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최준호의 지도 이야기에 아메드는 잔뜩 상기되었다. 처음 공무원 헌터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인물이었다.
소극적이고 불의를 넘어가기 좋을 위치에서 자기 소신을 지킨 인물. 그가 거둔 성과는 범상치 않았고, 각성자를 상대한 것은 하나의 충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이 되고 세계최강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아메드는 그가 거둔 성과를 보면서 그보다 더 빛나는 초인을 본 적이 없다 생각했다.
“세계최강 초인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군.”
“그가 국왕 전하를 좋게 본 것이 분명합니다.”
나시르의 말에 아메드는 미소지었다.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이지만 한 사람의 초인으로서 세계최강인 최준호의 인정은 특별했다.
“다행이야. 왕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오히려 국왕 전하가 불편하셨을까 걱정했습니다. 헤드 브레이커가 지나치게 편히 대하던데 괜찮으셨는지?”
“물론. 그는 그럴 자격이 있다.”
마물의 위협에 시달리는 인류에게 최준호의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럽을 멸망시킬 거라던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마저 그의 손에 쓰러지지 않았던가.
아메드는 그의 자취를 쫓아 그와 비견되는 힘을 손에 넣고 싶었다.
그래서 무수히 많은 초인들을 초대하고 그들과 교류하였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차근차근 성장하여 그에 준하는, 비견되는 초인이 될 거라 생각했다.
“최대한 배우도록 하지.”
“전하시라면 헤드 브레이커의 모든 걸 가져오실 수 있을 겁니다.”
입에 발린 말인 걸 알지만 아메드에게는 힘이 되는 말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재능으로 평가받아왔고, 그만한 발전을 성과로 보여줬다. 자신이 국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도 이 힘이 있어서다.
국왕 전용 훈련실에 들어간 아메드는 최준호와 마주했다. 호위가 따라오겠다고 했지만 아메드가 거절했다. 최준호가 마음을 먹는다면 그들을 제거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한 번 호의를 보여줬다면 그것에 이유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 호의의 순수함이야말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원동력이라 생각했다.
훈련실 안에 있는 최준호는 아무런 기세가 느껴지지 않음에도 전신을 압박하는 위압감이 발산되었다.
그건 마치 최준호라는 종이 발산하는 고유의 기세 같았다. 이미 여러 초인의 지도를 받아본 적 있는 아메드는 최준호의 방식이 어떨지 기대감이 커지는 걸 느꼈다.
가볍게 몸을 풀던 와중, 최준호가 물었다.
“사막의 악몽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평가됩니까?”
“플러스 플러스 단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아니라면?”
“투뿔 단계는 본격적인 지능을 갖춥니다. 그 단계에 도달했다면 녀석은 사막에 머물지 않고 본격적으로 도시를 멸망시키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을 겁니다.”
사막의 악몽은 비단 사우디아라비아만 공포로 몰아넣은 마물이 아니다.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예멘 모두 사막의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나마 영토가 작은 곳은 전력을 집중해서 막아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영토가 넓은 곳은 여러 곳을 사수하느라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아메드를 비롯한 중동 국가에서는 사막의 악몽을 비공식 플러스 플러스 단계로 보았다.
그런데 플러스 플러스 단계가 아니라고?
“그 단계가 아니라면.”
“플러스 단계로 보이네요. 그리고 그 단계 마물 사냥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허어.”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었다. 그렇게 강한 마물이 플러스 단계라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아직 플러스 단계 마물이 등장한 적은 없다. 하지만 유해 8단계를 사냥해본 입장에서 플러스 단계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론을 하고 싶었지만 여태까지 나타난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들의 행동을 보면 최준호의 말이 옳을 확률이 높았다.
“사막이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점이 마물의 강함을 과대평가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한 번이라도 녀석을 끝까지 쫓은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최준호의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자신은 겉모습만 보고 피하고 두려워했던 것인가. 마물을 사냥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끄러웠다.
“한 번 실력을 보죠.”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부끄러움도 잠시, 아메드는 전신의 감각이 올올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제 지도 방식은 강함을 몸에 새겨 넣는 것입니다.”
“몸에?”
“정신 바짝 차리고 막아보십시오.”
“그게 무슨…….”
하지만 말을 끝맺지 못했다. 눈앞에 별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강렬한 통증이 몸에 번져갔던 것이다.
아메드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몸을 굴렀다. 번쩍! 빛이 일어나면서 훈련실 바닥이 갈라졌다. 조금만 늦었어도 몸이 두 동강 났을 것이다.
