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그래, 인정한다.
멍멍이와 호루스가 서로 싸우도록 유도한 건 바로 나다.
두 녀석이 경쟁심을 가지고 내게 총애받기 위해 노력하면 그거대로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명국이 정부의 입장에서 얘기를 해준 걸 듣고 생각을 달리하기로 했다.
내 눈에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두 녀석은 굉장한 마물이었다니까. 두 녀석이 지지고 볶는 것이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니 어쩔 수 없다.
내가 나서서 서열 정리를 시키는 수밖에.
누가 더 강할까.
사실 내 눈에는 고만고만한 녀석들이다 보니 누가 더 강할지 감이 잘 안 잡히긴 했다.
그러니 직접 붙어서 누가 더 강한지 내가 가늠해주려고 한다.
“어느 녀석이 더 강한지 내가 판단해주겠다. 대신 주기적으로 테스트를 하도록 하지.”
[…….]그러니까 이 녀석들이 묘한 기색을 띠면서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한 번 부딪쳐봤으니 각자 가진 힘에 대해 알고 있겠지.
그런데.
묘하게 두 녀석 사이로 한 번 해볼 수 있다는 기세가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것들 봐라? 둘이니까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무래도 오늘 주제 파악을 시켜줘야겠군.
*
* *
최준호의 등장 이후,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물의 위협에 걱정하는 나라가 아니게 되었다.
지방에선 여전히 마물의 습격이 이루어지지만 유해 8단계 마물 같은 도시 하나쯤은 소멸시킬 수 있는 마물의 습격은 아예 없다시피 했다.
그랬던 한국이 한바탕 뒤집어진 것은 강원도 홍천 부근에서 일어난 거대한 충돌 때문이었다.
충격파를 추산해볼 때 최소 플러스 단계 마물 두 마리, 그리고 그걸 뛰어넘는 마물의 등장이었다.
아무 징조 없이 등장한 마물이었기에 대한민국 행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청와대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 건.
“최준호 초인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최준호와 연락이 이루어지지 않아서였다.
현재 청와대 인원은 전 대통령인 전한철 때와 비교하면 대부분 물갈이가 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최준호를 상대하는 방식을 인수인계 받았음에도 우왕좌왕했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 사실일 경우 대한민국은 멸망의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그렇다.
과열되어가는 분위기를 진정시킨 것은 천명국의 제지에 의해서다.
“지금 충돌은 마물이 갑자기 등장한 것보다 최준호 초인과 그의 두 마물로 인해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는 게 더 옳아 보이는군요.”
“…….”
그 말 한마디에 청와대 인원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플러스 단계 마물 두 마리와 그걸 뛰어넘는 마물이 등장한 것보다 최준호와 애완 마물이 더 설득력 있었다.
“그럼 두 마물이 반기를 든 건…….”
“그것보다 최준호 초인이 두 마물을 두들겨 패고 있는 게 더 합당한 추론일 겁니다.”
이 추측은 시뮬레이션에 의해 확실하게 구체화되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이 없는 참모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천명국은 속으로 한숨이 나오는 걸 느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갈 일이다. 최준호에 대해 내성이 없는 상황이니 이런 비현실적인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 테지.
어찌 보면 비정상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자신이 비정상일 확률이 더 높다.
진정된 참모들을 향해 천명국은 추가적인 지시를 하달했다.
“그래도 만약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이광진 초인과 정주호 초인을 먼저 파견하고, 3대 길드에 도움을 청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만약의 상황이 벌어지면 다섯 명의 초인이 지연작전을 펼치면서 최준호 초인과 연락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전략이다.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참모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때, 천명국도 쉬지 못하고 상황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1시간 뒤, 전해진 소식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비상상황에 대비하던 다른 참모들의 얼굴에 허탈함이 서렸다.
그 난리가 일어났는데 사유가 고작 훈계였다니.
“이것이 최준호 초인을 보유한 우리가 겪어야 할 일입니다.”
최준호의 존재는 누구보다 강력한 마물 억제력과 부를 가져다주지만 예측할 수 없는 폭발력은 모든 걸 휩쓸 만큼 강력한 여파를 일으킨다.
아연한 참모들의 얼굴을 외면한 천명국은 보고자에게 물었다.
“결과는 어떻게 된 겁니까?”
[두 마물 모두 처참하게 당한 상태입니다. 최준호 초인은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합니다.]“그럴 테지. 알겠습니다. 비상 태세를 모두 해제합니다.”
그렇게 마물 습격 사건은 해프닝으로 종결되고 말았다.
*
* *
멍멍이와 호루스의 교육은 성황리에 끝났다. 서로 한 번 붙어봐서인지 각자 역할을 잘 분배하면서 최대한 내 빈틈을 노리려고 했다.
