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도주했던 자들이 빠짐없이 체포되면서 비밀 작전은 성공리에 끝이 났다.
다만 100% 성공은 아니었다.
“모두가 무사하길 바랐으나 결국 이렇게 되었군.”
“준수한 결과입니다.”
대통령의 시선을 받은 천명국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준호의 호언장담은 사실로 드러나면서 끝이 났다. 도주하려던 자들은 군산을 통해 중국으로 가려고 했으며, 먼저 도착했던 최준호에 의해 모조리 제압되어 서울로 압송되었다.
그 과정에서 3선 의원인 강우태가 백치가 된 것은 유일한 흠이었다. 자칫 놓칠 수 있던 상황에서 이만한 성과를 거둔 것만 해도 대단했다.
하지만.
최준호였다면 모두 무사히 체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강우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뭔가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강우태는 자네를 격렬하게 비난했지.”
“안 좋은 길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재능만큼은 대단했던 분입니다. 그 재능을 나라와 정부에 발휘해줬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저마다 욕심이 있는데 그게 그 방향으로 향하겠나. 비리에 안 얽히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일이지.”
“쉽지 않긴 합니다.”
“모두가 그래. 실력 있는 사람은 많지만 욕심을 다스리는 사람은 많지 않지.”
그 점에서 천명국은 딱 자신이 말한 사람에 부합했다. 그런 사람을 끌어들인 것이 자신이고.
강우태는 천명국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그가 대권에 욕심 있다고 주장했었다.
터무니없는 속설로 비춰졌지만 강우태가 욕심이 있을지언정 보는 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본 건 정확했고, 한정된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몸부림 친 것이다.
“그런 사람을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도 말이지.”
강우태는 백치가 되었지만 검찰청에 출두할 때 포토라인에 설 예정이다.
두 번 죽이는 이 행동은 전적으로 천명국의 결정이다.
“죄를 저질렀다면 확실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설사 백치가 되었더라도.”
“하긴, 그것이 정의겠지.”
“제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건은 맡기기로 했지 않나. 그러니 사소한 건 따지지 않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설령 백치가 되더라도 반드시 끝을 보는 것.
그것이 권력의 비정함이라고 느끼면서도 섬뜩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나도 늙었군.”
예전에는 뒤에 벌어질 일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서 자신의 위엄을 살리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을 것이다. 권력을 잔인하게 발휘할수록 자신에게 머리를 숙이는 사람이 늘어나는 법이니까.
“그러니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는.”
대통령은 혀를 찼다.
*
* *
브레인워싱으로 강우태의 머리에서 정보를 뽑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리그에서도 개입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말 뿐, 실상을 들여다보면 나를 꾀어내기 위한 수작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위치에, 얼마나 주둔하고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는 이상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잔머리 굴리기는.”
이놈들도 피해를 입다 보니 머리를 굴리는 것이다. 간만 보고 강우태를 낚은 뒤 스윽 사라지는 걸 보면.
결국 도주자들을 서울로 보낸 뒤 나 또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 도착한 내가 먼저 만난 것은 이세희였다. 이번 도주자들을 돕기 위해 남군에서 지원을 보내려 했던 걸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신성그룹 본사 건물에 들어가니 이세희는 TV를 틀어놓고 있었다. 그곳에는 생방송으로 검찰에 출두하는 강우태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총기를 잃은 텅 빈 눈동자, 제 의지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휠체어에 탑승해서 안으로 진입하는 광경에 정적이 맴돌았다.
기자들이 질문을 퍼부었지만 강우태는 아무 대답도 못했다. 백치가 제대로 대답할 리 없을 테지. 하지만 머릿속이 말끔해졌으니 먹구름 낀 자신의 미래를 마주하지 않게 되어서 오히려 다행이지 않을까.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서 기인하는 법이다.
“보기 좋네요.”
“보기 좋아?”
“준호 씨에게 맞서는 사람의 최후로 잘 어울려 보여서요. 제멋대로 이익을 추구하다가 타국까지 끌어들였으면 저렇게 될 것도 생각했어야죠.”
내가 손을 쓴 걸 이미 짐작하고 있군.
난 수긍한 뒤 저들이 도망치는 과정에서 남군이 개입한 것도 얘기해줬다.
이야기를 듣던 이세희가 눈을 빛냈다.
“사방에서 두들겨 맞더니 결국 자충수를 뒀네요. 이건 사용하기에 따라 수렁에 빠뜨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세희는 남군 측에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금 등을 거론하면서 혹독한 조건을 만들어나갔다.
