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그리고 다음 날.
마물이 등장하지 않은 틈을 타 타마키가 오키나와 안으로 진입했다.
그 또한 오키나와 출신으로, 중앙 정계에 진출하여 오키나와를 위해 힘쓰는 인물이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외면할 때 이렇게 와주시니 초인님이야 말로 은인입니다.”
“별거 아닙니다. 그보다 정부 쪽 입장은 어떻습니까?”
바로 본론에 들어가자, 타마키의 답이 궁색해졌다.
“…현재 초인님보다 더 나은 전력이 없으니 마물을 사냥한 뒤 본격적인 복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저는 모든 일을 초인님에게 맡겨두는 게 부당하다고 얘기했지만 제 이야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도움을 주지 않다니. 이건 좋지 못한 판단이다.”
“예. 그래서 도움을 호소했지만 제 의견이 울림을 주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넌 최선을 다했다. 너무 실망하지 말도록.”
둘이 아주 드라마를 찍고 있군.
신파극을 구경하면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우선 일본 정부에서 이곳을 돕는 것은 나와 별개의 문제였다. 내게 전적으로 맡겨두겠다는 건 내 마음대로 활개 칠 수 있다는 거니 오히려 호재다.
하긴, 내가 언제 눈치 보고 움직였다고.
그래도 이 정도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지.
“궁금한 게 있는데.”
“예, 말씀하십시오.”
“여기 지사님하고 얘기를 나눠보니 마물의 행동에 이상이 있는 걸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예? 이상 행동이라면?”
“그동안 마물을 상대하면서 행동 패턴을 수집했다.”
조스케는 타마키에게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타마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갔다.
짚이는 게 있군.
“네가 아는 바가 있을 것 같아 물어봤다. 아무래도 걸리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제 지위가 낮아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들려온 정보에 의하면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타마키는 도쿄에서 은밀한 실험이 진행 중에 있으며, 그것은 일전에 진행된 인공 신수의 정수 연장 선상에 해당하는 거라고 한다.
그걸 위해 특별한 재료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하는데 입수한 시기와 마물이 날뛰는 시기가 공교롭게 일치하고 있었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우연에 불과하지만 그 우연이 겹치면 그때는 필연이 된다.
이미 인공 신수의 정수를 제작했던 일도 있기에 짐작이 갔다.
“제가 넘겨짚는 걸 수도 있습니다만.”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겠지.”
“예.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지 이곳이 아닙니다.”
“으음.”
“…….”
갑자기 심각한 분위기 사이에 껴서 멀뚱히 구경하는 신세가 되었다.
내 감상을 묻는다면 솔직히 별 관심 없었다. 일본에서 새로운 인공 신수의 정수 개발을 하고 있나 본데 나중에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되겠지.
멍멍이 특식이 하나 더 늘어나려나.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처리해도 좋을 거 같다.
[날로 먹을 생각밖에 없네.]난 원래 날로 먹는 걸 좋아했다. 따지고 보면 혈중섭식으로 기프트를 복사하는 것도 날로 먹는 것 중 하난데.
그리고 일본 정부에서 훌륭하게 성공할 수도 있는 거고.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대응을 바꾸면 된다.
이건 나중의 재미를 위해 남겨두기로 하자.
“그럼.”
내가 입을 열자 둘은 대화를 멈추고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분노에 찬 녀석은 다시 습격하러 오면 사냥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도울 건…….”
“없습니다.”
조스케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 어설프게 돕겠다고 나서봤자 도움은커녕 귀찮은 짐만 늘어날 뿐이다.
“주변에 소개령을 내려주길 바랍니다. 괜히 여파에 휩쓸려 무의미한 희생이 벌어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래, 이 정도면 된다.
*
* *
마물이 미쳐 날뛰고 있지만 그런 와중에 본능에 모든 걸 내맡긴 상태는 아니다. 녀석은 교활하게 오키나와 전체를 고사시키기 위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타마키가 섬에 들어올 때도 잠깐 포위망을 느슨하게 풀어둔 것이고, 직후 다른 마물들을 동원하여 촘촘한 포위망을 구성했다.
