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제임스 리드의 요청을 받고, 난리가 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허버트 대통령이 직접 사람을 이끌고 시애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대대적으로 사람을 움직여 사이비 종교를 단속하고 내부의 혼란을 진정시키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모든 일을 마친 뒤 그들은 워싱턴주 북부로 향하다가 천지가 뒤흔들리는 충돌을 목격하게 되었다.
“…….”
거대한 폭풍이 쉬지 않고 휘몰아치면서 밤과 낮을 오가는 듯했고, 연이어 내려치는 벼락은 세상을 반으로 갈라버릴 것처럼 강렬했다.
천지창조가 이러했을까.
세상의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과 날씨 변화는 인간을 절로 겸허하게 만들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군.”
허버트의 말에 다니엘과 제임스 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수히 많은 각성자들을 봐왔지만 자연재해급 충돌 여파가 일어나는 광경은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리드 박사.”
“예, 대통령님.”
“박사는 아직도 헤드 브레이커가 신수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까?”
“…….”
제임스 리드는 생각에 잠겼다. 본래 대통령이 이곳에 왔을 때 그는 최준호가 승리할 거라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저 광경을 보면 그 말이 쉬이 나오지 않았다.
충돌 자체만으로 자연재해를 일으키게 만드는 신수라는 존재. 거기에 맞서는 최준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 일개 인간이다.
과연 인간이 신을 자처할 만큼 강한 신수를 상대할 수 있을까.
그 광경을 눈으로 보게 되면서 가치관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생각을 거듭하던 제임스 리드는 최준호의 손을 들었다.
“이길 겁니다. 하지만 그 믿음에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 광경을 보고 믿음을 가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일 겁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니까.”
연이은 충돌에 세상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길 반복하면서 도시 사람들은 종말이 도래했다며 두려움에 휩싸였다. 내막을 몰랐다면 허버트 또한 경계태세에 돌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다. 최준호와 천둥새가 충돌에 들어간 이상 어느 쪽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 광신도들의 사고 구조였다.
천둥새를 모시는 사이비 종교 교도들은 미국이 아닌 천둥새를 모시고 그 명령을 최우선으로 따르는 자들이 되었다.
이걸 막지 못하게 되면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천둥새에 넘어갈 수 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최준호가 천둥새를 제거한다면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적을 소탕할 수 있다.
그러나 천둥새가 승리한다면?
그 반동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허버트는 결정의 기로에 섰다.
“나 또한 헤드 브레이커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충돌이 벌어졌다면 끝이 나야 할 텐데 아직도 끝이 나지 않은 점. 그건 헤드 브레이커가 대등하게 맞서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최준호의 힘이 미치지 못했다면 대결은 진즉에 끝이 났을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허버트는 여전히 폭풍이 휘몰아치고 벼락이 내려치는 광경을 보곤 결정을 내렸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광신도들을 일거에 소탕할 기회는 없을 겁니다. 우리는 담대하게 미래를 향해 배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준비하도록 하지.”
“부탁해.”
늘 허버트를 말리는 입장이었던 다니엘은 끼어들지 않고 허버트의 결정을 존중했다.
‘졸라… 이겨봐.’
여전히 충돌이 벌어지는 곳에 시선을 고정한 제임스 리드는 최준호의 승리를 빌었다.
*
* *
결론부터 말하면 천둥새가 인간으로 변신해 있을 때 처리하려던 내 계획은 실패해버렸다.
그것도 바로.
모든 상황을 지켜본 혈종이 이죽거렸다.
[인간인 채로 죽이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해놓고 10초 만에 실패해버렸지?]“시끄러. 하는 일에 집중해.”
[나는 내 일에 집중 중이지. 여유가 남아서 이렇게 얘기하는 중이고. 지금 더 집중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여야 할 거 같은데.]“대결이 끝나면 그 입을 찢어 버려주지.”
[살아남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봐라. 그리고 내 입만이 아니라 네놈 입도 같이 찢어질 거다.]혈종의 말대로다. 녀석은 내 생각을 정확하게 읽고 만득이 등을 활용하여 기프트를 적재적소로 발동하여 전투를 보조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나는 천둥새와 대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둥새는 내가 상대해온 어떤 녀석보다 강하고 영악했다.
본체로 현신하면 수백 미터가 넘을 동체를 5m 내외로 줄인 것만 해도 그렇다. 동체가 크면 타격할 곳이 많은 걸 꿰뚫어보고 적당히 체급으로 날 압도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내가 공격을 성공하기만 하면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건데, 천둥새는 내게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자신감으로 충만해보였다.
녀석은 왼 날개로는 폭풍을, 오른 날개로는 벼락을 동반했다.
기후조차 뒤틀어버리는 권능이 동반된 천둥새는 폭풍과 벼락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면서 내 공세를 효율적으로 분쇄하고 일정거리를 유지했다.
지금처럼.
[온다.]팟!
천둥새의 날개가 움직이는 순간, 5m가 넘는 동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내 눈에 사라졌다고 느껴지는 빠름이었다.
