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건데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한 기색이다.
오히려 내가 의아하다.
뭐가 문제라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말만 들어보면 다른 곳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내 말이.
[원래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건데.]모처럼 용용이도 옳은 말을 하고 있었다.
제법 센 마물들이라고 해서 대결 여파가 강렬한 것뿐이지, 실제로 녀석들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기들끼리 조용히 실력을 겨루고 있는 것이다.
그 근원이 내게 잘 보이기 위함이라는 게 있지만 주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부하의 마음이야 당연한 걸 테고.
오히려 다른 곳에 민폐를 끼치지 않은 점을 높게 평가해줘야 한다.
내가 교육을 잘 시키긴 했군.
[거기에서 자화자찬을 한다고?]사실이기도 하니까.
싸해진 분위기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어보았다.
“제 말에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초인님과 생각하는 부분이 다른 게 있었나 봅니다. 우선 초인님의 마물이 인간을 공격하지 않은 것은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교육을 시켰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천명국이 나서서 어느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둘의 충돌 자체가 문제라는 이야기였다. 플러스 단계에 접어든 마물의 충돌 여파가 가볍지 않지만 자기들끼리 장소를 가린 탓에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하나는 정유운반선을 지키는 호위 역할인 마물이고, 다른 마물은 수에즈 지역을 시키는 마물이라는 점이다.
이 두 마물이 서로 충돌을 벌인 것만으로도 두고두고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마물은 결국 마물. 내가 통제한다고 생각했던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날 중심으로 구축되던 교역망이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설명하니 바로 이해가 되는군.
결국 마물이기에 인간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줄 몰랐군.
그저 나한테 잘 보이기 위해 누가 더 센지 겨루는 것뿐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혈종이 아니니 다른 사람의 눈도 의식해야겠지.
“그럼 둘이 싸우는 걸 말려야겠네요.”
“그것이 최선입니다.”
멍멍이와 호루스는 아직도 붙고 있는 중이며, 한국과 사우디 측에서 최선을 다해 정보를 제어하고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서둘러달라는 의미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둘이 더 싸우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방법이 있습니까?”
“제가 말리면 됩니다.”
“하지만 수에즈까지 거리가…….”
아, 천명국은 내가 수에즈까지 가서 말린다는 걸로 들었나보다.
애들끼리 싸우는데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지.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
* *
멍멍이와 호루스의 충돌.
두 플러스 단계 마물의 대결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이변이었다.
두 마물의 충돌로 인해 주변은 초토화되고 잠잠하던 마물이 쏟아져 나와 생태계가 뒤틀릴 정도로 강렬한 여파를 만들어냈다.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측이었다. 특히 아메드 국왕이 직접 나와 상황을 통제하는 가운데, 멀리서 느껴지는 충격파를 통해 대결의 흐름을 가늠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메드 국왕은 새로운 충격을 받는 중이다.
“아직 갈 길이 멀었군.”
멍멍이와 호루스.
최준호에게 길들여진 두 마물은 지능이 높고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학계에 큰 여파를 일으키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마물의 흉성이 제거될 수 있다는 점이 마물과 전쟁에서 인류가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최준호를 제외한 누구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물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초월적인 강함’이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
최준호를 만난 뒤 보다 근본적인 강함을 추구하게 된 아메드 국왕은 플러스 단계 마물들이 어떻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더 가까이 갔다가는 측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터. 두 마물 충돌 여파에 휩쓸리는 것만으로 형체조차 유지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내면에 치미는 충동을 조용히 억눌렀다.
한국에서 전해온 소식을 듣기 전까지.
“내가 간다.”
“국왕 전하!”
“친우의 부탁이라면 내가 나서야지.”
“그의 부탁은 국왕 전하를 향한 것이 아닙니다.”
아메드 국왕은 고개를 저었다.
“유효한 거리에 접근하려면 최소 초인의 실력이어야겠지. 더 강한 초인이라면 더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는 게 가능하고. 친우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것이 나다.”
한국에서 온 최준호의 부탁.
그것은 두 마물의 충돌을 막기 위해 음성 확성기를 갖고 가까이 접근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초인의 수준이어야 했다. 아메드 국왕은 그걸 직접 나서서 하겠다고 말하고 있고.
“그는 국왕 전하가 움직이는 걸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예.”
“아니, 친우는 날 믿고 부탁한 것이다. 내 실력을, 내 강함을 믿어주는 거지. 그리고 지금의 수준에서 머무르지 말고 뛰어넘길 바라는 것이다.”
“국왕 전하께서 다치시기라도 하면 국가 전체가 흔들릴 것입니다.”
예전이라면 저 말을 듣고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칠 수 있다는 걱정보다 더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나시르, 날 못 믿나?”
“…믿습니다.”
“그럼 지켜보도록. 난 친우의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해낼 것이다.”
“예.”
나시르의 반대를 물리친 아메드 국왕은 직접 음성 확성기를 챙겨들고 두 마물이 충돌을 벌이고 있는 장소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
가까이 다가갈수록 상상을 뛰어넘는 살벌한 기세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최준호에게 길들여진 마물들임에도 둘은 서로를 죽이겠다는 기세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향한 적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이 보였다.
“왕의 총애를 차지하기 위한 두 간신의 싸움인가.”
마물이라고 해서 그 구도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마침내 아메드 국왕은 위험구역 안으로 진입했다. 이 위험구역이라는 것은 초인이 아니고서는 접근하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곳을 의미했다.
농도 짙은 살기와 대지를 할퀴고 지나가는 포스 여파. 찰나의 방심이 전신을 갈가리 찢겨지게 만들 살벌한 기세가 연이어 전해졌다.
