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어머니와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아무라 맛있는 된장찌개를 먹어도 역시 어머니가 해준 맛이 내 입에 가장 잘 맞는다.
뭐라고 해야 할까. 원조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
맛 자체만 놓고 보면 더 나은 것들도 있지만 역시 친숙한 맛을 뿌리칠 수 없다.
[그나저나 의외네.]용용이가 내게 한 말이다.
“뭐가?”
[난 네가 바로 달려갈 줄 알았거든. 근데 네 부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잖아? 그동안 보여준 것과 다른 절차를 밟는 거 같아서.]“다른 일반적인 아들이라면 이렇게 했을 테니까.”
[어?]“이게 평범한 과정이라 생각해서 그런 거다. 그게 더 정상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물론 내가 제정신이고, 더 이상 미쳐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여전히 내게 결여된 부분이 존재하며 그로 인해 가족이 걱정할 수 있다는 건 안다.
내가 미치지 않았으니 정상인의 길로 가야겠지.
[평범하다는 건 어렵네, 어려워.]당연히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노력은 해야겠지. 원래 정상이란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가만히 있으면 정상이 아닌 거였어?]정상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걸 용용이는 모르고 있는 듯하다.
인간과 신수 차이니 그러려니 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윤희를 불렀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어머니가 병원에 갔던 걸 언급하자 눈에 띄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왜 숨겼냐?”
“그건 또 어떻게 알아낸 거야?”
“그보다 나한테 알리지 않은 이유가 궁금한데.”
“그거야 알렸으면 오빠가 다 죽였을 테니까.”
무슨 내 손에 걸리면 다 죽는 줄 아나보다.
그런데 부모님을 건드린 거니 다 죽였을 거 같긴 하다.
[그럼 틀린 말이 아니잖아?]그렇게 되나?
“나중에라도 알릴 수 있지 않았냐?”
“어렵게 수습해놨는데 다시 불붙일 일이 뭐가 있어. 유명인이라면 다 겪는 거야. 그러니 나도 그 이상 키워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고.”
“그건 네 생각이냐?”
“내 생각 맞아.”
당당하게 대답을 하니 바로 틀렸다는 말이 올라왔다가 참았다.
어차피 인간은 자기만의 확고한 생각이 존재한다. 그걸 바꾸는 것은 어떠한 설득보다 어렵고, 나도 지난 날 경험 등을 통해 누군가를 설득하는 걸 포기했다.
그래서 손에 넣은 게 브레인워싱이었다. 그마저도 필요한 게 없으면 머리를 부숴 죽여 버렸고.
각자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셈이지.
[인간 동생한테 그러려고?]용용이가 미쳤나, 아무리 거침없이 손을 써도 친동생한테까지 그러겠냐.
[난 또 굳게 마음먹은 줄 알았지. 으갸갸갸!]내 손에 붙잡힌 용용이가 감전된 것처럼 덜덜 떨렸다. 헛소리 한다고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애초에 윤희의 생각이 달라질 리 없다고 생각해서 포기한 거였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이 윤희는 계속해서 날 재촉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알아냈냐니까.”
“이세희가 알려줬다.”
“아니, 그 언니는 그렇게 비밀로 해달라고 했는데 대체 왜 알려준 거야.”
“어머니가 아픈 걸 내가 모르고 있는 게 정상이냐?”
“그건 그런데, 이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잖아. 어휴!”
한숨을 내쉬는 윤희에게서 나름대로의 고충이 느껴졌다. 하긴, 제 딴에는 잘 해결해보려고 했던 거겠지. 어쩌면 나만 불만족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유명세에 대한 세금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오빠의 존재가 워낙 센세이션 했으니까. 당연히 주변이 궁금하겠지. 나야 그 관심이 즐거웠지만 아빠나 엄마는 그게 꽤 부담스러웠나봐.”
아버지의 경우 대외 활동을 통해 세력을 규합했다면 어머니는 꽤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게 윤희의 설명이었다.
그래, 내가 기획한 녀석들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잘 버텨내는 아버지보다 약한 고리인 어머니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려 들었을 것이다.
원래 상대 공략이란 건 그런 거다.
그리고 내가 어머니를 건드린 녀석들을 처리하는 것도 같은 이유고.
차이라면 나는 약한 고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거다.
“병원 갈 정도를 세금으로 생각하면 안 되지.”
“그럼 내가 나서서 오빠한테 일러서 난장판을 만들까?”
