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믿음이라, 믿음.
장고 끝에 결론을 내렸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기적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국 성과를 확인해봐야 한다.
포스 제련이라는 기프트가 과연 내게 믿음을 강요할 수 있는지를 봐야겠지.
난 그 길로 멍멍이를 데리고 사냥에 나섰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것은 포스 제련을 활용하여 마물에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나와 멍멍이가 도착한 곳은 강원도로 진입하는 산지.
이곳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에서 포기한 곳으로, 원래부터 인구가 희박하고 마물이 생태계를 조성하기 좋기에 방치된 상태였다.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가 밀집된 지역 대부분을 수복한 상태였고, 사람이 살기 힘든 산지를 방치해 둠으로써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곳은 내가 마음껏 날뛰기 좋은 놀이터다.
내가 사냥하려고 하는 건 유해 8단계 수준의 마물. 예전에는 국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전력으로 취급받았지만, 지금은 내가 전투력을 가늠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녀석들에게 붙여주기 위한 귀여운 이름들이 즐비했지만 공식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으니 붙여주지 않아도 되겠지.
주변을 둘러보던 내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까마득한 높이에서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 마물이었다.
이곳이 자기 영역이라는 걸 과시라도 하듯 느린 속도로 창공을 누비고 있었다.
자신을 거역할 존재가 없다는 데에서 오는 자신감이겠지만 내게는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 큰 과녁이었다.
“어디 한 번.”
나는 저격을 발동하고 포스 제련으로 위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일단 기프트 활용에 있어 이 애매모호한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과연 믿음의 종류에 따라 기프트 위력이 얼마나 달라질까.
나는 내 외모에 대한 믿음을 부여하여 위력을 강화해보았다.
빌런하고 마물이나 죽이고 다니던 내가 아이돌이라니. 여전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수치를 무시할 수도 없고.
아무튼 포스 제련으로 탄환에 힘이 실리는 것이 느껴졌다.
퍽!
그것은 그대로 비행 마물에 적중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뿐.
비행 마물은 몸을 떨었지만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캬아아아!
오히려 날 보며 분노에 가득 찬 포효를 터뜨렸다. 그리고 사나운 기세로 내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딱 예상했던 대로다. 위력도 그리 드라마틱하지 못했고.
난 다음 탄환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내가 행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믿음이다. 난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확신은 있었다.
퍽!
그리고 이번에는 타격이 있었다. 탄환이 적중된 마물의 날개에 구멍이 나며 찢겨나갔던 것.
확실히 내가 믿음을 부여하면 포스 위력이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지금 정도 강화는 어설픈 수준이라 오히려 마물이 발광하도록 부추기는 수준이었지만.
“마지막.”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시험 단계에 불과하다. 첫 번째에 이은 두 번째는 확실히 위력이 향상되었다.
스스로 믿음에 따라 위력이 바뀌는 기프트라니. 세상은 넓고 기프트는 신기한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마지막으로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에 확고한 믿음을 부여하고 탄환을 쏘아냈다.
파아앗!
소리부터 달랐다. 맹렬하게 회전하는 탄환은 공간마저 갈라버리더니 내 눈으로 쫓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그것은 가까이 다가오던 비행 마물의 머리에 적중하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머리통을 두부처럼 으깨버렸다.
차원이 다른 속도와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쿵!
자욱하게 뿜어지는 피와 함께 머리를 잃은 사체가 지면에 충돌했다.
“…….”
확연하게 다른 위력에 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포스 제련이 대단한 위력을 가진 기프트일 거라 생각했지만 믿음의 대상을 정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극명하게 갈릴 줄이야.
“이 정도라면.”
충분히 투뿔 마물과 신수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천마갑귀 때처럼 무식하게 머리만 노려야 하나 고민이 깊었는데 이런 선물을 받게 될 줄 몰랐다. 이 정도면 유럽에 투뿔 마물이 등장해도 몇 번 도와줄 마음이 있었다.
신이 부여한 기프트라, 확실히 좋다.
여기에 자아까지 존재해서 부려먹기에 따라 통폐합까지 가능하다.
성녀가 내게 큰 선물을 줬군.
[뭐 이런 무지막지한 게 다 있어!]용용이의 격렬한 반응이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위력이 별로였다면 녀석의 감상도 평이했겠지.
