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2
32화
32화
결국 천명국은 불체포특권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돌아갔다.
힘 조절이 된다는 내 말을 믿기로 했나보다.
정주호가 날 보며 감탄했다.
“넌 날이 갈수록 혀도 날아다니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특히 면책특권, 불체포특권 두 개를 내세운 투트랙 전략은 진짜 놀라웠어. 와! 내가 각성자안보실장이었으면 머리가 터져버렸을지도.”
“투트랙이라니요?”
“처음부터 불체포특권 노리고 했던 거 아니었냐?”
아닌데. 난 진지하게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다 노리고 지른 것이다.
혈종일 때 내게 협상이란 건 필요 없었다. 내가 제시하는 것이 최종 제시안이고 상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가지 중 하나밖에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내심 협상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면책특권도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건 솔직히 불가능. 끝까지 얻어내려고 했으면 천 실장도 포기했을 걸?”
“그렇습니까?”
“넌 그리 생각할 것 같지 않지만 면책특권이 갖는 위력이 어마어마하거든.”
한해 각성자에 배정되는 예산만 해도 100조가 넘는다.
정주호가 말하길, 레벨 8 초인은 운영 참여 권한을 갖게 되는데 예산안에 간섭을 하면서 면책특권을 갖는다? 그 말은 어마어마한 부정을 저질러도 막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단다.
“그건 몰랐습니다.”
“넌 무슨 생각으로 면책특권 얘기했던 건데?”
“빌런 잡는 법 조항을 바꿔보려 했습니다.”
가령 도시 밖 빌런을 체포할 때는 선제적 조치를 폭넓게 인정해준다거나 즉결심판 권리를 향상한다거나.
빌런의 과잉 진압이 문제가 되는 건 도시 내에 암약하는 잡범들로 인해 생기는 케이스인데, 도시 밖 빌런은 십이면 십 총기를 들고 다니고 온갖 비겁한 방법으로 습격을 해대니 보이는 즉시 쓸어버리는 게 최선이다.
“···면책특권 안 주어진 게 천만다행이군.”
정주호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리가 있지 않습니까?”
“있어. 나도 개정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근데 네가 그 권리 쓸 거 생각하면, 솔직히 끔찍하다.”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다. 오히려 나로 인해 범죄율도 떨어지고 일선 공무원 헌터들도 각성 중인데.
정말 버서커의 말대로 세상이 나를 이해 못하는 건가.
“버서커 이야기 안한 건 잘했어.”
“비장의 수라서요.”
“근데 나중에 밝혀지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적당한 시점에 천 실장한테 밝히는 게 좋아.”
“일단 안 들키게 노력하겠습니다.”
“버서커가 떠들고 다닐 수도 있지 않냐?”
음. 왠지 버서커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누가 그 미친놈 말을 믿을까요.”
“······.”
“그리고 버서커가 생각보다 눈치를 잘 봅니다.”
“그 미친놈이?”
“예. 생각보다 정상적인 구석이 있더군요.”
정주호는 내 말이 전혀 안 믿는 기색이다. 버서커가 미친놈이긴 하지만 말이 통하는 미친놈이다.
직접 대면시켜 대화를 나눠보게 할 수 없고.
깜짝 만남을 주선해야 되나.
국가수호국을 나선 나는 무수히 많이 쌓인 톡을 보고 멈칫했다.
버서커-레벨 8 측정을 받았다고? 크크, 축하한다.
버서커-네놈이 레벨 8이라니. 일부러 그물을 쳐놓은 건가?
버서커-세상은 여전히 네놈을 과소평가하겠군.
버서커-몇놈은 주제 모르고 걸려들겠어.
버서커-난 잘 지내고 있다.
버서커-[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사진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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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놈이 이제는 자기가 뭐 먹었는지 사진 찍어 보내고 있네.
다음에 보면 스마트폰을 부숴버리던지 해야겠다.
*
청주에서 찾아뵈었을 때 서울행에 부정적이던 부모님은 내가 레벨 8이 되었다는 말에 서울행을 흔쾌히 수락하셨다.
지방에 있다가 자식의 발목을 잡는 것보다 자식 덕을 보면서 살겠다는 것이다. 나로서도 마음이 놓이는 말이었다.
“따로 살겠다고 하시던데. 좀 보태드려야 할 거 같아.”
“보태야지.”
