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프란츠와 성녀에게 투뿔 마물 사냥할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대답이 돌아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절’이었다.
보다 깊이 파고들면 지금은 곤란하니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없냐는 의미였고.
나는 그걸 거절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적힌 대로군.”
이런 결과가 나올 걸 예상하고 있었다.
나시르가 건네준 정보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사우디의 정보에 의하면 현재 유럽은 프란츠로 대표되던 시대의 대표를 밀어내고 영국의 해리와 프랑스의 앙투안 시대를 만들려고 한단다.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되살리고 프란츠의 뜻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하고 이번 투뿔 마물을 자기들 방식으로 사냥하려고 준비 중이라는데.
좋게 보면 잔머리를 잘 굴리는 거고, 나쁘게 보면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녀석들은 자기 좋을 대로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지만 내 눈에 결말이 훤히 보였으니까.
나야 상관없다. 멍청한 녀석들이 자기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데 굳이 말릴 필요를 느끼지도 못하고.
결국 된통 당한 다음 내게 손을 내밀 것이다.
난 그때 비싼 청구서를 내밀면 되는 거고.
“다음에 더 뽑아낼 수 있겠어.”
한 번의 거절은 다음 기회로 넘어가게 되지만 그것이 내가 원하는 걸 요구할 상황을 만들어주겠지.
내가 과거로 돌아와서 느끼고 있는 것은 약간의 참을성만 있다면 기꺼이 내가 원하는 판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근데 참기가 힘들더라.
아무래도 요즘 확신이 드는 건 난 개소리 알레르기가 있는 게 확실하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게 없다고 하지만 내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걸 보면 난 새로운 알레르기가 창궐했다고 확신한다.
그래도 안 믿으면 마물의 독에 중독된 후유증이라고 하지, 뭐.
…이건 믿어주겠지?
아무튼 세상에 감당하지 못할 녀석들은 많고, 그 녀석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내 힘이 필요하다.
다만 이것에 맛 들이다 보니 아쉬운 면도 존재했다.
바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리그나 쫓을 걸 그랬나.”
삼악의 일원이라 불리는 헬 마스터를 잡을 기회였는데. 그냥 불만 질러놓고 구경하려던 안일한 마음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헬 마스터가 보유했다는 즉사 기프트가 어떤 건지 궁금한데 말이다.
졸라맨이 한바탕 난리를 치니 어떨지 더 궁금해지는 걸 보면 나도 참 남의 말을 안 듣는 성향인 거 같기도 하고.
이미 지난 일을 후회한다고 해도 바뀔 건 없겠지.
그저 약간 아쉬울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한 가지 희소식이 전해졌다.
“교육이 다 끝났다고?”
만득이와 광심이의 제련이 교육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난 심상 세계 안으로 진입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교육은 만족스럽게 완료된 상태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유럽의 초인들이 투뿔 마물과 충돌할 무렵, 성녀의 요청을 받아 부쿠레슈티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 마물이 판을 치는 세계에서 이탈리아까지 3박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 소모된다.
하지만 그 지루한 비행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내놔.”
[아니, 세상에 이런 친구비가 어디 있어.]“다 서로 좋자고 하는 거야. 너도 지루한 비행은 싫잖아?”
[씨이.]용용이는 궁시렁거리면서도 내 말에 설득되어 내게 ‘발톱’을 건네주었다.
신수의 위엄이 사실이라면 이 발톱의 위엄에 접근하지 못하겠지.
난 뚱한 용용이를 보며 위로해줬다.
“어차피 발톱은 다시 자라잖냐.”
*
* *
“하여간에 노인네들은 걱정이 많단 말이지.”
이탈리아의 풍운아, 마테오 콜라치는 혀를 찼다.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도 결국 마물 중 하나인데 걱정이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처음 유해 8단계 마물이 등장했을 때를 떠올려보라. 당시에도 세계가 멸망할 거라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인류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마물 사냥에 성공했다.
이후에 등장한 플러스 단계도 마찬가지다.
마테오는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 또한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진정한 영웅으로 등극할 수 있지 않은가.
“세상은 헤드 브레이커와 같은 기준을 요구하지. 녀석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혼자서 사냥했을 거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나.”
최준호가 첫 등장한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 천마갑귀를 홀로 상대했다고 하나, 마테오는 여럿이 그를 도왔을 거라 생각했다.
단지 그 공을 독식한 게 최준호일 뿐.
최연소 초인이자 세계최강이라 불리는 그에게 경쟁심이 없다면 거짓이다. 프란츠도 그렇고 막심 게데스도 인정한 것을 봤을 때 실력은 확실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해냈다면 자신도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최우선은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테오는 확실한 사냥을 위해 자신과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을 끌어들였다.
마흔 이전의 초인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현재 유럽을 이끌어나가는 주축이다.
열두 명으로 구성된 그들은 이번에 등장한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 드라쿨레아를 사냥하기 위해 나섰다.
