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끼아아아악!
내가 앞서 나가자 뒤에서 찢어질 것처럼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둥지로 향하고 있는 걸 눈치 채고 오는 것이다.
확실히 영리한 녀석이다. 새대가리임에도 주변 기류를 읽고 판단을 내리는 속도가 빨랐다.
날 상대하겠다고 호기롭게 덤벼들었다가 도망치는 일련의 과정은 흉성에 잡아먹힌 마물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주제 파악 못하는 빌런보다 훨씬 판단력이 좋았다.
이런 내 생각에 용용이도 동감을 표했다.
[생존형인가보네.]마물 중에는 여러 유형이 존재했는데, 그중 생존형은 본연의 강함이 아닌 주변 환경을 이용해서 살아남는다.
보통 몇 번 피해 다니다가 결국 자기보다 더 강한 마물에 의해 잡아먹히는 결과를 맞이한다.
기본적으로 강하지 못하기에 생존에 유리하지 못해서다.
언제고 용용이가 멍멍이를 생존형으로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날 만나지 못했다면 그대로 사라졌을 테지.
“그럼 생존형 마물을 길들이면 되는 거 아냐?”
[너야 가능하지만 다른 인간은 쉽지 않을 걸?]용용이가 말하길, 아이러니하게도 멍멍이가 성장했던 건 내가 죽도록 두들겨 패서 그렇단다.
그래서 생존 본능이 활발해질 수 있었다나.
나더러 죽이지 않을 거면서 늘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데.
나처럼 녀석을 상냥하게 보살핀 주인이 어디 있다고 모함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하던데?]“뭘?”
[넌 스스로에 대해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나만큼 냉정하게 보는 사람은 없다.”
[너 말고 모두가 다 알고 있거든?]용용이 녀석이 삐딱하게 말하는 게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군.
하지만 난 진심이다.
오로지 힘만 추구하다 미쳐버린 적이 있기에 내 스스로 상태를 냉정하게 진단해야 했다.
그렇기에 내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녀석들이 많군.
용용이와 입씨름을 한다고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 나는 호루스를 상대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녀석의 가족을 노린 효과는 확실했다.
“여기로군.”
어느새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호루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둥지였다.
“아주 궁전으로 꾸며놨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얕은 동굴이었다. 아니,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둥지였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먹이인 마물들을 저장해둘 수 있는 공간과 여러 개의 방과 비슷한 공간을 확보해놓고 있었다.
그곳에는 호루스의 새끼들도 추정되는 매들이 있었다.
평소라면 저걸 미끼 삼아서 녀석을 철저하게 짓밟아놓았을 테지만.
끼아아아악!
지금은 길들이는 게 목표였으니까.
확실히 저번 청새치 녀석을 상대하고 느낀 점이 있다.
마물은 강해질수록 번식 욕구가 왕성한가보다. 그리고 자기 새끼에 대한 확실한 집착이 있다.
그걸 이용하면 쉽게 낚을 수 있지. 정다현이 말한 대로 새끼를 이용해 마물을 끌어내는 방법은 굉장히 유효하다.
난 호루스보다 먼저 둥지 앞에 도착했다.
“그만, 더 오면 네 새끼들을 다 죽일 거다.”
생존에 특화된 유형이니 만큼 자식은 다시 낳으면 그만이라고 소리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끼이이이.
눈알을 굴리던 녀석은 그래도 자기 새끼들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말을 참 잘 듣는 녀석이었다.
이제 슬슬 미끼를 던져볼까.
“네 새끼들을 구할 방법은 간단해.”
나와 호루스의 눈이 마주쳤다.
마물 특유의 타오르는 살기가 아니라 빠른 계산이 깃들어 있었다.
말이 통하는 녀석이군.
“날 죽여 봐.”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녀석의 살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
* *
어리석은 인간이다.
호루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두 차례 충돌로 만만치 않다고 판단, 후퇴를 감행했지만 제대로 붙으면 자신이 이길 거라고 호루스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정도로 인간과 마물의 격차는 컸다. 오히려 호루스의 경쟁자는 동쪽 사막의 존재와 서쪽 사막의 존재, 북부 호수같은 바다의 지배자였다.
그곳의 지배자들뿐만 아니라 각자 강력한 힘을 품은 경쟁자들이 있어서 이곳에서 둥지를 만들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설사 그곳의 지배자들이 온다고 해도 물리칠 자신이 있었다.
고작 인간이 자신을 상대한다고?
자신이 전략적인 후퇴를 감행한 건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생각해서지 질 거 같아서가 아니다.
새끼들을 잡지 않은 건 멍청한 선택이다.
