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아메드 국왕은 날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친근감을 드러냈다.
나시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내가 초인이 되기 전부터 나에 대해 주시해왔다고 말했던 것을. 그것이 이 사람의 안목과 관련되어 있는 건지 찍기 운이 좋은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응?”
공항에 나와 리야드 풍경을 본 나는 생경함을 느껴야만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는 중동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로,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답게 화려하다고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철저한 요새 도시였다.
한때 화려함의 상징이었던 고층 빌딩은 반쯤 반파된 걸 수리하여 비행 마물을 요격하는 요새로 바뀌었고, 도시 곳곳이 엄폐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조가 형성되었다.
일단 저 구조에서 낮은 단계 마물은 도시 중심으로 쉽게 접근할 수 없을 거다.
내가 도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으니 아메드 국왕이 말했다.
“모든 것은 살아남기 위해 바뀌는 법입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자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안주하길 바라더군요. 그 끝이 파멸이라는 걸 애써 부인한 채.”
마물의 침공이 극에 달했을 무렵, 리야드도 공격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어리석은 그의 형제들은 도시의 화려함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것은 더 큰 피해를 불러 일으켰다.
각성자를 양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마물의 숫자는 나날이 늘어났다.
보다 못한 아메드 국왕은 극약처방을 했고, 성공했다.
“살아남으려면 무슨 수든 다 써야만 합니다. 그것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렇군요.”
잔혹한 숙청을 일삼았다고 하던데 자기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걸까,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충격요법이었을까.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아메드 국왕이 상당한 실용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그러니 밑의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자기 자신을 단련했겠지. 원래 밑의 사람에게 시키려면 자신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궁전으로 향했다. 국왕이 머무는 곳이라고 해서 꽤 기대를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겉모습이 달랐다.
“왕궁도 마물의 침공을 받은 겁니까?”
“그렇습니다.”
당시 엄청나게 많은 왕족이 죽었다고 한다. 그날의 충격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형제들을 보면서 아메드는 국왕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왕궁 안으로 들어가니 한때 화려했던 모습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다. 막대한 유지비가 들어가야 할 시설들이 방치된 채 놓여있는 걸 보면서 아메드 국왕이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알 거 같았다.
겉만이 아닌 모든 부분이 마물을 상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군.
“편히 쉬십시오. 필요한 게 있으면 나시르에게 얼마든지 말해주시길.”
“그러죠.”
나는 화려함의 극치인 숙소를 둘러보며 묘한 느낌에 휩싸였다.
정작 자신의 왕궁은 검소하면서 손님 대접은 최선을 다한다. 일부러 의도한 건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러게.]용용이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맞장구를 친다.
숙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다시 만났다.
조금 전보다 한결 편해진 복장으로 날 맞이한 아메드 국왕응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왔다.
“다시 한번 와줘서 감사합니다. 내 친우여.”
“왕의 친구라니, 그 말이 좋긴 하지만 날 이곳까지 초대한 이유도 듣고 싶은데요.”
내가 곧장 본론에 들어갔음에도 아메드 국왕은 기분 나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역시 소문대로 직설적입니다.”
“100조에 대한 감사 인사는 이곳에 온 거로 충분히 한 거 같아서.”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날 부른 목적이 뭘까. 도시를 둘러보니 국왕에 대한 지지는 확고해 보였고, 이곳 리야드만 해도 적당히 안정된 느낌인데.
물론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면 욕심을 부릴 수 있겠지만 무리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고.
“헤드 브레이커, 그대를 초대한 것은 친구가 되고 싶어서입니다.”
친구? 실컷 친우라고 불러놓고 친구가 되고 싶다는 건가? 이게 그 썸이라는 건가? 이미 사귀고 있으면서 고백은 확인 과정이라는 그런 종류의?
내가 무슨 말인가 생각하는 사이 용용이는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쟤도 그럼 친구비 내는 거야? 빨리 내라고 해.]아직 친구도 아닌데 무슨 벌써 부터 친구비를 입금하라고 난리인 거냐.
“친구가 되고 싶다는 얘기는 처음 듣네요.”
신수에게서는 들었지만, 사람에게서 듣는 건 처음이다.
