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그 뒤로 션 베일리는 아르고스와 얘기를 나눴다.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 뒤 방을 나서는 션 베일리를 하인즈가 붙잡았다.
“션.”
“오, 잔소리는 그만하라고. 내가 아르고스를 약 올린 것도 아니잖아?”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두 손을 드는 걸 본 하인즈가 미간을 모았다.
“장난하지 말고, 얘기나 하지.”
“옙. 가시죠.”
“구제불능이군.”
둘은 자리를 옮겼다.
딱딱한 침대와 업무용 책상을 본 션 베일리가 혀를 찼다.
“네 방은 여전히 삭막하기 그지없구만.”
“불필요한 것들은 방해만 될 뿐이다. 훈련할 수 있는 시설만 있으면 그만이지.”
“여전히 너다워. 난 너처럼 못살아.”
“그게 가능하면 예전에 교정했겠지.”
“설마 그럴 생각이었냐?”
“그건 포기했다.”
“현명한 선택이시군. 나도 너한테 시달리는 건 무섭거든.”
“한 번도 귀 기울여 들은 적 없으면서 그러나.”
“하하.”
다시 잔소리가 시작될 기미를 보이자 어색하게 웃은 션 베일리는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뭔데?”
“늘 이런식이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요건이 있잖아?”
상황회피를 위한 물음에 하인즈의 눈이 날카로워졌다가 본래대로 돌아왔다.
집요하게 탐색하듯 션 베일리의 눈을 들여다보던 그의 입에서 묵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네가 헤드 브레이커를 죽일 수 있다고?”
“왜, 내가 허세를 부리는 거 같아?”
“그 녀석은, 괴물이다. 인간의 몸으로 신수마저 제거해버렸어. 이미 우리 손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듣긴 했는데 사실이었어? 뭔가 다른 내막이 있을 줄 알았더니. 햐, 듣는 것만으로 무섭네.”
무겁게 가라앉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너스레였지만 하인즈의 굳은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포기해라.”
“어?”
“헤드 브레이커는 우리가 제거할 수 없는 괴물이 되었다. 불필요한 목숨을 낭비하지 마. 네가 떠나는 것보다 알의 옆에 있어주는 게 알에게 더 큰 힘이 될 거다.”
“진심이야?”
“그래, 진심이다.”
그 음성 속에 깃든 감정을 감지한 션 베일리는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 너 지금 나 걱정한 거냐?”
“션, 지금 장난하려는 거 아니다.”
“그래그래, 미안하다. 근데 재밌긴 하네. 네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거든.”
웃음기를 지운 션 베일리가 물었다.
“헤드 브레이커의 존재가 그렇게 충격적이었냐.”
“그 녀석만이 아니다. 옆에 붙어있던 버서커란 녀석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2궁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녀석이었어. 그런데 지금은 내게 맞설 정도로 성장했어.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그 녀석을 중심으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어.”
“…….”
음성 속에 깃든 짙은 절망에 션 베일리의 미소가 지워졌다.
하인즈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 전열을 재정비할 때다. 그러니 네가 알의 옆에서 힘이 되어줘라.”
“그건 싫은데.”
“지금 내가 한 말을 전혀 귀 담아 듣지 않…….”
말을 하던 하인즈는 별안간 드는 위협에 전신의 감각이 올올이 돋아나는 걸 느꼈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이 감각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잘 알고 있다.
두려움에 잠식당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경악하는 그를 향해 입매를 비튼 션 베일리가 손을 뻗어 하인즈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쾅! 넌 지금 나한테 목숨을 한 번 잃은 거라고?”
“지금 이건 대체…….”
“이걸로도 헤드 브레이커를 죽일 수 없을 것 같아?”
방금 전까지 헤드 브레이커를 죽이기 위해 나서는 건 무의미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은 신수를 제거한 실력자였으니까. 이대로 숨어들어 전력을 재정비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전 감각을 자극하던 걸 떠올리면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어쩌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가능할지도가 아니라 가능한 거다. 날 믿어라.”
실실 웃던 션 베일리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설사 상대가 신이라고 해도 죽일 자신이 있으니까.”
“음.”
하인즈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션 베일리는 다시 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 완고한 친구마저 고집을 버린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난관이 바로 닥쳐왔다.
“네 생각은 알겠다. 대신 계획은 철저하게 수립하도록 하지.”
“어? 뭐라고?”
“네놈이라면 무작정 달려들 거 아니냐? 그래서는 헤드 브레이커에게 접근하지도 못해. 우리가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내가 생각한 건 이런 그림이 아닌데? 대놓고 다가가서 앞에서 으스대다가 멋지게 마무리하는 거였는데…….”
“그럴 줄 알았다. 폼 잡지 말고 따라와.”
“자, 잠깐! 우왁!”
션 베일리를 무자비하게 낚아챈 하인즈가 질질 끌고 갔다.
