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내가 긍정적인 생각을 드러낸 가운데, 일본에서 보낸 특사가 도착했다.
40대 초반에 기존 일본인과 다른 남방 계열 외모를 한 그는 오키나와 출신임을 밝혔다.
“최준호 초인님! 저는 타마키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짧게 인사를 나눈 뒤.
타마키는 용건이 급한 듯, 거두절미하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현재 일본에는 최준호 초인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부디 오키나와인들을 지옥에서 구해주십시오!”
그리고 보인 행동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쿵!
타마키는 도게자를 하며 내게 부탁을 해왔다. 대통령과 천명국은 갑작스러운 행동을 보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정작 나는 그런 행동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약한 척을 해서 상대방의 마음에 빈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주 흔한 전략이다. 이걸로 내 마음이 흔들리거나 일희일비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일어나시지요.”
“부디 도움을…….”
“그 자세에서 대화를 나누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
“그 말씀은?”
기대감이 잔뜩 서린 타마키가 고개를 들어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도게자와 별개로 어차피 도와줄 생각이어서. 그게 오키나와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보다 내 이익과 일치하는 면이 있어서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쿵! 쿵! 머리를 찧길래 제지하고 다음 안건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내 관심사는 오키나와에 등장한 플러스 단계 마물에 관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타마키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했다고 하면서 오키나와 해안가를 초토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안가에 마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아무 전조 없이 등장하는 건 뭔가 이상했다.
분명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어 보이는데.
타마키도 한통속이라 생각했지만, 이 의문 제기에 그 또한 동조하고 나섰다.
“저 또한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 측의 자세한 답변을 요구한 상황이지만 만족스러운 답은 듣지 못한 상태입니다.”
“특사한테도 정보 공유를 안 합니까.”
“그건 제가 오키나와 출신이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쓰게 웃은 뒤 나오는 대답.
처음에는 그게 무슨 잘못인지 몰랐지만 본토와 차별이 존재한다는 말에 이해했다.
그래서 오키나와 구원에 온도 차이가 있다는 말까지.
쉽지 않은 전쟁을 벌이고 있군.
“추가로 정보를 입수하게 되면 공유를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러시죠.”
현지에서는 푸른 재앙을 의미하는 아오이 와자와이라고 부르고 있다. 겉모습은 청새치를 꼭 닮았다고 하는데, 이름이 기니까 그냥 청새치로 불러야겠다.
다만.
해양 마물은 이렇게 뜬금없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뭔가 숨어있는 내막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타마키에게서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는 이상 내막 파악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현지에 가서 파악해봐야겠다.
“준비가 되면 곧장 오키나와로 가죠.”
“정말이십니까?”
“본토에 들렸다가 방문하면 시간이 더 걸릴 거 아닙니까? 타마키 씨가 총리께 잘 전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슨 변고가 있는지 파악도 해주고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렇게 타마키와 대화가 끝났다.
플러스 단계 마물에 포스 제련이 얼마나 먹힐지 기대가 되는군.
*
* *
일본 특사가 돌아간 그 날, 최준호도 마물 사냥을 위해 나섰다. 다른 때와 비교하면 월등히 빠른 움직임이었다. 대통령은 최준호가 마물을 상대로 시험해볼 게 있다는 말에 원정을 가로막지 않았다.
이미 물밑에서 일본으로부터 어떤 대가를 받아내야 할지 논의에 들어가 있었다.
정부의 역할은 대가를 뜯어내는 것뿐.
최준호가 적극적으로 나선 탓에 예상보다 조금 얻어내게 되었지만 그가 없었으면 발생하지도 않았을 수익이라 아쉬움은 없었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건 그만한 뭔가가 있다는 건데.”
“기프트를 얻은 걸지도 모릅니다.”
“성녀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에게 부여받은 기프트를? 신조차 건드릴 수 없다는 건가.”
“그건 비약을 좀 많이 하신 거 같습니다.”
“하지만 딱히 틀린 말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신이 부여한 기프트조차 복사해올 수 있다니. 신벌이 무섭느니 이런 건 와 닿지 않았지만 최준호의 배포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알 수 있었다.
“최준호 초인이기에 걱정은 없습니다.”
“그도 그렇군. 상대가 신일 때도 걱정이 되지 않는데 플러스 단계 해양 마물에 걱정하면 그게 이상한 일이겠지.”
