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최준호의 심상 세계.
그곳에서 혈종은 최준호가 보인 행동을 보고 눈이 뒤집혔다.
“저, 저 미친 새끼! 내가 쓸 몸인데 막 굴리고 있어!”
대체 누가 누구더러 미친놈이라고 하는 건지 혈종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마음에 들지 않는답시고 신수를 제거하기 위해 나선 미친 녀석이다. 그리고 대결에서 열세에 놓이자 자기 몸이 으스러질 걸 감수해서라도 기회를 붙잡기 위해 몸을 던졌다.
자신이 전력으로 초재생을 발동하지 않았다면 사지는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졌을 것이다. 팔다리가 없는 녀석은 천둥새에게 일방적으로 농락당하다 죽었겠지.
이게 미친놈이 아니면 대체 누가 미친놈이란 말인가.
“내가 물린 거였어. 저 미친 자식.”
문제라면 녀석이 죽는 순간 자신도 죽기에 혈종은 전력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대체 녀석이 왜 자신더러 미쳤다고 하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자신은 녀석의 성격을 기반으로 탄생했고, 피에 미쳐 날뛸 당시에도 ‘한 번도’ 녀석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녀석이 진짜라고 느낀 것은 기어이 천둥새를 붙드는데 성공해서다.
팔다리가 온전치 못할 걸 예상하고 물어버리다니.
혈종은 어이가 없어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무튼 붙잡긴 했군. 물어버리는 건 상상을 뛰어넘는 전개였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위협적인 무기긴 했다. 치아 하나하나에 포스가 실리고, 그걸 강화시키는 제련이 최고조로 발동 중이다. 그리고 이것은 천둥새의 날개를 파고드는데 성공했다.
고고한 척 하던 녀석에게 한 방 먹인 것이다.
실실 쪼개던 혈종은 자신을 향한 세 자아를 발견했다. 자기들이 능력 있답시고 으스대지만 혈종이 보기에 생산력이 개똥 수준에 불과한 녀석들이다.
잽싸게 고개를 돌려 외면했지만 농땡이 부린 걸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뭘 봐! 일해! 노예들아!”
부리나케 움직이는 자아들. 최준호는 녀석을 제법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는 듯했지만 혈종은 그럴 생각이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생산성도 없으면 근무시간으로 때우라고! 놀 생각도 마라! 실력 없으면 몸으로 때워!”
아마 평범한 인간이라면 버텨내지 못하고 죽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자기들이 엘리트 기프트라고 자부하는 것답게 체력 하나는 알아줬다. 아무리 들들 볶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유일한 장점이다.
“빨리 움직여! 최소한 자기 몫은 하란 말이다.”
이 녀석들을 잘 굴려서 쓸모 있게 만들어둬야 자신이 몸을 차지했을 때 써먹을 수 있겠지. 멍청한 최준호는 자신을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모든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기프트들을 쥐어짜내는 혈종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
* *
천둥새의 날개를 물어뜯으면서 느껴진 맛은 생닭과 비슷했다. 비릿한 피 다음으로 생닭을 씹는 감촉이 치아와 혀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다.
제아무리 신수라며 신에 근접한 존재라고 자랑해봤자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다. 육체에 타격이 가면 상처를 입기 마련이며 본체인 이상 타격은 입을 수밖에 없다.
그걸 확신하는 건 내 입을 타고 들어오는 천둥새의 피와 살이 증거다.
그어어어어!
그 전까지만 해도 여유 넘치던 천둥새가 처음으로 몸부림치면서 괴성을 질렀다.
나는 회복된 팔다리로 녀석을 단단히 붙들어놓고 치아에 두른 포스량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혈종일 때 도주 경력이 워낙 화려하다 보니 생고기는 물론이고 독성을 제거하지 않은 마물 고기도 생으로 씹어 먹었던 나다.
이렇게 먹으니 천둥새 살점도 나름 맛이 있는 거 같다.
“…….”
심장 쪽 피가 아닌 탓에 온갖 어지러운 정보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 두통이 오히려 고속비행 후유증으로부터 정신이 들게 해줬다.
하지만 피로가 밀려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흘밤낮을 싸워도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천둥새가 소모전을 유도하면서 초재생으로 소모한 포스량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특히 이렇게 접근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부상까지 입었으니 그걸 회복하는데도 엄청난 양의 포스가 소모되었다.
그래도 붙잡은 기회는 확실했다.
