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호루스가 힘찬 날갯짓과 함께 사라지고 난 뒤, 용용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야?]“뭘?”
[멍멍이의 존재를 듣고 나서 쟤 표정이 안 좋아지던데?]“아, 그거.”
용용이가 말하는 것은 호루스에게 멍멍이의 존재를 밝힌 것 때문이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멍멍이 존재를 알게 된 호루스가 경쟁심을 활활 불태우고 있단다.
“당연히 일부러 말했지.”
[그런 거였어?]“그래야 두 녀석이 나한테 잘 보이기 위해 충성 경쟁을 할 테니까.”
멍멍이 이 녀석은 요즘 풀어져서는 눈에 거슬리는 것이 많았다. 호루스가 경쟁심을 불태우면서 빠릿한 모습을 보여주면 녀석도 위기감을 느끼겠지. 나는 중간에서 두 마물의 재롱을 보며 과실을 취하면 된다.
원래 이렇게 충성 경쟁을 시키는 거라고 들었다.
[둘이 힘을 합쳐서 너한테 대항할 건 생각 안했어?]“그럴 수도 있겠지.”
[생각했던 거네?]“자기 주인을 물려고 했으니 확실하게 교육을 시켜줄 수 있겠지.”
만약 덤벼들면 주인으로서 애완 마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거니 정신을 차릴 때까지 밟아주면 된다.
“근데 안 덤빌 걸.”
[하긴, 멍멍이가 얼마나 사리는 걸 아는데 덤비지 못하겠지. 문제는 새로운 신입인데 쟤도 엄청 눈치가 빠르던데.]그러다 용용이가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말했다.
[설마 그걸 다 의도한 거야?]“그냥 말 잘 듣겠다고 생각한 거다.”
서로 부딪치고 알아서 충성 경쟁을 하는 아름다운 구도 말이다.
“더 부려먹으려면 이게 최선의 방법이지.”
[와…….]감탄하는 용용이 녀석. 나도 내가 생각한 방법을 감탄하고 있었다.
멍멍이와 호루스는 앞으로 내 영향력을 굳건히 하는데 큰 도움을 줄 녀석들이다. 둘이 싸울 땐 싸우더라도 변함없이 내게 충성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 한놈 길들여서 말인데 다른 마물을 더 길들일 수 없을지 찾아봐야겠다.
[찾아보면 나오기는 하겠다.]“찾는 게 쉽지 않겠지만.”
[응.]내가 마물을 일일이 찾아다니기 귀찮으니 보일 때마다 시도를 해봐야겠다.
호루스에게 당부를 마친 나는 서울로 복귀했다. 고속비행 여파는 여전히 심했지만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익숙해지는 느낌은 있었다.
우선 옷 종류도 그렇고 주문을 넣어봐야겠다.
육체 강화 종류의 기프트를 얼른 확보하면 좋을 거 같은데.
기프트가 기프트다보니 할 게 많은 느낌이다.
그렇게 서울에 거의 다 도착하여 중국을 지날 때였다.
연이어 울려 퍼지는 포성과 각성자들이 뒤얽혀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는 아직도 싸우는 중이네.”
[네가 싸움 붙인 거잖아.]용용이가 바로 선을 넘는다.
“말은 바로 해야지. 난 하나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만 했을 뿐이다. 선택은 저 녀석들이 했고.”
[그게 더 나쁜 거 아냐?]“싸움에 대한 책임은 싸움을 시작한 녀석들이 지는 게 맞지.”
[진짜 넌 매번 새로워.]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대지를 지나 오랜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이렇게 보니 서울이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는 빌런들을 처리하면서 좀 쉬어야겠다.
[언제부터 그게 휴식이 된 건지.]*
* *
나는 서울에 머물면서 모처럼 휴식을 취했다. 여기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특별히 외부 활동 없이 내가 할 일만 하는 걸 말한다.
내 팀 사무소를 방문해서 각종 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기도 하고, 오랜만에 인터넷 방송을 통해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사실 인터넷 방송은 팬덤이 형성되면서 큰 의미가 없어졌지만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특별히 할 거리가 없기는 한데 진세정은 내 얼굴이 복지라는 이상한 말을 한단 말이지.
