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몰랐어? 멍멍이 고깝게 보는 사람들 엄청 많아.”
윤희의 말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반응이었다.
“멍멍이가 왜?”
“왜냐니, 딱 봐도 위협적이잖아.”
“귀엽다고 난리 아니었냐?”
“작을 땐 귀여웠지. 근데 커지고 나니까 으, 솔직히 좀 부담스러웠어. 그래도 하는 행동이 귀여워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기겁했을 걸? 밖에 나갈 때도 멍멍이 보고 겁 먹는 사람 많아.”
그러면서 내가 알지 못하던 멍멍이 취급에 대해 자세히 얘기했다.
멍멍이는 아무것도 아닌 시절에 내가 획득한 녀석으로, 길들여진 마물로서 조명을 받았다. 그러다 내가 특식을 먹이면서 폭풍성장을 거듭하더니 단기간에 유해 8단계 마물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수준으로 자라났다.
그 결과 나는 훌륭한 집 지키는 개를 얻게 되었다. 유해 8단계 마물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은 웬만한 초인과 각성자로 구성된 사냥팀을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날 따라다니면서 비싼 것들을 주워 먹으면서 멍멍이는 나날이 강해지고 내 힘이 되어주었다.
집 지키는 개라고 보면 간단하겠지.
내게 있어 녀석은 유용한 애완 마물이지만 이걸 고깝게 보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마물을 무조건적으로 혐오하고 배척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그들은 멍멍이가 마물로서 흉성을 드러낼 거라고 경고하면서 나를 도시 안에 마물을 들여놓았다며 규탄했다.
그런데 그 말은 의외로 사실이다.
멍멍이는 내 앞에서 한없이 순둥순둥하지만 그건 내가 흉성을 빼놓는 작업을 해서다.
여기서 작업이란 주기적으로 힘의 격차를 실감시켜준다는 것이다.
참고로 멍멍이는 버서커를 밥으로 보고 있다. 이 인식을 바꾸려면 꺾어놓는 수밖에 없다.
우리 가족이야 나와 같은 존재로 보고 있고.
이게 바로 조기교육의 힘이다.
“너도 걱정되냐?”
“나야 가까이서 봤으니까 별로 걱정은 안 돼. 다만 다른 사람들이 걱정이지.”
“왜?”
“아마 해적들 잡는 과정에서 보여준 거 때문에 그런 거 같아.”
대략적인 내용만 알려졌지만 해적 습격 당시 멍멍이가 보여준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수륙양용 마물은 재앙 그 자체였다.
듣기로는 멍멍이를 퍽 귀엽게 여기던 사람들도 전투 이후 멍멍이에게 밥을 챙겨주다가 오줌을 지렸다고 하더라.
그동안 내 애완 마물에 불과했던 녀석이 진짜 위협이 될 수 있는 마물임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상관없어.”
“어? 진짜?”
“어차피 마물은 위협적인 거다. 내 통제 하에 있는 녀석인데 위협을 느끼든 말든 내가 알 바는 아니지.”
“그렇기는 해.”
언제부터 내가 걱정 많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렸다고. 걱정이 되면 멍멍이가 있는 곳을 피해가라고 하면 된다. 나는 그동안 잘 두들겨놓은 애완 마물을 풀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똘똘한 녀석이니 잘 써먹어줘야지.”
“난 멍멍이가 불쌍해.”
“왜?”
“아마 오빠만 모를 걸.”
금시초문이로군. 내가 멍멍이한테 얼마나 잘 대해주고 있는데.
내 말에 윤희는 코웃음만 쳤다.
*
* *
정유 운반선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대한민국은 들끓고 있었다.
해양 마물로 인해 가로막혀 있던 해로가 뚫렸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석유 수입길이 막히면서 그동안 극소량의 석유만으로 불편한 삶을 살아가야 했기에 앞으로 개선될 삶에 대한 기대감으로 팽배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출발한 정유 운반선이 무사히 인천에 도착하자 온 나라가 축하 물결에 휩싸였다.
-와, 이제 최준호가 석유까지 손에 넣었네. ㄷㄷㄷ
-자랑스러운 최준호 보유국의 위엄.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에서 석유를 펑펑 쓸 수 있게 됐다!
-이제 최준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세계최강 실력자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거래까지 텄는데 대체 누가 건드리냐.
-근데 애초에 최준호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긴 했음.
-최준호 욕하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최준호는 성과로 말해줬다!
-ㅇㄱㄹㅇ;; 최준호랑 친하게 지내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짐. 우리나라는 이걸 잘 받아먹어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준호가 한 마디만 하면 대통령도 결정될 듯.
-한정문은 저번에 부딪치고 빈정이 상했던데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려나?
-아무튼 석유 수입해줘서 감사! 최준호 과격함이 거슬렸지만 이젠 무한 지지다.
-이제 석유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든 걸?
하지만 모두가 환호한 건 아니었다.