가까스로 공격을 피했지만 반격을 가할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다시 쓰러졌고,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뒹굴어야 했다.
각성자가 된 이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현상이다. 순식간에 숨이 가빠오는 걸 느끼며 손을 뻗었다. 처음 시도한 반격이었지만 포스가 앞으로 뻗어 나가기도 전에 최준호의 손에 산산조각 났다.
오히려 그 앞으로 최준호가 나타났다.
“역시.”
가볍게 혀를 찬 뒤 손을 뻗자 기뢰에 적중되어 팔이 부러진 아메드가 고통스러워하며 뒤로 물러났다. 최준호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최준호의 공격은 마치 유령 같았다. 인간의 허용된 움직임을 뛰어넘어 자신의 빈틈을 가차 없이 파고들었다. 막아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모습만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자신이 이렇게 무력했단 말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최준호의 공격에 번번이 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아메드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어진 말도 충격적이었다.
“역시 제대로 된 강함이 아니네요. 패션 초인입니까.”
“패션 초인…….”
모욕감을 느낀 아메드의 표정이 구겨졌다.
*
* *
초인의 강함은 말 그대로 주관적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초인이라 칭해질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수준이 받쳐주지 않는 초인도 무수히 많다.
아메드 국왕이 바로 거기에 속했다. 타고난 재능으로 실력을 쌓아왔고, 그 힘의 총량을 볼 때 충분히 초인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실전 경험과 자기 힘을 활용하는 방법이 미숙했다. 다른 초인과 맞붙으면 처음엔 대등할 수 있어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사냥 경험도 많지 않을 것이다.
빌런 체포도, 마물 사냥도 제대로 못하는 초인.
난 이런 초인들을 패션 초인이라고 한다.
불만이면 자기 실력을 증명해보던가. 하지만 결과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기절이었다. 이러니 사막의 악몽이니 하면서 벌벌 떤 거겠지.
난 아메드 국왕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했다.
“흠, 이런 상태로는 사냥 못하겠는데.”
“아니, 그 말은 납득 할 수 없습니다.”
아메드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왕족으로서 자존심인가?
마물 사냥하고 빌런 체포할 때 그런 건 다 쓸모 없지만 열심히 훈련할 동력으로는 충분하다.
“다들 내가 왕족이라고 해서 사정을 봐주고 있던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해온 것은 진심입니다.”
마물 사냥을 향한 의지도, 더 강해지고자 하는 의지도 모두 진실이라고 말했다.
두 눈 가득 채운 것은 강렬한 의지였다.
왕의 소꿉놀이는 아니라는 거로군.
“날 도와주십시오, 친우여.”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겠습니다.”
사람 개조는 내 전문분야기는 하니까. 아메드의 의지를 들어주기로 했다.
[근데 많이 호의적인데?]용용이 눈에는 그렇게 보였나보다.
아니, 그걸 부인할 필요는 없겠다.
내가 아메드 국왕의 바람을 들어주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게 먼저 호의를 베풀어서다. 그리고 기름을 저렴하게 팔기로 했으니 용용이 발톱을 뽑아서 시도해보기 딱 좋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유럽의 정세를 파악하기도 좋다.
[진짜 내 발톱 뽑아가려고?]내가 위대한 신수의 발톱을 어떻게 뽑아가겠냐.
그저 날 좋아하는 착한 친구인 신수가 ‘자발적’으로 주는 거지.
[아오.]용용이 태도를 보면 발톱 얻어내는 건 쉬운 일이겠군.
아무튼 내가 아메드를 호의적으로 대하는 건, 인간적으로도, 내 개인의 이익으로도 도움이 되어서다.
내 신경도 거스르지 않으려고 하는데 적대할 이유가 없지.
“지금부터 패션 초인으로 가진 나쁜 것들을 버리는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살아남으십시오. 살아남게 되면 안 좋은 버릇은 다 사라져 있을 겁니다.”
물론 나도 죽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는 불안감이 스치는 아메드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
* *
“으음.”
끔찍한 악몽이었다. 아메드는 신음하면서 자신이 겪은 것들을 떠올렸다.
왕족으로, 국왕으로 실력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준호의 지도 대련에서 왜 그렇게 말을 한 건지 알게 되었다.
자신이 쌓아온 것들은 거짓이다. 스스로 괜찮은 초인이라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허망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패션 초인이라.
그 단어가 주는 파괴력은 실로 강렬했다.
나시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국왕 전하! 괜찮으십니까?”
“괜찮을 리가 없지.”
