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정주호 설득하기가 끝났다. 이로써 정주호는 모발 하나라도 더 남아있을 때 초인이 되기 위해 분발할 것이다.
국가수호국을 훌륭하게 이끌고 국가전선방위청을 이끌면서 정치계 러브콜 1순위를 차지했던 정주호였지만 모발과 관련된 내용이면 난이도는 수직 하락한다.
나한테 약점을 드러냈기에 이렇게 공략하기 쉬웠던 거다.
역시 내가 취약한 부분을 남에게 노출하면 안 된다.
당연히 노출한 사람이 나쁜 거고.
[넌 진짜 나빴다. 그렇게 약점을 잡고 물고 늘어지고 싶어?]“당연하지.”
약점이 드러났으면 그 부분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게 싫었다면 정주호는 자기 약점을 드러내질 말았어야지.
그러고 보니 모발 이식도 있는데 그건 왜 안한 걸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진다.
[와.]용용이가 감탄을 하거나 말거나 나는 교육이 끝났다는 만득이와 광심이의 보고에 심상 세계 안으로 진입했다.
그동안 혹독한 교육이 오간 듯, 흐물흐물해진 제련이와 의기양양한 만득이, 광심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일단 자신감은 보기 좋아 보이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한 번 봐야 할 거 같은데.
“얘기는 좀 나눴냐?”
만득이와 광심이가 앞을 다퉈 대답한다. 기프트 자아끼리 아주 긴밀한 얘기가 오갔다는 게 둘의 주장이었다.
“앞으로 말 좀 잘 듣자. 좋게좋게 가면 너도 좋고 나도 좋잖냐. 안 그래?”
우웅!
힘이 별로 없지만 제련이가 대답했다. 이 정도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나와 첫 만남 직후에만 해도 죽일 것처럼 몸을 들썩였는데 말이다.
만득이와 광심이가 제대로 조져놨군.
역시 말을 잘 듣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정성 어린 설득이 아닌 진심이 담긴 폭력이다.
우웅! 우웅!
둘은 칭찬으로 들은 것처럼 의기양양한 기색을 보였다. 하긴, 내가 요구한 대로 해냈으니 칭찬을 바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내 말에 기프트들의 신경이 모여 든다.
나는 제련이를 보고 말했다.
“아직 모자라.”
우웅! 우웅!
만득이와 광심이가 반발했다. 자기들은 내게 교육받은 걸 기반으로 철저하게 교육을 했다는 것이 녀석들의 주장이었다.
이 정도로 만족하다니 아직 경험이 부족한 티가 난다.
하긴, 누구에게나 경험이 쌓일 시간이 필요하고, 효율적으로 조지는 방법도 차근차근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난 녀석들이 실수한 부분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 저 녀석, 내 대답에 생각하고 반응하잖냐.”
우웅!
그게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는 두 녀석.
“쯧!”
내가 혀를 차자 움찔 몸을 떤다.
“생각도 못할 정도로 만들어놔야지. 내 말에 자동반사적으로 수긍하도록. 근데 지금 생각을 하고 대답하잖냐.”
만득이와 광심이가 미숙하고 제련이를 생각해서 적당한 선에서 조졌을 것이다. 하지만 힘이 남아있으면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기를 완전히 꺾어놓으려면 다른 생각이 개입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짓밟아놔야 한다.
녀석들은 여기가 회사인 줄 안다.
“딴생각하면서 맞장구 치는 줄 어떻게 아냐?”
내가 바라는 건 철저한 상명하복이다. 그 과정에서 기프트 본연의 생각은 필요하지 않다.
“신이 완전히 지워질 때까지 갈궈. 알았냐?”
난 그걸로 심상 세계 접속을 끝냈다. 이 정도로 말했으면 나머지는 두 녀석이 알아서 하겠지.
*
* *
제련이 신기 빼놓는 작업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 속에서 나는 이번에 새로 얻은 기프트에 대해 떠올렸다.
포스 제련은 괜찮은 기프트라 생각했지만 기프트에 자아가 있는 걸로 보아 전설급이라 불려도 무방해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전설급 기프트를 활용할 때 내게 얼마나 큰 전력 상승이 이루어질까.
난 성녀가 펼쳤던 신성 제련을 떠올렸다. 현재 나보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20대의 젊은 나이에 초인의 경지에 오른 성녀였다. 그녀가 보유한 신성 제련과 신성 회복은 하나하나가 전설급이라 불려도 무방한 것.
