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친구비라는 신박한 논리로 도움을 주겠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나는 용용이 설명 중에 궁금했던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근데.”
[응.]“어떤 원리로 기프트가 보완되는 건지 아나?”
[아, 그거?]용용이는 대수롭지 않게 말해줬다.
[너희 인간 기프트를 말하는 거지? 이 부분은 신수들도 자세히 몰라. 하지만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말해줄 수 있을 거 같아.]용용이가 말하는 기프트라는 것은 단어 그대로 선물이다. 그 속에 재능도, 노력도 깃들어 있지만 그걸 뛰어넘는 신의 영역이 존재했다.
그래서 스킬(Skill)이나 어빌리티(Ability)가 아닌 기프트(Gift)로 이름이 정해진 것이다.
[하지만 기프트는 인간을 대변하듯 완벽하지 않아. 제약이라는 이름의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거든.]그걸 보완할수록 기프트 위력이 완벽해진다는 것이 용용이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기프트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지, 어떤 식으로 피에 새겨지는 건지 궁금하긴 했다.
신의 영역이라니 더더욱.
“이 날개는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역할이다?”
[응. 신수의 존재는 인간보다 완벽에 가까우니까.]“바람의 권능을 지녔기에 이동과 공간이랑 연결됐고?”
[속성에 따라 효율이 달라져.]기프트를 보다 완벽하게 만드는 것. 용용이는 그 수단으로 신수의 날개를 내민 것이고, 이것으로 기프트를 더 완벽하게 만들게 된단다.
“잠깐.”
그렇다면 굳이 신수의 날개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기프트를 완벽에 가깝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장점을 취해서 결합을 시킨다면?
일단 얻어낸 힌트가 제법 괜찮아 보였다. 기프트의 보완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고, 상위 기프트가 하위 기프트를 잡아먹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어서.
그런데 용용이가 내 주변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뭐야?”
[나한테는 친구비 안 줘?]“무슨 소리냐?”
[나도 친구라며! 그럼 나도 줘야지!]논리가 그렇게 되나? 하긴, 친구 관계가 일방적이면 안 되겠지. 난 그래도 상관없겠지만 용용이가 난리 치는 걸 보면 줘야 할 듯 싶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난 한쪽에 잘 관리해둔 물건을 용용이한테 내밀었다.
“천마갑귀 눈알이다.”
[으엑! 이딴 걸 왜 나한테 줘!]“원래 멍멍이 특식으로 주려고 했는데 너한테 줘도 괜찮겠다 싶어서. 받아라.”
[지금 나랑 그 무식하게 큰 마물이랑 같다는 거야?]“그럴 리가. 멍멍이가 말하길 이 눈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환장하던데.”
마물의 눈알을 눈깔사탕이랑 비교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 멍멍이피셜 특식이라고 하니 용용이한테 줘도 괜찮겠다 싶었다.
“선물용이라 깨끗하게 세척도 했다.”
[뭐, 물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의가 중요한 거니까.]그리 말한 멍멍이는 눈알을 베어 물더니 생각보다 맛있었는지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맛있어!]저렇게 좋아할 거면 왜 질색한 건지 모르겠다.
근데 진짜 맛있나?
갑자기 된장찌개에 넣어보고 싶어졌다.
*
* *
용용이가 친구비로 준 신수의 날개 효과는 확실했다. 포스 동조로 신수의 날개와 동화 시키면 반응이 일어날 거라더니 전이와 결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변화는 놀라웠다.
본래 전이는 두 가지 발동 조건이 존재했다. 하나는 거리 제한과 다른 하나는 내 물건 보유라는 점이다.
그런데 내가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면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누군가에게 내 물건을 건네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이다.
이거 깃털 하나 더 없나?
“거리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동이 자유로워졌다는 게 어딘가 싶다. 확실히 용용이 말을 들으니 기프트 개선도 생각했던 것보다 순조로워지는 느낌이다.
굳이 혼자 끙끙 앓을 필요가 없겠지.
마침 내 주변에 기프트 전문가가 있고.
그게 누구냐고 하면 바로 버서커다.
실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완전회복, 만독불침에 이어 직감까지 개방한 실력자 아니던가. 버서커에게는 좋은 기프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걸 그냥 방치하면 강해질 자격이 없는 거다.