“실제로 아무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사서 걱정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럴 리 있겠습니까.”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야.”
대세에 강력한 영향력을 떨칠 수 있는 초인의 존재는 외교적인 포석을 둘 수 있게 해주었다. 최준호의 존재는 한국에게 엄청난 이점을 부여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어. 파악에 나서야겠어.”
“인공 신수의 정수를 찾지 못한 채 초인을 잃었습니다. 그 뒤로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뒤에서는 칼을 갈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 사이 우리가 치고 나가는 걸 보고 있었을 테니 더더욱 그럴 테지.”
대한민국이 승승장구하는 걸 보면서 일본 정부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일본 정부에서도 최준호를 찾지 않는다는 점이야.”
“저라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왜?”
“최준호 초인은 일본 정부에서 삼키기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잘 사용하면 효과를 따를 것 없는 영약이 되지만 조금만 잘못 다루면 모두를 중독시키는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최준호 초인을 다룬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그동안 해온 고생들이 떠오르는군.”
“아…….”
대통령과 천명국은 최준호를 받아들이고부터 지금까지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각기 인생의 황혼기와 장년기를 보내고 있지만 최준호와 함께 한 시간은 가장 길게 느껴졌다.
얼마나 사건 사고가 많았는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어 정리가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 폭탄을 이제는 자네가 감당해야 하지. 괜찮겠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치고 표정이 많이 안 좋아. 괜히 내가 미안해지는군.”
“괜찮습니다. 그동안 혈변 본 게 아까워서라도 최준호 초인을 붙들어놓고 알뜰살뜰 이용하겠습니다.”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천명국의 표정은 흐려져 있었다.
무거운 짐을 넘기게 된 것 같아 대통령은 짠한 표정으로 천명국의 어깨를 툭 쳤다.
“다음 주자를 생각하며 힘내게.”
“괜찮습니다. 제 다음 대통령은 제가 개헌을 시도해서 중임제로 바꾸고 최준호 초인과 재계약도 진행해놓을 예정입니다.”
그리하면 새로운 대통령은 연임을 한다는 가정 하에 임기 내내 최준호와 함께 하게 될 것이다.
“…….”
사악한 계획을 들은 대통령은 말을 잇지 못했다.
*
* *
오키나와로 향하는 길은 상당히 성가셨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대마도를 지나 오키나와로 향하는 도중에 무려 다섯 번이 넘는 마물들이 습격을 해왔다.
이 녀석들이 제정신인가 싶었는데 사냥을 하면서 느낀 건 뭔가 혼란하다는 것이었다.
[생태계가 어지러워.]“너도 느꼈냐?”
[보통 이런 경우는 포식자가 엉망진창으로 휘저어놓는 건데.]포식자라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이 용용이의 설명이었다.
드넓은 바다는 상위 마물들이 영역 다툼을 할 정도로 좁지 않았다. 간혹 좋은 위치를 놓고 충돌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안정된 상태였다.
[특히 여긴 현아 영역하고 멀지 않은 곳이라서 상대적으로 더 안정된 곳이야. 이런 혼란은 현아에게 통제되고 있을 텐데, 뭔가 이상해.]“무슨 변고가 있다는 거로군.”
용용이 말을 들으니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겠다. 나야 상관없다. 덕분에 해양 마물들을 상대로 포스 제련이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시험해볼 수 있었으니까.
바다라는 방해물이 있어도 마물의 머리에 구멍이 나는 건 똑같았다.
하지만 바다에서 자유롭지 않은 건 역시 불편했다. 나도 현아한테 멍멍이가 받았던 축복을 달라고 할 걸 그랬나?
멍멍!
내 시선을 받은 녀석이 재롱을 부렸지만 내 눈에 가진 자의 기만으로 보일 뿐이었다.
축복을 발전시키라고 바다에 떨궈놓고 올 걸 그랬나?
“…잠깐.”
그러고 보니 현아가 멍멍이한테 건넨 축복이 기프트 같은 거라면 멍멍이 심장의 피로 복사해올 수 있지 않을까?
복사해오면 굳이 부러워하고 있을 이유가 없는데?
갑자기 난 생각이지만 이거 상당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멍!
내 시선과 마주친 멍멍이는 불안감을 느꼈는지 슬금슬금 물러 난다.