그중 신성 제련은 엄청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는데, 말 그대로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초강력 위력을 내포했다.
압도적인 회복력, 그리고 가로막는 모든 걸 부숴버리는 파괴력이 성녀가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성녀는 내게 신성 제련의 위력이 발휘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믿음, 믿음이라.”
신성 회복과 신성 제련 모두 믿음으로 인해 위력이 발휘되는 것이며, 믿음의 양에 따라 위력이 비례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그와 다르다. 성녀는 신을 믿음으로써 기프트의 위력이 발휘되었다면 내 경우는 믿음의 대상이 신이 아니다.
포스 제련은 누군가 믿어야 할 대상이 존재한다고 설정했고, 내게 옮겨오면서 그 대상이 내가 되고 말았다.
바로 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체 뭘 믿어야 하는 거지?”
포스 제련은 거기까지 힌트를 주진 않았다.
무언가를 놓고 믿음을 가져야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난항을 겪었다.
왜냐하면 믿어야 할 것이 있어야 포스 제련 위력이 비례하기 때문.
그것이 없는 포스 제련은 내가 보유했던 포스 연성과 비교해도 특별히 더 나은 면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하지만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
* *
이 부분을 놓고 가장 허심탄회하게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자연인 최준호에 대한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달까.
부모님은 아들에게 칭찬만 해주려고 하니 제외, 윤희는 모든 걸 까려고 해대니 제외였다. 정다현이나 이세희는 각성자로서 보고 있으니 제외.
그렇게 하니 남는 건 진세정 하나뿐이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내 이미지 향상을 돕고 있고, 각성자가 아니면서 모든 논리를 아이돌 세계와 비유해내면서 훌륭한 답안을 내놓는 실력자다.
난 내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믿어야 할지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진세정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초인님의 외모를 믿어보는 건 어떠세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초인님은 잘 생기셨잖아요!”
“…….”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다. 난 좀 더 진지한 대답을 기대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진세정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일단 밑에서 치미는 의문을 억누르곤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얼굴을 믿어라?”
“그럼요. 지금 이 대한민국에서 초인님의 지지세가 무엇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세요? 제 생각에는 외모가 80% 정도 차지하고 있을걸요?”
“…….”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마물과 빌런을 죽였는데, 그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지받는 게 아니라 겉모습 하나만으로 이런 지지라고?
내 표정을 본 진세정이 날 달래듯 말했다.
“초인님의 업적이 훌륭해서 관심이 생긴 와중에 잘 생기기도 해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 잘생겨서 관심이 가는 가운데 훌륭한 일을 하는 거라 지지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보기 좋은 떡이 선택받는 거지, 못생긴 떡은 아예 상품으로 관심이 없거든요.”
여러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이로군.
진세정은 이게 연애시장에도 적용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 얘기를 왜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외모를 믿고 포스 제련을 운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당장 내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포스 제련을 사용할 때마다 내가 잘생겼다고 되뇌고 있으라고?
“조금 더 자신감을 갖는 계기로 생각해보시는 건 어때요? 초인님 정말 잘 생기셨어요. 저번에 청문회 때 미소 지은 거 아시죠? 그게 살기 미소라고 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어요!”
난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웃은 건데 진세정은 그게 덕통 포인트였단다.
내 편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아이돌화가 이제는 나만이 소화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발전했다나.
특히 살기가 깃든 위험한 매력은 나만 갖고 있는 거라면서 침이 튈 정도로 열심히 설명을 했다.
요즘은 날 벤치마킹하는 아이돌 헌터인지 헌터 아이돌인지 모를 것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
듣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아무리 그래도 못합니다.”
“아쉽네요. 초인님이 조금쯤은 인정하실 줄 알았는데. 다음에 어디 대형 공연장을 빌려서 초대형 팬 미팅이라도 한 번 개최해야 되나.”
“…….”
입맛을 다시면서 그 소리를 하는데 내가 천마갑귀를 상대했을 때보다 더한 소름이 돋았다.
이건 광기 그 자체였다. 더 휘둘리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할 거 같았다.
“농담이고, 그만큼 초인님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그런 농담은 지양해주길 바랍니다.”
“네, 주의할게요.”
