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내가 정상이 되었다고 해도 짜증나는 건 짜증나는 거다.
자신들의 상상이 마치 상상인 것 마냥 떠들어대면 신경에 거슬릴 수밖에 없지.
이세희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주변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들리는 법이다.
애초에 내가 언제부터 신경끄고 지냈다고.
걸리적거리면 머리를 부숴버리거나 목을 비틀어서 침묵하게 만들었지.
그렇게 만들어버릴까?
아니다, 이런 충동을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게 내가 과거로 돌아온 목적이다. 명분을 쌓고 이유가 생기도록 기다려야 한다. 그걸 하지 못하면 내가 혈종과 다를 바가 뭔가.
[내가 볼 땐 비슷한데.]살포시 얹어지는 용용이 태클은 무시하자.
아무튼, 언론에서 저렇게 떠드는 것은 결국 이권이다. 석유가 가져다줄 부와 권력이 그들의 눈을 뒤집히게 만든 거겠지.
당연하지만 난 내 권리를 남에게 줄 생각이 없다. 내가 욕심이 없는 것과 별개로 남 좋은 일을 해주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보다 요즘 들어 내가 욕심이 없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따로 생각해볼 문제다.
난 돈에 대해 욕심이 크지 않을 뿐, 여러 부분에서 욕심이 생겨났다.
투뿔 마물과 신수를 상대할 수 있는 힘을 원하고 친숙하고 내 집 같은 대한민국에서 빌런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 내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런 것들이 있는데 욕심이 없다고 말하면 그건 위선이다. 난 위선을 떨 생각도 없고, 내게 대적하려는 자들이 날 대할 때 어떤 부분을 주의하고 조심해야 하는지 알고 나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 명 죽이고 겁을 주면 알아서 조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라서.
그렇다면 다른 부분으로 아예 엄두를 낼 생각이 없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중 하나가 석유를 활용한 방법이다.
그러던 차, 대통령이 선발한 인원을 내게 소개시켜주었다. 과거 한국석유공사에서 일한 능력자이며, 현재는 기재부에 소속된 유능한 관료라고 한다.
곧 은퇴를 앞둔 공무원이지만 잘 관리된 몸과 순백의 머리를 단정한 빗어넘긴 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김윤기라고 합니다. 초인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최준호입니다. 반갑습니다.”
난 김윤기와 악수를 나눈 뒤 곧장 본론에 들어갔다.
주된 내용은 당연하게도 정유 회사 설립에 관련된 내용이다.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내가 추구할 방향은 분명했다.
“따로 떼어둘 것 없이 모든 걸 아우르는 회사로 만들 생각입니다.”
“모든 걸, 말입니까?”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은 나눠줄 생각이 없습니다.”
가령 이런 것이다. 현재 정유 운반선은 제작되지 않고 있지만, 과거에 제작한 경험이 있는 회사는 존재한다. 이곳에 옛날 노하우가 남아있으니 굳이 손을 대지 않고 그곳에 수주를 줄 것이다.
하지만 석유를 운반해오고 그걸 보관하고 보급하는 것은 정부의 도움을 받으면 해낼 수 있는 것들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파이를 뺏는 건 할 필요가 없고, 다시 되살리는 것들을 내가 아니라 남에게 맡길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으음. 그러면 효율 면에서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김윤기가 말하는 효율이란 것은 이익을 말하는 것이다.
돈이라면 다 해결이 되겠군.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렇다면 상관없습니다.”
“실례지만 어떤 방향을 추구하실 건지?
“저는 이 회사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회사가 되길 바랍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익을 보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비슷한 말을 하고 있지만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 느낌이로군.
나는 대놓고 말했다.
“저는 이 회사가 대한민국의 한 축이 되길 바랍니다. 돈이 아닌 영향력으로.”
“어떤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석유를 사용하게 되면 다시 석유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때 여파는 강렬하다.
그런 만큼 내가 세울 회사의 영향력은 강해질 테고 그 영향력은 내 힘이 될 것이다.
“초인님이 생각하시는 영향력 확대에는 정치권과 협력은 없어 보입니다.”
“정치권 협력이 도움이 됩니까?”