녀석들이 나한테 두들겨 맞을 때 그냥 맞은 게 아니라 나에 대해 최대한 파악하려고 한 게 드러난 셈이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온 녀석들답게 발톱을 감추고 기회를 노리고 있던 거로군.
그래서 나도 힘을 아끼지 않고 두들겨줬다. 인간보다 월등한 맷집과 회복력을 지녔으니 금방 회복하겠지.
결과부터 말하자면 무승부였다.
녀석들이 대등하게 강하다기보다 둘 다 한심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 가지고 어디 가서 으스대다니. 괜히 나대다가 두들겨 맞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내 부하를 자처하는 녀석들인데 고작 이 정도 수준이라니, 앞으로 더 굴려줘야겠다 생각했다.
아무튼 대결 스케일이 크다 보니 여기저기 난리가 났었다.
가벼운 해프닝이라고 하기에는 아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
“어딜 갈 때마다 사고를 치냐. 하루라도 사고를 안 치면 몸이 근질거리지?”
건수를 잡은 윤희가 대놓고 혀를 차며 나를 갈구려고 시도했다.
“그게 무슨 사고라고.”
“초인들 죄다 동원된 사태가 사고가 아니라고? 지금 내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거야?”
“죽은 사람도 없잖냐.”
“죽어야 사고인 거야? 와, 역시 위대하신 초인님은 생각하는 스케일도 많이 다르시네.”
“트집만 잡지 말고 본질을 봐라. 녀석들이 사고 치지 못하게 바로잡은 거다. 그걸 다른 사람들이 오해한 거고.”
“그래서 새로운 사고가 만들어졌고.”
못 당해내겠군.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다시 말하지만 혈종일 때와 비교하면 사소한 사건이다. 그때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마물을 유인해서 추격자들에게 안겨주기도 했고, 빌런 아지트로 뛰어들어 교란 작전을 펼치기도 했지.
당시는 천명국의 대타협 이후 징글징글하게 시달려서 나도 이판사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생각해도 빌런 짓으로 부인하지 못할 사고를 여러 번 쳤었지.
그에 비하면 이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사고 치기 전에 미리 알려달라고. 그럼 이런 일이 없잖아.”
확실히, 이번 일은 내 입장에서 가벼운 훈계였는데 청와대에서 이렇게 민첩하게 반응할 줄 몰랐다.
“이게 사고라 생각할 줄 몰랐지.”
“세상 사람들이 전부 댁 같은 줄 알아?”
진짜 사고뭉치 취급하는 거로군.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무튼 내 잘못은 없어.”
“…너무 뻔뻔하니까 할 말이 없네.”
윤희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
* *
그렇게 한국에서 사소한 해프닝이 벌어졌을 무렵, 내 전화는 불이 나고 있었다.
범인은 졸라맨이다
.[준호! 이건 졸라 대단한 발견이라고! 학계가 완전히 뒤집어졌어!]
“뒤집어질 것까지야.”
[아니야! 졸라 뒤집어진 게 맞아! 그동안 환상으로 치부되었던 전설의 문명이 등장한 거잖아! 졸라 대단한 발견이라고!]원인은 레비아탄이 내게 챙겨준 물건 때문이다. 고속비행을 견뎌내지 못할 거라 졸라맨에게 넘겨줬더니 그로 인해 학계가 완전히 난리가 났다.
그동안 전설로만 존재하던 문명이 실존한다고 알려진 셈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데 물건이 부족해. 준호가 좀 더 챙겨줄 수 없을까?]“갖고 싶으면 레비아탄을 찾아가던가.”
[미쳤어? 가면 죽잖아!]눈이 뒤집혀있는 줄 알았더니 정신머리가 남아있긴 하군. 결국 졸라맨의 목적은 내가 레비아탄에게 더 받아달라는 건데 귀찮았다.
[박물관 차리는 거 도와줄게!]음, 이렇게 나오니까 살짝 끌리기는 한다.
물건을 이것저것 수집했는데 보관하자니 귀찮아서 박물관을 차릴까 생각 중이었다.
졸라맨이 그걸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미국까지 다시 가기 귀찮은데.”
[그럼 우리가 갈게! 준호가 물건만 구해준다면 졸라 빨리 갈 수 있어!]“그럼 오던가.”
꽤 유용한 녀석이니 한국으로 불러와서 굴리는 게 좋을 거 같다.
가만, 이렇게 생각하니 좋은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써먹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이런 내 생각을 눈치채지 못한 녀석은 한국으로 오겠다고 선언했다.
[알았어. 이번에는 친구들하고 같이 갈게. 대신 물건 구해준다는 거 잊지 마! 졸라 약속이야!]“그래.”