*
* *
버서커가 돌아왔다.
나는 잘 몰랐지만 버서커가 호주에서 블랙하운드를 상대로 접전을 벌인 것이 꽤 큰 화제가 되었다.
내게는 언제고 한 번 만나 제대로 붙어보고 초재생을 얻어내야 할 대상이었다가 초재생을 얻은 뒤 안중에도 없어진 존재였지만 세간의 인식은 달랐다.
리그의 삼악, 최흉의 빌런.
십대초인의 일원이면서 지금의 리그를 만들어낸 최악의 빌런 중 하나로 그 악명은 우는 아이조차 울음을 그치게 만들 정도였다.
초인 중에서 최강 반열로 꼽히며 리그의 수장 아르고스의 만능 해결맨으로 불리던 블랙하운드를 초인치고 신예인 버서커가 막아 세운 것이다.
이렇게 나열하니 꽤 성과가 괜찮긴 하군. 그동안 굴린 밥값 정도는 해낸 셈이었다.
나야 적당히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세계 전역은 충격에 빠진 듯했다. 당장 미국이나 독일,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연락이 쇄도할 정도였고 언론에서도 새로운 십대고수 반열에 든 초인의 등장에 소란이 벌어졌다.
버서커에 대한 특집 방송이 편성되고 방영될 정도고 이만한 초인을 보유하게 된 대한민국의 위상이 얼마나 더 상승하게 될지 연이어 떠들어댔다.
“누가 보면 세계를 구원한 줄 알겠어.”
“세계는 구원하지 못했어도 호주는 구원했으니까요.”
“그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겁니까?”
“네, 버서커님이 계시지 않았으면 호주는 함락됐을 확률이 높아요.”
녀석의 공을 별로 인정하기 싫은 내 마음과 다르게 진세정은 버서커가 잘한 부분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리그의 일촉즉발 직전까지 갔던 호주의 상황은 꽤 아슬아슬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낸 리그는 호주를 집어삼킬 기세로 몰아세웠고,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인 블랙하운드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고 한다.
“호주가 리그 손에 들어갔다면 풍부한 자원이 전부 리그의 손에 들어갔을 거예요. 그 자원은 리그가 힘을 회복하는데 큰 힘이 되었을 테고요.”
그 중대한 분기점에서 맹활약을 펼친 게 버서커란 이야기였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달랐다.
“블랙하운드 잡지 못한 걸 갈구려고 했더만…….”
“절대 그러시면 안 돼요. 세상의 모든 초인이 초인님처럼 강하지 않으니까요. 사실 버서커님에게 이런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초인님이라서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큰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버서커의 일로 팀장님이 나설 정도입니까?”
“네, 그럼요. 버서커님은 크게 보면 대한민국 소속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준호 팀의 일원이거든요. 이렇게 유명해질수록 초인님의 영향력이 더 강해지는 거예요.”
“그런가요?”
“네, 그런 거예요.”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내게 진세정은 이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최준호 팀에 나밖에 없다고 인식하는 것과 십대초인급 실력자인 버서커가 속해있다는 것은 무게감 자체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였다.
내게는 100에서 1, 2가 추가되는 정도였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땐 1에서 1이 추가되는 기분이라고 한다. 영 별로군.
일단 내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니 조용히 들었다.
“그래서 버서커한테 시킬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송을 해보라고 하려고요.”
“방송?”
전혀 의외의 말이었다. 나야 이미지 개선을 위해 종종 인터넷 방송을 했지만 버서커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네, 버서커님도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거든요. 이번에 맹활약을 했지만 여전히 빌런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어요. 전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 그걸 씻어낼 절호의 기회인 거죠.”
상종도 하기 싫던 미친 빌런에서 억울하게 모함을 받고 빌런이 될 수밖에 없던 남자로.
가족을 위해 용기를 낸 사람으로 포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대로 동정심을 살 수 있는 구성이로군.
“근데 버서커가 방송을 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텐데요.”
“버서커님도 잘하실 거예요.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뭘 알고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분명 뭘 말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난 의구심이 담긴 시선으로 진세정을 바라보았지만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 순순히 넘어오지 않았다.
뭔가 있는 거 같았지만 캐내려고 해도 대답하지 않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제가 따로 협력할 부분이 있습니까?”
“당연히 있어요.”
빈말로 한 건데 진세정이 냉큼 받았다. 버서커 혼자 잘하면 되는 일인데 내가 협력할 부분이 뭐가 있지?
의아함을 느끼는 나를 진세정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더니 말을 꺼냈다.
“그, 버서커님이 돌아오면 구타를 멈춰주실 수 있을까요?”
“구타라니요?”
내가 언제 버서커를 구타했단 말인가.
“그 매일하는 게 구타가 아니었던 가요?”
“당연히 아닙니다. 정당한 대련입니다.”
“아, 그렇군요. 저는 아닌 줄 알았어요.”