“됩니다. 자리를 보장함으로써 정치권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걸로 정치권의 불필요한 공세를 차단이 가능합니다. 그 사이 확보된 힘은 초인님이 바라는 방향으로 투사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통령이 제대로 된 사람을 보내준 듯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고 그에 맞는 조언을 해주는 걸 보니 말이다.
정치권과 협력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뭐 내 눈에 거슬리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추천을 받아도 좋습니다. 대신, 그 사람의 능력이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당연히 그 부분도 주장할 것입니다.”
“꽤 어려운 주문인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오히려 사주의 요구사항이 명확하면 그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걸 말씀해주시면 회사의 이익에 연결시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읽고 그에 따라 움직여줄 수 있다라.
달콤한 말이다.
“혹시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능력을 보여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것도 줘야겠지.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하면 출세가 보장된 코스였습니다. 하지만 재수가 없던 나머지 마물이 등장하고 할 일이 사라지면서 갈가리 찢겨나가 공무원 조직에 흩어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김윤기는 자신이 추천받아 내 앞에 선 걸로 목적을 이뤘다고 했다.
“초인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면 그에 따른 부와 명예, 권력은 따라올 것입니다. 초인님의 의중에 따라 높은 자리에 오르고 그걸 유지하는 것이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이렇게 솔직한 게 낫다. 원하는 게 뭔지 분명하니 나도 그 부분을 충족시켜주면 되니. 세상에서 제일 믿지 못할 사람이 욕심이 없다는 사람이다.
만족스러운 만남이라 난 손을 내밀었다.
“죽을 짓만 하지 않으면 우리 관계는 오래 이어질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죽을 짓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 *
김윤기를 중심으로 회사를 설립 계획을 준비하면서 그 외 필요한 것은 신성그룹을 통하기로 했다.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정치권에 떡고물을 주기로 해서인가, 볼썽사납게 떠들던 것은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신성그룹을 가지고 난리였다.
아주 사방팔방에서 신성그룹 때리기에 나섰다.
근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세게 두들겨 맞는 거 같은데? 재계 서열 1위고, 신성공화국 소리가 나올 정도면 파워가 어마어마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에 대해 진세정은 간단하게 정리해줬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일 거예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네, 신성그룹은 BtoB가 아닌 BtoC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이미지도, 누군가를 공격하 기보다 두들겨 맞는 모습이 소비자에게 비춰지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빅뱅 시리즈로 대체할 수 없는 상품군을 확보했지만, 기업의 이미지는 좋을수록 좋은 법이다.
“그러면서 이익은 착실히 취하고 있죠. 실리는 놓지 않는 건데, 이게 진짜 무서운 점이라고 생각해요.”
하긴, 이제 곧 시작될 사우디아라비아와 거래에서 빅뱅 시리즈 수출이 포함된 만큼 신성그룹의 대박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나와 인연으로 자잘한 모든 것들까지 취하게 되었으니 부수입이 짭짤할 것이다.
두들겨 맞는 것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거겠지. 오히려 몰이 당하는 느낌이라 동정론이 생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초인님은 다르죠.”
“음, 진짜로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서 그런데.”
언론에서는 나와 신성그룹의 유착이라고 떠드는데 세상에 그런 게 아닌 건 뭐가 있겠으며, 내가 일을 같이한 경험으로 판단해서 일 잘하는 파트너에게 맡기겠다는 건데 말이다.
“정계는 초인님이 내민 먹이로 만족했지만, 재계는 아닌 거죠.”
“욕심들만 많아서는.”
“이 공세는 계속 이어질 확률이 높아요. 일종의 시위거든요.”
“들어줘야 합니까?”
“들어주고 싶으세요?”
“아니요.”
“모든 선택은 초인님이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그 처분에 다른 사람들은 순순히 따라야 하고요.”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재벌이라고 해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라고 한다.
말은 그랬지만 결국 내가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로군.
진세정과 이야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냄새를 맡고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벌떼처럼 다가왔다.
그리고는 오전에 신성그룹을 때렸던 내용 그대로 내게 질문을 해오기 시작했다.
주된 내용은 신성그룹에 특혜를 주는 것과 이세희와 관계 같은 것들이었다. 이야기가 발전해나가는 방향을 보면 내가 신성그룹하고 손을 잡고 대한민국을 먹어버리려 하는 거 같다.