마물의 창궐과 영역을 넓혀가는 빌런들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된 서울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상태였다. 부모님이 재산을 다 처분하고 올라오시더라도 제대로 된 자가 하나 구하기 힘들 것이다.
나와 윤희는 어떻게 돈을 보탤지 의견을 나눴다. 윤희가 대출을 받겠다고 말했지만 조만간 마물을 하나 사냥할 거라 말렸다.
“오빠가 그리 말하면 감사히 가만히 있을게. 나도 잘난 오빠 덕 좀 보네.”
돈을 아껴서인지 싱글벙글 웃는다. 아낄 이유가 있나? 혹시 남자라도 생겼나?
“근데 기프트 알아보는데 다른 준비 필요 없는 거 맞지?”
“없어.”
“그래?”
“지문 같은 거니까. 원래 새겨져 있는 거야.”
“이거 알려지면 대박이겠지?”
“그런가.”
“아니, 이런 대박 소스를 갖고 반응이 왜 그래? 세희 언니한테 알리면 초대박이라니까! 상용화해서 오빠도 돈방석에 앉을 수 있어.”
윤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지만 내 기프트와 관련된 능력이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 능력은 몇몇 믿을 수 있는 사람 외에 알리지 않을 생각이다. 이세희는 신용이 가지만 본질이 재벌이기에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럼 어쩔 수 없고.”
윤희는 순순히 체념했다.
오늘은 윤희의 기프트를 알아보기로 한 날이다. 그리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정다현이 도와주기로 했다.
사실 이 정도로 준비할 필요가 없지만 첫 시도라서 신중을 기했다.
잠시 후 초인종 소리와 함께 정다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브리즈 셔츠원피스를 입은 정다현은 평소와 달리 여성스러운 매력이 가득했다.
“어서 와요, 언니!”
먹이를 보고 달려드는 강아지 마냥 정다현에게 달라붙은 윤희가 예쁘다고 난리였다.
“윤희야 안녕. 준호 오빠, 안녕하세요.”
“어, 오빠?”
“응. 이제 부사수가 아니고 나보다 높은 분이 될 예정이니까. 오빠라 부르기로 했어. 초인님은 좀 어색해서.”
“흐흥, 그러셔?”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부뚜막에 올라간다더니, 세희 언니도 분발해야겠다.”
“최윤희, 준비해.”
난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리는 윤희를 부른 뒤 정다현에게 말했다.
“오늘 해줘야 하는 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서 회복제를 사용해줬으면 해서.”
“네.”
난 정다현에게 회복제 두 개를 건네줬다. 그리고 윤희에게 기프트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줬다.
내 고유 기프트 혈중섭식은 피를 섭취함으로서 상대의 기프트를 빼앗아온다. 정확히는 복사다. 기프트의 복사는 심장의 피가 가장 효과적이며 심장에서 멀어질수록 기프트를 읽어낼 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기프트 개방을 하지 못한 헌터도 피에 새겨진 정보를 읽어내면 기프트를 개방할 수 있지 않을까?
기프트 개방은 선천적인 개방과 후천적인 개방이 있는데, 후천적 개방은 자신에게 가능성 있는 방향을 알아내면 그 방향으로 노력을 할 때 개방이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 나는 윤희의 피에 새겨진 기프트 정보를 읽어낼 생각이었다.
“시작한다.”
“응.”
푹!
“······!”
내 손가락이 윤희의 심장 옆부분을 콕 찍자 손가락 한 마디 정도가 피부 안으로 파고들었다.
두 눈이 찢어질 정도로 커진 윤희가 비틀거렸지만 정다현이 부축하며 재빨리 회복제를 뿌렸다.
나는 붉게 물든 손가락을 들어 피를 섭취했다. 그 속에서 윤희가 가질 수 있는 기프트 종류를 파악하고자 했다.
심장의 피가 아니라서 완벽하지 않지만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로 윤희가 개방 가능한 기프트를 식별, 분류에 들어갔다.
역시, 여러 종류의 기프트가 존재했다.
좌우 10m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가로 스텝, 이물질을 씻어내는 클리닝, 에너지 저장량을 소량 늘려주는 폭식.
모두 쓸모없는 기프트다. 그러다 마지막에 감지된 기프트를 보고 나는 눈을 반짝였다.
“최윤희.”
“어우, 살다살다 가슴에 구멍까지 뚫려보네. 엄청 아프다. 뭐가 좀 있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불안감이 서린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개 있다. 그중 쓸모 있는 것도 찾았고.”
