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최준호가 돌아갔다. 그 자리에는 생각에 잠긴 아메드 국왕과 나시르만 남은 상태였다.
“나시르.”
“예, 국왕 전하. 하명하실 일이 있으신지?”
허리를 굽힌 오랜 심복을 보며 아메드 국왕은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잠시 가라앉히고 물었다.
“내 친우의 말을 어떻게 들었나?”
“역시 그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예. 최준호 초인은 자신의 역할이 존재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분이 보기에 수에즈 운하의 정상화에 이집트의 역할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집트가 하는 역할이 없기에 100에서 1만 떼어줘도 감지덕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최준호의 생각이었다.
아메드 국왕은 수에즈가 이집트의 영토이기에 이집트의 몫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설사 점유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그곳이 이집트의 영토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그것은 구시대의 질서였다. 마물의 등장 이후, 국토 방위력이 약해지면서 세계 각지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내전이나 쿠데타가 숱하게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영토가 바뀐 국가도 많았고.
당장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사막의 악몽으로 인해 타국이 영토를 드나드는 것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그 관점에서 볼 때 최준호의 이야기도 틀리지 않았다.
“현재 수에즈는 상실된 상태지.”
이곳 운하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던 이집트는 쫓겨나듯 밀려났다.
만약 손에 넣는 걸 성공하면?
아니, 최준호가 나선 이상 100% 성공한다.
아메드 국왕은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밀어 놓았던 욕망이 슬그머니 생겨나는 걸 느꼈다.
이집트가 점유하지 못하고 있는 영토니 사실상 먼저 깃발을 꽂이면 자신의 영토가 되는 거 아닌가?
그 기색을 나시르가 바로 눈치 챘다.
“국왕 전하?”
“왜 그러나?”
“설마 수에즈를…….”
“우리가 수리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직접 소유하면 더 좋지 않겠나? 이집트도 포기해서 누구도 소유하지 못한 비어있는 땅인데 말이지.”
“하지만 그건 침략 행위로 지탄받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무역로를 손에 쥔 우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쓸 테고.”
“전하.”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길이야. 내 친우에게 대부분의 이익을 양보하더라도 지중해 연안 무역만 복구해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어.”
아메드 국왕의 눈에 생긴 욕심을 읽은 나시르는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분명 현명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과감하지는 않았다.
‘설마.’
문득 나시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간 것은 최준호의 행동이 주변을 물들인다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능의 정다현이 그로 인해 우려를 사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정의로움의 대명사였던 유망주가 이제는 우려의 말이 나올 정도로 손속이 독해졌다는 이야기에 웃어넘겼지만.
‘그게 사실일 줄이야.’
나시르는 아메드 국왕의 이런 변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국가 운영을 할 때 이런 과감성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은 고전하고 있지만 이집트 또한 군사강국이었기에.
이런 나시르의 설명에 대해 아메드 국왕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이웃 국가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고 있던가?”
“…….”
“1을 주나 10을 주나 불만을 가질 녀석이지. 그렇다면 다 갖고 있다가 선심 쓰듯 나눠주는 게 나아.”
“전하.”
“진행하도록 하지.”
*
* *
이집트 대통령이자 독재자인 무스타파 알 아슈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네 온 소식에 눈을 부릅떴다.
“…지금 이놈들이 뭐라고?”
그동안 데면데면하던 사이였다. 수에즈에는 호루스라는 네임드 마물이 자리하고 있었고, 이집트는 연일 마물과 전쟁을 벌이면서 나일강 유역을 사수하느라 고전하고 있었다.
이집트의 핵심은 나일강이었고, 이곳에 모든 인구가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넓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인구 밀도는 최악의 수준이었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사수해야 할 공간이 확실하기에 힘의 집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집트의 방위는 철저한 실패를 맛보고 있었다. 나일강 유역을 사수하고 있지만 넓은 영토에서 시시각각 쏟아지는 마물의 공격은 강렬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마물의 위협을 극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라비아 사막을 지배하던 사막의 악몽을 헤드 브레이커가 제거해준 것이다.
이웃국가가 강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결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무스타파는 속이 쓰렸지만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지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에즈 공동 운영을 제안해왔던 것이다.
당장 방어 전선을 유지하는데 벅차던 무스타파는 추가 수입이 들어온다는데 솔깃했지만 순순히 따라줄 수 없어서 배짱을 부렸다.
