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음, 아무래도 아메드 국왕과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 사실인가보다.
잠깐 TV를 본 것임에도 그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아라비아 반도를 수십 년 동안 괴롭히던 사막의 악몽을 처리한 것은 오히려 별로 화제가 되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막대한 양의 석유가 들어오게 되면 일어날 변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내 예상보다 석유의 가치가 큰가보군. 난리가 난 걸 보면.
“신성 길드에서도 얘기가 많이 나올 정도던데?”
“석유로?”
“응.”
헌터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질 정돈가?
“우리나라는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잖아.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던 거고. 그 활로가 오빠 덕분에 트인 거지. 삶의 퀄리티가 바뀌는 거니까.”
윤희가 말하길, 석유가 수입되면 대한민국이 고질적으로 겪던 에너지 난이 해결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수용하지 못하던 난민들을 대거 도시로 끌어들일 수 있고, 손 놓을 수밖에 없던 각종 분야 활성화가 가능하다.
국가 기능을 단번에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물의 심장으로 에너지를 대체한다고 하지만 헌터가 목숨을 걸고 획득한 것을 예전 논리로 분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난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윤희를 보다가 말했다.
“네가 언제부터 이 분야에 빠삭했냐?”
“나? 당연히 귀동냥 해서 들은 정보야.”
“네가 생각한 건 있고?”
“당연히 없지! 내가 그 분야에 뭘 알겠냐.”
“…….”
그 당당한 태도에 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와, 속이 시원해.]눈치 없이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용용이 녀석은 황당하기 그지없었고.
아무튼 TV에서 석유가 들어온 뒤 장밋빛 전망에 대해 떠들고 있는데 난 의아함을 느꼈다.
저 머나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곳까지 석유가 안전하게 운반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것부터 먼저 논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오빠가 어떻게든 가져올 거라 생각하겠지.”
“그렇게 속 편한 결말이라고?”
“그럼 방법도 생각하지 않고 석유를 받아오겠다고 했어? 아니잖아. 남들이 모르는 방법이 있으니까 받겠다고 한 거잖아.”
“그렇기는 한데…….”
“그럼 뭐가 문젠데? 가져오면 되지.”
나름 신수의 발톱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동원하는 건데 남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문제라니.
할 말이 없군.
*
* *
청와대 방문할 시간이 되어 청와대에 도착한 나는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 것을 확인했다.
기자들이 몇 배 이상 모여든 것은 물론, 좀처럼 보기 힘들던 부티 나는 차량이 연이어 안을 드나드는 게 보였다.
무슨 행사라도 있는 건가? 오늘은 간단하게 유럽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있던 일을 보고하고 끝인 걸로 아는데. 청와대에서 행사가 있다면 대통령이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리가 없다.
이에 대한 의문을 풀어준 것은 천명국이었다.
“행사가 아니고 초인님의 석유와 관련된 내용 때문입니다.”
“아직 실물도 없는데 벌써요?”
“그 전에 움직여야 자기들 몫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지요.”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메드 국왕이 내게 보낸 극찬과 석유 수출을 암시하는 내용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문할 때 온 나라 유력자들이 모여들었다고.
지금은 그 위상까지는 아니지만 석유가 다시 보급되면 빠르게 원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석유 관련 사업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가장 높은 곳으로 끌어 올려줄 수 있습니다. 벌써 타 국가에서 석유를 수입할 수 있는지 문의가 오고 있는 중입니다.”
아니, 수입하는 게 우리인데 왜 우리한테서 수입하고 나선다는 건지.
당장 우리가 쓸 양도 확보가 되지 않았는데.
“몇 배의 가격을 줘서라도 확보할 수 있다면 확보하는 게 이득이라서 그렇습니다.”
천명국은 원가에서 가깝게 판매하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말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된 게 없는데 김칫국들을 거하게들 마시고 있군.
“혹시 그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지?”
“아직 정해둔 건 없습니다. 차차 얘기를 해야죠.”
“아, 다행입니다. 초인님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보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합니다.”
대통령의 입장이라는 것도 있을 테고, 천명국이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도 체크를 해야 되니까. 그리고 모든 사안을 고려해서 내 주변 사람들과 논의 후에 이익인 방향을 정해두면 된다.
난 석유로 크게 돈을 벌기보다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듣기로는 돈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게 많단다.
일단 정부 입장도 들어봐야겠지.
그렇게 대통령을 만나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공손한 태도로 내게 자리를 권했다.
