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아마 이 새끼 물고기들은 청새치의 새끼들일 것이다. 자기 영역을 벗어난 상태에서 데리고 다니면서 시야 안에 둔 것이겠지.
새끼라고 하기에는 그 크기가 나보다 컸지만 말이다.
아마 청새치는 자기가 있는 곳을 가장 안전한 곳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내게 걸린 이상 끝이다.
────!
뒤에서는 맹렬한 기세를 발산하며 청새치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봤자 내가 앞에 두고 있는 이상 필요 이상의 행동을 할 수 없었다.
난 싱글벙글 웃으면서 몸을 돌렸다. 저 앞에는 한껏 분노한 청새치가 다가오고 있었다.
“자식이 맞나 보네. 빨리 오는 걸 보면.”
[어떻게 할 거야?]“글쎄다.”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어서 어떤 방법으로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우선 발광하는 녀석부터 진정시켜야겠군.
“그만. 더 다가오면 네 새끼들 다 죽인다.”
내 협박에 바로 잦아드는 움직임.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은 날 상대하기 벅찬 걸 알기에 받아들였지만 새끼는 아닌가 보다.
한 녀석이 내게 다가오려고 했다. 내가 돌아서 있으니까 못볼 줄 알았나?
촤악!
바로 칼날 폭풍을 시전해서 중상을 입혔다. 부모가 플러스 단계 마물이라고 해봤자 새끼는 새끼일 뿐이다.
다른 새끼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주위를 맴돌았다.
“한 번 더 헛짓거리하면 바로 죽인다.”
내 경고에 새끼들도 잠잠해졌다. 난 내 눈치를 살피고 있는 청새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몇 차례 몸으로 버텨내서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지만 멀쩡해보였다. 그마저도 회복력이 좋아서 다 회복된 상태였고.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제대로 시험해보지 못한 게 아쉬웠는데 잘됐다.
그렇다면 제대로 과녁 삼으면 되지.
난 청새치에게 말했다.
“네가 가만히 내 공격을 받아내면 새끼들이 도망칠 시간을 주겠다. 네가 오래 버틸수록 네 새끼들도 멀리 도망칠 수 있겠지.”
[아, 악마다!]신수가 악마를 믿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군.
난 내가 원하는 걸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용용이가 뭐라고 하건 말건 난 청새치를 바라봤다. 녀석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흥미로웠다.
혜광심어가 열일을 했기에 마물언어가 발동되어 내 말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그그극!
한참 동안 고민하던 녀석이 대답했다. 마물 언어로 대충 해석하면 ‘받아들인다.’였다.
눈물겨운 부모의 마음이로군.
몇 차례 탄환을 받아내서 버텨볼 만하다고 생각했을지도. 아니면 자식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려고 생각한 건가. 어느 거라고 해도 약점이 노출된 게 맞다.
그렇다면 적극 이용해줘야겠지.
“버텨봐라.”
────!
내가 손을 드는 순간, 청새치가 울부짖었고, 뒤에 있던 새끼들이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도망치는 속도가 빨랐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탄환에 포스 제련을 시전하여 쏘아냈다.
퍼벅! 퍼버버벅!
수십 개의 탄환이 청새치에게 틀어박혔다. 내 난사에 청새치의 부상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갔다. 샌드백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하니 일부러 죽이진 않았다.
확실히 제대로 적중시킬 수만 있다면 포스 제련은 플러스 단계 마물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내가 좀 더 익숙해지면 투뿔 마물이나 신수도 죽일 수 있게 되겠다.
머리만 노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져서 좋군. 투뿔 마물이나 신수 정도 되면 내가 머리만 노릴 경우 공격이 단조로워지는 것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다.
수 싸움에서 밀리는 걸 자초할 이유가 없지.
백 개 이상의 공격이 청새치를 넝마로 만들었을 때였다.
대충 위력 가늠이 끝났기에 난 후환을 처리하기 위해 나섰다.
“꽤 멀리도 갔네. 가자, 용용아.”
[넌 진짜 악마야.]“빨리.”
[알았어.]용용이는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받아들인 뒤 날 공간이동 시켰다.
내가 도착한 곳은 청새치의 새끼들이 도망친 곳이었다.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던 녀석들은 내가 앞에 나타나자 기겁하는 게 보였다.
“우선 한 놈.”
난 아까 전에 달려들어서 부상 입은 녀석에게 탄환을 쏘았다.
퍽!
날카로운 윗턱이 부러지고 머리가 함몰된 녀석이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난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새끼들을 하나씩 처리해나갔다.
내가 미쳤다고 후환이 될 녀석들을 그냥 보내줄까.