“하하, 마음속에 깊이 숨겨두고 있는 생각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아까 전에 말했던 건 반가운 나머지 그랬던 거고.”
웃음을 터뜨린 아메드 국왕은 나와 친구가 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제가 형제들을 몰아내고 국왕이 되면서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왕이라고 자처하는 이상 내 통치를 받는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 그 각오로 피나는 수련을 하고 초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나날이 마물은 강해지고 있고, 초인의 숫자는 부족했다.
본래 두루두루 교분 나누는 걸 좋아하던 아메드 국왕은 사우디아라비아로 강자들을 초대해서 그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왕의 사치스러운 취미처럼 보이지만 아메드 국왕에게 그건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그들과 같은 시야,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 때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대의를 보며 존경을 표하고 그들의 것을 가져와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정점에 있는 헤드 브레이커, 그대와 만남을 고대해왔습니다.”
“난 그런 거창한 대의 따위는 없는데요.”
“아닙니다. 그대의 대의는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크고 깊으며 나와 닮아 있습니다.”
내가?
금시초문이다.
하지만 아메드 국왕은 진지하게 말했다.
“악인을 가차 없이 벌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이 땅에서 오랫동안 해온 것과 일치합니다. 우리는 그걸 남용하여 악명을 쌓으며 대의가 변질되기도 했지만 가르침만은 옳고 확실합니다.”
아메드 국왕은 자신에게 어떤 오명이 씌워지더라도 이 땅의 형제들을 지키기 위해 손을 썼고, 그것이 가장 확실한 길임을 나를 보며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형제들을 살육하고 역대 국왕 중 가장 공고한 독재 체제를 구축한 국왕과 내가 닮았다라.
이거 칭찬 맞겠지?
[내가 볼 때는 네가 더 심한 거 같은데? 저 인간은 정상이야.]그 와중에 용용이는 내 편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고.
“이 만남의 자리만으로도 목적을 이뤘다고 할 수 있으나 세계최강이자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을 사냥한 초인의 고견을 듣고 강해지고 싶습니다.”
아메드 국왕은 그걸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확실히 결심이 공고해 보이기는 한다. 실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향적인 자세도 보기 좋아 보였고.
석유를 팔아 부를 쌓다가 몰락하는 졸부 이미지가 있었는데 역시 어디에나 괜찮은 사람은 있었다.
그리고 지도자가 올바른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가 이끄는 사회는 눈부신 속도로 발전할 수 있겠지.
국토의 90% 이상이 사막이라 그곳을 마물에 점령당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전히 존재감을 발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강해지려는 이유가 뭡니까?”
“사막의 악몽을 사냥하고 싶습니다.”
“사막의 악몽?”
“우리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은 마물의 이름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광대하게 펼쳐진 아라비안 사막엔 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있다.
이것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치명타를 입혔으며, 일부 사막 부족에게는 신으로 숭배되고 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그 신에게 잡아먹히는 것마저 신의 결정이라 생각하고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일 정도란다.
아메드 국왕이 치를 떨었다.
“그 마물만 없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몰락할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내 힘이 약해서 그들로부터 백성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내 힘이 좀 더 받쳐주었다면 되었을 것을…….”
사막의 악몽이 그렇게 대단한 마물인가 싶었는데 아메드 국왕은 국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막을 자기 영역처럼 활용하는 녀석이라 찾아내기도 힘들고, 설사 찾아내더라도 사냥에 적합한 환경으로 불러내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아라비안 사막 전체가 녀석의 영역인 것이다.
서식지 한 번 넓게 쓰는 녀석이로군.
아메드 국왕이 말하길, 사막의 악몽 사냥 난이도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강함의 측정조차 불가능하다는데 내가 볼 땐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사막에 끄집어내서 맨몸을 보게 되면 일개 마물에 불과하다. 머리를 터뜨리면 녀석도 죽을 수밖에 없고.
그런 녀석을 신으로 모시다니. 내가 들은 소리 중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다.
아무튼 아메드 국왕이 힘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은 알겠다.
더 강해져서 악몽이니 뭐니 하는 녀석을 사냥하고 싶은 거로군.
“친구여, 날 도와줄 수 있습니까?”
“처음 말이랑 다른 거 같은데요.”