섬에 있는 모든 걸 철저하게 무너뜨리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공격하러 올 때 섬을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인 내 요트를 공격하러 올 확률이 높았다.
난 이걸 미끼 삼아 녀석을 낚을 예정이다.
그러다 궁금한 게 하나 생겼다.
“용용아.”
[응?]“너희는 자식 안 낳냐?”
[어, 안 낳아!]“아예 못 만드는 건가.”
[애초에 너희처럼 번식하는 존재가 아닌데? 우리 신수는 너희 인간과 다르게 격이라는 게 중요하단 말이야.]그놈의 격이라는 건 엄청나게 따져댄다. 하지만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로군.
신수는 투뿔 마물보다 월등히 높은 지능을 지녔다. 자신이 지닌 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잘 아는 것만으로도 수준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 점에서 신수들이 나서면 세계는 멸망에 가까운 타격을 입게 되겠지.
그런 신수가 새끼를 낳게 되면 어떨까?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궁금해서. 친구니까 네가 자식을 낳으면 내가 대부를 해줄 수도 있고.”
[그건 진짜 최악이긴 하네.]“왜 최악이란 거냐.”
[알면서 묻는 거야?]“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모르면 좀 심각한 거야 생각 좀 해.]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한 거냐? 하지만 용용이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치뜨며 날 노려보려는 시도를 했다.
[네가 이상한 생각하는 거 다 알거든? 우리가 자식을 낳지도 않지만 네게 대부를 해달라고 하지도 않을 거니까 꿈 깨셔.]“싫으면 말고.”
[절대 안할 거야.]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교육시키면 말 잘 듣는 신수 하나 생기나 싶었는데 아쉽군.
속으로 아쉬움을 삼키면서 용용이를 어떻게 구슬려볼까 머리를 굴릴 때였다.
위이이이잉!
오키나와 전체를 뒤덮는 요란한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마물의 습격이다.
-아오이 와자와이입니다.
“바로 가죠.”
난 곧장 마물이 등장했다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마물이 습격해온 곳은 내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섬을 벗어날 수단인 요트를 노리고 일직선으로 접근해오고 있었다.
난 해수면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며 마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녀석도 내 존재를 감지했는지 멈칫하더니 이내 맹렬한 기세로 다가왔다.
우리 둘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물의 생김새를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저 녀석이군.”
전체적인 생김새는 영락없는 청새치였다. 몸 길이는 15m 정도로 마물치고 크지도 않았다. 하지만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는 몸체는 탄력이 넘쳐났고, 날카롭게 돋아난 위턱은 어떤 것이라도 베어버릴 것 같은 예기로 반짝였다.
저 녀석을 보니 갑자기 회가 먹고 싶어진다.
“꽤 강해 보이는데?”
인공 신수의 정수를 먹고 날뛰던 녀석이 떠올랐다. 그때도 제법 손맛을 봤는데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재미를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맷집이 어느 정도일까 싶어 한 대 치려고 나서려 할 때였다.
“어?”
해수면이 흔들리더니 바닷물이 내 움직임을 억제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바다를 움직이고 있었다.
난 해수면을 박차는 걸로 시답잖은 방해를 뿌리치려고 할 때였다.
촤악!
녀석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수면 위로 튀어올라 날카로운 위턱으로 날 노렸다.
허공에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을 걸 노린 것이다.
잔머리 잘 굴러가는 녀석이다. 난 포스로 만든 발판을 딛고 궤적을 틀어 공격을 피했다.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청새치.
난 그대로 바다 안으로 들어가 녀석을 걷어찼다.
파지직!
녀석도 위턱을 칼처럼 휘둘러 내 포스 방어막을 찢어버렸다. 한 대 맞더라도 맞교환을 하겠다는 게 천마갑귀 때처럼 잔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움직임도 빠르면서 방향 전환도 자유자재.”
일단 성가신 녀석인 건 확인했다.