“최준호 초인이 너무 심했습니다.”
“심한 건가.”
“예, 심했습니다. 이런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괜찮은 방법이…….”
“아니.”
아메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최준호가 이렇게 충격을 주지 않았다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철저하게 실력으로 각인되었기에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은 약하다. 그것은 최준호가 볼 때 한낱 미물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니 불필요하고 나쁜 것을 버려야 했다. 최준호는 은혜를 베풀었다.
나시르는 훈련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포기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럴 수는 없지.”
포기할 마음이 들다가도 나시르의 말을 듣고 아메드는 결심을 다졌다.
부족하다고, 두렵다고 포기해서는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가르침을 베푼 최준호도 그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헤드 브레이커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의 사냥 방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난 그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그 결연함과 고귀함에 나시르의 얼굴에 감동이 차올랐다.
“국왕 전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습니다!”
“믿어라.”
최측근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성공했지만 솔직히 아메드는 팔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생존본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몸에 직접 주입하는 최준호의 교육방식은 지옥 그 자체였다. 그와 함께 다니던 초인 버서커가 단기간에 왜 저렇게 성장한 건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건가.’
단지 옆에 오래 있는 것만으로도 버서커란 괴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빌런 출신이다가 실력이 는 초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최준호가 봐주기로 한 일주일이란 기간이 영겁처럼 느껴지는데 말이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아메드에게 그런 의미였다. 다만 분명한 건 하루가 지날 때마다 실력 발전하는 속도가 체감될 정도로 빨랐다는 점이다.
최준호의 무지막지한 손속을 피해 이리저리 구르다보면 ‘실력 주입’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조금 더 기간이 있었다면 확실했을 텐데, 아쉽네요.”
“으, 으음.”
“왜 그러시는지?”
“이 정도도 충분합니다.”
“그래요? 저는 좀 아쉽던데.”
절로 식은땀이 나오는 말이었다. 특히 시간을 더 내어야 할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말리고 나설 뻔했다.
“그래도 기본 실력이 충분해서 나쁜 버릇이 다시 나오지 않으면 플러스 단계 마물도 사냥할 수 있을 겁니다.”
“스승이 훌륭하니 이 정도는 당연히 해낼 수 있습니다.”
나쁜 버릇이 나오다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다.
다짐하는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결연하기까지 했다.
“악몽을 끝내러 가보시죠.”
아메드는 국왕으로서 최대 치적을 위해 정예 각성자들을 이끌고 사막으로 향했다.
본래 마물 사냥에 나서기 위한 규모보다 현저히 작은 규모였는데, 그 이유는 최준호의 조언에 기인했다.
최소 레벨 6 각성자들 위주로 구성해야 제 몫을 한다는 말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아메드는 사냥할 자신이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최준호의 지도를 받은 직후였다. 그가 가능하다고 한 만큼 플러스 단계인 사막의 악몽은 끝을 고할 수박에 없을 것이다.
아메드는 사냥에 데리고 온 각성자들을 둘러보았다. 숫자는 서른 명. 레벨 7과 6인 그들인 그들은 사우디아라바이의 모든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물로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국가와 가족을 위해 기꺼이 남아준 이들이다.
사막의 악몽을 사냥하고 다시 한 번 옛 영광을 되찾으리라.
“모두 들어라!”
시선이 모여든다. 아메드는 듬직한 수하들을 둘러본 뒤 소리쳤다.
“그동안 우리는 저 마물을 두려워하며 저것을 신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로 여겼다.”
당장 그부터 사막의 악몽을 극복할 수 없는 재앙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막에 살아가던 몇몇 부족은 사막의 악몽의 습격이 신의 계시라 생각하고 순순히 자신의 운명에 순응했다.
대적할 수 없는 상대니까. 매 순간 두려움에 휩싸여 살아가는 것보다 포기하고 순응하는 게 더 편했다.
하지만 그것은 신의 계시도, 가르침도 아니다. 그저 대적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모든 걸 놓아버린 자포자기에 지나지 않았다.
“세상에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 저 중국과 유럽에 나타난 것을 보라! 세상 사람들 모두 마물로 인해 세계가 멸망할 거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사냥 성공이었다.
인류의 힘으로 도저히 대적할 수 없다던 마물을 사냥했다.
그 광경은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했다.
“그 주인공이 내 친우이며 내게 힘을 줬다. 내 친우는 우리의 힘으로 사막의 악몽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그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단지 최준호가 말만 했다는 것으로, 사막의 악몽을 사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황된 자신감이 아닌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힘과 최준호의 지도에 기인한 것이다.