“못할 것도 없지.”
“내가 왜 숨겨야 했는지 지금 오빠의 태도가 말해주고 있어.”
“내가 문제라는 거냐?”
“응. 그래도 오빠 마음은 이해가 가. 그래서 말하지 말라던 엄마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
나와 윤희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서로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이네.]나도 여기까지 온 이상 윤희의 생각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각자 생각하는 방향대로 갈 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윤희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나였다면 세금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이야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실한 모범 납세자였지만 과거의 나은 세금 한 푼 납부하지 않던 빌런이었다.
“세금을 거부할 용기도 필요하니까.”
“저기요, 그럼 강제 추징당하거든요?”
“할 수 있으면 해보던가. 내가 순순히 당해줄 줄 알아?”
“아니, 뭐하자는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결론적으로 윤희와 대화가 내 생각을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
*
* *
따지고 보면 처음이다.
대놓고 내게 위해를 가해놓고 잘 먹고 잘 사는 녀석은.
가족이니까 직접적인 위해는 아니라고 할 수 있으려나.
애초에 내가 언론에 무심하기는 했지만 내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윤희 스스로 적절한 수습이라 생각하는 행동으로 인해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착각했을 수도 있다.
언론으로 내게 위해를 가해도 무사할 수 있다는 그런 종류의 착각.
물론 한 차례 눌러놓는 과정이 있어서 열기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진세정의 케이스와 달랐다.
날 위한다는 명목 하에 내 앞에서 당당히 악플을 달았지만 녀석들은 처음부터 음험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음에도 무사한 거였으니까.
혹시 나만 이런가 싶어서 비슷한 경우를 겪었을 녀석을 찾아가봤다.
“당연히 있다.”
버서커는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날 바라봤다. 그렇게 불필요한 질문처럼 느껴졌나 싶었다.
“무슨 일인데?”
“당장 내가 빌런 수배가 해제되는 과정에서 기사들이 쏟아졌지.”
그뿐만 아니라 버서커의 히스토리가 자세히 알려지면서 가족들에 대한 집요한 취재도 이어졌다고 한다.
그로 인해 가족들이 받은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고.
“그런데 잘 처리했네?”
“뭐?”
“조용히 처리해서 다른 말이 안 나오던 거 아니었냐?”
내가 아는 버서커였다면 길길이 날뛰었을 텐데,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신중함을 기해 은밀히 처리했다는 거 아니겠는가.
녀석도 제법이다 싶었다.
“그럴 리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조용해질 때까지 참고 있었다.”
“네가?”
“그래.”
“…….”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그 버서커가 참고 넘어간다고?
“빌런이었다가 복귀한 녀석이 바로 사고 친다는 건 쉽지 않더군.”
“그런 거였냐.”
그럼 그렇지, 참은 게 아니라 때를 기다리고 있던 거였다.
아무튼 녀석도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것에 급 친밀감이 들었다.
녀석은 한참 전에 참은 거고 나는 방금 전에 알게 되었다는 차이가 존재했지만.
[저 인간이 압도적으로 대단한 거 아냐?]별 차이가 없는 건데 누가 대단하고 아니고를 왜 나누는 건지, 용용이가 사회 물 먹더니 인간보다 서열을 나누는데 더 진심처럼 보였다.
[와, 말을 그렇게까지 하기야?]나한테 깐족댄 대가라고 생각해라.
“그럼 지금은 사고 칠 준비는 됐고?”
“사고라니, 설마 옛 기억을 떠올려서 복수하자는 거냐?”
“묵혀둔 복수가 아니라 옛 원한을 청산하는 거지. 시간이 지난만큼 속이 시원하고. 마침 나도 움직일까 했는데 너도 비슷한 일이 있을까 생각했거든.”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버서커 정도라면 함께 일을 벌이기에 걸리적거리지 않는 수준이기도 했고.
귀찮은 일 처리는 할 수 있겠지.
“나랑 일 좀 하자.”
*
* *
버서커와 움직이기 전에 먼저 한 것은 녀석에게 일어난 일을 체크해보는 것이다.
신성그룹이 유능한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내 가족, 내 주변 인물들의 기사까지 전부 분석해놓았다는 점이다. 버서커에 관한 기사들도 살펴봤는데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엉망진창으로 헤집어놓았다.
용케 참았군. 나였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
“그걸 참냐.”
