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결과적으로 데미안 콴을 남군에 넘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천명국이 직접 나서서 몸값을 받아내겠다고 말을 해서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한 번쯤 넘어가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땡처리보다 제 값 받고 넘기는 게 나아보였다.
“근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당연히 금액을 치르는 것으로는 힘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것으로 받아내면 됩니다.”
“다른 것?”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군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되고요.”
천명국이 말하는 바는 이러했다.
위하오가 있는 북군은 천마갑귀로부터 베이징을 사수하지 못하면서 수권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북군은 수백 개의 세력이 뭉친 연합체였고, 이들을 하나로 통일시키기에는 위하오와 리전후오의 능력이 받쳐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남군이다.
내가 충칭의 연구소를 날려버렸다고 하나 여전히 중국의 패권을 갖고 있다.
끝없이 하나가 되려는 중국의 특성상, 휴전이 성사되면 남부 연합이나 서부는 바로 진압될 확률이 높다.
천명국은 그걸 두고 볼 생각이 없다.
“남부 연합에 남군의 상황을 전달할 것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신성그룹을 내세운 것이 아닌 아예 대놓고 지원이다.
남군이 반발한다?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약자가 짖어봤자 강자가 반응할 이유가 없어서다.
“대금은 섬으로 지불하라고 할 것입니다.”
“섬?”
“예. 초인님이 수급하는 석유 무역을 보다 큰 무역으로 발돋움 시키려고 합니다.”
그 무역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군수물자가 남부 연합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동시에 동남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하여 거대한 무역 블록을 계획 중이란다.
전한철 대통령 때보다 더 노골적이면서 더 대담한 행보였다. 무색무취할 거란 세간의 평가와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기에 놀랍기는 했다.
역시 보통 양반이 아니란 말이지.
이 정도면 요청을 받고 데미안 콴을 살려준 의미가 있는 듯했다.
“그 부분은 대통령님을 믿겠습니다.”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보유해서인가, 결정이 시원시원해진 느낌이다.
역시 천명국하고 대화가 잘 통한다.
앞으로 일을 더 벌려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리고 조만간 정다현과 미국에 한 번 갈 생각입니다.”
“정 비서관과 말입니까? 혹시 정 비서관 부모님과 관련된 일 때문입니까?”
역시 천명국도 알고 있군.
“그것도 있고, 미국 정부에서 약속한 걸 받으러 가는 것도 있습니다. 정다현 상황을 잘 알고 계시네요.”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인재 아닙니까. 게다가 인사검증도 이루어져 있고요.”
다만 이 문제는 정다현의 부모님이 미국에 있는 거라 끼어들기 마땅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정 비서관의 부모님을 지렛대로 정 비서관을 미국에 데려가려고 할 것입니다.”
“정다현은 그럴 생각이 없는데요.”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만 가족의 일은 언제 변수가 발생할지 모릅니다.”
“그 부분은 주의하도록 하죠.”
“자료는 얼마든지 제공해드릴 테니 정 비서관을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하는 모양새가 부하 직원을 향한 느낌이 아니었다.
“꽤 친밀하네요?”
“주호 조카면 제 조카나 다름없습니다.”
음, 한 가지는 분명하군. 천명국은 정주호를 물고 놓아주지 않을 기세였다.
나야 정주호가 천명국 다음이 되면 좋으니까 응원해줘야겠지.
“최대한 협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천명국과는 마음이 잘 맞는다.
[그건 너만의 생각일 걸?]*
* *
“말이 대금 수령이지만 무력시위에요. 기댈 곳 없는 남부 연합은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요.”
이세희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계획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전 정부에서 탄탄하게 갖춰놓은 전력을 외부로 표출하고 있는 걸로 보면 돼요. 준호 씨 덕분에 그 정도 역량은 갖추게 되었거든요.”
남군과 북군의 휴전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그리 되면 남부 연합은 살아남을 수 있는 창구가 우리나라밖에 남지 않는 셈이다. 그걸 이용해서 중국 남부 섬을 조차 받아 항구로 사용,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란다.
“우리나라가 중심이 된 거대한 경제 블록이 형성되면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거든요.”
우 아예 쪼의 케이스도 있고, 독재자 저우콴을 제거하는 등, 동남아시아 내에서 내 호감도는 굉장히 높다고 한다.
근데 저우콴은 공식적으로 내가 처리한 게 아닌데 말이지.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는군.
[증거만 없을 뿐이지 너 말고 누가 있겠어.]뿐만 아니라 나로 인해 줄어든 마물 사냥 빈도를 해외원정으로 돌릴 계획이라고 한다.
