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아무튼, 만득이의 단독행동으로 인해 드라쿨레아의 한 수가 봉인되기는 했다.
상처를 입히고 그곳에서 피를 뽑아내는 행위라. 만약 내가 초재생을 얻지 못하고 만득이가 독을 만들어놓지 않았으면 이걸로 적잖이 신경을 쓰게 되었을 것이다.
전투 중에 신경을 분산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만득이의 발전과 기프트를 얻은 것이 이런 방향으로 도움이 되는군.
다음에 휴가라도 줘야겠다.
우웅!
만득이가 내 중얼거림을 듣고 환호한다. 반면 광심이와 제련이는 그걸 부럽게 지켜보는 중이고.
당근을 미끼로 서로 경쟁을 붙이는 것도 괜찮아보였다.
눈앞의 녀석을 처리한 뒤 나머지를 생각해봐야겠군.
키에에엑!
득달같이 달려드는 드라쿨레아를 튕겨내면서 손에 기뢰를 가득 실었다. 하지만 내 기뢰는 녀석의 발톱에 충격은커녕 흠집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천마갑귀 때와 같은 상황 반복이다.
하지만 여기에 포스 제련이 실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쩌엉!
처음에는 균열이었다. 날아드는 녀석의 발톱을 후려치는 순간 금이 가기 시작했고 그 다음은 커다란 충격파로 전해졌다. 마지막은 파괴였다.
캬아아아!
녀석이 괴로워하는 비명을 흘려버리며 나는 재차 손을 썼다.
포스 제련의 위력은 투뿔 마물에 충격을 줄 정도로 강력했다. 연이어 뻗어 나가는 기뢰의 위력은 전보다 월등한 위력이었다.
기뢰로 독도 만들고 포스 제련으로 위력까지 높일 수 있으니 범용성이 좋았다.
드라쿨레아는 이상 기류를 감지한 듯했으나 난 순순히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멀리 떨어지지 못하도록 따라붙으면서 녀석의 날개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전신에 기뢰를 골고루 퍼부었다.
녀석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았다. 양 날개를 활짝 펼쳐 바람을 일으키며 거리를 두려하고 연이어 초음파를 쏘아냈다. 혜광심어까지 나서서 방어했지만 여러 능력을 동시에 발동하니 굉장히 성가셨다.
퍽!
내장이 뒤집어질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 적중했지만 움찔하기만 했다. 도리어 바로 앞에서 강력한 초음파를 쐈다.
큰 충격은 없지만 꽤 성가신 멀미가 엄습했다.
“칫.”
혀를 차면서 멀어지기 위해 날아가는 녀석의 몸통에 저격을 쐈다.
포스 제련이 힘껏 실려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공격이었으나.
약간의 타격 외에 멀쩡하게 뒤로 물러났다. 괴물같은 방어력이었다. 발톱을 부러뜨릴 때만 해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포스 제련이면 투뿔 마물을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던 건 내 착각이었나.
나와 한참 떨어진 거리로 물러난 곳으로 물러난 녀석은 내게 흉성을 띠며 착지했다.
아니 착지하려고 했다.
쿵!
비틀거리며 넘어졌던 녀석이 곧바로 일어났다.
그걸 보고 나는 확신했다. 조금 전까지 퍼부은 공격은 효과가 있었다. 녀석은 태연함을 가장하여 내 공격이 먹히지 않은 것처럼 굴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마물은 연기력도 좋단 말이지.”
생각해보면 용용이도 불쌍한 표정 짓는 게 일품이긴 하다. 원래 불쌍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것도 연기는 아니겠지?
[날 왜 보는데?]그냥.
용용이를 일별한 나는 드라쿨레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해도 저렇게 거리를 둘 수 있는 기동력을 꺾어놔야 한다.
오랜만에 손맛을 질리도록 보겠군.
“계속 두들기다보면 부서지겠지.”
겸사겸사 포스 제련의 숙련도를 실전에서 끌어올릴 기회였다.
*
* *
갈라치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 언덕.
그곳에는 프란츠가 성녀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일곱 명의 초인이 자리했다. 얼마 전 드라쿨레아를 상대했던 초인들이다.
해리 칼슨도 함께 하려 했지만 최준호만 언급되면 발작을 일으켜서 올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초인들은 프란츠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랐다.