그래도 가만히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포스를 응용하는 방법이나 위기 상황에서 쉽게 죽지 않는 법 같은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게 의외로 반응이 좋다. 나도 노하우를 전수하는 느낌도 있고.
[베푸는 걸 좋아하나 보네?]원래 내가 그런 면이 있긴 하지.
범죄 저지르는 녀석이 퍽이나 성실히 훈련하겠다.
어차피 노하우는 널리 퍼져 있고, 내가 몇 개 알려준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아무튼 방송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그런 와중에 진세정은 내 사상을 강요하는 것에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화색을 표했다.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아주 많이 달랐다.
“…원래 그런 겁니까?”
“아니요, 팬들은 초인님이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거예요. 아주 너그럽고 이상적인 모습인 거죠! 오히려 초인님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다면서 열렬한 팬이 되었다고 해요.”
“…….”
“역시 초인님이세요. 저보다 한 단계 더 멀리 보고 계셨군요!”
“그런 거 아닌데.”
“대단하세요!”
적당히 정 떨어지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 어째 역효과를 일으킨 거 같다.
진세정은 더 많은 팬들이 내 생각에 동조하게 만들겠다면서 의욕을 활활 불태웠다. 말린다고 들을 것 같지 않군.
더 얘기했다가는 내 상상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프로젝트가 튀어나올 것 같아서 전략적 후퇴를 실행했다.
옆방에서는 정주호가 여전히 초인되기 위한 프로젝트에 집중 중이다.
훈련을 열심히 매진해서인가 그만큼 시간이 지나서인가, 정주호의 머리는 더 많이 빠진 상태였고 그나마 남은 것도 위태로운 형국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초인이 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즐기는 거 같은데?]과연 머리가 다 빠지고 나서 초인이 되어도 기뻐할지 궁금하긴 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고.
정주호도 위기의식을 느껴서일까. 부쩍 열의를 가진 채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다현이보다 늦을 수 없지.”
조카에게 추월당할 수 없다는 조급함이었군.
정주호를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인간은 굉장히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에 극한의 상황에 내몰면 생존 본능이 움직여서 더 강해진다.
어쩌면 모근도 비슷하지 않을까? 전부 소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생기면 남은 녀석들이 더 강하게 결속한다는 그런 종류의.
[그걸 말이라고 해?]꽤 그럴듯하지 않나?
한 번 시험해 봐도 될 듯한데.
[그만해! 저 인간은 별로 남지 않았다고!]신기하게도 용용이가 나서서 절규하고 있다. 왜 저렇게 감정이입을 하는 건지.
너도 탈모냐?
[와, 선 넘네.]*
* *
내가 해외를 돌아다니는 사이, 대선은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천명국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여당 대선후보가 되었고, 양자대결 구도에서 무려 60%의 지지율을 보이며 여유 있게 리드를 하고 있다.
정치 경험이 없음에도 안정감이 일품이라며 칭찬이 자자하다.
“천명국 실장? 저 사람은 참 잘할 거 같긴 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윤희마저 그렇게 말할 정도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 별로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눈치였다.
“우선 말하는 게 안정적이잖아. 어떤 사안에서도 답이 술술 나오고. 보통 정치 처음 하면 어리바리한데 천명국 실장은 그런 게 없네?”
시뮬레이션 기프트를 보유한 가장 큰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었다.
“내 주변도 지지도가 높아. 각성자한테는 천명국 실장이 훨씬 낫거든.”
야당 대선후보인 현영미는 각성자의 강력한 통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천명국은 현 정권의 기조를 이어나갈 것을 천명한 상태다.
현 정권에서도 제한적인 통제를 외치고 있지만 여러 분야에서 허용선을 넓혀주고 있기에 각성자의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오빠에 대해 좋은 말도 많이 하던데?”
“그랬나?”
“응. 아예 대놓고 이번 정부의 정책 좋은 걸 계승하겠다고 선언했어. 우리나라가 잘 흘러가고 있으니 확 바꾸기보다 좋은 걸 연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그리고 오빠를 어떻게 다룰지 주로 얘기하던데.”
보통의 경우 천명국의 말은 자기 철학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빌런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으며, 마물의 침공도 더 이상 걱정할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여기에 영토 수복과 마물의 심장 확보로 식량난이 개선되었으며, 북진으로 영토가 비약적으로 넓어졌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석유 수급으로 생활의 질이 확 올라갔다.