저걸 다 받아 낸다고? 저러다 기둥뿌리가 뽑혀나갈 거 같은데.
“그걸 안 받을 텐데?”
“받지 말라고 내세우는 조건이니까요. 그래야 다른 곳을 지원할 명분이 만들어지고요.”
“아…….”
[나, 이 인간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이세희는 중국이 여러 개로 갈라져도 여전히 남군이 가장 우세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여력을 갉아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걸로 남군 포위망이 만들어질 거예요. 준호 씨가 온 건 제가 정부와 잘 이야기해서 연계해보라는 이야기죠?”
“맞아. 그런데 걱정할 이유가 없겠네.”
“제가 하던 일이니까요.”
“그런데.”
“네.”
“왜 이렇게 열성적으로 나서는지 물어봐도 될까?”
난 이세희가 중국을 분열시키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원한을 갖게 된 건 난데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그녀였다.
내 질문에 그녀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는 사람이 경기를 일으키게 만들 상큼한 과즙미가 담겨 있었다.
“시장은 여러 개인 게 좋거든요.”
“무슨 의미지?”
“중국의 거대한 단일 시장은 구매자가 규모를 믿고 배짱을 부릴 수 있게 해요. 그걸로 우리 그룹은 오랫동안 말도 안 되는 수모를 겪었죠. 하지만 그 시장이 적당한 규모로 쪼개지고 서로 사이가 안 좋으면 갑질은커녕 어떻게든 물건을 유치하기 위해 혜택을 내세울 거예요.”
신성그룹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세계 최강국 중 하나였던 중국의 모진 간섭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기술을 탈취당하기도 하고, 값비싼 설비를 빼앗기는가 하면, 벌어들인 돈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한 채 온갖 시비로 인해 고역을 겪어야 했다.
마물의 등장 이후에도 더 노골적인 위협을 겪어왔다. 내가 없었다면 빅뱅 시리즈도 중국에 흘러갔을 거라나. 이세희는 이 기회를 붙잡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꼭 보고 싶은 모습이 하나 있고요.”
이세희의 미소는 여전히 상큼했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던 구매자가 비굴한 모습이 되어 제발 물건 하나라도 팔아달라는 모습, 매력적이지 않아요?”
“…….”
이제 보니 저 미소의 과즙은 상큼함이 아니라 광기였다.
용용이가 그 모습을 보고 몸을 떨었다.
[나 얘 무서워!]…걱정 마라, 용용아. 너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다.
*
* *
이세희와 논의를 마친 뒤 사무실로 돌아온 나를 맞이한 건 결연한 표정을 한 정주호였다.
결정을 내린 얼굴이다.
“최 대표, 아니, 편하게 말하자. 준호야.”
“예, 이사님.”
“사실 초인이 되는 건 오래 전부터 포기하고 있었다. 세상에 괴물은 많고 내 재능은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걸 오래 전에 확인하고 있었지. 그래서 내가 잘하는 거나 하자고 생각했다.”
“뭐든 다 잘하고 계시는데요.”
실제로 정주호는 국가수호국을 이끌면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고, 국가전선방위청을 이끌면서 대한민국의 부흥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정주호가 그만두는 것을 다섯 번이나 만류했겠는가. 나도 일 보는 눈은 모자라지만 정주호만큼 일을 잘하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아니. 좋게 봐주는 건 고맙지만 중요한 건 내가 포기하려고 했다는 거지. 그런데 네 말을 듣고 용기가 생겼다. 네가 볼 때 내가 초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냐?”
마음은 굳혔지만, 초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도 확신이 안 서는 눈치였다. 내 대답을 들어야 알겠다는 거로군.
나? 나는 이 세상에 초인이 안 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재능 있는 정주호가 못할 이유가 없지.
“결과만 말하자면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냐.”
음성에 고저는 없었지만, 정주호의 표정은 상당히 기뻐보였다.
“그럼 해보시겠습니까?”
“하겠다.”
아무래도 모발이 굵어진다는 내 설득이 제대로 먹혀들었나보다. 정주호는 사실 자신이 원래 초인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면서 합리화를 시전하는데 그게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아닌 거 같은데.
사실 내가 정주호의 기프트를 탐색해보겠답시고 초인 권유를 한 게 아니다.
난 과거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지내는 걸로 목적을 이뤘지만 내 주변에 적이 많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리그와 척을 졌고,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의아함이 담긴 시선으로 날 바라볼 일이 생겼다.