난 목으로 넘어오는 피를 모조리 마셔버리면서 용용이한테 받은 심장을 이용, 포스를 회복시켜나갔다.
포스가 충만해지는 걸 보면서 천둥새가 반응했다.
[네, 네놈 무슨 수작을…….]정신이 번쩍 들기라도 했나. 말을 시킨다고 해도 대답할 이유가 없다. 천둥새의 피를 빨아들이면서 더 깊숙이 상처를 남겼다.
내가 문 부위는 조금씩 몸통 근처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대로 확장해서 옆쪽 목덜미까지 찢어놓고 싶은데 아무래도 어렵겠지?
그어어어!
역시, 내 의도는 바로 간파 당했다.
천둥새가 다시 한 번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지만 이 정도로 날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목표로 했던 목까지 도달하는 건 실패했지만 몸부림을 쳐서 상처 부위를 더 넓혀놓는데 성공했다.
모든 건 예상대로다. 천둥새는 내가 이렇게 지저분한 방식으로 달라붙을 걸 예상하지 못했다. 그 틈을 파고들어 녀석에게 치명상을 입히는데 성공했고.
원래 수준이 높아질수록 대결 과정은 깔끔해진다. 서로가 서로의 수준을 가늠하기에 충돌 빈도도 많지 않고 계산이 어긋나는 순간 바로 승부가 나기도 한다.
신체적인 능력, 본연의 권능 등을 고려할 때 천둥새는 나보다 앞섰다. 인간의 교활함까지 갖춘 녀석의 전투방식은 내가 패배할 수밖에 없는 미래를 떠올리게 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타협에 나서게 하려는 천둥새의 의도일 확률이 높았다. 절망을 느끼며 전의를 상실하고 협상에 임하게 만들고 싶었겠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제대로 된 방식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진창 싸움으로 끌어들인다.
신수가 되어서 과연 밑바닥까지 끌어내려진 경험을 해봤을까.
절대 없을 거라 확신했다.
상대를 고고하게 끌어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추하게 끌어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는 내게 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붙잡고 천둥새를 치명상 입히는데 성공했다.
원래 이러려고 제련을 익힌 건 아니지만.
[너, 너……!]신수라서 그런가. 피 맛도 좋군.
처음보다 치악력이 떨어진 느낌이지만 기회가 왔을 때 구질구질하게 여겨질 정도로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어어어어!
결국 천둥새가 격렬하게 몸을 흔들면서 고속비행까지 감행하니 나도 더 버티지 못하고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효과는 있었다. 재빨리 하늘로 날아오르던 천둥새의 몸이 한 차례 기우뚱했던 것이다.
[시간 주면 안 된다. 회복력도 너보다 월등히 나을 테니까.]“알아.”
진짜 타격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타격이 있는 걸 확인했으니 좀 더 큰 충격을 줘야겠지.
나는 조금 전보다 훨씬 경쾌해진 움직임으로 천둥새를 향해 접근했다. 용용이가 준 선물로 포스를 회복하니 몸 상태가 한결 나아졌다.
그에 반해 천둥새는 나처럼 보조배터리가 없다. 물론 회복력이야 나보다 월등하겠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양 날개를 활짝 펼치자 다시 한 번 폭풍이 휘몰아치고 벼락이 내리쳤다.
하지만 가장 까다롭게 느껴지던 ‘고속비행’은 시전하지 않았다.
역시,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사용하지 못하는군.
[설마 또 물 거냐?]상황을 지켜보고.
포스를 다시 회복하니 팔다리도 회복이 된 거 같아서 정상적인 전투수행이 가능해졌다.
난 폭풍과 번개를 피하면서 접근했다. 상처 입은 부위를 가리기 위해 천둥새가 반대로 몸을 돌릴 때였다.
“……!”
갑자기 거대해진 날개가 날 덮쳐왔다. 신체 일부를 변화시킨 것이다. 워낙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이건 피할 수 없군.
퍽!
날개 후려치기에 뒤로 밀려나면서 나는 손을 뻗었다. 전신이 욱신거렸지만 대놓고 커진 표적을 놓칠 이유가 없었다.
순식간에 수백 발의 포스 탄환에 날개에 구멍이 뚫린 천둥새가 몸을 비틀면서 날개 크기를 줄였다. 나도 허공에서 균형을 잡아 다시 접근했다.
