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음, 고속비행으로 충칭에 있던 곳을 처리했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그냥 잡아떼는 리쥔밍의 머리를 날려버리고 곧장 연구소를 무너뜨리는 게 원래 내 방식인데.
반응이 어떨까 싶어 한 번 봐주고 연구소부터 없애버렸지만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역시 사람은 자기 성격대로 살아야하는군. 진즉에 손을 썼으면 저렇게 충격을 받을 일도 없었을 텐데.
혼절한 리쥔밍이 실려 가고, 천명국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누가 보면 불장난을 저지른 어린 아이를 타박하는 것처럼 보였다.
[불장난보다는 일방적인 학살이었지.]용용이 말이 맞다. 대신 그 녀석들이 더한 학살을 저지르고도 남을 녀석이었다.
제2의 천마갑귀가 만들어졌다면 더한 짓을 저지르고 다녔을 테니. 그리고 녀석들은 제2의 천마갑귀가 만들어지더라도 제대로 활용도 못했을 것이다.
자고로 마물을 길들이는 방법은 힘의 격차를 확실히 각인시킨 뒤 주기적으로 두들겨 패주는 것이다.
그게 번거롭다면 호루스같이 생존본능이 극도로 발달한 녀석을 데려오던가. 그런 녀석도 힘의 격차를 실감하지 못하면 바로 덤비려 들 테고.
둘만 남은 자리에서 천명국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그 사이에 다녀오신 겁니까?”
“예.”
“허허.”
내 대답에 천명국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당분간 남군 측은 제대로 된 전력을 투사하기 힘들어질 겁니다.”
“국가의 총력을 기울인 곳이 사라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습니다. 오히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북군에서 휴전을 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하겠죠.”
“예. 전쟁이 그들의 내부 혼란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휴전으로 잠깐의 평화가 보장되어야 내부 혼란이 극심해질 것입니다.”
“나쁘지 않은 전개네요.”
순순히 수긍하면서도 천명국은 이 사실을 북군에 알리지 않을 거라 말했다. 그랬다가는 휴전 제의는 사라지고 또 다시 전쟁이 이어질 테니.
그 속에 음험함은 전한철 대통령 때보다 더한 것 같긴 하다만.
숨 고르기가 이루어지는 게 좋다는 것이 천명국의 말이었다.
“문제가 되는 건 다른 곳일 겁니다. 바로 남부 연합이죠.”
북군과 남군이 휴전을 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남부 연합은 난리가 났다고 한다.
그들 체급으로는 절대 남군을 상대할 수 없는 만큼 결사반대를 외치는 중이다.
그래서 뭐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
“조만간 서울로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요?”
“일단 얘기는 들어보겠습니다.”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듣는 거야 대통령의 자유니까.
근데 나도 동석해달라고 하니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뭘요,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가서 쏠쏠한 성과도 하나 거두기도 했고.
남부 연합과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귀찮지만 않으면 좋겠다.
그보다 내 정신은 충칭 연구소에서 획득한 성과물에 쏠려 있었다.
일종의 전리품인데 집에 가서 살펴봐야겠다.
“그럼 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주시길.”
*
* *
최준호가 돌아가고, 천명국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큰일이 벌어질 거라고 인지하자마자 사건이 터지고 끝이 났다.
비록 반대 입장이지만 기절한 리쥔밍이 어떤 심정일지 천명국은 이해가 되었다.
자신 또한 최준호가 뜬금없이 친 사고를 수습해야 할 처지가 되었을 때 비슷한 심정이었으니까. 여기에 적으로 등장했다면 당장 정신을 놓아버렸을 것이다.
최준호라는 존재는 그런 존재다.
언제든지 사건사고를 몰고 오는.
오히려 리쥔밍이 천마갑귀 존재를 부인했을 때 손을 쓰지 않은 게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 원래는 그게 벌어질 일이었다.
대통령이 되면 그게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취임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데, 안 되는데 말이지.”
하지만 이런 경우를 총책임자 입장에서 5년 동안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전한철 대통령을 모실 때는 고통이 분담 가능했지만 지금은 오롯이 자신 혼자 감당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이러다가 혈변에 이어 탈모까지 올 수 있겠다 싶었다.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고통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천명국 근처에는 그런 사람이 한 명 존재했다. 바로 정주호다.
얼마 전 초인이 된 정주호를 청와대로 부를 이유는 충분했다. 천명국은 그에게 부탁해서 자기 옆에 있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난 5년이지만 녀석은 8년일 테니까.”
물론 아직 8년이 정해진 건 아니다.
그걸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했고, 개헌을 하려면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했다.
전에는 이 나라를 위해서였지만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했다.
비록 5년이 아득하지만 8년을 고통스러워 할 사람이 옆에 있다면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지금은 버텨내는 게 중요했다.
그날, 천명국은 정주호를 부른 뒤 어김없이 피똥을 쌌다.