아메드는 손에 쥔 칼을 들며 소리쳤다.
“오늘 사막의 악몽은 끝날 것이다!”
와아아아!
숫자는 적지만 우레와 같은 함성이 사막을 뒤흔들었다.
*
* *
아메드가 이끄는 사냥팀은 본격적으로 사막의 악몽을 찾아 나섰다.
넓다는 말보다 광활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아라비아 사막이지만 그들의 영토이자 터전인 이곳은 앞마당처럼 훤하게 꿰고 있었다.
그들은 능숙하게 사막에 진입하여 수색에 들어갔다.
옆으로 다가온 최준호가 물었다.
“사막의 악몽은 이 사막을 자기 집으로 삼은 겁니까?”
“이 사막 전체가 녀석의 영토이자 놀이터이며, 사냥터지.”
“사냥터라.”
“사막의 악몽은 우리뿐만 아니라 사막에 접한 모든 곳에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단지 아라비아 사막이 영토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큰 피해자였을 뿐이다.
“사냥터 독식이라.”
최준호의 표정은 꽤 심각했다.
이상한 점을 느낀 아메드가 물었다.
“이상한 점이라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뒤로 최준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수색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흔적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고 그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막의 악몽이 만들어낸 흔적이 드러났다.
한때 유목민이 거주하고 있었을 곳은 모래에 파묻혀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었다. 곳곳에 튄 핏자국에서 비명 소리가 전해지는 듯했다.
아메드가 이를 꽉 물었다.
“조금만 빨랐다면…….”
그때,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나타났습니다!”
그 말에 긴장감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메드는 장비를 챙겨 들고 앞으로 나갔다.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지만 식은땀이 손안에 맺히고 있었다. 그 옆으로 다가온 최준호가 말했다.
“훈련해온 그대로 하면 됩니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적입니다.”
긴장으로 경직되어 있던 아메드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내 상태를 잘 아는 건 친우밖에 없군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침내 가장 앞에 나선 아메드의 얼굴에 적당한 긴장감과 자신감이 공존했다. 마물을 상대하기에 앞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다른 상대도 아닌 사막의 악몽을 상대하는데 말이다. 진짜 해볼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 멀리 마물의 존재감이 조금씩 커져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약하던 것이 눈덩이 굴러가듯 순식간에 확대되어 사막을 뒤덮었다.
쏴아아아!
“모두 숙여!”
사막의 모래가 갈라지며 비처럼 쏟아졌다. 이를 꽉 문 아메드가 방패를 휘두르며 모래 폭풍을 막아냈다.
그 틈으로 드러난 거대한 체구.
그것이 사막의 악몽임을 알아차린 아메드가 앞장 서서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쩌엉!
모래 사이로 튀어나온 것을 튕겨내며 거의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을 베지 못한 채 튕겨 나가고 말았다.
“큭!”
충격에 뒤로 밀려난 아메드는 이를 악물고 재차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모래들을 헤쳐나가며 사막의 악몽의 몸체를 베어내려고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세계최강 초인의 말이다. 자신이 사냥할 수 있다고 했으니 실행에 옮길 뿐이다.
전열을 재정비한 부하들의 도움을 받아 아메드는 사막의 악몽과 여러 차례 부딪쳤다. 공격으로 사막의 악몽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지만 공방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해졌다.
아메드가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전진하려 할 때였다.
“잠깐.”
뒤에서 지켜보던 최준호가 막아섰다.
의아함이 담긴 시선이 그에게 쏟아졌다.
“착각했네요.”
“무슨 말입니까?”
“저거 사냥하기 힘들 겁니다.”
최준호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저 녀석, 투뿔이 되기 직전이네요.”
“……!”
아메드는 물론이고 모여 있던 각성자들이 경악했다.
지금 자신들이 상대한 사막의 악몽이 플러스 플러스 단계였다고?
“제가 처리하고 오죠.”
그 말을 남긴 최준호가 모래 폭풍을 헤치고 안으로 진입했다.
곧이어 사막을 뒤덮은 요란한 굉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벌어졌던 전투가 어린아이 소꿉장난이었다면 지금은 모든 전력을 동원한 총력전이었다.
자리에 남게 된 아메드와 부하들은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었다.
“어, 음.”
기껏 부하들에게 연설하고 결연한 기세를 발산하던 아메드는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우리는 물러난다.”
전투가 벌어진 곳에서 멀어지는 그들을 감싼 분위기는 무척 어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