“보통은 수고했다고 말하는 거다.”
“그렇다 치자.”
확실히 가진 것이 생긴 사람이 얼마나 약해질 수 있나를 버서커가 보여주고 있었다.
저번 생에는 훨씬 약하면서도 제멋대로 날뛰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월등히 강해지고도 눈치를 본다. 이 제약에서 자유로워야 길들여지지 않는 거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난 딱히 아닌데? 난 이번 경우를 실수라고 생각할 만큼 원래 내 앞에서 지껄이는 인간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 진세정이란 인간이 특별한 경우인 거네.]“…….”
그건 사실이 맞다. 내 앞에서 태연하게 악플 달던 진세정은 무슨 핑계를 동원해도 내가 손을 쓰지 못한 게 맞으니까.
“일단 첫 번째는 이 녀석으로 하자.”
나는 Y일보 사주를 가리켰다. 녀석은 버서커 가족을 집요하게 건든 녀석으로, 붉은 뱀 김영환이 살아있을 당시 녀석과 끈끈한 커넥션을 자랑했었다.
철저하게 나는 건드리지 않고 버서커만 건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긴, 버서커가 기자에게 직접적으로 손을 쓴 적이 없으니 그 부분을 믿고 나댔을 수도 있다.
내가 버서커 공격받는 걸 신경 써줄 이유가 없기도 하고.
버서커는 첫 목표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Y일보 사주 주영택이라, 거물이로군. 지금은 빛이 바랬어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야.”
Y일보는 소위 5대 일간지 끄트머리에 꼽히는 곳으로, Y일보 자체가 큰 수익성은 없지만 언론을 바탕으로 호텔과 유통 쪽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이 또한 김영환과 결탁을 통해 이뤄낸 것이다. 눈치가 빠르고 처신이 조심스럽기 그지없어 별명이 기름장어라고 불린다.
그래봤다 내 눈에 띈 신세였지만.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잡아와야지. 두 글자로 납치.”
“…좋군.”
버서커와 일을 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합법적인 수단이 아니었다.
“네 가족을 건드린 녀석인데 법이니 뭐니 하고 싶냐? 이거 완전 야성을 잃었네.”
“그럴 리가.”
내가 말로 타박했지만 버서커는 이미 조금씩 흉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제야 내가 알던 녀석의 모습이 나오고 있군.
“잡아오자.”
“좋군.”
*
* *
Y일보 주영택을 잡아오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내가 신성그룹 본가를 잠입해봐서 아는데 우리나라 총수라는 것들의 경호는 상상 이상으로 수준이 낮았다.
나라가 마물에 의해 안전해서 그런가, 헌터들이 확고한 체제를 통해 필요 이상의 행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
각종 첨단 장비와 각성자들을 배치해두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진짜 악의를 가지고 침입하려는 자들을 막으려는 방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덕분에 그 틈을 파고들어 데려오는데 성공했지만.
주영택은 살아있는 비리의 화신이었다. 비리로 모든 걸 쌓아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저지른 죄를 나열하는 것조차 귀찮을 정도였다.
“신성그룹 보고서에 의하면 널 건드려서 김영환을 중심으로 뭉쳤던 카르텔 잔존 세력을 자기가 꿀꺽하려던 것처럼 보이던데.”
“…고작 그걸로 가족을 건드리다니.”
“숨은 내막이 있을 테니 잘 찾아봐.”
“고맙다.”
난 버서커가 녀석을 어떻게 처리하든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주영택은 일종의 제물. 본격적인 일에 들어가기 전 쇼케이스 같은 거다.
살려둬 봤자 공기만 아까운 녀석이기도 하고.
버서커가 어떻게 요리할지 지켜보려고 할 때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흐르는 피. 그리고 머리가 사라진 시체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조금까지 주영택이었던 것의 시체였다.
“벌써 죽였냐?”
“음, 그렇게 됐군.”
버서커가 내 눈치를 봤다. 난 혀를 차며 말했다.
“이렇게 빨리 죽이면 고통 없이 가잖아. 너무 관대한 처벌인데.”
“…그거였나.”
“이래서 네가 안 된다는 거야.”
자고로 최대한 고통을 주다가 보낼 생각을 해야지.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아무래도 버서커는 나에 대한 믿음이 얕은 듯했다.
내가 마음 고쳐먹은 걸 모르고 있군.
“잘 지켜봐.”
내가 한 수 가르쳐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