이렇게 보니 내가 해낸 일이 엄청 많은데?
“대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지만.”
“나 이제 폭탄 아닌데.”
“다른 사람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 오죽하면 대선후보 토론 주제에서 오빠가 폭발하지 않게 할 방법이 뭐냐고 나오고 있어.”
천명국 실장이 최준호 리스크를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지지율이 높다나 뭐라나.
충격적인 말이로군.
[왜 충격적이야? 난 완전히 이해가 가는데.]그 와중에 용용이 깐족까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로군.
“내가 봐도 오빠가 날뛰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보여.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큼. 그것만 해내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존경받을 걸?”
“…….”
가족마저 이런 식이라니.
입맛이 썼다.
*
* *
“하하.”
천명국이 날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윤희가 했던 말을 꺼냈더니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사실이었나 보다. 제정신이 되고 사고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충격적이다.
“제 얘기를 많이 하셨던데요.”
“사실 이렇게 뵙는 것도 현영미 후보 측에서는 뒤집어질 일입니다.”
그 정도로 내 영향력이 강해졌다고 한다. 솔직히 난 잘 모르겠던데.
어쨌든, 내가 그 정도란 말이지?
[그건 네가 관심 없으니까 그런 거겠지.]그걸 지적하는 녀석이 관심이 많은 것처럼 말한다.
“친한 분 만나는 게 무슨 문제라고.”
“저쪽에서는 그만큼 급한 일이니까요. 그 정도로 최준호 초인님이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갖고 계십니다.”
이건 뭐, 선거 있을 때마다 움직임이 제약당할 판이다.
물론 내가 그 의도대로 움직여줄 생각이 없지만.
“이대로 흘러가면 당선은 무난해 보이던데 어떠십니까.”
“아직 얼떨떨합니다. 제가 정치를 하게 될 줄 몰랐고, 이렇게 높은 자리에 오를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터라.”
하긴, 저번 생에 천명국은 청와대 근무 이후 대타협을 통해 나를 몰아내는 역할에 집중했다. 그 외에 변변한 공직을 맡지 않았었지.
어떻게 보면 내가 과거로 돌아온 뒤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게 그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비 당선인님.”
“아직 들뜨지 않으려고 합니다. 캠프에도 당부 중이지요. 축하 인사는 모든 결과가 나온 뒤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고 싶어도 질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천명국의 지지율이 무려 63%를 기록하고 있었으니까.
“63%도 대단하지만 70%가 되면 더 힘을 받을 수 있겠죠?”
“그렇습니다. 막말로 마음먹으면 뭐든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럼 70%를 넘으면 좋겠네요.”
“그렇습니다만.”
천명국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제가 지지 선언을 하겠습니다.”
“예? 초인님이?”
“이참에 확실히 승기를 굳히는 거죠.”
“…….”
나로 인해 운명이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인데 기왕이면 내가 내서서 확실하게 당선시켜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겠지.
“으음.”
침음을 흘리는 천명국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미묘한 포스 흐름을 볼 때 시뮬레이션을 시전하고 있다는 걸 짐작해볼 수 있었다.
분명 결과로 확실하게 승기를 굳히는 게 나오겠지?
“죄송합니다.”
응?
“승낙이 아니라 거절입니까?”
“예. 아무래도 제 마지막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런 게 아닌 거 같은데.
난 눈을 가늘게 뜨고 천명국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시선을 외면한다.
“분명 시뮬레이션을 시전했을 텐데요.”
“아닙니다.”
“포스 움직이는 거 감지했습니다.”
“착각입니다.”
“분명 결과가 나온 거 같은데.”
“…….”
천명국은 대답하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 답답해지는 기분이다.
아니, 60%대로 이길 걸 70%로 이기면 좋은 거 아닌가.
지지율을 위해 뭐든 마다하지 않는 정치인이 이 좋은 기회를 마다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그 반대가 아닐까?]뭔 소리래.
[왜 네 지지선언이 지지율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당연히 도움이 되지. 천명국은 지금 자기 원칙 때문에 답답하게 구는 거다. 그걸 몰라서 말하는 거냐?
[착각이 좀 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