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그렇게 본격적인 정주호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내가 손대면 죽어버릴 수 있다는 말에 버서커 코스를 거친 뒤 내게 넘어오기로 했다.
하긴 정주호는 버서커처럼 막 굴러먹은 인물이 아니니. 오히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온실 속 화초와 같다. 막 다루다가 싹이 짓밟히기라도 하면 안 되지.
[그 싹이 머리털이야?]그것도 포함되지만, 당연히 아니지.
용용이 녀석, 미국에서 개발했다는 약 이야기에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했나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버서커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크크크, 이 수련 코스는 둘 중 하나지. 죽어서 나가던가 초인이 되어서 나가던가.”
“어어?”
정주호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잠깐만!”
“사양은 사양하지.”
“잘해봐.”
난 격려 인사를 남겨준 뒤 훈련실을 나왔다. 방음 장치가 잘 되어있음에도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버서커가 지근지근 잘 다져놓는 편이니 죽이지는 않겠지.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끝냈다고 생각할 때였다. 내 앞에 작은 인영이 도착해 있는 걸 보고 멈칫했다. 진세정이었다.
“초인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무슨 일 있습니까?”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한 게 있어서요.”
“편하게 말씀하시죠.”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걸까. 내가 아는 진세정은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놓던 사람인데?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군.
“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잠시 숨을 몰아쉰 진세정이 내게 물었다.
“저도 기프트를 각성할 수 있을까요?”
“팀장님이?”
“네, 저야 그 각성자도 뭣도 아니지만 이제부터라도 노력하면 혹시 가능할까 싶어서요.”
진세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했다.
비각성자의 기프트 각성이라.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하지 않은 이상 쉽지 않을 것이다. 100% 아니라고 말하는 건 뒤늦게 자기 재능을 각성하는 사람도 있어서다.
우선 진세정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봐야겠지.
“손을 내밀어보십시오.”
나는 아무 의심 없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따끔할 겁니다.”
“흐윽!”
기뢰를 밀어 넣자 진세정이 신음을 흘리다가 놀라서 이를 꽉 물었다. 그 사이 기뢰로 진세정의 전신을 탐색하면서 재능을 가늠해보았다.
“어려워 보이네요.”
“역시나, 인가요. 아아, 그래도 조금 기대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일찌감치 수련을 했다면 모를까 현재 상태에서 해봤자 몸만 상할 겁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몸 상하면서까지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근데 한 번 궁금하지 않으세요?”
“어떤 게 말입니까?”
“저는 어떤 기프트를 보유하고 있을지요.”
이건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강우태의 건에서 그러했듯이 비각성자에게도 기프트가 잠재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단지 그것을 개방하지 못하기에 조금씩 발현되고 있을 뿐. 진세정도 뛰어난 실력자인 만큼 기프트가 내재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근데 진세정이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초인님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생각났어요.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요.”
“감사합니다.”
“탐색해보셔도 돼요. 대신 나중에 연봉이나 많이 올려주세요.”
“그럼 사양하지 않고.”
난 진세정의 기프트 파악에 나섰다.
*
* *
결과적으로 내 예상은 적중했다.
진세정의 기프트 탐색, 그것은 결과만 놓고 말하면 길을 걷다가 보석을 주운 격이었다.
옆에서 용용이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엄청난 성과네?]“그래.”
진세정에게 내재되어 있던 기프트는 다름 아닌 ‘컨트롤’이라는 것으로, 주어진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려놓을 수 있는 기프트였다.
진세정이 여론을 주도하고 앞선 유행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기프트가 잠재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이 기프트로 잠재되는 것. 이 또한 기프트 발생 조건 중 하나였다.
이것은 포스에 간섭하게 되면 포스 자체 컨트롤이 가능하게 되는데, 조금 더 깊이 파고든 나는 효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 효용이 전설급 기프트를 뛰어넘는 걸지도.
어느 정도일지 바로 실전에서 시험해보고 싶긴 한데.
그 전에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용용아.”
[응.]“천둥새를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냐?”
[…….]직설적인 내 물음에 용용이의 입이 닫혔다. 남들이라면 대답할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난 그럴 생각 없이 용용이를 재촉했다.
“같은 신수라서 정보를 공유해줄 수 없는 거냐?”
[아냐, 그런 건 아니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라서 그랬어.]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 말을 하던 용용이는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이다가 어렵게 말했다.