프란츠가 그들을 데리고 온 것은 수준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세계최강, 헤드 브레이커.
최준호는 최연소 초인이라는 것으로 그 강함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젊은 초인들이 드라쿨레아에 무모하게 달려들었던 것도 공명심도 있지만 최준호에 대한 질투심도 한 몫 했다.
그 혈기를 다스리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이다.
“봤느냐.”
“…….”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을 상대하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다. 자기 주제를 파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겠지.”
그들의 시선은 저 멀리 최준호와 드라쿨레아의 충돌에 고정되어 있었다.
제대로 식별하기 힘든 거리였지만 그곳에서 전해지는 충돌 파장은 가슴을 떨리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두 존재가 교차할 때 오가는 무수히 많은 충돌 하나하나가 일격필살의 위력이었다.
초인조차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가장 충격적인 건 그들을 어린 아이처럼 다루던 드라쿨레아가 일방적으로 공격을 허용하고 있었다.
“…….”
침묵하는 초인들을 일별한 프란츠도 전투 장소에 시선을 고정했다. 최근 노화가 극심해서인가. 그의 눈에도 전투 장면이 희끗하게 보일 정도였다. 아니, 이건 노화 때문이 아니라 그 정도로 먼 거리여서다.
두 존재의 충돌은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전조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드라쿨레아라면 시간만 충분히 주어졌을 때 충분히 유럽을 날려버리고도 남을 녀석이다. 그렇다면 그와 맞서는 최준호는.
‘괴물이로군. 어찌 인간이 저만한 무위를… 허허.’
당연히 플러스 플러스 단계 못지않은 괴물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후배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경고를 했지만 그 또한 드라쿨레아와 맞서는 최준호를 보면서 감각이 경고를 보내오는 걸 느꼈다.
만약 젊은 시절, 전성기에 최준호와 만났다면 자극을 받아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칼슨 그 녀석처럼 됐을지도 모르지.’
젊은 시절 혈기는 무모함을 내세우게 만들게 될 터였고 최준호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해리 칼슨처럼 비참한 신세가 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처음에 좋은 관계를 맺어놔서 천만다행이었다. 최준호의 위력은 평상시 자리에서도 대단하지만 직접 전투를 치르는 장면을 보니 차원이 달랐다.
그는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제어할 수 없는 폭탄이기도 했다.
과연 누가 저 괴물의 고삐를 쥘 수 있단 말인가.
프란츠는 성녀를 힐끔 보았다.
최준호의 요구를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균형이 무너지는군.”
팽팽하던 대결은 최준호의 우세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
* *
드라쿨레아를 만나기 전 천마갑귀를 만나서 다행이다.
두 마물 중 누가 더 까다롭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드라쿨레아다. 녀석은 천마갑귀보다 더 교활하며 전투에 능숙하고 유불리를 파악하는데 능했다. 그랬음에도 녀석은 천마갑귀 때처럼 내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완전회복이 사라지긴 했지만 직감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투뿔 마물의 공격 능력, 지능 수치 정도가 대략적으로 계량화되어서다.
무엇보다 포스 제련을 손에 넣으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가장 큰 변화였다.
키에에엑!
그럼에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나는 가죽이 갈가리 찢겨나가 피를 흘리는 드라쿨레아를 보면서 혀를 찼다.
포스 제련으로 투뿔 마물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치명상을 입히는 건 쉽지 않았다.
이것은 내 훈련이 모자라서다. 이번 전투가 끝내면 포스 제련을 좀 더 심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내 포스에 위력을 더하는 제련은 지금보다 더 강한 위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 생각이 지금 전투에 반영될 수는 없겠지.
부상이 크지만 녀석의 전의는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보다 더한 흉성을 드러내며 이젠 실시간으로 초음파를 쏘아내고 있었다.
[…인간!]그때 날 부르는 목소리.
응? 용용이 너냐?
용용이가 강하게 부인했고. 고개를 돌려보니 날 향해 살기를 드러내는 드라쿨레아가 있었다.
천마갑귀도 그렇더니 이 녀석도 대화가 가능했던 건가.
[인간, 네놈……!]“뭐라고 하건 살려줄 생각 없다.”