녀석에게 어떻게 좋은 기프트를 보유하게 된 건지 물어보았다.
“기프트를 만드는 건 재능이다. 그리고 뼈를 깎는 경험으로 다양함을 부여할 수 있지.”
의기양양한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말에 굉장한 설득력이 깃들어 있었다.
하긴, 나한테 심장이 여러 번 뚫린 경험이 있으니 남다를 수밖에.
게다가 캠핑카를 몰고 다니면서 온갖 이상한 짓을 저지르고 다녔으니 극적인 변화가 있었겠지.
“네 말을 들어보니 기프트라 이름이 정해진 것도 이해가 되는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 존재하는 걸로 보이니까.”
“어떻게 하면 더 보완할 수 있을까?”
“좀 전에 말했듯 다양한 경험이다.”
그것은 재능이라는 원석에 경험이라는 기법이 가해져서 새로운 형태의 기프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해보자.”
“…내가 말인가?”
“그동안 잘해온 사람이 넌데 당연하지.”
버서커는 단칼에 거절했다.
“난 더 이상 기프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프트가 늘어나면 더 강해질 수 있는데 왜 거절하냐.”
“맞는 말이지만 분에 넘치는 복은 화를 부르는 법이지.”
버서커 이 녀석, 기프트를 많이 보유하면 미쳐버릴 수 있는 걸 알아차린 건가.
하지만 이어진 말에 내가 착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기프트를 보유하게 되면 너 좋은 일만 하는 거 같은데.”
“…….”
내 착각이었군. 버서커 이 녀석은 나 좋은 일 해주기 싫다고 고집부리는 거였다.
갑자기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지는데.
“그래서 안 하겠다고?”
“…하지만 재미있는 이론이긴 해. 더 강해질 수 있는 방향을 발견했는데 이걸 두고 볼 수 없지. 도전해보도록 하겠다.”
[네 살벌한 얼굴 보고 마음이 바뀐 거 같은데?]아무리 그래도 버서커인데 내 표정 하나에 바뀌겠냐. 자기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거겠지.
일단 이 방법으로 좀 써먹고. 나는 다른 대안도 내놓았다.
“그리고 앞으로 대련 방법을 좀 바꾸자.”
“어떻게 말이지?”
“그동안 널 단련시켜주기 위해 내가 이것저것 노력했잖냐.”
내가 붙잡고 굴려준 덕분에 버서커가 이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다. 녀석도 내 공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전혀 인정하는 얼굴이 아닌데?]아니나 다를까 버서커의 얼굴에선 떨떠름한 기색이 묻어나왔다.
“…그랬나?”
“그럼 아니라고?”
“아니, 네 말이 맞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앞으로 대련할 때 포스랑 기프트 사용하지 않고 붙어보자고.”
이건 내가 육체 단련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피부 강화나 초재생 같은 걸 손에 넣으면 좋겠지만 기프트 여유 숫자를 확보하지도 못했고 저만한 기프트가 하늘에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동안 육체를 갈고 닦는 걸 선택했다.
인간의 육체란 건 너무나 연약하니까.
“…….”
“표정이 왜 그러냐?”
“포스에 기프트 사용 없이 대련이라. 크크, 크크큭!”
별안간 버서커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저 녀석 왜 저러는 거지?
[아무래도 쟤는 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에이, 설마. 고작 그걸로 저렇게 정신이 나갈 리가.
하지만 용용이 말을 듣고 버서커 반응을 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랑 기프트 사용하지 않는다고 저런 희망을 품어?
“굉장히 설레는 거 같은데 바로 한판 붙어볼까?”
“후회하지 마라.”
난 버서커와 훈련실에서 순수한 육체 능력으로 한판 붙었다.
확실히 육체 능력만 동원하니 전신 구석구석 자극이 오는 느낌이다.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부하가 걸려 동반된 통증도 새로웠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라 그런가.
하마터면 버서커를 죽일 뻔했다. 절대 날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서는 아니다. 내가 그 정도로 옹졸한 사람은 아니니까.
아무튼.
죽이지 않았으니 된 거지, 뭐.
*
* *
버서커와 한바탕 푸닥거리를 마친 뒤 나는 개인 훈련실에서 명상을 이어나갔다.
용용이에게 기프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힌트를 몇 가지 얻었는데, 그중 하나가 보완에 대한 이야기였다.