하지만 그마저도 뛰어넘을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 오오오.”
지상의 지배자와 창공의 지배자가 충돌하는 광경은 한편의 장관이었다.
섬전과도 같은 빛이 되어 두 거체가 충돌을 거듭하다 떨어지고 다시 부딪치길 반복하면서 세상을 뒤집어놓고 있었다.
자신이 딛고 세상이 지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마치 종말로 치닫고 있는 것처럼 온 세상이 두 마물의 충돌 영향권 아래 놓여 있었다.
아메드 국왕은 홀린 것처럼 두 마물에 다가갔다.
서로를 의식하며 충돌하던 마물이 그의 존재감을 감지한 것도 그때였다.
아는 얼굴이었기에 두 마물은 잠깐이지만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메드 국왕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음성 확성기를 내밀었다.
이해하지 못할 행동에 두 마물의 기세에 적의가 실리려고 할 때였다.
[야.]음성 확성기에 실려 나오는 나직한 소리.
그리 크지 않은, 고작 한 글자에 불과한 말이었지만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메드 국왕을 갈가리 찢어버릴 듯 하던 멍멍이와 호루스의 기세가 씻은 듯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짙은 두려움이었다.
[너희 뭐하냐?]불과 몇 분 전에 세계를 멸망시킬 기세로 부딪치던 마물은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주인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하는 애완 마물이었다.
[내 물건 지키라고 보낸 녀석은 물건 버리고 시비나 걸러 떠나고.]끼이잉!
멍멍이가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처박았고.
[중요한 곳 지키라고 놔뒀더니 부수는데 앞장서고 있는 녀석이 있고.]끼이이.
호루스가 날개를 늘어뜨리며 주인의 말에 벌벌 떨었다.
“…….”
그 경이로운 광경에 아메드 국왕은 입을 벌리고 말았다. 이렇게 보니 자신의 친우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수 있었다.
[거기까지 하고 둘 다 한국으로 와라. 그때 다시 얘기하자.]그걸로 최준호는 통신을 끝냈다. 주인의 기세가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두 마물을 감싼 음울함은 조금도 희석되지 않았다.
아메드 국왕이 정신을 차리고 되돌아갈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고작 30초밖에 되지 않는 음성으로 플러스 단계 마물 두 마리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만들다니.
“친우를 자처하려면 지금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군.”
자신으로서는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낀 아메드 국왕은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
* *
“충돌을 멈췄다고 합니다.”
멍멍이와 호루스의 전투가 끝났다는 소식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메드 국왕이 직접 나섰다는 것은 의외였다. 근처에 다른 초인이 나설 줄 알았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두 마물의 충돌이 적잖은 자극을 받았나보다.
향상심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 다음에 보면 격려를 해줘야겠군.
나는 천명국을 보며 말했다.
“제가 경고했으니 더 충돌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교육시켜놓겠습니다.”
“다행입니다.”
더 큰 문제로 벌어지지 않을 거라며 천명국은 해산을 선언했다.
청와대 인원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자리에는 나와 천명국만 남게 되었다.
“우선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나선 것뿐입니다.”
“이럴 때 손을 놓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책임감 있게 나서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정 비서관을 보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거야 다현이의 선택이었습니다.”
“정 비서관의 부모님 문제는 커질 수도 있었습니다. 초인님이 나서주셨기에 잡음 없이 지나갈 수 있던 것입니다. 모두 초인님의 덕입니다.”
“그렇다면야, 뭐.”
날 칭찬해주는 걸 거부할 이유는 없겠지.
내가 생각해도 잘 신경 써주기는 했다.
“앞으로 스케줄이 있으십니까?”
“당분간 쉬려고 합니다. 쌈박질 한 녀석들 교육도 시켜야 하고요.”
“알겠습니다. 정부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죠.”
천명국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기색이었지만 끝내 꺼내지 않았다.
[제발 사고 좀 그만 치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내가 무슨 사고를 친다고?”
[지금 하는 짓들이 전부 사고의 연속이거든?]용용이 녀석은 진짜 사고 치는 빌런이 어떤 녀석인지 모르나보다.
혈종에 비하면 나는 선녀 중에 선녀다.
[네가 그런 인식을 갖고 있으니 아무 말도 못한 거 같은데…….]*
* *
천명국에게 말한 대로 나는 조용히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세희와 미국에서 받아오기로 한 걸 토대로 사업을 구상하고, 진세정과 논의해서 대중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정체된 것 같다는 버서커를 오랜만에 한계까지 몰아붙이기도 하고, 정다현을 데려와서 지도 대련도 했다.
가끔 시간이 남으면 마물을 사냥하거나 빌런을 잡기도 했다. 한바탕 뒤집어놓아서 지역 정치인과 결탁한 게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 사이에 독버섯처럼 자라나 있더라.
천명국이 대대적인 감찰을 지시하면서 대정화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런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로 갔던 정유운반선이 돌아왔다. 당연하게도 멍멍이도 돌아왔고. 그런데 녀석만 온 게 아니다. 이번에는 호루스도 함께였다.
난 즉시 두 마물 녀석을 호출했다.
어느 유해 8단계 마물의 영역이었던 곳을 치워놓았기에 이곳에는 나와 녀석들밖에 없었다.
“누가 더 센지 겨뤄보는 거였지?”
내 말에 두 마물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가 이겼냐?”
크르르!
내 말에 녀석들이 서로 자신의 우위였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둘 다 기세가 살아있는 걸 보면 어느 누구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게 보였다.
“승부를 못 냈으면 내가 정해주지.”
난 녀석들을 둘러본 뒤 말했다.
“둘이 같이 덤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