플러스 단계 마물의 새끼라고 해봤자 새끼였다. 당장 위협이 될 리 없다. 하지만 시간이 주어지면 모를 일이지. 이미 나와 철천지원수가 된 이상 이대로 성장해서 후에 성가시게 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일말의 가능성마저도 철저하게 짓밟아야 뒤탈이 없다.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일일이 다 찾아가 모조리 제거했다.
새끼들이 모조리 피를 흘리며 늘어졌을 무렵, 저 멀리서 다가오는 청새치가 다가왔다.
굳이 멀리 갈 필요 없이 알아서 찾아와줬군.
────!
몰살 당한 새끼들을 보며 청새치가 울부짖었다. 자식들을 생각하는 절절한 마음이 외부로 퍼져 나갔다. 그러게 대결을 벌이는 장소에 왜 새끼들을 데리고 오는 거냐.
남을 노렸으면 자기도 노려질 수도 있는 걸 알아야지.
아, 대충 내막을 보면 피해자인가. 어차피 내가 벌인 일은 아니니까.
덕분에 쉽게 기프트 위력을 실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분노에 휩싸인 청새치는 앞뒤 가리지 않고 돌격해왔지만 여기에서 부상을 허용하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건 진부한 전개일 따름이었다.
퍽!
기뢰에 적중당한 청새치의 머리가 함몰되었다. 이미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이곳까지 오느라 모든 힘을 소진했던 녀석은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그래도 자식과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죽었으니 사이 좋게 저승으로 가면 되겠지.
난 늘어진 청새치의 사체를 잡아끌고 해수면 위로 올라섰다. 아닌 척 했지만 역시 바닷속에서 전투를 벌이는 건 포스 소모가 심했다.
수중 호흡 같은 게 탐이 나긴 하는데, 멍멍이로 찾아봐야 하나.
[넌 악마야. 악마를 다른 곳에서 찾을 이유가 없어. 여기에 악마가 있는데. 너 때문에 악마는 모두 실직해서 굶어 죽었을 거야…….]“뭘 그렇게 궁시렁거리냐.”
[오늘 전투를 보면 악마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 넌 진짜 악마야.]상대의 약점을 붙잡고 잘 이용한 걸로 물고 늘어지기는.
난 내가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용용이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는 청새치의 심장에 손을 꽂아 넣고는 피를 섭취했다. 어떤 기프트가 있는지 찾아보기 위한 작업이다.
“별 거 없네.”
청새치의 심장에 내재된 기프트는 하나뿐이었는데, 하필이면 날카롭게 돋아난 위턱을 앞세운 ‘돌격’이었다.
내가 돌격을 한다고 해봤자 도움이 될 리 없으니 당연히 기프트는 쓰레기였다.
하지만 맛은 다를 수 있겠지.
“회를 뜨면 맛있을 거 같은데.”
제법 크지만 역동적으로 움직이던 걸 떠올리고는 사체를 들고 오키나와로 향했다.
오키나와니까 초밥 장인이 있겠지?
*
* *
내가 청새치를 잡아 도착하자 오키나와 전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자신들을 섬에 고립시키고 도시 전체를 파괴하려고 하던 악마가 사라졌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나는 조스케에게 부탁하여 오키나와에서 가장 잘한다는 쉐프들의 도움을 받아 청새치를 회로 떠서 내가 먹을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기부했다. 덩치가 꽤 큰 녀석이라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겠지.
녀석이 신기한 건 전투를 벌일 때만 해도 단단하던 비늘이 숨이 끊기자 다른 물고기와 다를 바 없이 바뀌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좀 더 질기긴 했지만 전문가들이 해체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할 수준이었다.
난 가장 맛있는 부위를 받은 뒤 용용이부터 챙겨줬다.
처음에는 거절하던 녀석이 저번 천마갑귀 눈알을 맛본 이후 부쩍 식탐을 부리고 있었다.
“어떠냐?”
[맛있어!]맛있어야지, 나도 공짜로 주는 건 아니었으니.
그렇게 해서 먹어본 청새치 회는 나쁘지 않았다. 참치의 아류로 불리지만 맛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기프트는 쓰레기였지만 죽어서 남긴 회는 괜찮군.
“모두 초인님 덕분입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닙니다. 큰 힘을 가졌어도 모두 얄팍하게 머리만 굴릴 뿐, 초인님처럼 선뜻 나서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초인님은 오키나와의 은인이십니다.”
“감사히 받아들이죠.”
오키나와의 은인이란 게 별 의미는 없지만 날 좋아해 준다는 걸 싫어할 이유는 없으니까.