마치 나와 녀석 사이에 있던 거리를 삭제한 것처럼 천둥새의 동체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내 앞에 도달했다.
콰아아앙!
곧이어 둔중한 충격이 내 전신을 덮쳐왔다. 마치 덤프트럭과 충돌한 느낌이다.
“큭!”
전신을 시큰거리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거력이었다. 조금 전부터 녀석은 자신의 권능으로 폭풍과 벼락을 발동하면서 자유자재로 방향전환을 하다가 날 덮쳐오길 반복했다.
차라리 실제 덤프트럭이라면 나와 충돌하면서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녀석의 접근은 내 감각에 전혀 걸려들지 않는 초월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그걸 경험으로 예측하여 막아내는 것이 최선일 뿐.
하지만 연약한 인간의 육신은 천둥새가 작정하고 들이받는 충격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했다. 겉은 멀쩡해도 내부가 조금씩 부서질 때마다 혈종이 움직여서 유지 보수에 나섰다.
[초재생이 꽤 대단한 녀석이긴 하지만 충격이 클수록 네 힘이 소모되는 속도도 빠르다는 걸 알아둬라.]나도 안다. 그리고 천둥새 이 녀석도 알고 하는 것이다. 권능을 앞세운 철저한 소모전이다.
천둥새가 인간의 모습으로 나의 공격을 허용했을 때 왜 인간의 육체는 약하다고 했는지 이유가 있었다.
나는 들이받는 녀석의 날개를 낚아채려 했지만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이것이 용용이가 경고하던 ‘고속비행’임을 알 수 있었다.
조류의 비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공간 이동에 가까운 권능이었다. 나와 천둥새의 거리는 철저하게 녀석이 허락한 범위에서 유지가 되었다.
이걸 파고들어 근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한,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역시 인간일 때 처리하지 못한 여파가 고스란히 덮쳐오고 있었다.
내가 지면을 박차고 포스로 발판을 만들어 천둥새에게 접근하자 녀석의 날갯짓에 따른 폭풍과 벼락이 진로를 가로막았다. 그 틈을 좁히기 위해 저격으로 포스 탄환을 난사했지만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 틈을 파고든 벼락이 연이어 내가 있던 곳이 내리쳤다. 양손에 기뢰를 일으킨 나는 벼락을 움켜쥐듯 맞받아쳤다.
꽈릉! 꽈과과광!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전격이 무시무시한 금빛 스파크를 일으키는 가운데 휩쓸린 산 중턱이 산산조각 나면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손날을 모아 휘둘러 칼날폭풍을 시전했다.
제련을 한껏 담은 공격이었지만 바람과 벼락이 경로를 뒤틀고 천둥새가 두른 방어를 뚫는 건 불가능했다.
파스스!
흔적도 없이 소멸하는 걸 보면서 접근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렇게 멀리서 저격이나 칼날폭풍을 시전해봤자 어떤 타격도 줄 수 없었다.
내 모든 공격을 소멸시킨 천둥새가 위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날 내려다보며 말을 걸어왔다.
[인간, 너의 미래는 무궁무진해.]“무슨 의미냐.”
[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야. 넌 내 파트너가 될 자격이 있어.]오히려 지금까지 내 실력을 테스트라도 해본 것인가. 위에 군림하여 내려다보듯 하는 말이 기도 차지 않았다.
[얕보이고 있군. 열 받는데?]이번만큼은 나도 혈종과 같은 생각이었다. 본체로 현신했다고 모든 상황이 자신의 통제 아래 놓인 걸로 착각하는 모습이라니.
[착각하지 마라. 난 네 편을 드는 게 아니니까.]이게 아니라고?
내 반응에 혈종이 코웃음 쳤다.
하지만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너는 까도 내가 깐다. 저런 근본도 없는 신수 나부랭이한테 업신여김 당하는 걸 웃으면서 볼 거라 생각한 거냐?]우스운 집착이로군.
난 천둥새를 보며 말했다.
“파트너가 아니라 종을 구한다는 소릴 잘도 하는군.”
아마 다른 각성자는 힘을 주겠다는 걸로 꼬드겼나보다. 신수와 힘의 격차를 실감한 녀석들은 이 제안을 냉큼 받아들였겠지. 입에 발린 말이나 인간이 가장 욕심내는 걸 파고들 줄 아는 천둥새의 간교한 수작은 어떤 면에서 대단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래도 뭘 줄지 들어보는 건 괜찮지 않냐?]방금 전까지 궁시렁거리던 혈종 녀석까지 그렇게 말할 정도니 할 말 다 한 거겠지.
농담이라서 더 괘씸하지만.
“내가 원하는 게 하나 있긴 하지.”
[말해봐.]“네 목.”
[…네 힘은 마음에 들었지만 아무래도 네게 주제파악이라는 건 주어지지 않았나봐. 아쉽지만 계속 귀찮게 굴 테니 이쯤에서 정리해야겠어.]언제는 아니었던 것처럼 굴기는.
[그래도 한 번 들어보는 게 낫지 않냐?]혈종 이 녀석은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지 계속 헷갈리게 한다. 지금은 날 위해 일하는 거 아니냐?