난 걱정하지 않지만 내 가족은 나처럼 강하지 않다.
그래서 세운 계획이 내 주변을 강자들로 채워 넣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계획이다.
그럴 거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강해지는 게 좋겠지.
“그리고 난 알고 있다.”
“뭘 말입니까?”
“네 말에서 정보가 빠져 있는 걸. 모발이 굵어진다는 것만 말하고 모근이 강해지는지는 왜 얘기하지 않았냐?”
[앗! 대위기!]용용이는 이 정도를 위기라고 생각하나보다.
난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얘기 안 했었나요?”
“안 했다. 내가 안 한다고 할까봐 그런 거겠지.”
“딱히 그런 건 아닌데.”
“하지만 나한테도 방법은 있다.”
정주호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대체 무슨 방법을 찾았기에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하는 거지?
“제임스 리드가 모근을 강화하는 약이 미국에서 개발되었다고 하더군. 그걸 이용하면 모발과 모근을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된다.”
즉, 정주호는 초인의 생기와 약의 능력을 활용하여 체질 개선을 노린다는 이야기였다.
내 몇 마디 말에 결정하지 않다니, 정주호도 만만치 않다 싶었다.
근데 가능할까?
[인간의 능력이 신수를 뛰어넘어? 말도 안 돼. 탈모는 자연의 순리야!]당장 용용이부터 못 믿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덕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이사님이라면 방법을 찾아낼 거라 생각했습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모근과 현재보다 더 굵어질 모발의 콜라보라면, 더 악화되진 않겠지.”
이토록 의욕에 충만한 정주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내가 좋은 걸 가르쳐준 게 맞긴 맞나보다.
“그럼 바로 수련에 들어갈까요?”
“더 미뤄두는 건 내 취향이 아니지. 부탁해도 될까?”
“편히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럼 가시죠.”
정주호가 받아들일 것을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던 나는 버서커에게 운을 띄워둔 상태였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가르치겠다고 했는데 버서커가 그러다 죽을 거라면서 말리더라.
버서커 녀석은 내가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걸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나보군.
[거기에서 한 단계 넘어가면 바로 죽던데?]용용이 녀석마저도 옆에서 시비로군.
훈련실에서 나 홀로 훈련 삼매경에 빠져있던 버서커는 굳은 결의가 묻어나오는 정주호의 얼굴을 보고 눈에 이채를 띠었다.
“마음의 결심을 굳혔나.”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고된 길에 합류한 동지를 환영하지.”
“바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정주호가 의욕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하고 난 버서커와 따로 대화를 나눴다.
“초인이 될 재목이라고 본 건가?”
“사람은 누구나 노력하면 초인이 될 수 있어.”
“공감하기 힘든 말이로군. 하지만 네가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겠지.”
진짠데? 별 거 없고 찌질했던 나도 초인이 되고 최흉의 빌런이 되었다. 그런데 젊은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주호가 못될 이유가 조금도 없다.
“초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
그런데 정주호가 초인이 되고 천명국의 뒤를 이으면 헌정 역사상 첫 초인 대통령이 되는 건가? 몸이 건강하고 튼튼해서 주 168시간 업무를 봐도 되겠는 걸? 천명국이 좋아할 거 같다.
이런 내 생각을 모르는 버서커는 자세한 부분에 대해 물어왔다.
“그래서 수련 강도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지?”
“그야 당연히 죽지 않을 정도로 굴려야지. 그러면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도록 하면 더 좋아. 당연히 죽을 힘은 없을 정도여야 하고.”
“…….”
[그게 가능한 거야?]버서커는 마른침을 삼키고 용용이는 의문을 드러냈다. 이것은 하나의 예술과도 같은 것이다. 모든 부분을 밸런스 있게 굴려야 완벽하게 이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
사실 나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쉬운 걸 죽이는 거라고 하지.
버서커는 투박해 보여도 세심한 녀석이니 잘 해내겠지.
“내가 도와줄 테니 잘 쥐어짜내 봐.”
“크크, 울타리 안에 들어온 어린 양은 털부터 고기, 뼈까지 버릴 게 하나 없지.”
“비유 멋진데?”
버서커는 사납지만 즐거운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정주호가 양이라면 버서커는 송아지 정도 되려나? 소도 매우 훌륭한 동물이지.
“준비 다 됐습니다!”
그 뒤로 해맑은 정주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