그래봤자 요트는 멍멍이 덩치에 비해 좁았다. 당장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겁먹은 척 하기는.
당장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아직 시기가 이르다.
모든 일을 마친 뒤에 천천히 처리할 일이다.
아직 만득이와 광심이가 신입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고.
요트를 몰고 오키나와에 도착하니 이미 해안가는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보통 마물이 이렇게 집요하게 파괴하는 일은 드문데 내가 모르는 내막이 숨어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 사이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타마키의 말에 의하면 고립된 상태라고 하더니 어렵지 않게 섬에 진입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면 바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이건 뭐지?
배를 정박하고 내려서니 오키나와 소속 각성자들이 나와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한 뒤 잠시 후 책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체구를 가진 50대 중반의 남자였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 왔다.
“오니카와 현 지사 조스케입니다. 먼 길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준호 초인!”
“반갑습니다.”
그와 악수를 나눈 뒤 어떻게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냐고 하니 요즘 일본 고위 각성자들 사이에서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나랑 마주쳐서 오해받아 죽고 싶지 않으면 몇 마디 할 수 있는 걸 익혀야 한다나?
무슨 소리를 해대는 건지 모르겠군. 빌런이 아니면 오해할 일도 없는데 말이다.
[당하는 인간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 걸?]우선 우리는 자세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나하 시내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리고 건물 곳곳이 파괴된 상태였는데 피난한 사람들이 소란을 일으킨 건가 싶었지만 조스케는 그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 마물은 해안가뿐만 아니라 다른 해양 마물을 투척하여 도시도 파괴하고 있습니다.”
집요할 정도로 공격해오는 청새치로 인해 오키나와 전체가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본토의 도움은 없는 겁니까?”
조스케의 얼굴에 분노가 드리웠다.
“…그들은 돕겠다는 말만 할 뿐, 지원을 미루고 있습니다. 본토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조금도 희생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현지인들이 입고 있다며 불같은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난 우선 조스케에게 그동안 이 마물에 대한 조사 내용을 공유받기로 했다.
“마물의 움직임이 이상하던데요.”
“예. 그렇습니다. 녀석은 마치 오키나와가 철천지원수인 것처럼 대하고 있습니다.”
“아는 건 없고요?”
“없습니다. 본래 저 녀석은 이곳보다 필리핀에 더 가까운 곳에 서식하던 마물로, 이곳과 전혀 인연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열흘 전, 갑자기 등장하여 해안가에 존재하는 모든 걸 부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세상의 종말이 찾아온 것과 같았다. 섬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섬에 고립되었으며, 마물의 투척 공격이 언제 시도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지금은 잠시 휴식이 찾아왔지만 섬을 벗어나려고 하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습격한다고 한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타고 도망칠 배가 없는 상황이고.
언뜻 보기에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 또한 길지 않을 거란 것이 조스케의 설명이었다.
“이곳만 쳐들어온다는 건 노림수가 있다는 건데.”
내 추측에 조스케가 맞장구쳤다.
“몇 가지 사실을 통해 유추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뭡니까?”
“아오이 와자와이는 해안가를 파괴하면서도 한 지점에 머물면서 탐색 행동을 했는데 그때마다 해안가에 해양 마물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건 마치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찾는다?”
“예.”
처음에는 단순한 습격인 줄 알았단다. 하지만 철천지원수를 대하는 것처럼 집요한 공격이 이어지는 걸 보면서 이쪽에서 원인제공을 한 게 아닌가 추측을 했다고 한다.
아니면 몇 년 동안 자기 영역에 머물던 마물이 이곳으로 와 미쳐 날뛸 이유가 없을 테니까.
“영역 다툼에 밀렸다는 추측도 있지만.”
“현재 보이는 행동이 설명되지 않네요.”
“전문가들도 그리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플러스 단계 마물이 영역 다툼에서 밀렸다면 그 사실이 더 무서운 것이다.
못해도 더 강한 플러스 단계 마물, 최악의 경우에는 투뿔 마물일 테니.
물론 현아가 있으니 그럴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 걸 안다.
“이건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조스케는 한껏 목소리를 죽인 뒤 누가 훔쳐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주위를 살피다가 내게 말했다.
“아오이 와지와이는 새끼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냄새가 솔솔 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