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정말 대단하지 않나? 오자마자 바로 성과라니!”
“대단한 일이지.”
잔뜩 들뜬 허버트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늘 말리는 것은 다니엘의 몫이었다. 어린 시절에도, 젊은 시절에도 늘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그런 관계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하이스쿨 퀸카 로사를 봤을 때처럼 한 마음 한 뜻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둘 다 차이고 말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딜러를 잡았어. 자신의 영역 내에서라면 전지전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녀석을!”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최준호가 잡은 빌런인 딜러는 LA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인물 중 하나였다.
그를 잡기 위해 나섰던 미국 초인 둘이 목숨을 잃었고, 파티 내에서도 초인을 잃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12궁의 일원이지만 자기 영역 내에서는 십대초인조차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딜러였다.
그런데 최준호는 마치 한 끼 식사를 처리하는 것처럼 손쉽게 잡아버렸다.
미국에 온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서.
최준호가 강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그가 거둔 성과를 보면 얼마나 상식을 벗어난 수준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딜러를 잃었으니 리그 녀석들 얼굴이 붉어지겠어. 당분간 지하로 숨어들겠지. 헤드 브레이커는 이들을 계속 쫓으려 할 테고.”
당분간 이어질 구도가 참 재밌을 거라며 허버트는 낄낄 웃었다.
다니엘은 속 편한 친구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리그 걱정이 아니라 헤드 브레이커를 제어할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아아, 스탠퍼드 건 때문에 말인가? 마초맨이 알려줬지.”
“이미 세계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갖고도 더 강해지려는 욕심이라니. 헤드 브레이커가 의뢰를 완수하면 정보를 알려줄 생각인가?”
“약속은 지켜야지. 지키지 않으면 그 칼날은 우리에게 날아올 테니까.”
“…….”
다니엘은 복잡한 마음이었다.
최준호의 강함은 지금도 감당하기 힘든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스탠퍼드에 직접 의뢰를 하고 더 강해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강해진 최준호를 과연 미국이, 세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솔직히 부정적이었다.
허버트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천둥새의 요구는 점점 과도해지고 있어. 우리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원했지, 명령을 내리는 상전을 원하는 게 아니었잖아.”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로군.”
“천둥새가 사라짐으로써 많은 변화가 일어나겠지.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헤드 브레이커를 응원하고 있어.”
“응원은 좋지만 팬은 되지 마라. 리그 소속으로 오해받아 죽고 싶은 건 아니겠지? 난 부통령에 만족하고 있고, 대통령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하. 주의하지.”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린 허버트는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철없는 저 녀석이 어떻게 대통령까지 되고 재선까지 유력해졌는지 한숨이 나오는 걸 느꼈다.
“헤드 브레이커의 강함은 걱정하지 마. 우리보다 더 급한 녀석들이 있잖아?”
당장 생각해도 리그와 파티가 떠올랐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최준호는 자기 나라를 벗어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자발적으로 타국에 온 건 천둥새를 잡으러 온 이번이 처음임을 떠올렸다.
“파티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다음 안건은 파티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양지에 대통령이 있다면 음지에는 파티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양분된 권력을 쥔 상태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었다.
다니엘은 뭔가 대비책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물어보았으나 돌아온 허버트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지켜보려고.”
“헤드 브레이커한테 접근하는 걸 가만두겠다고? 수작을 부리려고 할 텐데.”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헤드 브레이커를 보니 아니더군.”
허버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첫 만남에서 그 사단이 벌어졌어. 팬텀 그 양반도 곤욕을 겪겠지.”
첫 만남에서 대놓고 미국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최준호의 모습을 떠올린 다니엘은 자동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게 아닌데…….”
안나 크리스틴은 자신이 생각한 그림과 철저하게 어긋난 그림이 뭔지를 실감하고 있었다.
최준호가 미국으로 오게 되고, 자신이 전담을 맡게 될 때만 해도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세계최강 초인이라 불리는 그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함께 작전을 수행하면서 LA 내 리그 축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애틋한 로맨스가 펼쳐지면 더 좋고.
하지만 막상 펼쳐진 일은 예상과 다른 일의 연속이었다.