[천둥새는 강해.]“알아.”
[네가 상대했던 마물보다 더 강할 텐데? 완전회복이란 게 사라지고도 상대할 수 있겠어?]“붙어보면 알겠지.”
오히려 천마갑귀와 상대해봤기에 내가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게 되었다.
난 여전히 성장 중이다. 마물도 잡고 다니는데 신수라고 해서 못 잡을 거 없다고 생각하고.
용용이는 내가 바로 잡으러 가겠다는 걸로 아는 것 같아 생각을 바로잡아주었다.
“천둥새를 당장 상대하겠다는 게 아니야. 지금 상황에서 네가 가진 정보를 습득하고 대책을 세우려는 거지.”
[알았어. 우선 천둥새를 상대한다면 넌 절대로 이길 수 없어.]“왜?”
[천둥새는 절대 너와 정면에서 대결하지 않을 거야. 천둥새는 모든 신수 중에서 가장 빨라. 그 속도를 잡을 수 없다면 일방적인 공격에 무너질 수밖에 없어.]괜히 자신과 현아가 지켜보는 게 아니라고 용용이는 말했다.
압도적으로 강하다기보다는 성가신 능력 때문이라는 거로군.
“그 속도를 꺾어놔야 상대할 수 있겠어.”
[맞아.]“방법은?”
[천둥새의 고속비행은 권능이라고 볼 수 있어. 그 권능은 동격의 힘으로 무너뜨리거나 그걸 뛰어넘는 압도적인 힘이 있어야 해.]“권능 행사를 막지 않으면 상대할 수 없다?”
그렇게 말을 하니 오늘 얻은 기프트가 생각났다. 컨트롤을 통해 간섭을 한다면 천둥새의 고속비행을 방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힌트를 얻은 내가 바로 물어보았다.
“권능 행사를 방해하면?”
[글쎄, 난 아직까지 신수가 아닌 존재가 권능 행사를 방해한 걸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그럼 효과가 있겠네.”
용용이는 내가 천둥새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지, 천둥새의 강함이 절대적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그 말은 고속비행을 꺾어두면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다.
신수라고 해도 결국 형태를 갖춘 생명체다. 두들기다 보면 피해를 입겠지.
[어떻게 하려고?]“네가 있잖아.”
[응?]“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이럴 때 힘이 되어주는 거 아니겠냐.
내가 생각한 방법은 간단했다. 신수의 권능에 간섭하는 걸 연습하면 된다.
내 눈앞에는 용용이라는 훌륭한(?) 신수가 있었고. 천둥새가 그보다 강하다고 해도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겠지.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용용이가 펄쩍 뛰었다.
“천둥새 잡는데 협조한다며?”
[그래도 이런 방식인 줄 몰랐단 말이야. 그리고 나도 신수로서 자존심이 있는데…….]역시 예상한 대로 용용이 녀석의 반응은 격렬했다.
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신수의 자존심?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내 떨떠름한 모습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친구를 맺자고 다가온 걸 보면서 녀석의 속내가 어떤 건지 눈치 채고 있었다.
이 녀석, 딱 봐도 현아의 사주를 받고 왔다.
표면적으로 현아와 용용이는 동료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상하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사이다. 아마 날 떠났을 때 현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뒤 친구를 맺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테지.
그 결과가 터무니없는 친구비라는 것이고, 말만 내세운 친구 사이란 것일 터였다.
나로서는 전혀 나쁠 것 없는 제안이다. 원래 친구 사이란 것은 어린 시절부터 허물없이 친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있지만 알 거 다 알고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는 사회 친구도 있지 않은가.
용용이를 그 후자의 경우라 생각하면 속이 편해진다.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절친한 사이였다고. 서로 필요한 걸 뽑아먹으면 되는 거다.
[이게 아닌데…….]용용이가 울상을 짓건 말건 난 얻을 것만 얻으면 된다.
내 눈치를 보면서 슬슬 빠지려고 해서 쐐기를 박았다.
“친구 사이라며. 해줄 수 있지?”
[…알았어.]신수는 내 공격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궁금하군.
*
* *
“덕분에 각성자 세뇌 사태는 일단락을 지을 수 있었네. 고맙네.”
“별 거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화려하게 떠들지 않던데요?”
난 이번이 천명국의 데뷔전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중간에 초를 쳤나 싶었다.
