뿔 마물이 등장하면 마물의 능력에 인간의 지능을 가진 존재와 상대해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네가 찾아온 목적은 마물의 부산물이겠지.”
“…하하! 졸라 예리하네.”
머리 좋은 녀석이니 여러 의도를 주렁주렁 달고 온 거겠지.
당연히 약속은 지킬 생각이다.
난 천마갑귀의 얼굴에서 떼어낸 가죽 조각을 제임스 리드에게 내밀었다.
“응?”
예상보다 적었는지 제임스 리드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자기가 질 거 같으니 같이 죽자고 자폭했다. 건진 건 얼굴 부분이 전부고.”
“자, 자폭? 마물이 그것도 가능해?”
“어, 가능해. 그리고.”
난 잠시 말해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내 걱정해서 왔다고 하니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자폭하면 웬만한 소도시 하나는 날아갈 거다.”
대도시에서 폭발하면 도심이 날아가고 도시 전체는 독 여파에 휩싸여 사실상 죽음의 대지가 되겠지.
나조차 완전회복이 사용될 정도였으니 그 독에 무사할 녀석도 없을 것이다.
“…….”
내 말을 들은 제임스 리드의 표정이 굳었다. 인간의 지능에 자폭까지 할 줄 안다는 건 추후 대응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 전해도 좋아. 아니, 외부에 널리 알리는 게 낫겠어.”
“그래도 돼?”
“무의미하게 당하는 것보다 낫겠지. 그리고.”
나만 베푸는 건 성에 차지 않았다.
“미국에서 이번 일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고,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나한테 공유해줘.”
“알았어. 이번에 정보를 졸라 많이 줬네.”
“귀찮은 일 대신 처리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으니까.”
“그럴 거라 생각했어.”
“근데.”
“응?”
“내가 괜찮은지 시험해볼 생각은 없냐? 날 죽일 절호의 기회일 텐데.”
“없어!”
제임스 리드는 도망치듯 돌아갔다.
손맛 좀 보려고 했는데 눈치가 아주 빠르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때, 내 앞에 용용이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나 왔어.]“일은 잘 봤냐?”
[잘 봤어. 잠깐 얘기 가능해?]“이 뒤에 처리할 게 있는데 그거 끝내고 얘기하자.”
[알았어.]*
* *
내게 남아있던 일정은 진세정과 대화였다. 앞으로 행보에 대해 논의를 하려고 했는데 잔뜩 흥이 난 진세정에게 붙잡혀서 한동안 일장연설을 듣고 난 뒤 풀려날 수 있었다.
“초심 유지라.”
나에 대한 호불호는 극복할 수 없는 영역이니 차라리 날 지지하는 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도록 만든다는 게 진세정의 전략이었다.
하긴, 내가 봐도 사람의 취향이 바뀌는 건 본 적 없다. 굳이 날 좋아해달라고 설득할 생각도 없고.
[이제 다 끝난 거지?]훈련실로 돌아오자 용용이가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번에 사냥한 마물 있잖아.]“어.”
[내가 봐도 굉장한 수준이었어.]용용이는 투뿔 마물을 상대해본 적 있을 텐데? 지금 말만 들어보면 천마갑귀가 더 강했다는 말로 들렸다.
“네가 볼 땐 어느 정도 수준이었냐?”
[난 괜찮지만 미숙한 신수라면 위험했을 정도?]방심하면 당할 수준이지만 아직 신수가 더 강하다는 말로 들렸다.
역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신수의 수준이 높았다.
천둥새는 그중에서 더 강하겠지.
여기저기 나대고도 무사한 걸 보고 한 생각이다.
[너 천둥새를 사냥할 생각이지?]“그럴 마음은 있지만 당장은 아냐.”
이번 전투는 내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완전회복도 소모되었고, 기프트 숫자를 늘리는데 제약도 가해진 만큼 내 그릇을 넓히는데 시간이 필요로 했다.
당장이라도 천둥새를 잡으러 가고 싶었지만 내 수준이 충분하지 않은 거니까.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했다.
“좀 더 단련할 생각이다.”
이번에 내가 보유한 기프트도 좀 더 가다듬고, 내 육체도 강화할 생각이었다.
열심히 하다 보면 방향이 나오겠지.
[마침 그거에 대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무슨 도움?”
[천둥새는 나나 현아도 좋아하지 않아. 신수지만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거든.]용용이가 말하길, 천둥새로 인해 신수의 존재가 인간에게 널리 알려지고 정세에 개입하면서 여러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나한테 도움을 주겠다고? 어떤 방식으로?”
[너희 인간 세계에 친구비라는 게 있다고 들었거든. 나도 그렇고 현아도 너와 적대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친구비를 줄게.]친구비?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런데 용용이 말을 들어보니 내게 손해될 게 아닌 것처럼 보였다.
신수가 주는 거니 받고 보자.
“뭔데?”
[이거야.]용용이 앞으로 공간이 열렸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내 두 손을 합친 것보다 큰 깃털이었다.
[바람 속성을 지닌 신수의 깃털이야. 그 안에 신수의 권능이 일부 깃들어 있어.]“이걸로 뭘 할 수 있는데?”
권능이라고 해봤자 일부였고 그걸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거 같은데.
하지만 이어진 용용이의 말은 눈을 번뜩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독자적으로 뭘 할 수 없지만 그걸로 네가 가진 기프트를 보완이 가능해!]“기프트 보완?”
[응. 바람 속성이니 이동 종류나 공간 종류 기프트 보완이 가능해져.]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기프트 강화라니, 그 부분은 그동안 고민해본 적 없는 분야였다.
당연하게도 나는 [전이]라는 공간 계열 기프트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 제약이나 발동 조건이 까다로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기프트였다.
“그 말은…….”
[아마 귀찮은 제약 하나가 사라질 걸?]별 볼 일 없는 물건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굉장한 특성을 부여해주는 강화템이었다.
“대단해.”
으스대는 용용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 별개로 친구비로 내민 것은 엄청난 물건이었다.
기프트가 개선이 가능한 거였다니.
난 홀린 것처럼 신수의 깃털을 잡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슬리던 느낌이 지금은 상서롭게 느껴졌다.
내 표정을 본 용용이의 표정이 우쭐해졌다.
[우리가 친구인 선물이야. 이걸 인간 세계에서는 친구비라고 한데.]“친구비.”
과거에서 돌아와 난 친구를 둔 적 없다. 친구란 건 거추장스러운 짐짝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체 친구를 왜 만드는 거지?
[네가 우리와 적대하지 않고 친구 사이가 된다고 하면 주기적으로 친구비를 납부 할게!]“앞으로 잘 부탁한다, 친구야.”
나한테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