최준호의 마물이라고 알려진 멍멍이가 해적 기지를 소탕하면서 압도적인 무위에 겁을 먹은 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유 운반선을 지켜냈지만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식했다.
-저거 통제가 필요한 거 아냐?
-최준호 말은 잘 듣는다고 하는데 최준호 말이 안 먹히는 거면 사실상 도시 안에 마물을 풀어놓는 거 아니냐고. ㄷㄷㄷ
-저러다 만약 폭주라도 하면…….
-내가 듣기로 저 마물은 유해 8단계 정도의 힘을 가졌고, 플러스 단계 마물도 상대할 수 있다고 들었음. 머리도 굉장히 좋고.
-이거 잘못하다가 서울 하나가 날아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최준호 없을 땐 사실상 통제가 안 된다는 거잖아! 만약 흉성이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
-내가 볼 땐 뭔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최준호 말을 잘 듣는다고 해도 조치는 필요해보임222
이 의견은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교환되었으나 정작 최준호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대로 가겠다는 말과 같았기에 인터넷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 대응도 없으니 불을 지펴도 장작이 추가되지 않았다.
자연히 사람들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석유의 수급으로 대통령이 보여줄 반응을 집중한 것이다.
-안 그래도 여당 지지율이 별론데 이벤트를 벌이겠지?
-정권 지지율은 높아도 대통령도 여당 소속 정치인이니 움직이겠지. 이번만큼 좋은 이벤트가 어디 있겠음? 아마 여당에서도 강력하게 요청했을 거임.
-이런 이벤트라면 ㅇㅈ;
-이벤트 한 번 더 하면 석유 추가 수급 되는 거냐?
-개꿀인데?
-다른 것도 아닌 석유인데 당연히 움직여야지!
모두가 대통령이 움직일 거라 생각했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직접 참여해도 모자라지 않을 곳에 직접 가지 않고 각성자 안보실장인 천명국을 파견한 것이다.
-어?? 이거???
-왜 저 자리에 각성자안보실장을 보낸 거임? 대통령이 생색내기 가장 좋은 자리 아님?
-아무리 대통령이 욕심이 없다고 해도 저 자리는 그게 아닌데?
-이거 설마…….
그리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 챘다.
*
* *
정유 운반선을 맞이하는 걸 천명국이 대표로 맞이하는 의도는 대통령의 의도였다.
그는 천명국이 공식적으로 데뷔할 자리를 찾던 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공적으로 석유를 가져온 자리에 천명국을 내세우기로 결정했다.
“이보다 더 좋은 데뷔는 없겠지.”
“그래도 이런 자리는 대통령님이 빛내주시는 게…….”
“앞으로 이런 기회는 여럿 있겠지. 하지만 시기나 상징성을 볼 때 자네가 나가는 게 맞아.”
대중에게 천명국은 유능한 참모이며, 최준호를 데려오는데 공을 세운 사람이다.
그것만으로도 능력이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대통령이 볼 땐 모자랐다.
천명국은 그동안 정치를 해오지 않았다. 그래서 신선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전문 정치인이 아니라서 몇몇 행동이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그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천명국에게는 시뮬레이션이라는 기프트가 있기에.
정치 초보인 천명국이 당장 모든 부문에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해온 걸 바탕으로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유능’ 프레임이다. 천명국이 실제로 유능하지만 무능한 사람도 유능하게 포장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치기술이다.
“자네가 나서면 국민이 이익을 본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어.”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건 또한 천명국의 역할이 있다고 소식이 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중은 깨달을 것이다.
최준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를 통해 이익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각자 정치 성향은 존재하지만 결국 그 성향이라는 것도 자신의 이익에 따라 바뀐다.
천명국이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 정치 초보라는 프레임을 극복하고 여권 역사상 가장 강한 후보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했던 말을 머릿속에 새겨둔 천명국은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다녀온 사람들을 맞이했다. 대통령을 대리한 그는 나무랄 곳 없는 태도로 행사를 진행해나갔다.
그리고 저 멀리서 최준호가 다가왔다.
“실장님.”
“모두 초인님 덕분입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할 일을 한 건데요. 근데 평소랑 행동이 다르신 거 같습니다?”
보통 행사에서 천명국은 최대한 존재감을 지웠으나 오늘만큼은 주인공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대통령을 대신한다고 해도 천명국이 이런 행동을 보인 적 없는데 말이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최준호가 물어왔다.
“대통령님의 안배입니까?”
“…예, 감사하게도 제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그렇단 말이죠.”
최준호의 눈이 의미심장한 빛을 발했다. 천명국은 그 모습에서 불안감을 느꼈으나 이어진 최준호의 행동에 경악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헉!”
“왜 놀라요? 웃어요. 그래야 좋은 사진들이 많이 나올 거 아닙니까.”
최준호는 악수한 그대로 천명국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것. 기자들이 보기에 둘이 죽고 못사는 절친한 사이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천명국이 놀란 것은 최준호의 능수능란함 때문이었다.
