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최준호의 아버지, 최진규는 아들의 위상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린 시절 아들은 특별히 모난 것 없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청주에서 과수원을 하던 최진규는 아들이 최고가 되는 것보다 행복하길 바랐다.
하지만 본인은 그마저도 압박감으로 느끼는 듯했다. 번번이 각성자가 되는 데 실패한 아들을 보면서 아버지로서 묵묵히 버텨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저 자기 앞가림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아들이 뜬금없이 초인이 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최강으로 불리게 되었다.
“아직도 믿기 힘들 정도지.”
어느 날, 갑자기 된장찌개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다가 사람 자체가 바뀌었다.
세계최강, 한없이 유치하게 들리는 이 단어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져다주는지 안다.
하지만 아들의 행동이 적을 많이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리 초인이 희귀한 존재고 강한 힘을 지녔다고 해도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
최진규는 자기 나름대로 아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아들을 믿고 나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기득권 중에서 자신의 존재로 안정감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어떻게든 최준호와 만나 눈에 들려는 자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이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야당 대선후보 현영미는 그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자신이 처리할 생각이 아니란 생각에 아들을 불러 뒤를 맡기는 걸 선택했고.
결과는 물러섬 없는 충돌, 그리고 현영미의 밑도 끝도 없는 추락이었다.
“이 정도인가.”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들과 충돌했다는 것만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야당을 보면서 최진규는 전율을 느꼈다.
분명 아들을 비난하는 이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비난하는 부분은 과도한 손속이나 법을 무시하는 행동이었지, 아들이 가져다주는 이익에 대해 누구보다 동감하고 있었다.
그 결과물이 이것이다.
경선 직후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처럼 기세를 키워나가며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찍던 현영미 지지율이 30% 아래로 붕괴하더니 20% 중반대까지 내려앉았다.
거의 절반까지 치솟던 정권교체론도 후보 지지율과 비슷해지자 야당 내부에서 난리가 났다.
후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한다부터 시작해서 지금이라도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등, 연일 지지율을 깎아 먹는 중이다.
여기에 경선에 불복하는 듯한 다른 경선 후보들까지.
내부에서 벌어지는 잡음은 필연적으로 지지율의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는 다른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움직여야겠어.”
최진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야당이 더욱 활활 타오르도록 기름을 부었다.
자기들 일을 해결해야 하는 만큼 아들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하겠지.
그것이 아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내가 더 잘해야겠군.”
*
* *
최준호와 현영미가 만남을 가지고, 그날 만남의 분위기에 대해 대략적인 내용이 알려지자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최준호를 만나러 간 거냐? 실컷 저질러놓고 ‘아잉, 실수!’라고 하면 최준호가 용서해줄 줄 알았던 거?
-맨몸으로 최준호를 만나다니, 배짱 하나는 인정이다.
-현하다, 추영미야. 그렇게 하면 최준호를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냐. ㅋㅋㅋ
-대놓고 개소리 알레르기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 초인한테 밀실 회담하듯 다가가는 배짱, 미쳤네;;
-그래도 최준호가 많이 발전하기는 했네. 죽이지는 않았잖아.
-그러고 보니 살아서 돌아왔네? 이거 엄청난 성과다. ㅇㅈ;
처음에는 비꼬는 댓글로 가득하다가 야당 지지자들이 가세하면서 우려하는 댓글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야당 대선후보인데 최준호도 어느 정도 대우를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찾아갔는데 대우가 그런 식이면 어쩌자는 건지.
-여당이 정권을 영원히 유지할 거라 생각하나.
-현영미가 강경하기는 해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인데 최준호도 적당한 타협은 필요해 보인다.
-이번 만남은 최준호에게도 독으로 작용할 것. 하지만 현영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최준호도 품을 수 있는 큰 사람임을 보여줘야.
그 과정에서 최준호에 대한 비판이 생겨나자 바로 조롱하는 댓글이 늘어났다.
-대화가 통하기는, 현영미가 꼴통인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ㅉㅉㅉ
-실수 인정? 국회에서 자기 실수 인정 안 하고 소리 지른 영상이 한두 개가 아니닼ㅋㅋ
-떨어지는 지지율 안 보이시쥬? 이러다 현영미 공치게 된 거 아직도 모르시쥬?
-최준호와 현영미 만남에서 손해를 보는 건 현영미밖에 없음.
-최준호가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도 정할 수 있는데 협박 수준하고는 ㅋㅋ
그 결과가 현영미와 야당의 지지율 동반 폭락이었다.
최준호가 가진 파워에 야당은 물론이고 야당 지지자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자세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고 만남 결과가 안 좋았다고 했을 뿐인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모든 현상을 관통하는 댓글 하나가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최상단에 올라섰다.