생각해보면 내가 배를 타고 멀리 갈 때 오키나와는 꽤 괜찮은 중간 지점이 되어줄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려면 조스케가 오랫동안 오키나와를 지켜야 하는데 이번에 끝까지 오키나와를 지키고 있는 걸 보면 나빠 보이지도 않고.
공치사를 적당히 하기로 할까.
조스케는 날 찬양하기 바빴고, 옆에서 타마키도 칭찬에 가세했다. 그러다 돌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초인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오키나와 미래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거, 딱 첫 마디만 들어도 골치 아파질 거 같은 예감이 드는데.
난 별로 듣고 싶지 않은 기색을 풍겼으나 조스케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정보력을 총동원 해본 결과 아오이 와자와이가 습격해온 것은 중앙 정부가 새끼를 납치해서가 맞습니다. 운송하는 과정에서 오키나와를 경유했고, 아오이 와자와이는 이곳에 남은 새끼의 흔적을 발견하고 습격해온 것입니다.”
조스케가 분노하는 부분은 정부에서 일부러 오키나와로 어그로가 몰리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 사이 본토는 안전해질 수 있을 테니까.
터무니없는 피해망상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런 일이 태연하게 벌어지는 게 마물이 판치는 이 세계였다.
“이건 명백한 차별입니다! 아무리 본토와 차별한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참혹한 짓을……!”
분노에 휩싸여 말을 잇지 못하는 상태가 된 조스케를 대신해서 타마키가 말했다.
“저는 이것이 모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본토에는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친구들과 연계해서 이번 일의 진상을 밝히려고 합니다.”
“예, 잘 해보십시오.”
안에서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는 걸 내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여태까지 정치인들을 상대해본 결과 여기에서 끝낼 거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겠지.
아니나 다를까, 내 눈치를 보던 타마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초인님, 염치없지만 부탁 하나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사양하겠습니다.”
“예?”
내가 많이 만만해지긴 했나보다. 예전에는 날 이용하려는 의도만 보이면 머리부터 부숴놓곤 했는데.
좋게 마무리하기로 했으니 죽이지 않기로 했다.
“골치 아픈 일에 엮일 생각 없습니다. 그게 외국의 일이면 더더욱. 잘 되어도, 틀어져도 제게 좋지 않은 건 특사님도 잘 아실 겁니다.”
“초인님, 그러지 마시고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이미 거절한다고 말했습니다.”
“…….”
단호하게 말하니 조스케의 입이 닫혔다. 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
타마키는 미련이 남는 얼굴이지만 날 보더니 순순히 포기했다.
“일을 쉽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 하지만 당사자들이 책임져야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예, 죄송합니다.”
이 이상 내가 관여할 이유는 없겠지.
난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하여간에, 어딜 가나 계략이 횡행하고 물고 물리는 관계가 이어진다.
그 속에서 난 자유로운 편이라고 하지만 끝없이 얽히는 중심에서 과연 자유로운 건지 의문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사람과 관계가 얽히고 이어지는 걸 말하는 걸 테니.
그게 싫으면 빌런이 되는 건데, 이제와서 그럴 이유가 없지.
약간 머리를 굴리는 거로 날 중심으로 개선되는 흐름이 나쁘지 않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주변에 뛰어난 사람들이 포진된 이상 유리한 고지를 내어줄 일도 없다.
[결국 네 마음대로 하겠다는 거 아냐?]“그렇기도 하지. 왜?”
[널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이 불쌍해져서.]신수 주제에 인간 걱정하는 척 하기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
[어떻게 알았어?]“그렇게 몸을 배배 꼬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걸로 읽히지 않겠냐.”
[내가 그랬나?]난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용용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난 현아 만나고 올게.]“근처에 온 김에 가는 거냐?”
[응. 그리고 내막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하긴, 현아라면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을 수도 있겠다.
어차피 용용이가 왔다 갔다하는 걸 막을 권리도 없으니 순순히 보내줬다.
대신 한 가지 당부만 남겼다.
“올 때 친구비 챙겨오고.”
[뭐?]용용이가 기겁하며 소리 질렀다.
[갑자기 친구비는 왜?]“내가 주는 거 먹었잖냐. 그럼 너도 친구비 갖고 와야지.”
[그거 그냥 주는 거 아니었어?]설마 힘들게 잡은 청새치 회를 공짜로 준 줄 알았나.
“서로 계산이 깔끔해야 친구 사이지.”
[난 공간 이동 시켜줬잖아!]“아, 그러네.”
[와! 방심하면 그냥 넘어갈 뻔했어. 너! 앞으로 나한테 먹을 거 주지 마! 아니, 아무것도 주지 마! 절대 안 받을 거야!]정신없는 사이에 찌르면 넘어올 줄 알았는데, 아쉽게 됐군.
친구비 수금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