“거절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대를 만난 것만으로 난 내 목적을 충족했습니다.”
기왕이면 한 번 찔러보는 거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왕이라서 그런가? 왜 부탁을 해도 비굴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지? 오히려 용용이보다 더 당당한 느낌이다.
[난 거기서 왜 나와.]그냥 비교군이 그렇다는 거다.
어차피 입에 발린 말은 믿지 않았기에 난 아메드 국왕의 요청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난 공짜로 도와주지 않는데요.”
“대가라면 얼마든지 지불 할 의향이 있습니다.”
“뭘 줄 수 있는데요?”
“뭐든! 특히 석유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아메드 국왕은 내게 석유에 있어서는 무제한으로 공급이 가능하다고 내게 말했다.
마물의 등장으로 친환경 에너지원이 등장했다고 하지만 석유는 여전히 인류 최고의 에너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석유 수입이 불가능에 가깝다 보니 고질적인 에너지 난에 시달리는 곳이다. 그나마 마물 사냥으로 숨을 돌렸지만 가능하다면 여전히 석유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다.
그나마 사우디아라바이가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정유 시설을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며 필사적으로 수호한 덕에 있다.
안전한 루트를 확보한다면 저렴한 값에 석유를 판매하겠다는데, 대통령이 들으면 좋아하겠는데?
물론 운반에 대한 걱정이 있겠지만 이번에 비행기를 타면서 해결방법을 찾았다.
정유 운반선에 용용이 발톱 하나씩 박아 넣기만 하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다.
이거 의외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돈도 될 거 같다.
[야! 갑자기 거기서 그게 왜 나와?]용용이가 기겁하면서 소리쳤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설마 신이라는 작자를 만나게 해준 걸 발톱 하나로 때우려고 한 건 아니겠지. 용용이가 그 정도로 경우 없는 신수는 아니니까.
어차피 발톱은 금방 자라잖아?
[아니, 갑자기 왜 그래. 발톱 뽑는 거 나도 아프단 말이야.]내가 아프지 않게 뽑아줄 테니 네가 제공해주는 걸로 하자.
잠깐 아픈 거로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 그걸 매몰차게 거절한다고?
[그런 말이 아닌데…….]아무튼 이것은 모든 일이 잘 풀렸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정유 운반선이 아직 있나 확인도 해야 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근심이라는 사막의 악몽이니 뭐니 하는 녀석도 처리해야 할 테니까.
솔직히 말해서 사막이 혹독한 환경이긴 하지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생각의 정리를 마친 난 아메드 국왕에게 말했다.
“도와드리죠.”
내 대답을 들은 아메드 국왕의 표정이 환해졌다.
“오! 역시 당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친구이자 은인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물 하나 사냥하는 거로 그렇게 들을 말은 아닙니다.”
이들에게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신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아니다.
그럼 준비를 해야겠다.
“훈련실로 가시죠.”
“예?”
아메드 국왕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다.
설마 내가 사냥해줄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렇다면 착각한 거다. 내가 도와주겠다는 건 나 혼자 준비해서 떠 먹여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난 물고기를 잡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그 과정에서 바다에 빠져 죽거나 물고기한테 찔려죽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누구나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성공하면 마물을 잡는 거고 실패하면 밥이 되는 거고.
직접 잡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그것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아메드 국왕은 그제야 내 말을 이해한 눈치였다.
“설마…….”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죠.”
초인들을 초대해서 고상하게 대화를 주고받고 그들의 삶을 엿보느니 뭐니 하는 것보다 강해지는 지름길은 치고받고 하는 것이다.
딱 보니 그동안 열심히 훈련을 해 온 게 보여서 굴리기도 좋아 보였고.
저 잘 단련된 육체는 얼마나 버티다가 비명을 지를까.
당장 두들겨 보고 싶었다.
난 아메드 국왕과 눈을 마주하며 웃어 보였다.
“저만 믿으시죠. 원래 친구는 서로 믿는 겁니다.”
[그런 거였어?]경악하는 용용이는 여태까지 그게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용용이를 믿고 있지 않았으니 서로 쌤쌤이다.
근데 내가 믿지 않아도 상대는 날 믿을 수도 있는 거니까.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강해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