말에 뼈가 있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버서커님을 띄울 순간인데 초인님한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면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되거든요.”
“정당한 대련이라니까요?”
“상처를 회복제로 지운다고 해도 100%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요즘 사람들의 눈이 날카로워져서 바로 파악해내고요. 부탁드려요.”
“…….”
“네?”
“…알겠습니다.”
정당한 대련이라는 내 말이 전혀 먹혀들 분위기가 아니라서 진세정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나도 좋고 버서커도 좋아하던 대련이 일방적인 구타로 매도하다니,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구타로 보일 만하긴 해.]구타 아니라니깐?
[나라도 그렇게 믿어줄게. 인간끼리 투닥거리면 팔다리가 부러지고 내장 위치가 바뀌기도 하는 거지. 죽지 않으면 된 거잖아?]내 말이 그 말이다.
*
* *
최준호는 약속을 지켰다.
순순히 납득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세정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전혀 먹혀들지 않는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일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했지만 버서커의 존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주효했다.
특히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해결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대련이라니, 초인님도 농담이 지나치단 말이지.”
차라리 기를 눌러놓기 위함이라고 했으면 순순히 납득했을 것이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그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거였다.
남들보다 실력이 뛰어나고 맷집이 좋다보니 평범한 사람이라면 수십 번 죽을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었고.
진세정은 비밀리에 입국한 버서커에게 자세한 상황을 전달했다.
“초인님께 얘기 드렸어요.”
“녀석의 반응은?”
“받아들이시던데요?”
“…그 녀석이 그렇게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지. 네가 설득을 잘했나보군.”
“에이, 제가 잘하긴요.”
“놈의 성격을 내가 아는데 쉬울 리가 없지. 고생했다.”
“…….”
차마 최준호가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변명할 수 없었다. 버서커의 요청과 자신의 부탁이 있지 않았으면 변함없이 손을 썼을 것이 분명했다.
“네가 내 부탁을 들어줬으니 이제 내 차례로군. 부탁할 게 뭐지?”
이건 엄연한 거래였다.
버서커는 한껏 위상이 높아진 단계에서 언제까지나 최준호에게 두들겨 맞으며 살기 싫었고, 진세정은 최준호 팀의 브랜드파워를 강화시키기 위해 혜성처럼 등장한 버서커의 힘이 필요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한 순간 거래는 성사되었다.
“인방이요.”
“인방? 인방이라고? 인터넷 방송?”
버서커는 귀를 의심했다.
“네, BJ바사칸의 등장인 거죠. 아, 당연히 바사칸은 쓰면 안 되고요.”
최준호가 방송할 때마다 등장하는 악질 네임드 ‘바사칸’은 인방을 보는 시청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만약 그 정체를 들킨다면?
더 진득한 대련이 이루어질게 분명했다.
버서커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썩 내키지 않는데.”
“저만 믿으세요. 제가 버서커님을 인방계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드릴게요!”
“난 그걸 바란 적 없는데.”
“한 번 해봐요.”
“가지가지로군. 알았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버서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방송 재능을 높게 평가하던 진세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버서커의 방송.
최준호가 종종 방송을 했기에 준비하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인공답게 그 여파는 강렬했다.
버서커의 방송 시작을 알리기 무섭게 시청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어지러워지는 채팅창.
최준호팀의 채널이다 보니 평소 최준호 방송을 즐겨보는 사람들이 모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최준호 방송은 채팅방을 관리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온갖 분탕러들이 다 모여드는 정글이었다.
하지만 버서커는 그 꼴을 가만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우선 악질들부터 처리하고 시작하지.”
순식간에 30명이 넘는 분탕러들이 채팅방에서 쫓겨났다.
어지럽던 채팅방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대숙청 ㄷㄷㄷ
-제, 제발 자비를 베풀어줍셔!
-최준호는 밴하지 않던데???최준호는 밴하지 않던데???최준호는 밴하지 않던데???최준호는 밴하지 않던데???
-이게 버서커의 손맛?? 이게 버서커의 손맛?? 이게 버서커의 손맛??
“그 녀석은 그 녀석이고, 나는 나니까. 눈에 거슬리는 걸 가만 두고 볼 정도로 성격이 좋지 않아.”
그럼에도 여전히 인내를 시험하는 채팅은 존재했다.
버서커는 그것들도 참지 않고 모조리 숙청해버렸다.
그러자 채팅방은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제 방송할 분위기가 되었군.”
-분탕러들 모조리 다 쳐냈네. 이렇게 깨끗한 곳은 첨 본다.
-채팅방 쾌적한 것 보소 ㄷㄷㄷ
-이게 방송 1일차의 재능??
겉으로 보기에는 1일차 방송인이지만 속은 악질 중 최상위 네임드 바사칸이다.
방송 돌아가는 흐름을 꿰는 것쯤이야.
확 바뀐 시청자들의 반응에 버서커는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