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26
326화
시작은 백악관이었다.
아주 은밀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파티의 눈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동안 영향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파티는 여전히 미국의 주류이고 그 자체였다.
이런 움직임은 곧장 팬텀에게 전달되었다.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군.”
“갑자기 왜 그런 겁니까? 그 머릿속 꽃밭인 녀석들이 마음이라도 먹은 겁니까?”
팬텀은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막심 게데스를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여전히 생각이 단순해.”
“그 내막에 숨어있는 게 뭐라도 있는 겁니까?”
“있지. 허버트 그 녀석이 싱글벙글 웃고 다녀도 속은 아주 영악한 녀석이다.”
“재수 없을 때가 많긴 합니다. 사사건건 간섭하고 자기 세력화를 하려는 걸 보면.”
그래서 팬텀이 큰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최준호를 데려온 것이다.
대서양을 장악한 레비아탄을 제거해야 저기 날뛰는 허버트를 견제할 수 있다고 봤으니까.
현재 북미에 갇혀있는 파티는 예전의 세력을 회복하기에는 무대가 좁다.
“유능한 건 사실이지. 허버트의 정책적 방향은 옳다. 레비아탄을 제거하고 대서양을 우리 영향권 안에 두게 되면 그것도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겠지.”
“그걸 다 염두에 두고 있었군요.”
“녀석도 쉽게 당하지 않을 거다. 거세게 저항할 텐데 그때 네 역할이 중요하다.”
파티와 정부의 관계는 현재 전략적인 제휴에 가까웠다.
주도권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치열했던 것이 레비아탄 사냥을 놓고였다.
그에 대한 승자는 파티였다.
이번 정부의 움직임은 마지막 몸부림으로 볼 수 있었다.
막심 게데스는 그렇게 봤다.
“맡겨주시지요. 그렇다면 이번 작전에 합류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좋은 기회인 거 같은데.”
“아니.”
“왜 막는 겁니까?”
“이건 우리 작전이 아니니까.”
물론 막심 게데스를 보낸다면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무지막지한 면이 있어도 목표한 부분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팬텀은 한 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다만 허버트가 혼자서 일을 벌였을 가능성은 낮지.”
“뭐가 더 있는 겁니까?”
“헤드 브레이커.”
“갑자기 그 이름이 왜 나옵니까?”
막심 게데스가 소스라치게 놀았다. 거칠 것 없는 사자왕의 반응을 팬텀은 이해했다.
아직도 자신과 사자왕 둘이서 형편없이 깨졌던 것이 악몽으로 나오곤 했다.
“아마 허버트 움직임의 이면에는 헤드 브레이커가 있을 확률이 높다.”
“그 말은 정부와 헤드 브레이커고 손을 잡았다는 겁니까?”
“맞다.”
“확실히, 그렇다면 머릿속이 꽃밭인 허버트가 움직인 이유가 설명이 됩니다.”
자신이 피해를 받을까봐 몸을 사리면서 리그 소탕에 소극적인 것이 허버트였다. 일각에서는 그런 행동에 리그의 첩자라는 소문이 돌기도 할 정도로 리그와 충돌을 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비난하던 사람들이 지금 모습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최준호가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마 헤드 브레이커가 움직였겠지.”
“녀석이 그런 계략을?”
“그보다 더 경계해야 하는 건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다.”
최준호의 존재를 망각하고 일을 벌인 자들은 어김없이 패망했다. 막심 게데스는 최준호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위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해킹입니까?”
“아마 그 기프트를 얻으려 하겠지.”
최준호가 기프트를 빼앗을 수 있는 것은 이미 암암리에 알려져 있다. 그가 천둥새를 사냥하고 신수의 기프트인 고속비행을 얻은 것도 모르는 이들이 없다.
인간의 몸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상을 초월하는 움직임 범위를 보여주었다.
허버트가 신속하게 움직이는 이면에는 최준호가 직접 워싱턴으로 가서 백악관에서 둘이 만남을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가 할 건 정부의 일에 훼방 놓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다. 대서양이 열릴 때까지 정부에 협력한다.”