“데뷔전에 임팩트를 남기는 건 쉽지 않은 법이지.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키지 않았으나 대한민국 기득권에게 천명국이라는 이름은 새겨졌을 거네.”
강우태를 백치로 만들어서라도 기어이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긴 했으니, 이번 일의 책임자가 천명국인 걸 아는 사람들은 강한 인상을 받긴 했을 것이다.
한 방이 아니라 차근차근 가려는 계획이로군.
천명국이 감사를 표해왔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초인님에게 실망을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 기대하겠습니다.”
어차피 세상은 넓고 죽일 놈은 많은 것처럼 작은 국가인 대한민국에 하루가 머다하고 사건사고가 벌어진다. 그중 천명국이 두각을 드러낼 방법은 많을 것이다.
“이게 주된 용건은 아니고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불렀네. 그중 하나는 유럽에서 손님이 찾아올 예정이라네.”
“유럽?”
“알레시아 성녀와 프란츠 경일세.”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었다. 천마갑귀가 나타났을 때 몇 번 거론되긴 했지만 사냥이 끝나면서 사라진 이름이었는데 무슨 이유가 있나 싶었다.
“프란츠 영감님이야 그렇다 쳐도 성녀라는 여자는 왜 온다는 겁니까?”
“표면적으로는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 사냥 과정에 대한 청취를 하고 싶다는 거고, 세계 최강의 초인과 세계 정세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하더군.”
“전 세계 정세에 관심이 없는데요.”
“하지만 영향력은 세계 최고지. 그들 입장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귀찮은데 오지 말라고 하면 안 됩니까?”
이름 난 사람들이라 오면 이것저것 귀찮을 게 분명했다.
“성녀의 경우 아무 조짐 없이 등장한 초인이니 한번 살펴보는 건 어떤가?”
대통령의 이 말을 들으니 생각이 또 바뀐다.
그러고 보니 성녀는 저번 생에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긴 했다. 별 업적이 없음에도 거창한 이명을 사용하는 게 거슬리기도 하고.
“하긴, 얼굴은 궁금하긴 했습니다.”
“성녀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지.”
“그럼 보겠습니다.”
“그러지.”
대통령은 바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신성그룹의 이세희 팀장에 대한 이야기네. 정부와 협력으로 중국 내부에 잡음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공작을 펼쳤지. 그런데 이 팀장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중국의 분열을 획책했더군. 그게 상당한 효과를 만들어냈고. 맞는 이야긴가?”
“예, 맞습니다.”
“허허. 곤란하군.”
대통령은 헛웃음을 흘렸다. 곤란할 이유가 뭐가 있지?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이 팀장은 자네라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고 있지. 주변에서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어떤 점이 부담이 된다는 겁니까?”
“이번 일.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그 경우 정부에서 짊어질 리스크가 상당해. 하지만 우리는 따지지 못하겠지. 신성그룹이 자네와 밀접하기 때문이야.”
“전 상관없습니다.”
당장 내일 신성그룹이 사라진다고 해도 유용한 수단이 사라진 것에 불과했다.
그럼 좀 불편해지긴 하겠다.
“하지만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우리가 모두 캐치해낼 수 없지.”
“확실히 애매한 부분이 있겠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맙네.”
“그런데 어느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 겁니까? 이세희? 아니면 이영문 회장? 신성 길드? 신성그룹 자체?”
“신성그룹이지. 현재 그 힘이 막강하고. 정부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둘이 되는 걸 원하지 않네.”
이렇게 말을 하는 걸 보면 아직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들렸다.
앞으로 이세희와 일을 벌일 때 정부 입장도 놓아둬야겠군. 점점 신경 써야 할 게 늘어나는 건 내가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의미겠지?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정부와 연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지. 그리고 이번 일은 정부 입장에서도 아주 큰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어. 다시 한 번 고맙네.”
“그건 제가 아니라 이세희한테 해야 할 말인 거 같습니다.”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네.”
대통령이나 이세희나 수완가니 알아서 잘들 이야기하겠지.
신성그룹 이야기가 일단락되자 나는 조금 전부터 궁금하던 부분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왜 그러나?”
“조금 전에 감당할 수 없는 존재로 둘은 원치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그랬지.”
“그럼 나머지 하나는 뭐죠?”
내가 모르는 신성그룹에 버금가는 뭔가가 또 있었단 말인가?
“…….”
내 질문에 대통령과 천명국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