로맨스는 무슨. 만나서 대화할 시간조차 거의 없었다.
최준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제멋대로에 예측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월등히 강하고 행동력이 좋았으며 진행속도가 빨랐다.
현재도 그러했다.
“…사망한 숫자가 434명, 체포된 숫자가 57명입니다.”
짧은 브리핑을 받은 이후, 빌런 소탕에 나선 최준호가 거둔 성적이다. 오전에 나가 이제 막 점심이 되었음에도 벌써 오백 명이 넘는 빌런이 죽거나 체포되었다.
리그 소탕이 아니었다. 빌런 박멸이었다. 아예 LA에 있는 빌런 전체를 뿌리 뽑을 기세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속하고 거침이 없어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체포된 빌런들 중 온전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녀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저들에게 고급 정보를 뽑아내고 더 상위 조직으로 이동하여 소탕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 매끄럽게 이어져 빌런이란 빌런은 모조리 소탕되게 만들었다.
빌런의 소탕은 부정할 것 없는 최고의 성과다.
단, 거기에는 예기치 못한 피해도 있었다.
“문제는 파티야.”
빌런과 연결된 것은 리그만이 아니었다. 미국 내 암약하는 파티도 빌런 조직과 연계되어 있었고, 이들을 통해 암시장을 운영하거나 정보를 얻기도 했다.
그곳에 뿌려진 휴민트도 빌런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어서 모조리 최준호 손에 죽는 신세가 되었다.
당연하게도 파티에서는 난리가 났고, 중단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에 대한 안나 크리스틴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명단을 제공하면 준호에게 요청하죠.”
하지만 안나 크리스틴의 손에 명단은 쥐어지지 않았고, 그 사이 최준호는 눈에 보이는 모든 빌런 조직을 쓸어버렸다.
솔직히 안나 크리스틴이 봐도 최준호의 속도는 미친 수준이었다.
다만.
누구보다 목적을 확실하게 달성하고 있었지만 부수적인 요소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닌데.”
말은 그러면서도 안나 크리스틴은 최준호를 보좌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또 하나의 빌런 조직을 궤멸시켰고, 안나 크리스틴은 그에 관한 정보를 전달해주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LA에 빌런 숫자는 대략 어느 정도라고 생각했던 게 전부인데 최준호로 인해 빌런 숫자가 몇인지 낱낱이 밝혀지고 있었다.
대부분 머리 없는 시체거나 이지를 상실한 빈 깡통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렇게 저녁이 되고 최준호 손에 죽거나 체포된 빌런 숫자가 천 명이 넘었을 무렵, 빌런 소탕 작전이 멈추게 되었다.
[더 이상 없군.]“고생했어요. 오늘은 이쯤하고 복귀하는 건 어떠세요?”
[그래야지.]내심 최준호가 고집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했던 안나 크리스틴이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네.”
[수고했어.]그 한 마디에 모든 고생이 사르르 녹는 걸 느꼈다.
“뭘요.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하세요.”
[빌런 더 잡으라고?]“아뇨, 그건 아니고요.”
간신히 최준호를 달랜 안나 크리스틴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
* *
땅도 넓은 만큼 빌런도 많고 스타일도 다양하다는 걸 느꼈다.
그중에는 기상천외한 녀석들도 많았는데,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다양한 기프트를 구경할 수 있었다.
“쓸모 있는 건 없었지만.”
확실히 느낀 건 기프트를 빼앗을 때 누군가가 평생에 걸쳐 갈고 닦은 걸 복사해오는 게 좋다는 점이다.
평생의 노력이 깃든 기프트가 그만큼 잘 다듬어졌다는 이야기겠지.
“근데 빌런 죽이는 걸 갖고 무슨 태클들인지.”
중간에 안나 크리스틴이 잘 커트해줬지만 빌런을 죽이는데 무슨 간섭이 이렇게 많은 건지 모르겠다.
당연한 소리지만 나도 내가 죽인 빌런들이 전부가 리그 소속이 아닌 건 알고 있다.
원래 하부 뿌리 조직은 꼬리 자르기를 위해 연관성을 최소화하는 게 당연한 일이고, 멍청한 녀석들은 자기들이 누굴 위해 일하는지 모른 채 악행을 저지르기 마련이다.