“아이고, 초인님. 어서 오십시오. 여기 앉으시지요.”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대한민국에 석유를 가져다줄 구세주에게 이런 대우를 해드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허허.”
“적응이 되지 않는데요.”
“그런가? 오랜만에 예전을 떠올리면서 최대한 친절하게 한 건데 말이지.”
내 무미건조한 반응에 대통령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태도가 휙휙 바뀌니 적응하기 쉽지 않군.
나는 먼저 유럽에서 드라쿨레아를 사냥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유럽 연합에 있던 알력에 대해 설명하자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국가의 연합이다 보니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지. 프란츠 경의 공이 워낙 크다 보니 독일의 위상이 커졌고. 그걸 지켜보는 영국과 프랑스의 눈길이 곱지 않았던 게 사실이네.”
게다가 프란츠의 위상을 넘고 싶어 하는 유럽 내 초인들이 많다고 한다.
마물의 위협에서는 힘을 합치지만 그 외에는 서로 적대하고 견제한다는 거로군. 역시 국가가 여러 개면 힘을 합치는 게 쉽지 않겠다 싶었다.
하지만 옛 EU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측과, 마물의 위협에 대항해 자립할 수 없는 국가, 해외에 영향력을 투사하고 싶어하는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있어 체제가 붕괴할 이유는 없다고 한다.
프란츠는 자신으로 인해 갈등이 불거지는 걸 원치 않았기에 물러나는 걸 선택했고.
권력이라는 걸 놓으면 바로 끈 떨어지는 신세가 되는 건데 프란츠 영감이 나이브했다는 게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사우디에서는 어땠나?”
“왜인지 모르지만 제게 호감을 드러내더군요.”
“자네에게 호감을 갖는 게 뭐가 어때서?”
“제가 누군가에게 친해지고 싶은 대상이 될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건 착각이지. 원래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다른 것도 있고. 외부에서 볼 때 자네는 무척 친해지고 싶은 상대지.”
응? 뭔가 말이 이상한 느낌인데?
[한 방 먹인 거 아냐?]나도 용용이도 잠깐 헷갈려하는데, 대통령이 날 재촉했다.
“그 마물을 사냥한 과정을 알려주게.”
“아, 예. 사막의 악몽이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대통령은 나와 함께 간 사람들의 보고를 받았을 것임에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었다.
아메드 국왕과 친해진 것과 사막의 악몽을 사냥해서 사체를 준 것, 그리고 마물 하나가 사냥터를 독식했을 때 발생하는 일을 설명하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앞으로 마물 관측에 더 신경을 써야겠군.”
“생존경쟁에서 강자 독식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말은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이 나타나는 빈도가 늘어날 거란 것일 테고.”
“아직 시기상조지만 가능성이 있습니다.”
“허허. 이건 아무래도 다른 국가들과 정보를 공유해야겠군.”
대통령은 투뿔 마물의 등장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리고 이것을 세계 모든 국가와 공유해서 최대한 가능성을 떨어뜨릴 거라고 하던데.
음, 나한테는 안 좋은 걸 수도? 이러다 투뿔 손맛을 못 보게 될 수도 있겠다.
“우선 자네의 활약으로 석유 수입의 길이 열렸다고 들었네. 따로 생각하고 있는 구상이라도 있나?”
“그전에 석유를 운반할 배가 있는지?”
“있긴 있지. 하지만 몇 대 없네.”
그 이유는 마물의 준동 당시 해양 마물의 습격을 받아 침몰한 게 상당했고, 이후 석유 수입 경로가 끊기면서 정유 운반선의 활용도가 폭락, 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사라진 게 결정적이었다.
결국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돈이다. 철저하게 관리되었던 정유 운반선도 가치가 사라지면서 순위가 한참 뒤로 밀렸다고 한다.
“있긴 하다는 거네요.”
“그렇지.”
“그리고 원하는 양을 맞추려면 새로 건조해야 하고요.”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겠다 싶었다. 낡은 정유 운반선을 사용한다고 해도 차차 새로운 배들로 대체를 해야 할 테고.
“그런데 가장 문제는 사우디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느냐인데.”
“방법이 있습니다.”
“정말인가?”
“이번에 루마니아 갈 때와 같은 방법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문제점은 내가 없는 곳에서도 그게 발동할 수 있는 건지 확인이 필요했다.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는데도 대통령과 천명국의 표정이 편해졌다.
아니, 보통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의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동안 자네가 보여준 걸 생각하면 믿어야지.”
“믿지 마시죠.”