“뭔데?”
“불굴(不屈).”
“불굴? 못 들어봤는데.”
나도 딱 한 번 본 기프트였다. 그 위력은 실로 강력했다.
“유니크 기프트다. 지치고 포스가 소모되어도 완전히 고갈되기 전까지 만전 상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
각성자도 사람이라 결국 체력과 포스에 의해 공격력이 결정된다. 100% 상태일 때와 10% 상태일 때 차이는 극명하며, 상대의 체력이 고갈되길 유도하는 방식은 흔하디 흔했다.
하지만 불굴은 10% 상태에서도 100%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대하는 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력이 떨어지지 않는 공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거 엄청 좋은 거 아냐?”
“처음부터 만전의 위력을 발휘하는 건 불가능해. 혹독한 수련에 뒤따라야하지.”
그 땀방울이 쌓이고 쌓여 강이 되어야 비로소 100%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내 눈과 마주한 윤희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잠깐, 잠깐! 스톱! 생각 멈춰!”
“왜?”
“지금 표정 장난 아니거든? 나 엄청 굴릴 생각했잖아!”
“그래야 불굴을 쓸 수 있으니까.”
나도 더 이상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사적인 감정은 없다. 윤희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웃기지 마! 사적인 감정이 없긴 뭐가 없어. 나 굴릴 생각에 신났잖아.”
“내가 언제?”
“지금 입 꼬리 말려 올라갔거든.”
나도 평화에 찌들었군. 이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다니. 아니, 동생 앞이라 실수한 건가. 내가 손으로 입 꼬리를 만지자 윤희가 소리쳤다.
“거봐! 지금 신났잖아! 입 꼬리 처음부터 안 올라갔거든?”
“다현아. 도와줄래?”
“네, 오빠. 불굴이라니, 저도 들어보기만 했는데 귀한 기프트네요. 윤희야, 빨리 수련장 가자.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기프트 개방하지.”
“···다현 언니는 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수, 부사수가 한통속일 줄은. 이래서 국가수호국 소속 아닌 사람 서러워서 사나! 나도 국가수호국으로 갈래!”
“그 말 들으면 세희가 섭섭해 할 걸. 다 윤희 널 위해서 우리가 노력하는 거야.”
“그 노력 적당히 해주면 안 될까요?”
“최선을 다해 굴려줄게.”
나와 정다현은 윤희를 데리고 수련장으로 갔다.
곧이어 윤희의 기쁜 비명과 함께 수련이 시작되었다.
*
천명국과 협상을 마치고, 마침내 정부 측에서 최준호의 요구안이 통과되었다.
불체포특권이 주어지고 정부 소속 초인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한시름 놨군.”
빠른 속도로 기사가 쏟아지는 걸 보며 천명국은 안도했다.
짧은 기간 이어진 협상이지만 피가 말리던 순간의 연속이었다.
정부 측에서는 불체포특권에 대해 난색을 표했지만 시간은 최준호의 편이었다.
그는 최연소 나이에 레벨 8에 오른 천재다. 참관인단을 파견했던 미국에서 최준호를 데려오기 위해 예산안 편성부터 각종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인접국은 물론 조건 제시가 가능한 모든 국가들이 최준호를 주시하며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
대형 길드들은 더했다. 그들은 그동안 나온 적 없던 최대 단위 계약금 준비는 물론, 상장될 알짜 계열사의 스톡옵션까지 준비한다는 말이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최준호의 몸값이 상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 더 시간을 끌면 특권 두 개를 모두 주고도 놓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천명국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선언하며 불체포특권 부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이렇게 성과가 나왔다.
“잘 잡았어.”
최준호가 갖는 상징성은 실로 대단했다. 20대 최연소 레벨 8이라는 점, 실력은 이미 완숙한 수준에 도달한 점, 풍부한 실전 경험과 성과가 존재한다는 점이 특별했다.
천명국이 주목한 점은 최준호가 젊은 천재 각성자 특유의 허영심이나 쓸데없는 명예욕, 물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젊은 각성자가 전용기를 요구한다던지, 국가 보물급 장비를 요구한다던지 선을 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준호는 그런 욕심도 없었다. 이는 달리 말해 정부에 추가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유일하게 걱정되는 부분이라면 손속이 독한 점인데 그의 말마따나 최근 들어 과잉 진압 건이 눈에 띄게 줄었으니 믿어보기로 했다.