*
* *
리쥔밍이 거짓말을 한 천마갑귀 연구소는 충칭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연구소 안은 여러 가지 중대한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중이었다.
어차피 중국이랑 관련 없다고 하니 상관없었지.
연구소에 잠입하자마자 나는 손을 썼고, 손에 걸리는 모든 걸 파괴했다.
극비리 연구가 진행되는 연구소답게 경계에 신경을 썼지만 딱히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제2의 천마갑귀에 장착될 것으로 예상되던 생체 코어 덩어리를 챙겨들고 연구소를 내부를 칼날폭풍으로 모조리 쓸어버린 뒤 불을 질렀다.
숨겨져 있는 곳이다 보니 불 끄러 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
아마 내가 여길 날려버리지 않았다면 제2의 천마갑귀 첫 목표는 바로 앞에 있던 쓰촨성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 그건 옛 이야기가 되었으니 더 이상 연구를 하지 못하겠지.
중국이니까 이만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끌어 모은 거지, 미국이 아니고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스케일이긴 했다.
아무튼 연구소는 날아갔고, 내 손에는 제2의 천마갑귀를 만들려던 재료가 들려 있었다.
중국 사람들의 피와 땀이 서린 거지만 나쁜 일에 사용될 예정이었으니 내가 나를 위해 잘 써줄 생각이었다.
[너한테는 필요 없어 보이는데?]당연한 소리다. 나한테는 이 조잡한 힘 덩어리는 필요하지 않다. 힘이 필요하다면 천둥새의 정수를 사용하는 게 훨씬 낫지.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존재했다.
멍!
냄새를 맡은 녀석이 귀신같이 모습을 드러냈다. 멍멍이의 시선은 내가 들고 있는 코어에 들려 있었다. 특식 귀신답게 내 손에 들린 코어에 고정된 상태다.
[얘 주려고?]그럴 리가.
난 당장이라도 코어를 먹어치울 것처럼 달려오는 멍멍이를 제지했다.
“네 거 아니다.”
끼잉! 낑! 낑!
기대감 가득하던 눈이 팍 죽으면서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윤희는 저 표정에 껌뻑 죽지만 나한테 저 표정을 지으면.
퍽!
두들겨 맞을 뿐이다.
자기 앞가림 할 수 있는 녀석이 어딜 불쌍한 척 하는지.
분위기 파악한 녀석이 바로 목을 움츠리며 주변 눈치를 본다.
요즘 적잖이 풀어졌군.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바짝 조여 줘야한다.
“이건 새로운 식구한테 줄 생각이다.”
내 말에 녀석의 귀가 쫑긋한다. 호루스의 존재를 언급했지만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1순위라고 생각해서겠지.
하지만 내 휘하에 들어온 이상 피 터지는 경쟁은 필수다.
기프트 자아 녀석들도 마찬가지고.
가장 신입인 고비가 제일 유능하다면 현재 선두를 달리는 만득이 자리를 빼앗게 될 것이다.
물론, 나는 자비롭기 때문에 누적해온 것들도 감안해준다.
그 점에서 볼 때 멍멍이가 그동안 해온 게 있긴 하지.
마음에 안 드는 태도 때문에 종종 까먹기도 하지만 말이다.
“네가 그 녀석보다 유능하다는 걸 증명하면 이걸 주지 못할 이유는 없지.”
코어를 흔들어보이자 고개가 빠르게 좌우로 움직인다.
“네 유용성을 증명해. 알았냐?”
멍!
멍멍이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를 위해 한 몸 불살라라.
*
* *
새로운 정부가 들어가면 새로운 인사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큰 틀에서 정권 연장을 이뤄냈지만 천명국에게는 자신의 사람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는 새롭게 초인이 된 정주호에게 명예직을 주어 정부와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여기에 한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청와대에?”
“지금은 저를 되돌아볼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냥을 하며 외부를 돌아다니던 정다현이 청와대행을 선택했다.
레벨 7 각성자이자, 서른 이전에 초인이 될 것으로 유력하게 평가받는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 중 한 사람이었다.
천명국은 그녀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눠 청와대행을 설득했고, 지금은 한 발자국 물러나서 가다듬어야 한다는데 동의한 그녀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자주 뵙게 될 거예요.”
“부서가 어딘데?”
“이번에 신설될 초인전담실 비서관을 맡기로 했어요.”
천명국은 청와대 내부에 조직을 개편하여 대한민국 내 길드는 물론이고, 초인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부서를 신설하였다.
정다현은 정주호의 조카이며, 나의 선임이고, 버서커와도 인연이 있다. 그걸 주목하여 대한민국에 붙잡아둘 겸해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실장 자리는 공석이라는데, 제법 오랜 시간 공석이 될 거라면서 사실상 정다현이 책임지게 되었다.