호루스는 자기 새끼들을 데리고 위협을 가한 인간들을 갈가리 찢어 새끼들의 먹이로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살기를 품고 인간을 잡으려 달려들 때였다.
번쩍!
인간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눈앞에 별이 빛나는가 싶더니 호루스는 먼지가 나도록 두들겨 맞았다.
그토록 자신하던 빠른 비행도 속절없이 따라잡혔고, 어떤 단단한 가죽도 꿰뚫던 발톱도 부러졌다. 그리고 전신을 두드리는 공격에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고통을 겪었다.
무시무시한 공포감이 호루스를 짓눌렀다.
그래, 이 공포감은 익숙했다. 그저 한낱 사냥감에 지나지 않던 시절, 살아남기 위해 공포와 맞서 싸워야했다.
그 환경에서 살아남았고, 강해져서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누구도 호루스를 건드리지 못했고 볼 때마다 도망치기 바빴다.
호루스는 이것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서 더 강해지려는 것도 멀리 있는 경쟁자들의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고작 일개 인간에게 이렇게 짓밟힐 줄 몰랐다.
끼악! 끼악!
새끼들이 구슬프게 울부짖는 것에 호루스는 힘을 내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짧은 순간 전신을 골고루 두들겨지면서 힘이 모조리 빠져버렸다.
힘없이 늘어진 호루스 앞으로 무시무시한 인간이 앞으로 다가왔다.
“생각보다 약한 거 같은데. 이게 플러스 단계라고? 안 믿기는데. 아, 가장 큰 장점을 나한테 잡아먹혀서 그렇다고? 그렇군. 용용이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인간의 시선이 이곳으로 향한다.
저건 포식자의 눈이었다. 자신을 노리던 포식자들이 사냥감을 볼 때 저런 눈을 했었다. 아마 자신도 사냥감을 노렸을 때 비슷했을 것이다.
이곳의 지배자가 되고 나서 마주하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네게 선택할 권리를 주겠다.”
끼아아아.
갑자기 무지막지한 인간이 무슨 의미로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게 복종해라. 복종한다면 살려주지.”
지금 자신더러 복종하라고?
믿을 수 없는 말에 호루스는 눈을 부릅 떴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 한 지역의 지배자가 된 자신이다. 모두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경배하고 있다.
그런 자신이 일개 인간에게 복종하라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리다.
당장 녀석을 갈가리 찢어버리…….
“반항심이 남은 거 같은데 눈알 하나를 뽑아놔야 하나.”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굽히는 것도 필요하겠지.
조금만 대답이 늦어도 진짜 눈알을 뽑아버릴 것 같았기에 호루스는 황급히 눈을 감고 머리를 숙였다.
자존심도 살아있을 때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살아서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끼이이이!
“좋아, 나는 말을 잘 듣는 녀석은 중용하지. 그리고.”
섬뜩한 웃음을 짓던 인간이 손을 뻗었다.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한 호루스는 그 손길이 주종관계를 공고히 하는 거라 생각하고는 순순히 허락했지만, 곧이어 섬뜩한 고통이 전신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악!
“복종할 생각이 있어도 뒤돌면 생각이 바뀌는 건 인간이나 마물이나 같지.”
몸부림치는 호루스의 머릿속으로 두려움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이 인간은 괴물이다.
자신이 보아온 어떤 포식자보다 더 강하고 잔인하며 거침이 없다. 복종 의사를 드러냈음에도 손을 쓰는 것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개를 처박는 것뿐이었다.
인간 아니, 주인이 손을 떼었음에도 고통은 여전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내부에서 활개 치는 힘에 호루스는 몸을 떨었다.
“마물한테는 적용이 안 되나? 하긴, 인간하고 면역 체계가 다를 테니 어쩔 수 없지. 좀 더 센 걸로 해야 하나?”
좀 더 센 거라고?
정신이 번쩍 드는 말에 호루스는 황급히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흠, 약발이 든 건가.”
제발 그런 거라고 알아주길 바랐다.
다행히도 주인은 그 바람을 들어주었다.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네가 할 건 하던 대로 이곳을 지키는 거다.”
호루스는 고개를 들었다. 주인의 요구는 과한 게 없고 자신이 해오던 그대로였다.
“별도의 명령이 하달되면 그대로 따르도록. 네게 어려운 일은 없을 거다. 내 말을 잘 들으면.”
인간이 꺼내든 걸 보고 호루스의 눈이 커졌다.
저건 심장이었다. 자신이 상대해도 쉽지 않은 강적의 전리품이 인간의 손 위에 있었다.
“먹이를 주도록 하지.”
끼아아아!
목숨을 걸 필요도 없이 이토록 풍족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니.