칼날폭풍을 얻을 때 슬래쉬가 포함되고, 마물언어를 얻을 때 혜광심어에 속했던 것처럼 기프트도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라는 걸 알아야 했다.
나는 그동안 고정관념에 휩싸여 있던 것이다. 기프트에 자아가 존재하고, 성질에 따라 자유롭게 통폐합이 되고 있는데 그걸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걸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여기에서 아이디어가 생겨났다.
용용이가 신의 영역이라 칭한 기프트를 내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
하지만 기프트 그 자체인 기프트의 자아는 이걸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게 자아가 실린 기프트가 존재했다. 혈중섭식과 만독불침, 혜광심어가 그 주인공이다.
혈종한테 기대할 수 없으니 남은 건 둘이다.
심상세계로 진입한 나는 곧장 만득이와 광심이를 불렀다.
바짝 군기가 든 둘은 부른 즉시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하얀 빛에 휩싸인 둘을 보다가 내가 생각한 구상을 꺼내놓았다.
“나는 너희 둘이 비견할 존재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기프트라고 생각한다.”
우웅! 우웅!
둘은 그렇다면서 긍정을 표했다. 그래, 둘 모두 전설의 기프트였고 그 능력은 내가 만족할 정도로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왔다.
그러니 내가 주문하는 것을 훌륭히 수행해낼 거라 믿고 있다.
“만득이 넌 신수에 비견되는 마물의 공격에도 월등한 능력을 보여왔고 광심이 넌 내가 흔들리지 않게 정신을 완벽하게 보호했지. 둘 모두 최고다.”
우웅! 우웅!
둘은 동조하면서도 내가 칭찬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는지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아주 간단한 일이다. 이미 둘 다 해본 일들.
난 불안해하는 두 자아를 안심시켜준 뒤 말했다.
“너희 둘에게 새로운 일을 맡기려고 한다.”
내가 내준 과제는 바로 기프트 통폐합이다.
광심이가 마물언어를 집어삼켜 혜광심어로 하나가 되었지만 마물언어 기능은 여전히 발휘되듯, 나는 만독불침과 혜광심어가 더 많은 기프트를 포함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할 수 없지만 둘은 기프트였으니까. 슬래쉬가 칼날폭풍에 포함되었지만 기프트에 자아가 존재하지 않아서 주문할 수 없다면 만득이나 광심이는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마물언어가 내 기프트에 +1 카운트가 되지 않은 것처럼 다른 기프트도 둘이 품게 되면 내가 보유한 기프트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사업으로 치면 다른 회사를 인수해서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그렇게 공백을 만들어서 다른 기프트를 늘리는 것이 내 계획이다.
아직 구상에 불과하지만 100% 확신이 있었다.
“가능하지?”
만득이와 광심이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것들이 군기가 빠졌군.
난 다시 한 번 물었다.
“가능하지? 대답 안 하냐?”
우웅! 우웅!
둘은 해보겠다고 대답을 해왔다.
“해보는 게 아니라 해내야지.”
나는 우선 두 기프트에게 통폐합 할 기프트를 선정하라고 했다.
혜광심어의 선택은 간단했다. 정신 계열의 기프트다보니 직감을 통폐합하겠다고 알려왔던 것.
문제는 만독불침이었다.
녀석은 해독에 특화된 기프트다보니 다른 기프트에 선뜻 손을 대지 못했다.
전투에서는 지시한 대로 빠릿하게 움직이더니 이럴 때는 굼뜨다.
생각해보니 혜광심어는 해본 적이 있는데 만독불침은 해본 적이 없군.
경험의 차이인가?
나는 혜광심어가 통폐합에 들어갈 때까지 선택하지 못하는 만독불침에게 강제로 할당했다.
“넌 브레인워싱을 합쳐라.”
우웅!
만독불침은 그게 가능하냐고 내게 물어왔다. 혜광심어가 말하길, 동일한 성향의 기프트여야 통폐합이 쉽다고 한다. 만독불침의 물음은 브레인워싱과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내 생각하고 다르군.
당연히 나도 그걸 고려했고, 성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왜 브레인워싱이 만독불침하고 성향이 비슷하냐고?
“머릿속에 복잡한 온갖 근심 걱정을 없애주잖아.”
이게 진정한 해독이 아니고 뭘까.
우웅!
내 말에 만독불침은 깨달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