“믿겠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신용 넘치는 사람이 되었지?
그러거나 말거나 대통령은 싱글벙글이었다.
“허허,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는데 해결이 되다니. 사실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지. 근데 가능하다니.”
대통령의 눈이 아련해졌다. 오늘 석유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확인하는 듯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나라 전체가 들썩이는 기분이로군.
“근데 제가 이쪽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추천을 받을 수 있을까요?”
마물이 등장한 지 수십 년. 그동안 석유와 관련된 전문가는 씨가 마른 상태였다.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만큼 정부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쓸 생각이다.
대통령의 눈이 반짝였다.
“정부에 맡겨줄 생각인가?”
“아무래도 이쪽에 전문적인 사람을 써야 할 거 같아서요. 정부하고 관계를 신경 쓸 수 있으면 더더욱 좋고. 근데 있을까요?”
“있다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때 실무를 보던 사람들은 남아있지. 원한다면 바로 인사 검증 후 추천해주겠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할 일이지.”
입 꼬리가 내려올 줄 모르는 대통령의 모습에 흐름이 좀 빠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이 빨리 추진되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정유 운반선을 수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를 싣고 와야 모든 게 선명해지지 않을까.
내가 석유로 돈을 벌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이권을 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추천도 받겠다고만 했지 그걸 확정한 건 없으니 모든 건 내 눈으로 보고 직감으로 판단한 뒤에 결정을 내릴 것이다.
“최대한 신경 쓰겠네.”
“예.”
그래도 대통령의 추천이면 믿을 수 있다.
*
* *
대통령과 협상은 기본적으로 서로 신뢰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대통령도, 나도 일을 진행할 때 최선을 다하겠거니 생각한다.
여태까지 보여준 것이 믿음으로 작용하는 거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석유에 대해 가진 환상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청와대를 방문하여 석유 수입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는 것이 세인들의 상상력이 덧붙어 내가 정부에 전적으로 맡겼다는 식으로 되더니, 한국 석유 공사를 부활시킬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급기야 여당과 야당에서 추천을 받을 거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건 무슨 소리야?
“간을 보는 거네요.”
이세희가 내게 말했다. 나한테 간을 볼 수 없으니 정부를 상대로 여야 가리지 않고 찔러보는 중이라고 한다.
“석유가 만들어낼 수 있는 생태계는 무궁무진해요. 그러니 보고 지나칠 수 없는 거죠.”
만약 정부 지분이 생긴다면 정권을 잡았을 때 꽂아 넣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겨나게 된다. 그것은 정치에 있어 수를 늘릴 수 있는 힘이 되는 거고, 각종 이권과 연계된다.
떡 줄 사람 생각도 안 하는데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연주까지 다 하는 거였군.
이런 눈꼴 사나운 행태는 별론데.
해달라고 하면 거절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 아니던가.
난 이세희를 보며 물었다.
“넌 어때?”
“저희요? 당연히 참여를 간절히 원해요. 다만 걱정되는 게 있어요.”
“뭔데?”
“신성그룹을 향한 특혜 의혹이요. 빅뱅 시리즈 이후로 견제가 심해졌거든요.”
그것 때문이라도 자중할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한다.
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잘하는 곳을 계속 잘하게 해주는 게 좋은 거 아닌가.
내가 여러 곳과 일을 해본 건 아니지만 신성그룹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면서 일 처리도 뛰어난 곳이다. 잘하는 곳에 일을 계속 맡기는 게 특혜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군.
“그런 거 신경 쓸 거 없어. 어차피 나도 정부에 전문가를 추천받고 진행할 거니 신성그룹도 참여해줘.”
“그래도 되나요?”
“누군지도 모를 어중이떠중이들이 저렇게 날뛰는 것보다 같이 호흡을 맞춘 파트너가 나서주는 게 낫지.”
“네, 그럼 준비할게요.”
환해진 이세희의 얼굴을 보니 어지간히 참여하고 싶었나보다.
급할이유는 없겠지만 이걸로 이리저리 떠들 테니 한 번 기자들과 얘기를 해봐야겠다.
손을 써도 그 후에 써야겠지.
“역시 발전했어.”
[뭐가?]“방금 못 들었냐? 원래 같으면 손부터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텐데 얘기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
[그 후에 손 쓸 거라며?]“유언은 들어주잖아?”
예전에는 이런 게 아예 없었다. 이것이 내가 발전한 이유였다.
[…….]하지만 용용이는 이런 내 말에 동조하지 않았다.
야박한 녀석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