근데 보통 자국 초인을 외국으로 보내는 건 신중을 기하지 않나?
“준호 씨가 있는데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하겠어요? 조금만 이상한 생각을 하면 바로 머리가 날아갈 텐데.”
그것도 그렇군. 지레 겁 먹으면 허튼 짓을 못할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정다현하고 미국에 갈 거 같은데.”
“다현이랑 미국을요? 다현이가 미국으로 간데요?”
“부모와 얽힌 일은 풀어둬야 하니까.”
“…다현이가 큰 마음을 먹었네요. 부모님의 그림자에 벗어나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에요. 자식을 이용해서 출세하고 싶은 부모의 욕망이 투영된 거죠.”
그러면서 나온 정다현의 이야기는 진짜 별 게 없긴 했다. 어린 시절부터 강요받은 가치관과 정의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정다현의 부모님은 재능 넘치는 딸을 자기 소유물처럼 자기 뜻대로 다루길 원했다. 그리고 그 재능을 알아본 미국에서 후한 조건을 제시하자, 그걸 이용해서 성공을 거두려고 했다.
하지만 그 속에 정다현의 결정은 없었다.
자신들의 성공을 위해 자식을 이용하여 미국으로 데려가던 것을 막아선 것이 정주호였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려는 정다현을 국가수호국으로 데려가서 차근차근 도움을 주었기에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되었단다.
정다현에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래서 그렇게 고리타분한 정의를 외치고 있던 건가.
내가 혈종일 때 내 손에 죽던 정다현과 비교하면 더 딱딱하게 융통성 없는 모습이긴 했다.
“정다현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마무리 짓는 게 좋긴 하겠어.”
“미래의 초인이 될 확실한 인재니까 다현이 부모님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거예요.”
“정다현이 부모님을 많이 생각하나?”
“…….”
물끄러미 날 바라보던 이세희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무리 몹쓸 짓을 했어도 부모에요. 죽이거나 백치로 만드는 건 말리고 싶어요.”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평소에 하는 행동이 있는데 이 눈치 빠른 인간이 잘도 그냥 넘어가겠다.]그런 생각은 아주 조금밖에 하지 않았는데. 바로 들켜버리니 입맛이 쓰군.
“최대한 좋게 해결하도록 하지.”
“그럼 다행이네요.”
자기 출세를 위해 자식을 이용하는 부모라, 썩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정다현의 발전이 부모 덕이라고 보기 힘든 게, 재능이 있고 자신이 의욕만 있으면 스스로 높은 곳에 올라선다.
오종엽도 그렇게 국가수호국 팀장이 되고 얼마 후에 결혼까지 한다.
될 놈은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정다현 부모를 죽이지도, 백치로 만들지도 않으면 다른 방법이 뭐가 있으려나.
가장 쉬운 방법들을 배제하니 마땅한 게 없군.
“오신 김에 길드나 한 번 둘러보지 않으시겠어요?”
“그러지.”
윤희가 어떤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는지 한 번 둘러보고 싶었다.
*
* *
신성길드 훈련실로 향하는 길에 이세희는 윤희의 길드 생활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준호 씨 동생인 게 밝혀졌지만 윤희는 밝게 잘 활동하고 있어요. 오히려 동기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아요.”
“관종이란 거네.”
“…그렇게까지 표현할 건 없지만 주변의 관심을 즐기는 타입 이기는 해요.”
좋게 포장했지만 결국 관종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 동생이라는 사실에 당황하다가 곧이어 그 관심을 즐기며 자신에게 필요한 이익을 취하기 시작했다.
녀석 다운 행동이다.
“실제로 굉장히 유능한 길드원이에요. 훈련도 열심히 임하고 실력도 뛰어나고요. 윤희 같은 길드원 몇 명만 더 있으면 지금보다 월등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단언할 정도에요.”
“밥값은 한다니 다행이네.”
“준호 씨 동생이라서가 아니에요. 윤희는 정말 뛰어난 실력자에요.”
“그래봤자 내 눈엔 한참 모자라.”
“…준호 씨 눈에 차는 사람이 있는 게 오히려 신기한 일 아닐까요.”
누가 보면 내 기준이 아득히 높은 걸로 알겠다. 그저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않을 수준 정도만 바랄 뿐이다.
[그게 그거 아니야?]당연히 아니지. 내 기준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억지력이 있어야 두들겨 맞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고로 윤희는 계속 굴러야 한다. 이런 일에 제 격은 졸라맨인데 녀석이 이럴 때 미국으로 돌아간 건 아쉬웠다.