감정 표현이 솔직한 녀석이라서 반응을 보고 위력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참고로 내 외모와 살아가는 방식을 포스 제련에 담았을 때 녀석의 반응은 담담했다.
이제 내게 필요한 건 포스 제련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부여하도록 숙달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마물을 죽이고 또 죽이면 돼.”
이런 반복 작업보다 더 좋은 건 목숨을 걸고 벌이는 대결인데.
물론 난 적당히 위험한 수준이 좋다.
포스 제련은 순조롭게 손에 익어가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역시 내가 제정신이라는 거지.”
난 조금의 의심도 없이 내 스스로가 제정신이라는 것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
* *
난 강원도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마물 서식지를 들쑤시고 다녔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마물을 사냥했지만, 썩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마물의 수준이 예상보다 높지 않았던 것이다.
마물을 사냥하는 것으로 포스 제련의 숙련도를 높일 수 있지만 강한 녀석들을 상대로 얼마나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내가 적정선에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강한 마물이 필요했다.
아, 여기서 강하다는 건 최소 플러스 단계다.
그것 때문에 멍멍이를 데려왔는데 영 신통치 않았다.
난 멍멍이를 닦달했다.
“멍멍아, 좀 더 센 녀석들 없냐?”
멍!
멍멍이는 찾는 시늉을 하더니 없다고 보고한다. 저 녀석이 제대로 찾는건지 시늉을 하는 건지 의심마저 들 정도였다.
요즘 머리가 커졌나? 자꾸 이렇게 뺀질거리면 주기적으로 두들겨줘야 한다는 생각이 더 공고해질 뿐인데.
자연히 멍멍이를 향한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럼 재미가 없지. 하고 싶은 걸 못하잖아.”
멍!
“자꾸 이런 상태면 네가 상대를 해줘야 할 수도 있어.”
멍! 멍멍! 멍!
멍멍이가 갑자기 다급하게 짖기 시작하더니 마물을 찾아오겠다고 선언했다.
그래, 찾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필사적인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난 멍멍이를 수색 보낸 뒤 근처에 감지되는 마물을 찾아 나섰다.
발견된 건 유해 8단계 마물이다.
플러스 단계 마물을 찾고 싶었는데 아쉽군.
그래도 발견한 이상 그냥 지나칠 생각은 없다.
그러고 보니 이세희는 내가 남부 연합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갖고 어렵게 말을 꺼냈지만 내게 있어서 그 정도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중국을 엿 먹이는 거? 물론 좋다. 하지만 내가 큰 손해를 감수하고서 엿을 먹이냐면 그건 아니다.
그저 돈을 버는 것은 내게 매우 손쉬운 것이어서 그렇다.
퍽!
탄환에 머리가 부서져 쓰러진 마물. 심장만으로 최소 1조, 여기에 피와 살점을 잘 발라내면 3조 원까지 벌 수 있다. 난 부산물을 챙기러 온 게 아니니 심장을 챙긴 뒤 사체는 칼날 폭풍으로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조금만 힘을 쓰면 순식간에 1조를 벌 수 있다.
그리고 강원도에 온 나는 몇 시간 동안 5조 이상을 벌어놓은 상태였다.
“돈 벌기 쉽네.”
돈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니 여러 가지를 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멍멍이 녀석은 언제 찾아오려나.
하지만 멍멍이도 없는 걸 찾아내는 재주는 없나보다.
강원도 곳곳을 뒤지고 다녔으나 결국 플러스 단계 마물을 찾아내는 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
* *
“허, 허허허!”
대통령은 최준호의 강원도 사냥 보고서를 보고 허탈한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하다가 실소를 흘리고,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도 표정이 풀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명국이 궁금함을 가질 무렵, 서류를 건네주었다.
“자네도 보게.”
“…….”
서류를 받아든 천명국도 안에 적힌 내용을 보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불과 하루였다. 아니, 사냥 시간만으로 따지면 10시간 남짓. 여기에 이동하는 시간을 뺀다면 최소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최준호는 유해 8단계 마물 여섯 마리를 사냥했다.
인간 영역에 등장하면 국가조차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마물을 닭 모가지 비틀 듯 잡고 다닌 것이다. 아니, 이건 학살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릴지도 몰랐다.
“이보다 더 빠른 사냥 페이스는 본 적이 없어. 도리어 생태계 혼란을 야기하니 적당히 해달라고 말려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지.”