“아쉽지만, 알겠습니다.”
막심 게데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나는 부통령인 다니엘 로건과 마주 앉았다.
LA에 직접 와 있는 그는 허버트를 대신하여 같이 합을 맞추기로 이야기가 된 상태였다.
허버트는 내 요청을 들어주었으나 문제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뉴스나 주변에서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리그의 눈은 미국 전역에 존재합니다.”
다니엘은 리그의 가장 큰 전력이 미국에 존재하고 있으며, 그 사상에 동조하는 숫자는 추산을 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고 밝혔다. 그래서 약간의 움직임만 보여도 리그가 감지를 한다고 한다.
나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만 속도 조절을 통해 리그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며, 그마저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거라고 말했다.
“해커는 리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초인 중 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이곳에 있는 걸 그들이 알고 있는 한, 섣불리 해커를 그곳으로 이동시키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없으면 협력한 의미가 없기는 한데요.”
“하지만 리그는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그 요새가 중요해서?”
다니엘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내 리그 세력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외로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리그는 끈질기게 나와 정부의 협력 상황에 대해 의심을 할 것이고, 그 의심이 풀릴 때가 내가 움직일 때라고 다니엘은 조언했다.
“어쩌면 해커를 지금 보내놨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방향을 열어두되 리그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졌을 때 움직이는 것. 그때가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때라고 말했다.
사실 내가 볼 때 결국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간 보는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없을 확률이 100%와 50%는 엄연히 다른 거니까.
“일 잘하시네요.”
“정부는 그만큼 헤드 브레이커과 잘 지내고 싶다는 걸로 받아주면 좋겠습니다.”
“이해하는 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좀 아쉽네요.”
1년 전, 재선에 성공한 허버트는 이제 임기가 3년 조금 안 되게 남았다.
요즘 여기저기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말이 잘 통하는 정치인이 있으면 여러모로 일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하물며 미국이야 앞으로 뜯어먹을 곳이 많은데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확보해놓는 게 중요한 일이겠지.
그러면 정권을 연장시키면 되는 게 아닌가?
허버트가 더 나올 수 없다면 마음이 맞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되지.
마침 그런 사람이 눈앞에 있고.
이거 괜찮은 생각이다 싶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내 시선을 받은 다니엘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감도 좋단 말이지. 내 속에서 점수가 추가되었다.
“그러고 보니 부통령님 정치 경력이 꽤 긴 걸로 아시는데요.”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상원의원장을 겸임해서 국정 경험도 빠삭할 테고.”
다니엘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건 명예직에 가까운 것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허버트가 엇나갈 때 붙잡아주고 정부와 여당의 가교 역할을 하고, 야당 의원들을 다독이는 것 정도입니다.”
그거면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일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내 마음속에서 점수가 더 높아졌다.
내가 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집요해지자 그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으려고 하는 건줄 알겠다.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부통령님. 혹시 다음 대선에 나갈 생각 없습니까?”
저번 생에서 미국에 다니엘 로건 대통령은 들어본 적 없다.
그게 뭐 어때서.
구관이 명관인 법, 천명국도 대통령이 됐는데 정치 경험이 풍부한 다니엘 로건이 되지 못하라는 법 없다.
“…….”
내 제안을 받은 다니엘 로건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
* *
한동안 사냥에 여념이 없던 정다현이 날 찾아왔다. 그리고는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요.”
“뭐가?”
“전체적으로 다요. 부모님 일도 오빠가 도와주신 거죠?”
그러고 보니 정다현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게 부모님이 귀찮게 굴지 않아서라는 말을 들었다.
당장 자신의 손에 사탕이 쥐어졌으니 그걸 맛보느라 바쁜 거겠지.
귀찮긴 했지만 그렇다고 품이 많이 들어간 건 아니었다.
“돕고 할 것도 없더라. 인성과 별개로 네 부모님은 실력이 있어. 그 실력에 맞는 걸 소개시켜준 거고. 앞으로 귀찮은 일은 없을 거야.”