“힘 조절이 실패했던 거겠지.”
누구나 혈기가 넘쳐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니까.
천명국은 최준호의 선의를 믿기로 했다.
“근데 기자들 정보는 왜 달라고 했던 거지?”
오늘 참석하는 기자들의 정보 요구에 의아했지만 순순히 건네줬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는가.
새로운 레벨 8 초인의 등장은 국회 본청 기자회견실에서 이루어졌다. 천명국은 먼저 기자들에게 최준호의 영입을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등장한 최준호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빌런을 잡겠습니다.”
“······.”
묘하게 핀트가 어긋나는 느낌은 과민 반응일 거라 생각했다.
장내의 스포트라이트가 일제히 최준호에게 쏟아졌다.
레벨 8 초인으로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배우를 연상케 했다.
귀공자를 연상케 하는 잘생긴 외모에 잘빠진 비율, 탄탄한 몸매까지. 차콜그레이 색상 정장에 올오버 블랙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니 마치 영화 시사회에 등장한 듯했다.
보통 이렇게 시선이 모이면 당황할 법도 하지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자기소개를 했다.
“국가수호국 최준호입니다. 앞으로 국가수호국 소속으로 발맞춰 움직일 예정입니다.”
간단한 소개 후에 이어진 것은 질문 시간이었다.
“문송일보의 김재덕입니다. 앞으로 포부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을 빌런청정국으로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한누리 신문의 김송화 기자입니다. 인형술사를 사살하셨다고 하셨는데 그 과정이 궁금······.”
“인형술사는 포스 파장을 활용하여 인형을 조종했고······.”
“리바이벌 컨텐츠의······.”
여러 언론의 질문이 쏟아졌고 그때마다 모나지 않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특히 인형술사를 제거하는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걱정 없겠어.’
최준호의 뾰족함을 우려했던 천명국도 한결 편해졌다.
어쩌면 자신이 했던 모든 걱정이 불필요한 거였을지 모른다.
그러다 기자회견 마지막즈음 발언권을 얻은 사람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불독 닮은 인상의 40대 후반 남자였다.
“스피드포스의 오창문 기자입니다. 최준호 초인에 대해 조사해보니 공무원 헌터 시절 과잉 진압이 많아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평생 장애를 얻거나 불구가 된 빌런들도 많고요. 그들에게 죄송한 마음은 없는 겁니까?”
“······.”
기자회견실이 침묵에 빠졌다.
사방에서 시선이 쏟아졌지만 오창문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을 기다렸다.
최준호가 마이크를 들었다.
“스피드포스의 오창문 기자님”
“예.”
아닌 척 했지만 기자들은 최준호가 어떻게 대답할지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젊을수록 이런 도발에 잘 걸려들기 때문이다. 하물며 혈기 넘치는 20대에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레벨 8 초인이면 그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하지만 최준호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기자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살펴보니 제가 빌런을 체포할 때부터 비판 기사를 쓰셨더군요. 과잉 진압이다, 권한을 침범했다, 빌런보다 손속이 더 잔인하다 등등.”
“사실을 보도했을 뿐입니다.”
“그런 기자님은.”
최준호의 무감정한 눈이 오창문을 향했다.
“서대문구의 빌런 조직에게서 향응 접대를 받고 마약 유통을 옹호하셨던데.”
“······.”
오창문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5년 전 TV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인생 최악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다시 일선에 복귀하기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가만히 지켜보던 천명국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준호가 대놓고 그걸 짚고 넘어갈 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는 거지? 기자한테 대놓고 지른 건가?
설마 기자의 정보를 달라고 했던 것도······.
“지금 시민을 수호해야 할 초인이 주제와 맞지 않는 이야기로 기자를 겁박······!”
성질대로 소리를 지르려던 오창문의 행동은 끝을 맺지 못했다. 어느새 최준호가 눈앞에 서 있던 것이다.
“빌런이 제공한 향응을 받고 빌런의 편을 든다. 그럼 기자가 아니라 빌런이지.”
콰드득!
“끄아아악!”
오창문의 양 팔이 순식간에 정반대 방향으로 부러졌다. 그리고 정강이를 툭 건드리자 양 다리도 부러졌다.
순식간에 사지가 부러진 오창문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기었다.
“난 오창문이 기자가 아니라 빌런이라고 생각하는데.”
최준호가 주변을 둘러봤다.
“불만있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