“저도 각성자이기에 놀라움이 더 큽니다. 최준호 초인의 강함은 상식을 벗어났습니다. 아니,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상태입니다.”
이런 초인이 대한민국에 등장한 것은 축복이었다. 동시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기에 섬뜩한 감정이 교차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 보이는군. 그리고 이런 초인을 자네가 감당해야 하지.”
“해야만 합니다. 최준호 초인을 제도권 안에 들여놓고 끝없이 관리해야 합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입니다. 하지만 그 관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한다면…….”
“최준호라는 칼날이 이쪽으로 향하겠지.”
그걸 막기 위해서 대통령은 천명국에게 대권 출마를 권한 것이다. 천명국 또한 자신밖에 못할 일이란 걸 알기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나마 정주호가 가능성이 있지만, 그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천명국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정주호가 뒤를 이을 수 있도록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최준호의 사냥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우선 사냥 중지 요청을 해놓겠습니다. 이렇게 들쑤셔놓으면 엉뚱한 곳에서 마물이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마물 사냥이 아닌 나비효과로 인해 다른 곳에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자네에게 맡겨도 되겠나?”
이 분야에 있어 천명국은 스페셜리스트. 무엇보다 사건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하는 천명국의 모습을 꾸준히 비춰줄 필요가 있었다.
권력 의지를 보인 천명국 또한 더 이상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
* *
어떻게 이틀 동안 돌아다니면서 플러스 단계 마물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는지.
멍멍이에게 화풀이를 하진 않았지만 입맛이 썼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렇게 마물 청정국이 된 건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생태계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중지할 것을 요청받았다.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 없군.
사냥을 중단하고 청와대로 가니 천명국이 굉장히 속 쓰린 표정으로 날 맞아주었다.
“천 실장님 근심 걱정 덜어드리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네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걸로 제가 편해지기는커녕 야근에 시달리게 되니 다음에는 미리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러죠.”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구 남한 지역은 인구가 많아서 들쑤시고 다니는 데 한계가 있나 보다. 다음에는 구 북한 지역으로 가서 마물을 찾아봐야겠다.
하지만 여기도 북진 정책으로 인해 지속적인 소탕 작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생각보다 고위 마물이 많지 않았다.
류광철이 길들였던 녀석들은 내가 전부 처리했고, 백두산에는 용용이 본거지가 있다 보니 다른 마물들이 얼씬거리지도 않았고.
이게 다 용용이 때문이다.
[갑자기 왜 내 탓이야?]억울하다며 칭얼거려봤자 네 탓이라면 네 탓인 거다. 불만이면 현아처럼 애완 마물 몇 마리 키워두던가.
[그걸 네 손으로 다 죽이겠다는 거잖아!]죽이는 거라니, 내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는 거라고 표현하자.
[하! 어이없어!]용용이가 구시렁거리건 말건 나도 성과를 확인해보고 싶은 상황에서 적잖이 난감했다.
이러면 플러스 단계 마물을 찾아야 되는 건 해외일 텐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귀찮다.
중국에 가서 찾자니 북군 본거지가 된 동북 3성은 각성자들이 쫙 깔린 상태고.
다른 방법이 없나?
이런 내 고민을 하늘이 알아주기라도 한 것일까.
사흘 뒤, 일본 오키나와에 플러스 단계 해양 마물이 등장하여 연일 해안가를 초토화 시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직접 나를 초청, 마물을 사냥해줄 수 없냐고 의뢰가 들어왔다.
일본은 저번 인공 신수의 정수 사태로 인해 군지가 죽으면서 초인 안보에 공백이 생긴 상태였다. 무엇보다 해양 마물은 육상 마물보다 한 단계 높게 평가받기에 플러스 단계라는 건 사실상 투뿔로 취급을 받고 있었다.
천명국은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꺼냈다.
“무리한 제안입니다. 거절하셔도 무방합니다.”
“이걸 왜 거절합니까.”
“예?”
“당연히 도울 생각입니다.”
플러스 단계 해양 마물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포스 제련을 사용해볼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기분이었다.
“초인님.”
“예.”
“너무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만.”
“아, 그런가요?”
천명국의 지적에 나는 내 입매를 만져보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 꼬리가 말려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오키나와 평화에 이바지 할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
“그런 걸로 하시죠.”
아무튼 기쁜 건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