내가 볼 때 나이나 경력 때문에 비서관을 시킨 것 같은데 그냥 실장을 시켜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시뮬레이션 기프트 소유자답게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 미국에 가는 건 미뤄야 하나?”
“오빠가 편할 때 언제든 상관없어요. 오빠 스케줄에 맞출게요.”
“그럴 순 없지. 우선 네 상태부터 안정시켜. 미국은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까.”
나야 졸라맨 친구들인 박사 보디빌더들을 다시 봐야 하기도 하고, 허버트와 팬텀이 약속한 걸 받아내야 하기도 하니 미국을 가야하기는 한다.
“그러니 네 상태부터 신경 써.”
“네, 고마워요.”
“청와대에서 무시하는 녀석들 있으면 콧대를 부러뜨리고.”
“그러지 못할 거예요. 저도 공무원 조직에 있던 사람인데요. 상급자를 무시하면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죠.”
서늘한 기세가 담긴 정다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예전에는 샌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싸움닭 그 자체다.
오죽하면 빌런들에게 나찰녀라고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겠는가.
내가 키웠지만 참 올바른 방향으로 잘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고지식하게 정의를 내세우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답답하긴 하지.
[이게 나아진 거야? 너 때문에 타락한 거 아니고?]이게 타락이라니. 이게 바로 올바른 사회생활이라는 거다.
[언제부터 올바른 사회생활을 하면 나찰녀라 불리게 된 건지 금시초문이네.]원래 미친개 소리 정도는 들어야 함부로 건드는 사람 없는 거다.
*
* *
약자는 선하지 않다.
나는 일찍이 이 말을 굳게 믿어왔다.
말 그대로다. 불쌍하고 연약하다고 해서 그 상대가 결코 선하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걸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상대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게 먹히지 않는다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서 땡깡을 부리기도 하고.
약자 주제에 왜 그런 행동을 벌이느냐에 대해서는 간단하다.
자신에게 손을 쓰지 못할 거라 확신을 갖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진짜 손을 쓴다고 생각하면?
절대 그러지 못한다. 땡깡을 부리기는커녕 어떻게든 강자의 눈에 들기 위해 수시로 눈치를 보고 머리를 낮춘다.
내가 이걸 잘 아는 이유는 자신이 약자인 점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던 녀석의 머리를 어김없이 부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어나가는 녀석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계속 나타나는 것은 주제 파악이 되지 않기 때문이고.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면 한국이 북군과 남군의 휴전 중재를 선다는 말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곳이 있어서다.
바로 홍콩과 광둥성을 중심으로 한 남부 연합이 바로 이곳이다.
남부 연합 임시 지도체제를 이끄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인 데미안 콴은 천명국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한국은 세계정세를 이끌어나가는 강대국으로서 이 중재를 서서는 안 됩니다. 남군이 전열을 재정비하게 되면 가장 먼저 우리를 무자비하게 탄압할 것입니다!”
“…….”
천명국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자 기세등등한 녀석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한국은 그동안 우리에게 많은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까? 도와주십시오!”
“자유 연합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도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지요.”
천명국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려고 했지만 데미안 콴의 목소리는 강경했다.
“그걸로 부족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무기와 더 많은 군수물자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도 한때 어려움을 겪던 곳 아닙니까? 부디 중재를 재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안 그래도 장비는 받아먹고 돈은 떼어먹고 있다는 이세희 말을 듣긴 했었는데.
더는 못 들어주겠군.
“이러는 건 어떻습니까.”
내 목소리에 주변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난 손을 들어 데미안 콴을 가리켰다.
“이 녀석을 잡아서 남군에 넘기는 겁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요!”
“남의 돈 떼어먹고 당당하게 요구하니까 널 잡아서 넘기고 돈 받아내려고.”
반란군 지도자라고 하니 그 정도 몸값은 되지 않을까?
내 말이 진심임을 눈치 챈 녀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당신은 일억 남부 연합의 사람들이 불쌍도 하지 않습니까!”
“내가 왜 불쌍하게 생각해야 되는데.”
어차피 가본 적도 없는 곳이다.
그저 내 눈에는 돈 떼어먹은 녀석으로 보일 뿐.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눈치 챈 녀석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려던 걸 바로 붙잡았다.
“놔, 놔라!”
“내가 왜?”
데려가기 편하게 팔다리를 잘 분질러놔야 하나?
몸값 받아내는 용도로 써먹으려고 하니 어느 정도 수준까지 타격을 입혀야 하는지 모르겠다.
녀석의 상태를 보면 아무리 봐도 떼어먹은 돈을 다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날 넘긴다는 거요!”
“나 거기 주주야.”
“이, 이익! 끄아악!”
자꾸 버둥거려서 나는 팔다리를 부러뜨려놓았다.
근데 리쥔밍 일행은 2시간 전에 떠났던데.
다시 불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