요즘 마물들이 영악해져서 자기가 불리하면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더라. 당연하게도 난 그걸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내용이었다.
[…녀석이 보낸 거냐!]응? 누가 보내? 용용아, 너도 들었냐?
[나도 못 알아들었어. 누구란 거지?]용용이 대답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하긴 하지만 그게 녀석을 봐줄 이유는 되지 못한다.
다만, 전투 내내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야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이상했다.
“일단 완전히 곤죽으로 만들어놓은 다음 대화하면 되겠지.”
말할 힘만 남아있으면 되니까.
난 지면을 박차고 드라쿨레아에게 달려들었다. 조각조각 잘려나가는 공기가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걸 느끼면서 손을 뻗었다.
비산하는 기뢰는 녀석을 속이기 위한 공격이다. 겉모습만 요란하고 위력은 떨어지는 기뢰를 피하기 위해 드라쿨레아는 날개를 휘둘렀고, 그 틈을 파고들어 복부에 기뢰를 퍼부어주었다.
캬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건 말건 거리를 허용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했다. 확실히 타격을 입었다. 아까 전만 해도 어떻게든 몸을 비틀고 반격을 가하던 녀석이 이제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뒤로 물러나기 급급했다.
‘다만 문제점은…….’
나는 두 눈을 번뜩이며 덮쳐오는 녀석의 공격을 옆으로 비켜서면서 피하고 불편한 자세에서 후려쳤다.
쾅!
별로 힘이 실린 공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태껏 잘 버티던 녀석이 밀려나더니 나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날개를 펼치고는 곧장 몸을 돌렸다. 자기가 불리한 걸 알고는 도망치는 것이다.
“쯧.”
내가 가장 우려하던 것이기도 했다. 마물이 기세등등해서 맞붙으면 상관이 없지만 약삭빠른 녀석은 불리하다 싶으면 도망치고, 난 그걸 쫓을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
만약 앙심을 품고 날 상대하지 않고 도시만 타격한다면?
현 인류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용용이가 없었다면 두 눈 뜨고 놓쳐버렸을 것이다.
“용용아.”
[알았어.]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는 녀석은 공간이동을 시전했고, 난 드라쿨레아 앞에 나타나서 머리를 후려쳤다.
케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흔들던 녀석은 도망치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허공을 박차고 몸을 고정한 나는 다시 한 번 공격하려 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녀석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어느새 저 멀리 가버린 드라쿨레아를 보다가 용용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대로 잡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또 이동할까?]“그래야 하긴 하는데.”
그런다고 드라쿨레아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용용이가 번번이 공간이동을 시전한다고 해도 버텨내고 도망치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확률이 높았다.
난 위성전화를 꺼내 부쿠레슈티에 머물고 있는 정부 관계자에게 드라쿨레아의 도주 소식을 알리고 녀석의 흔적을 쫓아달라고 주문했다.
저쪽에서도 쫓을 테니 설령 놓치더라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녀석도 생물이니 부상을 회복하려면 쉬려 하겠지.”
쉴 곳이라고 하면 자기 집일 테고.
[서식지를 덮치려고?]“그런 것도 있고.”
저 녀석이 내 공격을 허용하면서 도망치려고 하는 곳이 어디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게 했던 말.
전체를 듣진 못했지만 나더러 누군가가 보냈다고 말을 했다.
이것은 저 녀석이 갑자기 발생한 마물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 충돌이 벌어졌다는 걸 의미했다.
그 속에 깃든 의중을 가늠해볼 때 최소 투뿔 마물 이상의 존재가 관련이 되어 있다.
난 아직도 투뿔 마물이 자연발생하기에는 많이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생각해볼 때 드라쿨레아가 향하는 곳에는 녀석이 탄생하게 된 이유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거, 뒤를 쫓다 보면 추가로 수확을 거둘 수도 있겠는데?
그게 뭔지 확인해봐야지. 역시 용용이가 있으니까 든든하다.
용용이는 자기 앞에 열린 고생길에 비명을 질렀다. 신수가 고작 그 정도로 고생을 운운하기는. 인간하고 지내다 보니 인간 패치가 다 되었다.
“너도 궁금하잖냐.”
[그렇기는 한데…….]“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빨리 쫓아가자.”
[…알았어.]난 용용이의 도움을 받아 드라쿨레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