근데 그게 뭐 어때서?
어차피 빌런이라고 해봤자 사회에 긍정적인 생산성은 1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쓰레기들이다.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본체가 드러나는 법이고.
그 과정에서 리그만이 아닌 파티와 연이 있는 조직도 나타났는데 제지가 들어왔지만 내가 알 바는 아니라서 그냥 처리해버렸다.
눈앞에 둔 빌런을 살려둘 필요가 없으니까.
아무튼.
수백이 넘는 빌런을 죽이면서 기프트를 탐색해본 결과 실패였다.
이색적인 건 있지만 천둥새와 전투에서, 앞으로 내게 도움이 될 만 한 건 없었다. 기억에 남는 거라면 일시적으로 힘을 끌어내도록 만들어주는 ‘원기 강화’나 포스를 실처럼 다루는 ‘스레드’, 목표를 정해둘 수 있는 ‘타깃’이 있었지만 유의미한 것들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역시 기프트는 강자의 것을 빼앗아야 제대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거다.
다시 한 번 확신을 얻게 된 이유는 만득이를 비롯한 기프트 자아들이 발전할 수 있는 걸 보면서다.
만득이, 광심이, 제련이 만큼은 아니지만 모든 기프트가 사용자 의지에 따라 정제되고 극대화 되면서 발전할 수 있다.
그 이론은 박사 보디빌더들이 충실하게 증명해주고 있었고.
“준호! 준호의 기프트는 전부 가능성을 졸라 품고 있어!”
에릭 클락슨이라 밝힌 텍사스 출신 박사는 대단한 이론을 발견했다면서 내 앞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자아는 기본적으로 주인의 관심을 졸라 갈구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주인은 그걸 이용해서 위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건 마치 24시간 내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대학원생을 가진 것과 같아!”
기프트 자아를 대학원생에 비유하면서 그걸 쥐어짜내는 온갖 방법을 언급했다.
그중 몇 개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몇 개는 혹하는 게 있었다.
사람인데 저렇게 쥐어짜내는 게 가능하다고? 그렇다면 만득이들은 더 쥐어짜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긴, 인간은 한없이 연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에릭 클락슨의 경우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질긴가를 놓고 행동에 옮겼던 게 분명했다.
인간도 이렇게 버틸 수 있는데 피로를 느끼지 않는 기프트라면?
인간이 아니니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더 굴릴 수 있겠다 싶었다.
168시간 풀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자아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강해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대학원생이 졸라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교수들의 몫이야! 준호도 혼자 고민하지 말고 함께 고민해야 돼! 그래야 우리 모두 성장할 수 있으니까!”
“…확실히.”
난 내게 처음 있는 경우라서 확실하게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는데 에릭 클락슨의 말을 들으니 기프트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감이 잡혔다.
만득이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잡았고, 광심이와 제련이가 뒤를 따르니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여기에 채찍질을 하면 더 빨리 강해지겠지.
우웅! 우웅! 우웅!
그래서인지 안에서 듣고 있던 만득이, 광심이, 제련이가 난리가 났다.
당장 에릭 클락슨을 죽이라고 아우성이었는데 좋은 말을 해주는데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다 너희도 잘 되라고 해주는 조언이잖아?
그렇게 말을 해도 알아듣는 기색이 아니었다.
난 녀석들이 몸부림치는 걸 바로 제압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에릭 클락슨이 했던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뒤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기프트 자아를 대학원생처럼 대하라는 건가?”
“오! 역시 헤드 브레이커! 세계최강다운 졸라 좋은 이해력이야!”
“그렇군, 대학원생처럼 하란 말이지. 근데 난 대학원생을 다뤄본 적 없는데.”
“그건 내가 알려줄게!”
입가에 가득 미소 지은 에릭 클락슨의 말은 첫 마디부터 심상치 않았다.
“우선 대학원생은 인간이 아니야.”
그 뒤로 이어지는 진심 어린 조언들.
듣고 나서 생각해보니 대학원생과 기프트 자아는 마치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공통점이 많았다.
“그런 거였군.”
난 기프트 자아를 앞으로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