분명 초인이 됐을 때만 해도 정치적인 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손이 먼저 나간다고 해서 불안함을 느낄 정도였는데.
언제 이렇게 성장했단 말인가?
세계최강에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손속이 과격한 초인. 이런 인물이 정치력까지 갖추게 되면 어떻게 된단 말인가?
“…….”
천명국은 갑자기 배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그런 그에게 최준호의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좀 더 환하게 웃으시죠. 그래야 이 각도에서 사진이 잘 나옵니다. 딱딱하게 웃으면 저한테 협박당한다고 기사가 나올 걸요?”
“…….”
“웃으시죠.”
다시 한 번 들려온 목소리에 천명국은 반사적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첫 정치 데뷔 무대에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와 세계최강 초인의 지원을 받게 된 순간이었다.
*
* *
확실히 대통령의 정치적인 능력은 대단했다.
다른 자리도 아닌 첫 석유 도착의 순간에 천명국을 보내다니. 대통령을 대신하여 등장한 천명국은 자신의 존재감을 국민에 똑똑히 각인시켰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대통령이 천명국을 후계자로 점 찍었다는 걸 알게 됐을 거다.
이걸 보고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그래서 행사 내내 천명국과 붙어 다니면서 친한 척을 했다. 어차피 오고 간 대화를 모르는 이상 친한 모습이 깊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정치적 노림수를 눈치 챈 걸 보면 나도 많이 성장했단 말이지.
딱 보고 눈치 채서 도움을 줄 정도니.
이 효과는 확실해서 그 주에 이뤄진 차기 대선후보 조사에서 천명국은 12%의 지지를 받으면서 첫 등장을 했다.
가히 태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등장이었다.
현재 여권 대선후보는 지리멸렬하여 제대로 세를 규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천명국으로 똘똘 뭉치게 되면 결과는 보나마나일 것이다.
이제 나머지는 대통령의 알뜰살뜰 케어가 이뤄질 테고, 나는 미국으로 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일도 있다.
“아무리 봐도 노림수가 있는 거 같은데…….”
내가 주목한 것인 멍멍이를 향한 시위였다. 석유가 도착한 이후 잠잠해졌던 여론은 누가 다시 불을 지폈는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우리 팀이 있는 사무실에서 멍멍이를 죽여 없애라고 외쳐댔다.
체계적인 준비부터 자극적인 선동 구호까지.
딱 봐도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졌다.
의아한 건 나와 멍멍이가 나타날 땐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 멍멍이 사람 진짜로 안 무는데 말이다.
“다른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걸 거예요.”
“뒤에 누가 있다는 겁니까?”
“네.”
진세정은 확신을 갖고 대답했다. 하긴, 날 건드리지 않고 멍멍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건 딱 봐도 나쁜 의도가 있다는 걸 알게 해줬다.
공략 방식을 바꾼 건가.
아무튼 무시로 일관하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는 걸 보면 장기전이 될 듯 싶었다.
“당분간 시위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어쩔 수 없죠.”
“대신 신성그룹에 부탁해서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제가 이세희 팀장님과 얘기를 할게요.”
“멍멍이한테 말해놓을 테니 심하다 싶으면 시위대한테 물라고 말해도 됩니다.”
“네? 그럼 큰일 나지 않나요?”
당연히 큰일은 날 거다.
근데 물어보라고 그러는 거 아닌가?
내가 볼 때 몇 명 물리고 나면 마물 자극하지 말라면서 자연스럽게 잠잠해질 거 같은데.
내 말에 진세정은 파랗게 질려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좀 그래요. 제가 이 팀장님과 긴밀하게 논의해볼게요. 맡겨주세요.”
“알겠습니다.”
아마 내가 미국에 다녀오면 어떤 자가 수작을 부렸는지 나오겠지. 어떤 생각인지를 떠나서 처분은 그 다음에 결정하면 된다.
나야 미국으로 가서 더 볼 일이 없겠지만 남은 사람은 걱정하겠군.
멍멍이가 무는 게 싫다면 다른 방법을 제시해주는 수밖에.
나는 진세정에게 말했다.
“시위가 심해지면 시위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어떻게요?”
“제가 지켜보고 있다고.”
“…전부 도망치겠네요.”
에이, 설마. 그래도 자기 신념을 보여주는 자리인데 좀 더 결기를 드러내겠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신념을 지키는 것이다. 자기 방식대로.
난 죽어서도 자기 신념을 지키려는 사람을 존중한다.
끝까지 그 기개를 보여주길 소망하고 있다.
그렇게 진세정에게 당부를 남긴 뒤 나는 미국으로 향하는 날짜를 조율했다.
이번 미국 방문은 천둥새를 잡기 위해서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의뢰를 받는 것이기도 했다.
내게도 필요한 시간으로, 현아가 지금 상태에서 천둥새를 잡기 힘들다고 했으니 리그를 때려잡으면서 어떻게 실력을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형식적인 정부간 논의가 이루어지고 마침내 출국 날짜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나는 졸라맨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