“그것과 별개로 팀장님이 이미지를 잘 만들어주신 덕을 보고 있습니다.”
“제 덕이라뇨, 소재가 훌륭한 거죠.”
“줘도 못하는 녀석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잠깐 덕담을 주고받는 걸로 분위기를 식히고.
진세정은 날 위로하듯 말했다.
“초인님의 사상은 다른 사람들이 하기 힘든 부분을 긁어주는 효과가 있어요. 대중은 초인님처럼 드러냈다가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 쉽거든요. 아까 제가 잘생긴 외모 덕분에 관심을 갖는다고 했죠? 그게 엄청난 장점이에요. 적어도 사람들이 초인님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태도를 만들어주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나에 대한 지지로 이루어졌고, 이제 정치권에서도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 팬덤을 구축했다고 한다.
그런 거였나?
난 죽기 싫어서 조용해진 건 줄 알았다.
“결정적으로.”
진세정이 날 보면서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초인님이 추구하는 정의는 잘못되지 않았어요. 당장 저만 해도 초인님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인걸요.”
“열렬한 악플러인 건 알고 있습니다.”
내 앞에서 내 욕을 그렇게 많이 하고도 무사한 사람 타이틀은 유일하게 진세정만 갖고 있었다.
내가 눈앞에서 내 욕하는 사람을 가만둘 수 있다니.
사실 나도 많이 성장한 게 아닐까?
진세정이 빙그레 웃었다.
“요즘은 뜸하게 행동하고 있어요. 제가 아니어도 초인님만 보면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후계자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이것도 초인님이 잘하고 계시니까 발생한 일들인 거죠.”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는 진세정의 말을 듣자니 선뜻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진세정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내 주변에 있어서 혈종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이걸 모르고 힘만 추구했던 저번 생의 집착이 참 부질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치지 않고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을 연구했었어야 했는데.
“참고하겠습니다.”
“네! 믿기 힘드시면 다른 스타일링도 준비되어 있으니 언제든 찾아주세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외모에 대한 믿음도 안 가질 겁니다.”
난 선언하듯 말을 남기고는 진세정의 방을 벗어났다.
멀어지는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상성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
* *
진세정의 조언에 전적으로 공감하진 못했지만 내게 적잖은 힘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가는 방향은 결과적으로 옳다. 그것은 저번 생에 처절한 실패를 거듭한 내게 성공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사람은 실수의 동물이다. 실수를 하면서 그것을 극복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내고 보완하면서 차근차근 완성해 나간다.
그 점에서 볼 때 나는 어떤 것이 실패인지 알고 있음에도 그 길을 잘 포장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다.
“이 정도면 순조롭지.”
그 과정에서 걸리적거리는 국가도 있고 단체도 있고, 마물과 신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내가 나아가는 방향은 궁극적으로 무엇인가.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세상은 넓고 죽일 놈은 많다.
그 죽일 놈을 하나씩 처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죽일 놈은 줄어들 것이고, 잔챙이들은 죽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게 된다.
누군가는 이것이 과격하다고 비난하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요즘은 더더욱 확신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은 있었다.
결국 법치주의 세계와 맞지 않기 때문.
나 또한 국가 소속 초인인 만큼 이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친분을 맺은 사람의 사정을 봐주기 위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만약 이 속도 조절이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돌이킬 수 없어지겠지.
주변을 고려하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가면 혈종이고 적당히 맞춰서 가면 헤드 브레이커다.
이 방향은 옳되, 정답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잘생긴 걸 믿어버리다가는 내 손발이 퇴화하겠지.”
잘생김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발현하는 포스 제련이라니.
이러다 전투 중에 미모 관리한답시고 조심해야 할 판이었다.
진세정은 납득할지 몰라도 내가 납득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다른 믿음의 대상을 찾아야 한다.
그게 뭐가 있을까 난 깊은 장고에 들어갔고, 마침내 찾아낼 수 있었다.
저번 생과 내가 달라진 것.
그것은 국가 소속 초인과 최흉의 빌런인 것도 아니고, 아이돌급 열렬한 지지와 만인의 두려움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게 가능해진 건 내 정신이 바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과거로 돌아와 제정신이 되었기에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이견의 여지가 없는 가장 확실한 사실.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내가 제정신이라는 사실이다.
“쉽네.”
이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포스 제련의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