마물 사냥을 위해 초인 열둘이 나선 것 자체가 방심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였다.
마테오를 비롯한 그들은 사냥을 확신했다.
“무려 열둘이 나서는데 두려워할 게 뭐가 있지? 바로 간다.”
영국의 신성이자, 모임의 최연소 초인인 키어런은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210cm가 넘는 거구에 날렵함을 겸비한 그는 지상 최고의 육체파라 불리는 초인이었다.
키어런은 마테오를 보며 혀를 찼다.
“성녀는 데려오는 데 실패했군.”
“그 위험한 자리에 공주님을 모셔올 리 있나.”
“성녀의 신성 회복이 큰 힘이 되는 걸 알면서 그러는 건가?”
“데려오고 싶지만 거절하는 걸 어떻게 하라고? 나더러 공주님을 납치하는 악당이라도 되라는 건가.”
“여자라면 누구든 꼬실 수 있다고 하더니 헛소리였군. 이 정도도 못 해서야.”
“너, 지금 날 모욕하는 거냐?”
말은 그랬지만 마테오도 성녀를 데려오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신의 선택을 받은 성녀이자 듀얼 기프트 소유자인 성녀는 마물 사냥에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실력자였다.
하지만 사고방식은 타고난 바람둥이인 마테오조차 대화를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할 만큼 구식이었다.
좋게 표현하면 고전적인 아름다움이지만.
“미모와 기품까지 겸비하기도 했지.”
“단단히 빠져있군.”
“그녀를 보면서 안 빠져드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러면서 사방에 염문을 뿌리고 다니고 있고.”
“로맨스와 욕망은 다른 법이니까.”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한 마테오는 함께 한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한마음 한뜻으로 루마니아로 향했지만 표정은 제각기 달랐다.
누구는 사냥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고, 누구는 근심 걱정을 떨쳐내지 못했다.
마테오는 그중에서 표정이 흐린 독일의 초인 로라 앤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프란츠의 제자이기도 했다.
“로라, 표정 피라고. 우리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건 너무 빨라. 이렇게 급할 이유가 있어?”
로라는 드라쿨레아를 사냥하는 것에는 찬성이지만 대표적인 신중파였다.
철저한 준비를 갖춘 뒤 사냥에 나서자는 그녀의 의견은 묵살 당했다.
“우리가 신중을 기한다고 노인네들이 웃으면서 지켜볼까. 특히 네 스승은 더더욱 그렇고.”
“…….”
프란츠 또한 대표적인 신중파였기에 로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드라쿨레아가 강한 건 맞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은 걸 보여주자고. 현지에서 철저하게 자료를 숙지하고 준비하면 얼마든지 사냥할 수 있어!”
“오오, 기대되는데?”
마테오의 자신감에 키어런이 적극 동조했다.
로라는 그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흐름이 그녀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 더 자중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하지만 아직 젊은 혈기가 있는 초인들은 그걸 자제할 생각을 못했다.
그럼에도 함께 하는 건 유럽에 닥친 재난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해서다.
최준호의 강함은 직접 겪어봐서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그 힘에 기대게 되면 자신들의 성장은 늦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생각이신 건지.’
프란츠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최준호에 은근히 열등감을 가지고 무턱대고 사냥에 나서려는 동료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도착한 그들은 곧장 드라쿨레아에 대한 정보를 취득했다.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의 이름이 드라쿨레아라 지어진 것은 박쥐 형태를 한 마물이어서 그렇다. 비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굉장히 영악한 행태로 인간을 사냥하는 이 마물의 사악함은 루마니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뿐만 아니라 날갯짓에서 발생하는 폭풍은 태풍보다 매서웠고, 쏘아대는 초음파는 인간의 뇌를 파괴할 정도로 강력했다.
말 그대로 약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전체 마물이 드라쿨레아였다.
“…….”
처음에는 호기롭게 정보를 살펴보던 이들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싱글벙글 웃고 있던 마테오마저도 표정을 굳힌 채 여러 차례 정보를 살필 정도였다.
“이게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부디 저희를 구해주십시오!”
드라쿨레아가 등장한 루마니아는 현재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그들이 보유한 두 명의 초인은 시민들이 피난할 시간을 벌고자 드라쿨레아를 막아섰다가 10분도 버텨내지 못하고 한 줌 핏물이 되어 사라졌다.
루마니아는 과거 위치 닥터 콘스탄티나를 배출한 곳이지만 유럽 내에서도 그다지 강하지 못한 각성자 전력을 보유한 곳으로 분류된다.
이번 일로 인해 초인을 모두 잃은 루마니아의 운명은 바람 앞 촛불처럼 위태로운 형국이었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마테오는 바람둥이지만 그 재능만큼은 이탈리아에서 제일이라 불리는 인재였다. 초인 열둘이 왔지만 드라쿨레아는 그동안 상대해온 마물과 차원이 달랐다.
“여기서 물러나는 건 겁쟁이나 하는 짓이다.”