[농담도 못하게 하네. 야박하게.]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상대할 녀석은 천둥새다.
주변으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휘몰아치는 걸 보면서 나는 혈종에게 속으로 말했다.
‘내가 억지로 천둥새를 붙들어놓으면 버텨낼 수 있나?’
[버틴다고? 억지로 버티다가 팔이 뜯겨나갈 텐데.]그래도 붙들고 쫓기만 하면 된다. 천둥새의 고속비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피해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녀석과 거리를 좁혀두고 직접 근거리에서 공격을 해야 타격을 줄 수 있다.
[글쎄다. 인간의 몸이라는 게 꽤 질기긴 해도 비교대상이 마물이나 신수면 한없이 연약해서.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힘들어도 해볼 수 있으면 해봐라. 못 버텨내면 어쩔 수 없고.
[아니, 어렵다니까 어떻게든 해내라는 건 대체 어느 나라 말이냐? 한국어 못 알아들어? 미쳤더니 한국말도 잊어버린 거냐?]난 혈종이 뭐라 꿍얼거리건 천둥새를 내 사정권 안에 넣기 위해 준비했다.
고속비행과 폭풍, 벼락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녀석의 공격은 단순함에 절대적인 강함이 서려 있었다. 완벽한 세 개의 조합을 뚫고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려면 피해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야야, 진짜 하지 말……!]혈종이 비명같은 소리를 지를 때였다.
천둥새의 동체가 흐릿해지면서 내게 돌격해왔다. 이번에는 정면이 아닌 오른쪽 측면이었다.
빠르게 반응했지만 천둥새가 덮쳐오는 속도가 훨씬 은밀하고 빨랐다.
“큭!”
전신을 덮쳐오는 통증을 이 꽉 물고 참아내면서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거의 동시에 이뤄져서 천둥새의 날개를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공격을 성공시킨 녀석은 고속비행으로 멀어지려고 했다. 내가 받을 피해를 생각하면 이쯤에서 떨어져야 한다. 천둥새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피해를 감수할 각오가 없다면 천둥새를 공략하는 건 불가능하다.
팔 하나쯤은 뜯겨나가더라도 기회를 잡아야지.
나는 혈종에게 경고했다.
녀석을 따라갈 거다. 그러니 어떻게든 버텨내라.
[야, 어렵다니까.]어려워도 애를 쓰면 되는 거다.
나는 혈종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뒤로 하고 고속비행 권능을 발현하는 천둥새를 놓지 않았다.
순간 공간이 갈라졌다. 그리고 눈앞에 드러나는 풍경이 바뀌는 듯 하더니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혈관, 피, 뼈, 수분, 근육, 피부 모든 것이 낱낱이 분해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통증과 달랐다. 초재생이 발동하여 끝없이 제 형태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고 고속비행의 압력에 모든 것을 흩어버리려고 하는 힘이 충돌하여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찌직! 찌지직!
수도 없이 찢어지고 붙이길 반복했다. 어느 순간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고 천둥새를 붙잡아야 한다는 내 의지만 남은 상태였다.
고속비행이 끝난 뒤.
천둥새를 붙들었던 두 손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완전히 날아 가버릴 거라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천사였지만.
오죽하면 혈종조차 나더러 독종이라며 혀를 찼다.
[넌 진짜 나한테 고마워해라. 간신히 형태라도 유지한 거 다 내 공이니까.]그냥 넘어가면 되지 자화자찬하기는. 끝까지 정이 안가는 녀석이다.
아무튼 인정해주지. 육신이 온전한 형태를 유지한 것만으로도 도박은 대성공이다. 하지만 팔은 물론이고 다리까지 성하지 못했다. 혈종은 뇌가 날아가면 죽어버리니 머리 보호에 가장 우선순위를 뒀다고 말했다.
타당한 의견이군.
치명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부상이 내 전신에 새겨졌지만 결실은 달콤했다.
천둥새는 완전히 내 공격 사정권 안에 들어온 것이다.
[어떻게…….]이번만큼은 천둥새도 경악했다. 고속비행에 내가 따라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확신이 깨졌나보다. 이런 의외성이 대결의 변수를 만들어낸다.
[근데 공격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을 텐데?]혈종은 너덜너덜해진 내 팔다리를 보고 한 말이다.
일반적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이 팔다리로 공격해봤자 100% 전력을 발휘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혈종이 착각한 게 있다.
녀석은 내가 죽는 걸 막기 위해 온전히 남겨둔 부위가 있었다.
[어디?]모르면 지금부터 잘 봐라.
난 혈종의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씩 웃어 보인 뒤 천둥새를 붙든 손에 힘을 주고는 입을 가져갔다.
처음부터 팔다리는 버리는 패였고, 진짜는 이거였다.
멀쩡한 치아에 포스를 두르고 제련을 풀가동하여 천둥새의 날개를 물어뜯었다.
피슛!
천둥새의 가죽을 가르고 피가 튀어 올랐다.
[이 미친 새끼야! 내가 쓸 건데 곱게 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