아직도 전신을 두드리는 고통도 잊은 호루스가 포효를 터뜨리며 충성을 맹세했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대가를 주는 주인이었다면 굳이 부딪칠 것 없이 충성을 맹세했을 것이다.
호루스는 새끼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비록 이 일대 지배자로서, 아버지로서 위엄이 구겨졌지만 새로운 질서가 도래했으니 거기에 순응하고 앞장서서 줄을 서야 이득을 누릴 수 있는 법이다.
자존심은 생명 연장을 시켜주지 않는다. 자존심쯤은 망설이지 않고 버릴 수 있어야 오래 살아남는다.
뭐해! 어서 와서 새로운 주인을 모시지 않고!
거듭되는 재촉에 뒤뚱거리면서 다가온 새끼들도 새로운 주인을 둘러싸고 포효를 터뜨렸다.
분명 주인을 위한 찬양이었지만, 정작 주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어째 하는 행동이 간신배 같은데.”
말과 달리 주인은 만족한 듯했다.
다행이다, 더 맞지 않아서.
그날, 호루스는 인간 주인을 모시게 되었다.
*
* *
호루스를 길들이는 작업이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쉽게 해결되었다.
플러스 단계 마물이라고 해도 비행 마물이니 꽤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말이지.
사냥하는데 쉽다고 느낀 것은 내가 고속비행을 얻어서다. 원거리 이동을 할 때 엄청난 충격을 받지만 단거리 이동을 할 때 육체에 가해지는 부하는 견딜만했다.
그런데.
용용이 녀석은 호루스가 복종한 과정에 대해서 연신 불만을 터뜨렸다.
간신배 같다고 하던데,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보통 마물이라고 하면 인간에 대한 적대감을 억누르지 못하고 흉성에 지배되기 마련인데 호루스는 그런 건 없다는 듯 바로 태세전환을 하더라.
특히 마지막에 새끼들까지 불러서 날 찬양하던 것은 저번 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 잊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였다.
살다살다 마물의 찬양을 받게 될 줄이야.
[나도 그건 처음 봤어. 대단하더라.]용용이가 그리 말할 정도였으니 신기한 광경이긴 했나보다.
생존 본능이 발달한 마물만 보여줄 수 있는 건가.
성공적으로 호루스를 복종시킨 나는 직접 수에즈까지 행차한 아메드 국왕을 맞이했다.
반가운 표정으로 날 보던 아메드 국왕의 눈이 하늘로 향하더니 급격히 커졌다.
일반인이라면 볼 수 없지만 초인인 아메드 국왕은 보이겠지.
“친우여, 이건…….”
“호루스가 저 녀석입니다.”
“허어! 친우가 대단하다고 해도 플러스 단계 마물을 길들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어려운 것을 해낼 줄이야. 정말 대단합니다!”
“…….”
“왜 그런지?”
“아, 저 녀석이 좀 특이해서.”
“마물이 원래 그런 존재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네요.”
사실 내가 생각해도 얼떨떨할 정도로 쉬웠던 터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나도 마물을 길들이는 것이 이렇게 간단할 줄 몰랐으니까.
난 화제를 돌렸다.
“근데 운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 손을 오래 떠나 있어서 그런 거니. 위협만 없으면 금방 복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야 내가 더 관여할 이유가 없지.
아메드 국왕이 말하길, 수에즈 운하 정비가 완료되면 이 길을 이용해서 사우디아라비아도 지중해 무역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현재 지중해는 마물에게 넘어가 있는 상태지만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면 이동이 가능하단다.
아닌 척 하더니 자기가 얻을 이익도 다 계산을 마친 후였군.
“이제 무스타파에 통보만 하면 되겠군. 아마 지금 길길이 날뛰고 있을 겁니다.”
아메드 국왕이 말하길, 이집트 대통령이자 독재자인 무스타파는 수에즈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99대1을 얘기해도 아무 반박을 못하겠지.
불만이면 힘으로 마물들을 뚫고 여기까지 오면 된다.
그러던 중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말을 듣게 되었다.
“하긴, 리그와 손잡은 자에게 힘을 실어줄 이유가 없습니다. 그걸 명분으로 내세울 겁니다.”
“잠깐만요.”
“왜 그러시는지?”
“방금 이집트 대통령이 리그와 손을 잡았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그는 자신을 향한 도전을 물리치고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리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몇 차례 있던 내부 반란으로 인해 쫓겨났을 거란다.
자기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리그를 끌어들였고 장기 독재의 기반이 되었다고.
“그럼 녀석도 리그 소속 빌런입니다.”
리그의 빌런을 발견했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