-그거 아냐? 지금 우리가 한가롭게 인터넷에서 정치 가지고 얘기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는 루마니아에 나타난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 속보가 연달아 나오는 중이다. 루마니아는 세계를 향해 지원을 호소 중이지.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은 세계에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마물 중 마물이다. 그런 마물이 등장하고도 우리가 이렇게 한가하게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는 게 누구 덕분이냐? 나날이 마물은 강해지고 있고 강한 초인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이게 누구 덕분인지 모르고 흘려듣다 현혹되면 나중에 급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소중한 걸 잃을 수 있다.
*
* *
유럽에 투뿔 마물이 등장했다. 루마니아에 등장한 이 마물은 세계를 멸망시킬 거란 악명답게 하루만에 도시 하나를 지워버리면서 압도적인 힘을 과시했다.
투뿔 마물의 등장으로 인해 인접국인 발칸 반도 국가들은 물론, 동유럽 국가들은 비상에 빠졌다.
아니, 거기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초인들이 힘을 모으는 중이란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천마갑귀에 비견되는 녀석인 건 알겠다. 천마갑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라도 했지 이 녀석은 어떻게 이른 시기에 등장하게 된 거지?
프란츠가 자연 발생할 징조를 보인다고 했지만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걸 순순히 믿을 리 없다.
“…분명 인위적인 거 같은데.”
난 여전히 유럽에 투뿔 마물이 등장한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생체 내단이나 인위적인 마물 길들이기를 통해 투뿔 마물이 등장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은 단일 국가 체계가 아니고 중국처럼 한 곳에 자원을 집중할 만큼 체급이 크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투뿔 마물이 등장할 것은 먼 미래의 일일 거라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나로 인해 나비효과가 발생했다고 하지만 그게 투뿔 마물의 등장으로 번질 일인가?
내가 영향을 끼쳤다고 해봤자 여기 대한민국에서 복작복작하고 가끔 주변국에 방문한 게 전부인데?
차라리 천마갑귀를 보고 유럽에서 물적, 인적 자원을 끌어모아 투뿔 마물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더 신빙성이 높아 보였다.
아무튼 유럽에 투뿔 마물이 등장한 이상, 조만간 유럽에서 소식이 오겠다 싶었다.
단일 국가 체계가 아니다 보니 의사결정이 느리기로 유명한 곳이니까.
하지만 유럽의 소식보다 먼저 도착한 것은 용용이다.
[나 왔어.]불쑥 모습을 드러낸 용용이는 평소 그대로 행동을 했다. 평소보다 늦은 복귀였기에 뭔가가 있나 싶었다.
“얘기는 잘 했냐?”
[응. 조금 더 얘기할 게 있었는데, 마물을 감지했어. 네가 상대하기로 했던 녀석이지?]“어.”
다만 아직 부를 낌새가 없어 보였지만.
나를 향한 용용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무슨 일 있나?
“현아랑 무슨 얘기했냐?”
[별 거 없었어.]그런 것치고 복귀 시기가 많이 늦는데.
[어, 음.]좀 더 이야기해보라는 내 시선에 압박을 받았는지 용용이는 쉽사리 대답하지 않고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다 이내 순순히 실토했다.
[네가 천둥새를 사냥하고 싶다고 했잖아. 꼭 그래야겠어?]“갑자기 그 말이 왜 나오냐.”
[난 천둥새와 얘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근데 네 머릿속에 제거할 생각밖에 없어 보여서. 난 네가 생각을 바꿨으면 하거든. 모두가 사이좋게 지낼 가능성이 있을 거야.]딱 보니 각이 나오는군. 용용이는 내가 천둥새를 처리하려는 것을 마음에 안 들어 하고 현아는 내 선택을 지지하는 건가보다.
아니면 말고.
용용이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글쎄다. 앞으로 내가 하려는 일에 천둥새는 번번이 태클을 걸고 나설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내 힘이 신수에게 통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걸 용용이나 현아에게 시험해볼 순 없지 않은가.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자.”
[알았어. 난 지금이라도 네가 생각을 바꾸면 좋겠어.]음, 용용이는 나랑 오랫동안 같이 다녔으면서 내가 설득될 줄 알았나보다.
난 바꿀 생각이 전혀 없는데.
“그래서 청새치 건은?”
[너희들이 짐작한 게 맞아. 인간들이 영역에 침입해서 새끼를 납치했다고 해. 거기에 분노해서 달려들었고.]다만 용용이가 말하길, 새끼를 납치할 때 생포해서 데려갔다고 한다.
그럼 리그가 살아있는 마물을 확보한 걸 수도 있겠군.
이거, 후환이 될 수 있으려나.