그와 반대로 키어런은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드레쿨레아의 공격에 버텨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단체로 사냥하게 된다면 키어런은 선두에서 마물의 어그로를 잡아 끄는 탱커 역할을 맡게 된다.
“넌 어떻지?”
“해볼 수 있다.”
키어런 말에 힘을 보태고 나선 것은 가나에서 이민 온 프랑스의 초인 은케이타였다.
과묵한 성향의 그는 이민자 가정이라는 트라우마로 인해 주류에 어울리길 바랐는데, 늘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기에 모임 내에서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이었다.
키어런과 은케이타가 해낼 수 있다는 말에 마테오는 흔들리는 기색을 보였다.
여기에 끼어든 것은 로라였다.
“난 반대야.”
로라는 드레쿨레아의 위험이 생각보다 크며, 자신들이 무리하다가 타격을 입게 되면 사냥이 더 어려워질 거라고 설명했다.
“키어런하고 은케이타가 잘 버텨주면 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아.”
“나도 일방적으로 우길 생각은 아니라고. 만약 버텨내기 힘들다 싶으면 물러나면 되니까.”
“마물과 전투에 돌입하고 그게 쉬울 거라 생각 해?”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어.”
“그건 둘일 때였고.”
마테오는 도망치는 것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것이 로라의 불안감을 커지게 만들었다.
드라쿨레아는 인간보다 더 영악한 움직임을 보이는 마물이었다.
“그래도 반대야.”
“그럼 투표로 결정해볼까.”
마테오가 사냥을 놓고 찬반투표를 했고, 결과는 9대3으로 압도적으로 찬성이 우세했다.
결정이 난 것이다.
드라쿨레아가 얼마나 위험한지 한 번 부딪쳐보기로.
결과가 나오자, 마테오는 로라를 보며 말했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빠져도 돼.”
“…아니, 참가할게.”
여기에서 전력이 더 이탈하면 동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로라를 비롯한 반대한 초인들도 함께 사냥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좋아 가보자고.”
그리고 몇 시간 뒤.
유럽의 미래라 불린 열두 초인의 드라쿨레아 사냥 실패 소식이 전해졌다.
*
* *
영국의 초인 해리 칼슨은 유럽에서 비운의 2인자라 불리는 인물이다.
젊은 시절, 프란츠에게 밀려 유럽 내 2인자에 머무른 그는 프란츠를 뛰어넘고자 했고, 끝없는 정진으로 십대초인의 일원이 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프란츠를 뛰어넘는다는 야망은 이루지 못했다.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난 프란츠는 전설이 되었지만 속이 좁고 자기밖에 모르는 해리 칼슨은 인망이 두텁지 못했다.
‘망종 해리 칼슨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영국 왕실 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리 칼슨은 영국 내에서 골칫거리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이만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실력이 확실해서다.
그가 바티칸을 찾아온 것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힘을 보태려는 것이 아니라, 성녀와 프란츠가 진행하고 있는 일을 방해하기 위해서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것이 그의 행보였다.
좋지 않은 평가와 달리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녀를 달랬다.
“허허, 성녀. 내가 좋게 말하는 거잖습니까.”
“그리 말씀하셔도 불가능해요.”
“내가 이렇게 부탁해도?”
“네.”
“이거,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는구먼. 우리 모두를 위해서인데.”
“부쿠레슈티보다 이곳을 먼저 찾아오신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데요.”
유럽의 미래라 불린 초인들이 드라쿨레아 사냥에 실패했다. 열둘 중에 다섯이 죽고, 일곱은 큰 부상을 입었다.
순간의 만용이었다 하기에는 피해가 너무나 컸다. 그걸 뒤에서 바람을 넣은 해리 칼슨에게도 책임이 있건만 그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성녀에게 최준호를 부르지 말라 종용했다.
그리고 부쿠레슈티보다 바티칸을 먼저 찾은 것도 검은 속내가 있음을 드러낸 것과 같았다.
“얘기를 마치면 갈 생각이었네.”
“잘 됐네요. 그럼 저랑 같이 가시면 되겠어요. 헤드 브레이커도 그곳에 올 예정이거든요.”
“뭐?”
사람 좋게 휘어졌던 해리 칼슨의 눈매가 바뀌었다. 날카롭게 치뜬 눈에서 은은한 살기가 묻어나왔다.
“벌써 불렀다고?”
“사안이 급하니까요. 설마 자존심을 위해 루마니아 전체가 짓밟히길 기다리자는 건가요?”
“크흠, 그럴 리가.”
매섭게 파고드는 목소리에 해리 칼슨은 성녀를 더이상 압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성녀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확신을 실어 말했다.
“그가 개입하지 않길 바란다면 직접 얘기해보세요.”
“…부큐레슈티에 가도록 하지.”
그렇게 성녀와 해리 칼슨이 부쿠레슈티로 향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빨리 최준호가 부쿠레슈티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