나와 이세희가 훈련실로 들어서니 시선이 모여들었다. 그러다 나를 보더니 곳곳에서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어? 오빠! 여기 무슨 일로 왔어?”
한쪽에 있던 윤희가 먹이를 발견한 다람쥐처럼 쪼르르 달려왔다.
“미팅 온 김에 구경시켜준다고 해서 왔다.”
“아, 그래? 평소에 안하는 행동이어서 난 또 뭔가 했네.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내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 한 번 소개시켜준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윤희는 자기 동료가 있는 곳으로 날 데려갔다. 윤희와 함께 사냥을 다니는 사람들의 나이대는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이 나이대가 현장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시기고, 본격적으로 기량이 하락하는 60대는 일선에서 물러나곤 한다.
오히려 20대인 윤희가 일선에서 활약하는 것만 봐도 재능이 대단하다는 걸 의미하지.
근데 워낙 뺀질거리는 녀석이라 주변에서 다그치지 않으면 지금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내가 좀 더 신경 써서 굴려야겠다.
윤희는 내게 자기 동료들을 한 사람씩 소개했다. 전부 흐트러짐 없는 기세를 가진 헌터들이었다. 국내 최고 길드인 신성 길드 소속다운 정갈한 기세였고 실력이었다.
그러다 나는 30대 초반에 훤칠한 외모를 가진 남자의 소개를 받게 되었다.
“내 직속 선배인 장태주 선배님이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초인님. 장태주라고 합니다.”
살짝 상기된 남자와 나는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다 녀석과 윤희 사이에 미묘한 기류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것 봐라?
나와 시선이 마주친 윤희는 내가 눈치 챈 걸 알아차렸는지 눈을 부라렸다.
허튼 짓을 하지 말라는 나름대로의 경고였다.
당연하게도 나는 허튼 짓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윤희 녀석 말을 들어줄 생각도 없고.
단지 여동생을 가진 오빠로서 장래의 매부가 될 수 있는 녀석이 제대로 된 녀석인지 검증해볼 뿐이지.
난 장태주를 보며 대놓고 물어보았다.
“우리 윤희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대경한 윤희가 소리쳤지만 난 듣지 못한 척하고 장태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녀석이 집요한 내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는 이내 결연한 표정이 되어서는 말했다.
“윤희 씨와는 서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이입니다. 아직 많이 이르기에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선배.”
“걱정 마, 윤희야. 내가 다 책임질게.”
“응응.”
입에 발린 말을 듣고는 감동 받은 표정이 되는 윤희였다.
순진하기는.
저러니 멀끔하게 생긴 녀석이 접근하면 넘어가기 딱 좋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축보다 소비를 좋아하는 성향이라 모아놓은 돈이 없었다.
그럼 사기 당할 돈도 적겠지.
물론 장태주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윤희의 장래가 걸린 일이다. 나는 오빠로서 여동생이 멀쩡한 녀석과 만나고 있는지 확인할 자격이 있고.
“어차피 윤희도 성인이고 만나는 사람에 대해 일일이 간섭할 생각이 없습니다.”
내 말에 윤희와 장태주의 표정이 밝아진다.
“당연하지. 내가 어린애야? 나도 알 거 다 안다고.”
그 사이를 못 참고 말을 하는군.
사람 말을 끝까지 들을 것이지.
“하지만 이렇게 알게 된 이상 가족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맞는 말씀입니다.”
펄쩍 뛰는 윤희와 달리 장태주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이미 처맞는 건데?]처맞다니, 용용이의 표현이 과했다.
난 그저 여동생을 노리는 녀석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을 뿐이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초인이 습격해올 수도 있잖아?
그 초인을 격퇴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시간 정도는 끌 수 있어야지.
[세상에 어느 나라가 초인급 빌런이 버젓이 돌아다니는데?]미래 일이라는 건 모르는 법이다.
그리고.
실전에서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을 보여줄 수도 있는 거다.
[아하, 내가 착각한 거구나. 그냥 두들겨 패고 싶다는 거였어.]용용이는 내 의도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생각하라지. 본질은 바뀌지 않는 법이니까.
난 장태주를 보며 말했다.
“긴장할 거 없습니다. 그냥 실력을 보여주면 됩니다. 윤희랑 어디 다니려면 적어도 얻어맞고 다니지 않을 실력이어야겠죠?”
“…….”
나는 녀석에게 긴장하지 말라는 의미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웃으라니까?
[웃겠냐.]그럼 웃지 말던가.
대신 이는 꽉 물면 좋겠다.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