[무슨 생각 중이야?]“내가 먼저 찾아가서 제거할 걸, 하는 반성 중.”
[아마 네가 그랬는지 모를 걸?]“뭐든 확실한 게 좋아.”
새끼가 강해져봤자 얼마나 강해질 것이며, 헬 마스터 손에 들어간 이상 살아남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은 저 작은 가능성이 연속으로 맞물려서 터무니없는 성과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만약 내 앞에 나타나게 되면 절대 살려두지 않아야겠다.
그나저나 용용이는 친구비 진짜 주지 않을 건가?
[왜?]“아무것도 아니다.”
일단 친구비를 내놓을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어야겠군.
*
* *
이상하다. 상황이 아주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투뿔 마물이 루마니아의 다섯 번째 도시를 무너뜨렸을 무렵에도 여전히 내게 아무 요청도 들어오지 않았다.
자기들이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누가 봐도 투뿔 마물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다. 이 정도면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고 도움 요청이 들어와야 할 텐데?
괜히 다른 사람들을 재촉하기도 뭣해서 마물 사냥 능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버서커만 쥐어짰다. 버서커의 비명이 커질수록 마물 사냥 능력은 향상되고 있어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었다.
이러한 내 의문은 대통령과 천명국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풀리게 되었다.
“의견이 갈리고 있는 중이겠지.”
“의견이 갈리는 중?”
“성녀와 프란츠 경은 자네의 힘을 필요로 하지만 유럽 전체로 보면 아니란 거지.”
대통령은 내게 그리 말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기색을 보이니 친절하게 현재 유럽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마물의 등장 이후, 해체 직전에 놓였던 유럽의 관계는 과거 EU 때보다 더 밀접한 관계로 이어졌다. 그리고 십대초인이던 프란츠가 솔선수범하여 앞장서자 단일 조직에 가까운 응집력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리그는 미국에 버금가는 마물 대처 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하지만 프란츠 경의 은퇴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지.”
전설이던 초인의 이선 후퇴 이후, 유럽 내부에서 각자의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프란츠가 위대한 초인으로 존경 받는다고 해도 결국 독일인이다. 하나로 뭉친 유럽 내부에서 각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목소리는 표출되었고, 그걸 리더십으로 무마하던 프란츠가 사라지자 본격적인 이합집산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자국의 이익이 포함되어 있고, 추구하는 이념이 존재했다.
유럽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파벌부터 시작해서 자체적인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측, 그리고 각국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나날이 과열되었다.
몇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동안 유럽은 꾸준히 전력을 축적해온 게 원인이지. 마물 대처 능력이 향상되면서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을 자기들이 사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한 상태지.”
그런 와중에 프란츠와 성녀가 투뿔 마물을 내가 상대하겠다고 하니 저쪽에서 불만을 가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란다.
하긴, 프란츠가 은퇴했음에도 십대초인 중 둘이 유럽 소속이고, 그동안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꾸준히 초인의 숫자를 늘려왔다.
원래 자기들 전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남의 힘을 빌리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빚을 진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는데 말이지.
대가라면 이미 성녀가 지불했다.
그것도 예상 못한 자아가 딸린 전설급 기프트로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다.
“여차할 경우 저쪽에서 사냥에 집중할 수도 있지.”
정말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한건가 싶었는데, 대통령의 표정을 보니 진심인 게 느껴졌다.
“두 명의 십대초인, 그리고 다수의 초인이라면 가능하지 않겠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을 사냥해본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현재 루마니아는 부쿠레슈티에 전력을 모으는 중이고, 유럽에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단다. 이에 유럽 각국은 논의가 긍정적인 반응으로 흘러가고 있고.
대통령은 이게 가능할 건지 내가 묻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살 떨리는 엄청난 전력일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스스로 묻힐 무덤 자리를 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테니 비유가 틀린 걸지도 모른다.
“당연히 실패할 겁니다.”
“조금도 고민해보지 않을 정도로?”
“대통령님 말씀을 들어보니 기어이 똥인지 된장인지 한 번 찍어 먹어볼 기세로군요.”
비주얼은 비슷할지 몰라도 맛은 극명한 차이가 있다.
유럽은 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볼 생각인 것이다.
프란츠 영감이나 성녀는 그걸 막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고.
답답한 인간들 같으니.
원래 그렇게 말을 듣지 않으면 전부 두들겨 패서 생각을 달리 하게 만들어야지.
“알겠습니다.”
대통령의 설명으로 상황이 명확해졌다.
주제 파악 못하는 녀석들이 달려가서 몰살당하길 기다리면 된다. 그 다음 허겁지겁 내게 손을 내밀겠지.
다만 호의를 거절했으니 그때는 비싼 청구서가 제시될 것이다.
“마음 편히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