이걸로 유용한 녀석들을 한국에 끌어들이게 되었군.
생각해보니 녀석들이 조언해준 것을 다르게 접목시킬 수도 있겠다 싶었다.
기프트 자아들을 대학원생화 시켜서 쥐어짜 내는 방법은 톡톡히 효과를 보았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대학원생을 구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고속비행에 관해서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풍부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녀석들의 수완은 내가 강해짐에 있어 세세한 보완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졸라맨과 그 친구들이라면 아주 우수한 대학원생으로 활용이 가능해 보였다.
그래, 교수도 대학원생이 될 수도 있지.
이런 게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걔들이 순순히 그 역할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해?]“받아들이는 건 상관없어. 내가 그렇게 만들면 그만이니까.”
[교수를 대학원생으로 만드는 발상은 새롭기는 하네.]“뭐든 새로운 시도는 저항을 동반하기 마련이지.”
그리고 그 저항을 분쇄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것은 압도적인 무력이다.
미끼를 물었으니 잘 부려먹어야겠군.
[불쌍한 인간들.]*
* *
졸라맨과 박사 보디빌더들이 오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현아를 만나러 가는 일이다.
[현아는 언제든 와도 좋다고 하지만 만나려고 하는 이유가 뭔데?]“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듣고 싶어서.”
[내 얘기를 들으면 되잖아?]“네가 신수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냐?”
이 녀석도 보다 보면 자의식 과잉이 심하다. 신수라면 그럴 법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호구 주제에 자의식 과잉이라 그렇다.
[…선 넘네? 진짜 내가 만만해 보여?]“그걸 이제 알았냐?”
[와, 진짜 신수의 힘을 보여줘야 하나.]작은 크기로 그래 봤자 하나도 안 무서웠다.
내 인식에 용용이는 이미 호구로 찍혀 있었다.
“현아는 너랑 많이 다르니까. 생각하는 범주도 평범에 속하고.”
물론 그것만이 아니다. 용용이는 심각한 사안이 닥쳤을 때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현아는 고민을 하더라도 솔직하게 대답을 하니까.
레비아탄이 했던 말에 대해 답을 구하려는 것은 그 진실에 따라 내 생각이 많은 부분 바뀔 수 있어서 그렇다.
신수의 순수성이라는 것은 결국 내가 가질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렇다면 신수와 대립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고 충돌은 예견된 것이 된다.
그렇다고 레비아탄과 동맹을 맺거나 그럴 생각은 없지만 사실 확인은 해둬야겠지.
나는 고속비행으로 현아의 영역인 말라카 해협 근처에 도착했다.
용용이를 시켜서 현아한테 방문 소식을 알려놨기에 내가 편한 곳에 방문했다. 나머지는 현아가 알아서 찾아오겠지.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착지하니 거칠게 밀어닥치던 파도가 잠잠해지더니 해안가에 현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와. 오랜만이지?”
“신수한테는 찰나의 순간일 텐데. 아닌가?”
“맞아. 인간 기준으로 해석해봤어.”
“꽤 인간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데?”
용용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나도 인간에 대해 잘 알거든?]“그런 걸로 하자.”
[와, 진짜.]“너 인간에 대해 잘 아는 걸로 해준다니까?”
[현아 앞에서도 그러기야?]또 귀찮게 칭얼거려서 아예 신경을 끄고는 현아를 바라보았다.
“내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용용이한테 안 들었나?”
“꽤 심각한 이야기라서 네게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어. 자신이 얘기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난 지켜볼 테니 직접 얘기해.]용용이답지 않은 신중함이었다. 좋은 판단이기도 하고.
“레비아탄에 대해 알고 있지?”
“알아. 대서양의 돌연변이.”
“돌연변이라고?”
“응. 마물로 성장해서 자신을 보살펴준 주인까지 잡아먹은 별종이야. 우리는 그걸 보고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여기에서 시점이 갈리는군. 레비아탄은 신수가 자신을 공격해 와서 잡아먹었다고 하고 현아는 주인을 배신한 별종으로 보고 있다.
내 관점에서 보면 전자가 더 맞는 표현이다. 약육강식 세계에서 힘이 약해 강자에게 잡아먹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제거할 생각이고?”
“무리 할 생각은 없어.”
“신수에게 위협이 된다면 제거할 생각이 있는 거 아니었나.”
“맞아. 자신이 지닌 힘의 무게를 모르는 존재가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건 위험한 일이니까.”
“거기에 나도 포함되겠군.”
“응. 하지만 넌 비슷하면서도 달라.”
“자세히 말해봐.”
현아는 나에 대해 판단한 내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