하긴, 눈치도 힘도 있었으니 현아가 옆에 있었음에도 자기 영역을 구축한 거겠지.
마물이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걸 적당히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지녔다면 다른 각성자한테 재앙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다르지만.
오히려 포스 제련의 쇼케이스로 적당한 상대였다.
팟!
내 손끝을 타고 쏘아진 탄환은 아슬아슬하게 청새치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 탄환이 남긴 여파는 실로 강렬했다. 바다 공간 하나가 진공상태처럼 바뀌어 공백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믿음이 기반이 된 포스 제련의 위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청새치는 그걸 보더니 조금보다 훨씬 복잡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쇄도했다.
탄환을 맞지 않겠다는 거였다. 이걸 누가 미쳐 날뛰는 마물로 보겠나.
그래서 오히려 좋다.
맞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쳐줘야 나도 명중률을 높일 수 있지 않겠나.
내가 쏘는 탄환을 고속 이동으로 피해내던 녀석은 기어이 한 방 허용했다.
몸에 구멍이 뚫리고 뒤로 밀려버릴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지만 녀석의 전의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살기를 돋워 내가 있는 곳을 덮쳐왔다.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니 물러날 수밖에 없군.
난 좀 더 거리를 두고 저격을 시도했다.
내가 좀 더 익숙해지고 믿음이 확고해진다면 충분히 투뿔 마물과 신수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순식간에 몇 차례 공방을 주고 받았다. 확실히 바다 속에서 전투를 하는 것은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육지였다면 몇 군데 구멍을 더 뚫어놓았을 텐데 포스 탄환 속도가 많이 뒤처졌다.
“응?”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으로 쫓기 벅찰 만큼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접근하던 녀석이 돌연 직선으로 돌격해온 것이다.
피해를 감수해서라도 나와 충돌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난 녀석에게 저격 두 발을 먹인 뒤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거리를 두기 위해 뒤로 물러나는데 조금 전처럼 무식하게 달려들지 않았다.
뭐지?
위화감이 들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현상을 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내 감각이 경고하는 것이야 말로 내가 그동안 겪어온 모든 경험이 망라된 결정체였다.
그러다 재개된 전투에서 다시 방향이 바뀌었을 때, 녀석은 피해를 감수하고 돌격했다. 몸 곳곳에 구멍이 났음에도 날 밀어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이걸 눈치 채지 못하면 바보다.
“뭔가 있군.”
전투를 하다보면 해안가에서 멀어지는 건 당연한데 왜 억지로 방향을 바꿔 날 다시 해안가로 밀어내려고 하지?
그 의문은 감각의 확장으로 이어져 청새치가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움직이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넓게 펼쳐진 감각에 걸려드는 작은 존재감을 통해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냈다.
그래, 녀석이 날뛰는 이유가 ‘소중한 것’의 실종이지, 소중한 것들의 실종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용용이를 불렀다.
“용용아.”
[왜?]“저기 뭔가 느껴지지 않냐.”
[뭐가? 아무것도… 어?]용용이도 알지 못하다가 내 언급에 눈치 챈 기색이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최소 10km 밖이었다. 그곳에 기존 해양 마물과 다른 작은 존재감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감지되었다.
작정하고 오키나와를 고사시키려는 와중에 약한 녀석들이 해안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얼쩡거리고 있다고?
마물의 생태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약육강식의 세계다. 인간들이 벌벌 떨게 만들 플러스 단계 마물이 등장한 곳에 약한 마물은 먹이에 지나지 않는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 그냥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내가 알아차린 이상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이것이 녀석의 약점이다.
“저기로 가자.”
[알았어.]────!
용용이가 공간 이동을 시전하는 순간,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청새치의 울음이 울려 퍼졌다.
그것은 내게 확신을 가져다주었고.
공간 이동 후, 내 앞에 나타난 2~3m에 해당하는 크기의 새끼 물고기들이 보이자 환한 미소가 걸렸다.
청새치의 새끼들이었다.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얘들아, 나랑 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