한결 여유가 생긴 사우디아라비아라면 더 많은 걸 뜯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래,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양보를 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동은 무스타파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더 양보를 하는 게 아니라 수에즈를 일방적으로 차지하는 방향으로 튼 것이다.
당연히 무스타파는 길길이 날뛰었지만 돌아온 것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무시, 일명 ‘읽씹’을 당해버렸다.
“이, 이 미친놈들이!”
무스타파는 길길이 날뛰면서 부하들을 불러 수에즈로 진격을 외쳤다가 심복들에게 ‘어렵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열을 식힌 그는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음을 깨달았다.
무스타파는 이 미치고 팔짝 뛸 상황에서 주변 국가에 연락을 돌렸지만 그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욕하는 것에 동참할 뿐, 추가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오히려 몇몇 국가는 수에즈 운하가 재가동되면 이권을 주워먹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붙으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었다.
“허!”
결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에즈 인근으로 군을 움직이는 걸 보며 무스타파의 한숨이 깊어졌다.
*
* *
[진짜 너 욕심이 대단하네. 와, 나 감탄했어.]용용이 녀석은 아까부터 이 소리였다.
내가 아메드 국왕과 수에즈 운하 관련한 내용을 듣고 나서다.
뭐가 욕심이란 건지 모르겠다.
“뭐가 문젠데?”
[아무리 그래도 무리수 아냐?]“무리수는 무슨.”
[이건 그냥 약탈이잖아.]“힘이 없으면 감수해야 하는 거지.”
당연하게도 이건 내게도 통용되는 내용이다.
물론, 내가 그걸로 손해 볼 일은 없지만. 덤벼오는 녀석들은 모두 내게 머리가 부서졌다.
힘이란 건 정의다. 힘을 앞세우고 정의는 그걸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건 개인보다 단체가, 단체보다 국가 관계에서 더 심해진다.
후에 이집트가 스스로 극복하고 진출한다면 상관없겠지만 현재로서는 땅값에 해당하는 1만 줘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공짜로 날로 먹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잖아?
솔직히 그냥 점거해도 되는데 1이면 챙겨주는 느낌이고.
[그게 날로 먹는 거 같은데.]내가 수에즈에 암약하는 마물을 처리하는 건 조금도 생각에 안 두는군.
아메드 국왕과 대화를 나눈 뒤, 곧장 수에즈로 가볼까 하던 나는 며칠 쉬고 가라는 만류에 궁전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안 그래도 고속비행 여파가 있었던 터라 과부하가 걸린 육체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데 집중했다.
[인간의 몸이 약하긴 해.]“관련된 기프트를 얻어야겠어.”
“당연히 원하는 걸 얻을 때까지지.”
죽는다고 섭섭해 할 사람도 없으니 손을 쓰기 딱 좋지. 당장 고속비행에서 기프트 자아들이 분담을 하니 버틸 만하다. 아쉬워도 쓸 수는 있으니 찾다 보면 나오겠지.
“그런데 넌 용케 따라온다?”
[내가 누군지 잊은 거야? 나 신수야, 위대한 청룡이라고.]“누가 뭐래?”
[요즘 네가 나 무시하잖아! 한 번 어떤 존재인지 보여줘? 엉?]그래 너 잘났다.
자기 잘났다고 꿍얼거리는 녀석의 모습이 왜 이렇게 볼썽사나운 건지 모르겠다. 신수면 신수의 위엄을 보여야 하는데 하는 행동이 인정받으려고 몸부림치는 거 같다.
호루스라.
플러스 단계 정도로 추정되며, 매의 얼굴에 사람 모습을 한 건 아니고 전체적으로 매의 모습을 하고 있단다.
수에즈를 영역으로 삼고 있지만 어디에 서식하고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으며, 수에즈에 접근하는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늘 위에서 하강하는 걸로 대형 선박 여러 척을 단숨에 두 동강 내면서 엄청난 육체적 능력을 선보인 바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게 지능이군.”
당연하게도 이집트에서는 수에즈를 잃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선 적이 있다.
그들은 아랍 국가들에게 수에즈 이권을 약속하고 초인들을 차출하며 무려 여섯 명이 사냥에 나선 적이 있지만 세 명이 죽고 따라온 사냥팀들이 전멸하는 상태가 일어났다.