“그래도요. 제가 해결하려고 했으면 아직도 시달리고 있었을 거예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그림자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지.”
“그러네요.”
별로 궁금하지도, 재밌지도 않은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화제를 돌렸다.
“미국의 마물들을 사냥해보니까 어때?”
“좋아요. 한국처럼 마물 찾으러 오래 탐색하지 않아도 되고, 마물들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한국은 내가 쓸어버린 게 워낙 많아서 높은 단계 마물을 찾는 것도 일이라고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복이지만 마물을 찾아다니던 정다현 입장에서는 그게 고역이었나 보다.
다른 각성자들에게는 절대 들어본 적 없는 말이기도 하고.
그래서 정다현이 특별한 거겠지.
“원 없이 사냥한 거 같아요.”
말은 그랬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을 구속하는 걸 벗어던지고 레벨 8이 되기 위한 정다현의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나는 미국 올 때 함께 온 외교 사절이 곧 돌아간다는 걸 떠올리고는 정다현에게 말했다.
“그럼 당분간 미국에 남아.”
“네? 아무리 그래도 저도 직원인데…….”
“내 담당이기도 하니까. 난 미국에 볼 일이 남아서 좀 더 머물 예정이거든. 내가 대통령께 말해놓을게.”
내 담당이라고 하면 천명국도 별 말을 하지 않을 거다.
“죄송한 일이지만 감사히 받아들일게요.”
“네가 초인이 되면 대통령도 좋아할 걸.”
“기대에 부응해야겠네요.”
다소 우울하던 정다현의 표정이 밝아졌다.
*
* *
그렇게 정다현을 사냥에 집중하도록 만들어둔 뒤 나는 다니엘을 통해 리그의 움직임을 전달받았다.
미국 정부에서 요새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받았는지 리그에서도 움직임이 있으며, 서로를 향한 치열한 눈치 싸움이 전개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 리그 첩자가 많이 깔려있고, 미국 또한 각종 정찰 자산을 통해 리그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가늠하기 위해 부딪쳤다.
내게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방문하는 다니엘 로건은 볼 때마다 죽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볼 때마다 내가 출마를 권유해서다. 아무래도 나만 해서는 화력이 약한 거 같아 허버트에게도 얘기했더니 양쪽에서 시달린다면서 푸념을 했다.
내 눈에 띈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들어보니 허버트도 정계 입문할 때부터 다니엘 로건에게 줄기차게 대선 출마를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래도 버티다니 이쪽도 보통 고집이 아니군.
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천명국도 출마를 결정하는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던 나다.
한 번 해낸 일을 두 번 해내는 건 어렵지 않지.
그렇게 한 달 여가 지났을 무렵, 다니엘 로건은 중요한 정보라며 날 다급히 찾았다.
“해커가 요새에 들어왔다는 정보입니다.”
“확실합니까?”
“반반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있지만 해커에 대한 부분은 리그가 워낙 공을 들이고 있어서 신뢰도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어쩌면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진실일 가능성이 반, 함정일 가능성이 반입니다.”
지루한 대치 상황에서 리그가 카드를 뽑아든 것이라고 한다.
그게 해커의 배치일 수도 있고 함정일 수도 있고.
뭐 하나 속 시원한 정보가 없군.
“결국은 거길 가봐야 한다는 건데.”
“위험합니다.”
“먹이를 잡으러 가는데 위험하지 않은 일은 없죠.”
해커가 왔다고 100% 확인할 수 없는 이상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잡지 못한다고 해도 다른 본거지를 습격하다 보면 언젠가 잡히겠지.
[한 달이나 기다리느라 열 받은 건 아니고?]에이, 그럴 리가.
[맞네.]결정적으로 함정이어도 상관없다.
함정이라면 그만큼 전력을 모아놨다는 거니까.
일일이 찾아다닐 수고를 덜어줬으니 기대에 부응해야겠지.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요새 방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