큰 틀에서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손을 들자 기자들이 움찔하면서 한 발자국 물러난다. 누가 보면 한 대 치려는 건 줄 알겠다.
아, 생각해보니 기자를 친 적 있긴 하다. 근데 그건 옛날 일이니까 잊어버려도 되지 않나.
아무튼 난 기자들을 보며 물어봤다.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는 겁니까?”
“…….”
기자들 사이에 깔리는 침묵. 잠깐 동안 이어지다가 멀리서 항변하듯 말했다.
“그, 그럼 신성그룹만 특혜 주는 걸 인정하시는 겁니까?”
“언제부터 일 잘하는 곳에 일을 맡기는 게 특혜로 불리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말 그대로, 일을 잘하는 곳에 맡겼을 뿐이다. 일을 못 했으면 맡기지 않았을 테지.
이해가 되지 않는 시달림에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다.
“그리고.”
난 조금 더 근본적인 부분을 파고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을 해결하고 권리를 얻은 건 납니다. 내 권리를 내가 사용하겠다는데 왜 말이 나오는 겁니까?”
“…….”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군.
난 바로 앞에 있는 남자 기자를 가리켰다. 그는 내 지목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딸꾹질을 한다.
“소속이 어딥니까?”
“저, 전진일보입니다.”
난 전진일보가 낸 기사를 검색해봤다. 아주 화려함의 극치로군.
내가 전진일보 기사 본 걸 확인한 기자의 얼굴이 푸르죽죽해졌다.
“내가 얻은 권리를 왜 균등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까?”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궁금해서요. 난 잘하는 곳에 맡기겠다고 하는데 굳이 다른 곳에 맡기라는 이유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죄송합니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아무래도 원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면 되겠지.
난 기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기사를 낸 회사에 그런 주장을 한 이유를 물어보겠습니다. 날 설득할 논리가 있다면 그 주장대로 따르도록 하죠. 대신 그럴 답변을 보내지 못하면.”
음, 어떻게 한다?
기자가 기사를 낸 걸 가지고 마음에 안 든다고 목을 비틀어버릴 수는 없고.
아마 각자 이해관계가 있을 텐데 이 부분을 놓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일단 저들의 대답을 보면서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
“응?”
난 잠시 생각에 잠겼을 뿐인데 날 보는 기자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왜들 저러나.
“일단 대답을 기다리죠.”
진세정에게 말해서 질문지를 만들어달라고 해야겠군.
난 그렇게 말하고는 기자들을 지나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귀 떼처럼 달라붙던 기자들은 순순히 옆으로 비켜섰다.
[네 행동 때문에 그렇잖아.]기자들의 변화를 내가 이해하지 못한 기색이니 용용이가 한마디 했다.
내 행동이 뭐 어때서?
[거기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상상력 좋은 인간들이 어떤 상상을 하겠어?]그야 자기들 좋을 대로 상상을 하겠지.
이번에 왈가왈부한 걸 보면 전부 소설에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상상이 네가 했던 행동들하고 연결된다고 생각해봐.]그러니까 결국 자기들도 억지 부리고 있다는 걸 인정한다는 건가?
[그럼 인간들이 반성을 하겠어?]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로군.
하지만 자기들이 떠든 게 있으니 책임은 져야지.
원래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만큼만 떠들어야 하는 법이다.
언론사의 대답을 요청하기로 한 뒤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꽤 시달리기는 했지만, 해결 방향이 나오고 있어서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이런 복작복작함이 대한민국에 있는 맛이겠지.
그런데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만득이의 면담 요청이 들어왔다.
갑자기 왜 그러지?
급한 일이냐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란다.
그럼 만득이 개인적인 이유라는 건데.
심상 세계로 들어가기 전, 나는 만득이한테 면담 요청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니까 녀석이 말하길.
우웅!
유럽에서 자신이 보여준 실적에 대해 인센티브를 반영해달란다.
꽤 훌륭하긴 했지. 득을 보긴 봤다.
그러니까 지금 자기 공을 알아달라고 하는 건가? 그걸 가지고 나랑 협상하려고?
주장하는 만득이의 태도는 꽤 당당했다.
여태까지 볼 수 없던 기가 산 모습이다.
“…어이가 없네?”
난 녀석이 무슨 생각인가 머리를 열어볼 생각으로 심상 세계 안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많은 대화가 필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