녀석의 입장에서 지금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신체 일부를 이용해서 날 밀어내려고 해도 거대화를 하면 표적으로 전락하게 되고, 그렇다고 지금 크기를 유지하자니 부상을 입으면 그만큼 타격이 크다.
고속비행을 적극 활용하여 날 압도할 생각이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이런 고고한 녀석들은 같이 죽자고 달려들 때 가장 큰 약점을 드러내는 법이니까.
분명 권능은 대단하지만 미국 정부에서 내놓은 정보와 파티의 정보, 용용이들이 알려준 정보처럼 천둥새는 비교적 맷집이 좋지 못했다.
그렇다 쳐도 몇 번이나 두들겨 맞아놓고 버티는 중이었지만.
아마 인간이었으면 진즉에 곤죽이 되었을 것이다.
신수를 인간과 같은 선상에 놓아두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내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자 지켜보던 혈종이 한 마디 보탰다.
[아까 전 물어뜯기가 꽤 효과적이었나 본데?]난 긴가민가한 상태였는데 혈종의 말을 듣고 나서야 확실해졌다.
천둥새는 아까 내게 접근을 허용하면서 물어뜯기고 큰 상처를 입으면서 내가 접근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쉬지 않고 폭풍과 벼락을 휘몰아치는 것이 그 예였다. 처음보다 위력이 더 강력한 이유는 녀석이 전력을 다하는 것일 테고, 그건 내가 접근하면 번거로워진다는 걸 알아서겠지.
[아무리 신수라고 해도 미친개한테 물리는 건 사양하고 싶겠지. 크크크크!]자기가 미친놈이면서 웃는 꼴이라니. 솔직히 꼴사나워서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 내 신경은 모두 천둥새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고서는 녀석을 잡을 기회가 없다. 날 끌어들이겠다고 말하면서 가족을 운운한 이상,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녀석을 잡아야 한다.
조금씩 나와 천둥새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래서 도련님 아가씨들은 안 된다니까.]상처가 벌어지더라도 고속비행을 시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
대신 자신의 상처가 더 심각해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고고한 신수 나으리가 그걸 감수할 리가. 천둥새가 뒤늦게 반응을 하려 했지만 바로 앞까지 도달한 후였다.
파지지직!
녀석은 내가 손을 대지 못하게 만들려고 전신에 뇌전을 둘렀다. 난 개의치 않고 녀석의 날개를 붙잡았다. 손을 타고 흐르는 전류가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모조라 온몸의 털이란 털은 모조리 올올이 세워버리는 것 같았다.
[미친 새끼! 그걸 잡아?]혈종이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천둥새가 발산하는 뇌전을 감당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혈종일 때 도망가다가 미사일도 맞아봤는데 이 정도쯤이야. 어디 만화에서 나오는 백만 볼트 체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백만 볼트면 그냥 타 죽을 거다.]나도 비슷한 생각이긴 했다.
내가 기어이 버텨내자 녀석은 바로 다음 수를 동원했다. 끝까지 사용하지 않던 고속비행을 나를 매단 채로 시전한 것이다.
사지가 낱낱이 분해되는 듯한 충격 속에서 나는 고속비행을 견뎌냈다.
오히려 처음보다 더 견딜만했다.
익숙해진 건가?
[아니, 속도가 느려졌다.]내가 잘 버텨내서 그런 게 아니고?
[그런 걸로 치면 나랑 밑에 있는 녀석들이 고생해서지!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유세냐?]혈종 녀석은 천둥새에게 이만한 타격을 입힌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모르는 듯했다.
아니, 일부러 외면하는 걸지도. 애초에 그렇게 글러먹은 녀석이니까.
어느 순간 천둥새는 고속비행을 멈췄다. 녀석의 상처가 벌어지는 속도가 내가 타격을 받는 것보다 더 빨랐던 것이다.
여기에 나는 대결 내내 숨기고 있던 기프트 ‘컨트롤’을 꺼내들었다.
신수의 웅혼한 포스에 아무 영향도 끼칠 수 없던 이것은 천둥새가 약해진 틈,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맞춰 정확하게 틈을 찌르는데 성공했다.
잠깐이지만 천둥새의 움직임이 멎으면서 무장해제 상태가 된 것이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팔을 뻗었다. 낱낱이 분해되어 초재생조차 애를 먹던 것에 비하면 팔은 온전한 형태였다.
녀석과 내 눈이 마주치고.
“잡았다.”
마침내 천둥새의 목을 틀어쥔 나는 환하게 웃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콰드드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