당시 사냥 방식은 각개격파였고, 압도적인 속도와 지형을 숙지하고 있는 호루스에게 농락당하다시피 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집트는 나일강 인근으로 영역이 축소되었고, 지금까지 그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란다.
“괜찮은데?”
[머리가 좋은 게 왜?]“써먹을 수 있잖아.”
[너 설마?]“그럼 내가 수에즈를 수복하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줄 알았냐?”
믿고 맡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도 결국 국가였다.
그들의 이익이 내 이익과 부합하지 않을 확률이 높고 이곳까지 거리를 감안할 때 내가 매일 시야에 두고 관리할 수 없는 노릇이다.
[네 말을 들을까?]“플러스 단계 정도로 추측된다니까 듣지 않을 확률이 높겠지. 하지만 지능이 높으면 이성이 야성을 누르는 경우도 있으니까.”
내가 여태까지 본 플러스 단계 마물은 생각과 감정이란 게 존재했다.
멍멍이도 등급이 낮을 때 길들인 거라서 가능성은 반반이다.
반반도 사실 높아졌지.
누리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실패를 많이 했으니까.
[생각보다 높네?]“멍멍이 길들일 때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까.”
신수의 정수를 길들이면서 힌트를 얻게 되었다. 생존본능이 강하거나 겁이 많은 녀석이라면 충분히 위협을 줘서 길들일 수 있다.
[생존본능이 약하면 어렵다는 거네.]“그건 쉬워. 생존본능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두들겨 패면 되니까.”
오히려 내가 걱정하는 건 다른 부분이다.
호루스에게 당한 녀석들은 자기들이 멍청한 걸 인정하기 싫어서 녀석이 똑똑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보통 새대가리는 보통 똑똑하지 않던데. 아, 너 보고 한 건 아니다. 넌 조류가 아니잖아?”
[…….]“조류였냐?”
[조류겠냐!]“아니면 말고.”
내 말에 용용이가 긍정도 부정도 표하지 못했다.
*
* *
수에즈의 제왕 호루스는 수에즈 지협 전체를 영역으로 두고 있는 마물이다.
의식이 생겼을 때부터 이곳을 사랑한 호루스는 위협이 되는 모든 마물과 치열한 혈전을 벌였고, 수백 번의 후퇴와 기습 끝에 수에즈의 제왕이 되었다.
이곳에서 호루스는 완전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영역으로 굳혀놓은 뒤 차근차근 힘을 쌓아나가며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침입자가 오면 물리치길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새끼를 두기도 했다. 자신이 만들 왕국을 지탱할 녀석들이다.
호루스에게 있어 이곳은 자신의 왕국이자 터전이었다. 호루스는 이 평화가 오랫동안 영원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 ‘괴물’이 등장하기 전까지.
처음에는 별 볼일 없는 침입자였다. 그동안 무수히 물리쳤던 평범한 인간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짐에도 위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호루스는 까마득한 상공에서 ‘사냥감’으로 지정한 목표를 바라보았다. 인간은 시력이 약하고 한없이 연약한 육체를 지니고 있어 이 높이에서 습격하면 절대 대응하지 못한다.
감히 자신의 영역에 침입한 녀석을 처참하게 으깨주겠다고 생각하면서 호루스는 움직였다.
그것이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퍽!
발톱으로 사냥 대상을 으깨버리려던 순간, 호루스는 별이 반짝이는 느낌과 함께 추락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당황한 호루스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서 하늘로 날아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인간을 사냥하려고 했지만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끼아아악!
흙바닥을 뒹굴고 나서야 호루스는 깨달았다.
자신이 잡으려고 한 인간은 무시무시하게 강한 녀석이다. 그것도 가늠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힘을 품은.
정면으로 맞서다가 자신도 위험할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호루스는 곧장 몸을 돌렸다. 인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하늘을 날 수 없다. 상대하기 힘든 적이라면 피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호루스가 살아남은 방식이고 강해진 비결이었다.
누구나 영원히 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빈틈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둥지로 돌아가 저 인간이 돌아갈 때까지 숨어있어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도망치는 속도가 빠르다?”
……!!!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기겁한 호루스가 날개를 휘둘러 쳐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여유롭게 옆으로 비켜선 인간이 돌연 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기냐?”
그와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가는 인간의 신형.
그곳은 호루스의 새끼들이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